떡갈나무 숲을 산책하는 대원들


2008년 11월 22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계당산 구간을 산행한다. 오늘코스는 『개기재(290m/2.5Km)-계당산(580m/2Km)-523m봉(2Km)-378m봉(2Km)-예재(300m)』로 도상거리 약 8.5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정겨운 야산을 오르내린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참나무 사이로 다시 봉우리가 보인다. 4~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오르막이고, 2~3분이면 내려설 수 있는 가파르지 않는 내리막이 반복 되면서 점차 고도를 높인다.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 단풍이 곱게 물든 잡목 숲, 이따금 만나는 아름드리 노송, 좌우로 가까이 보이는 산골 마을들, 하지만 싸리나무 회초리가 얼굴을 후려치고, 억센 철쭉가지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지난 화요일, 오두지맥 마지막 구간을 산행하며 조망을 즐긴다고, 바람 부는 산정에서 20여분 동안 점심식사를 한 것이 무리였던 모양이다. 가벼운 감기기운에 온 몸이 무겁다. 무리하지 말고 감기가 떨어질 때까지 집에서 푹 쉬라는 집사람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매주 2회 산행이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터라, 또 다시 새벽 같이 일어나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탄천 휴게소에 버스가 잠시 머물 때, 차에서 내리니, 밖의 기온은 오늘도 역시 차고, 싸늘하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어 준비해 온 주먹밥으로 식사를 하고, 해열진통제 한 알을 복용한 후, 잠시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버스는 먼 길을 달려, 11시 10분, 화순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고도 약 290m의 개기재에 도착한다. 오랫동안 차 속에 갇혔던 대원들은 버스에서 내리자, 마치 해방이라도 된 듯,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등산로를 서둘러 오른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0) 개기재/산행시작-(11:14) 의령남씨 가족묘-(11:28) 봉, 약430, 우-(11:30) 능선 안부-(11:31) 묘 1기-(11:35) 안부-(11:39) 봉, 약460, 우(11:52) 봉, 약530, 좌-(11:54) 능선, 왼쪽 우회-(11:58) 봉, 약530-(12:14) 갈림길, 좌-(12:20) 헬기장-(12:32~12:33) 계당산 정상-(12:39~12:50) 간식-(13:05) 봉, 약600-(13:07) 떡갈나무 숲-(13:11) 532m봉-(13:19) 안부-(13:37) 봉, 약500, 급 좌 내림-(13:44) 봉 약470, 우-(13:48) 안부-(14:02) 봉, 약420-(14:08) 378m봉-(14:08) 안부-(14:22) 능선분기, 좌-(14:35) 봉, 약295-(14:37) 편백나무숲-(14:48) 벌목지대- (14:51) 헬기장-(14:53) 임도 삼거리, 우-(14:54) 갈림길, 좌-(14:58) 예재』간식 11분포함, 총 3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잡목과 덤불이 뒤엉킨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른 공터에 이른다. 의녕남씨(宜寧南氏)의 가족묘가 오랜 세월 풍상에 시달려 글자를 판독하기 힘들어진 족보와 함께 모셔져 있다. 이어 왼쪽으로 도로를 굽어보며 절개지를 따라 올라, 11시 28분, 고도 약 430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의녕남씨 족보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대원들

첫 번째 봉우리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고, 묘 1기가 모셔진 묘역에서 잠시 왼쪽 복내면을 굽어본다. 등산로는 소나무 숲 사이로 평탄하게 이어지더니 완만한 내리막을 거쳐 잡목이 무성한 안부를 지난다. 4분 후 약 450m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남서쪽을 향해 완만하게 내려선다.

약 450m 정도의 봉우리에서 등산로는 남서쪽으로


능선이 좁아지고 날등길이 이어진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마루금이 가깝게 보인다. 11시 52분, 노송이 버티고 선, 고도 약 520m정도의 봉우리를 지나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나지막한 능선을 오른쪽에 두고 아름다운 사면길이 이어진다. 이어 짧은 급경사를 올라, 약 530m 정도의 봉우리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여, 용암산과 노인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520m봉

아름다운 사면 길

용암산과 노인봉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등산로는 거친 잡목 숲으로 이어진다. 싸리나무가지가 얼굴을 후려치고, 넝쿨이 발목을 휘감는가하면. 등산로를 가로 막고 쓰러진 나뭇등걸이 진행을 방해한다. 흡사 야산이라고 깔보지 말란 듯, 매서운 기개를 보이는 것 같다. 거친 잡목 숲을 걸으며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연상한다.

거친 잡목 숲

등산로를 막은 나뭇등걸


12시 14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서, 여전히 거친 잡목 숲을 헤쳐 나간다. 한 무리의 대원들이 길가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10시경에 버스에서 브런치(Brunch)를 즐긴 터라 아직 식사 생각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12시 20분,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거친 철쭉군락지를 헤쳐 나간다. 문득 공간이 생겼는가 싶더니, 노송 한 그루가 마치 숲을 지키고 있는 목신(木神)처럼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헬기장

잡목 숲 속에 홀로 우뚝 선 노송


계당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잡목 길을 오르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주위를 조망한다. 60도 방향으로 벽내면을 굽어보고, 30도 방향으로 모후산, 그리고 340도 방향으로 용암산과 정맥 마루금을 바라본다. 이제 계당산은 바로 코앞이다. 12시 32분, 삼각점과 정상 표지판이 있는 계당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젊은 대원들이 모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20도 방향으로 멀리 모후산

용암산과 정맥 마루금



눈앞의 계당산

정상석

정상 표지판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다, 왼쪽의 벽내면 넓은 들을 카메라에 담고,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위, 소나무 아래에 앉아 지나온 계당산을 바라보며,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들며, 약 10분 간 휴식을 취한다. 이어 500m대 봉우리 두 개를 넘고, 지나온 계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아름다운 떡갈나무 숲이 홀연히 이어진다. 억새가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숲을 걷는 여자대원들 모습이 한가롭다.

벽내면 넓은 들

그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 소나무

뒤돌아 본 계당산


1시 11분, 능선 분기봉인 523m봉에 올라, 왼쪽으로 송전탑이 이어지는 힘찬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 능선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오른쪽 마루금을 바라본다. 능선 오른쪽으로 머그뱅이골이 내려다보인다. 1시 19분, 안부로 내려서서, 가야할 봉우리를 올려다보고, 1시 26분,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활짝 꺾어 내린다.

당당해 보이는 왼쪽 능선

부드럽게 이어지는 마루금과 산골마을


1시 37분, 약 50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 급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7분 후, 약 47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왼쪽으로 장천제가, 오른쪽으로 산골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소슬 님이 지나가고, 부회장님이 그 뒤를 따른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용암산과 지나온 정맥 마루금이 유장하게 흐르고, 머그뱅이골이 눈 아래 가깝다.

머그뱅이골


1시 48분, 안부에 내려서고, 2시 3분, 나뭇가지에 가득 걸린 표지기들이 환영하는 378m봉에 오른다. 이제 예재까지 남은 거리는 약 2Km, 다소 아쉬운 감이 드는 거리다. 5분 후, 안부에 내려서고, 이어 어린 참나무 숲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낙엽이 발목까지 덮인다. 왼쪽 사면에 홍시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 혹시 떨어진 것이라도 있나 해서 가시덤불을 헤치고 감나무 아래까지 가보지만, 헛일이다. 나무가 너무 높아 올라갈 수도 없어, 밑동을 몇 차례 발로 차보지만 끄떡도 없다.

378m봉

부드럽게 이어지는 어린 참나무 숲길

산 사면의 홍시


2시 22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내리막길에서 장천저수지를 가깝게 보고,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오른쪽으로 편백나무 숲이 빽빽한데, 여자대원 세 사람이 숲을 향해 나란히 누워 기(氣)를 받고 있다. 조금 더 지나니 이번에는 멋진 향나무 단지가 이어진다.

가깝게 보는 장천 저수지

편백나무 숲

향나무 단지


거친 벌목지대를 거치고, 헬기장을 지나 숲을 빠져 나오니, 왼쪽에 29번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이어 임도로 내려서서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오른쪽으로 높다란 통신탑이 보인다. 2시 54분,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숲으로 들어서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2시 58분,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예재에 도착한다. 어김없이 회장님이 막걸리 잔을 들고 반갑게 마중을 나온다.

벌목지대

예재


찬 막걸리 두어 잔을 마시고 나니, 땀이 식으며,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서둘러 버스 안으로 들어가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는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3시 20분 경, 뒤풀이 장소인 화순 군청 앞의 단골집인 '철따라 맛 따라'로 향한다. 1인당 10,000원이면, 서민적인 남도음식과 식사, 그리고 하산 주를 양껏 즐길 수 있는 실비집이다.


오늘 뒤풀이는 BK 님이 쏜다. 젊고 힘이 넘치는 양반에게는 매 구간의 산행코스가 틀림없이 짧게 느껴질 터인데도 기꺼이 참여하고, 이처럼 뒤풀이 자리까지 마련하여, 우리들의 모임을 위해 기여한다. 참으로 고맙고 흐뭇한 일이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Contribution(기여)이라고 한다. 자기가 속한 소사이어티(Society)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8. 11. 2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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