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의 젖줄 동북호


2008년 9월 27일(토).

이달 두 번째 토요일인 지난 13일이 추석연휴라 무주공산에서 안내하는 호남정맥 산행을 쉬다보니, 네 번째 토요일인 오늘, 한 달 만에, 정다운 얼굴들을 본다. 무척 반갑다. 하지만 송 선배가 댁에 일이 있어 불참이고, 심산도 일본 홋카이도 산행 때문에 빠진다고 하니 아쉽다.


오늘산행코스는『둔병재(410m)-622.8m봉-어림고개(381m)-오산(687m)-593.6m봉-묘치고개(230m)』로 도상거리 약 8.5Km 정도의 짧은 구간이다. 보통은 둔병재에서 돗재까지 약 22Km를 한 구간으로 삼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산행으로는 무리임으로 과감하게 두 구간으로 나누게 된 것이다.


둔병재에서 622.8m봉까지의 고도차가 약 200m, 어림고개와 오산간의 고도차 약 300m 등 두 군데 오르막이 있고, 무성한 산죽 밭과 잡목지대가 다소 성가시기는 하지만, 10Km도 안 되는 오늘의 산행거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한껏 여유롭게 해주고, 안양산 휴양림을 지날 때의 상쾌함과 오산에서 굽어보는 맑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조망이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가을하늘

코스모스


설악산 대청봉에는 올해 첫얼음이 얼고, 산간벽지에는 서리가 내렸다는 보도다. 며칠 전만해도 여름 같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어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돌더니, 하루아침에 계절이 초겨울로 변하는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넓은 들녘의 논들은 서서히 색깔을 바꾸고 있는 중이지만, 산위에서 보는, 산골짜기의 층계 논은 완연한 황금빛이다.

차창을 통해 본 논

산골짜기의 계단식 논


탄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10시 55분 경,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고모들이 산림문화 휴양관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다른 때와 달리 마음에 여유가 생긴 대원들이 한담을 나누며 기다리다, 이윽고 출렁다리로 향한다.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5)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11:00) 산행시작-(11:03) 출렁다리-(11:11) 정자-(11:15) 갈림길, 직진-(11:21) 산죽 밭-(11:28) 전망바위-(11:47) 622.8m봉-(11:54) 갈림길, 좌 내림-(12:01) 해주최씨 합장묘-(12:05) 임도/우측 산길-(12:11) 송전탑-(12:18~12:49) 광산김씨 가족묘역/중식-(12:52) 대밭-(12:55) 마을입구-(12:57) 어림고개-(13:06) 갈림길, 좌-(13:14) 560m봉-(13:15) 오른쪽 급 내림-(13:23) T자, 좌-(13:25) 봉, 우-(13:28) 임도-(13:41) 임도-(13:45) 억새능선-(13:48) 왼쪽 산길-(13:53~14:10) 오산 정상-(14:13) 통신탑 봉-(14:23) 헬기장-(14:41) 왼쪽 내리막-(14:44) 산죽 밭-(14:47) 안부갈림길, 좌-(14:52) 봉-(14:53) 임도-(14:55) 갈림길, 우-(15:02) 592.2m봉-(15:10) 안부-(15:11) 임도-(15:17) 묘 1기-(15:23) 능선분기, 우-(15:32) 묘역-(15:39) 묘치고개』중식 31분 포함, 총 4시간 3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출렁다리가 제법 출렁댄다. 출렁거리는 것이 재미있어 동심에 빠진 대원들이 발을 구르며 건넌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지나고, 편백나무 산책로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속의 공기가 코끝에 상큼하다. 11시 11분, 정자에 올라 우람한 안양산을 바라본다.

출렁다리

표고버섯 재배단지

안양류양림 편백나무 산책로 안내도

임도 건너 산책로

정자에서 본 안양산


11시 15분, 갈림길에 이른다. 휴양림 산책로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마루금은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하지만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마루금은 여전히 산책로다. 무성한 산죽 밭이 이어지고, 잠시 암릉을 거쳐, 11시 28분, 전망바위에 서서, 산골짜기의 귤동마을을 굽어보고, 멀리 화순방향을 조망한다.

산책로 버리고 직진하여 오르막 능선으로

귤동마을

화순방향

서쪽 조망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린다. 등산로 주변에 도토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중국산 도토리가 아닌, 진짜배기 토종 도토리를 주워 담느라고 고모들이 정신이 없다. 다시 산죽 밭을 지나고, 11시 47분, 622.8m봉에 오른다. 고맙게도 선두가 삼각점 주변을 깨끗이 정돈해 놓았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여, 오산이 가깝게 보인다. 휴양림을 거치고, 산죽 밭을 지나는 가하면,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즐기느라, 약 200m의 고도차를 힘든 줄도 모르고 거뜬하게오른 것이다.

산죽 밭

622.8m봉

삼각점

오산 방향의 조망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1시 54분, 억새가 가득한 너른 공터를 지나고,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개 짖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잘못하여 하산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한동안 내려서지만, 방향은 맞는다. 4분 후, 첫 번째 해주 최씨 묘를 지나고, 이어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오른다, 12시 1분, 석상과 묘비를 제대로 갖춘 두 번째 해주 최씨 합장묘를 지난다. 묘 뒤로 보이는 지나온 능선 위의 가을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고

해주 최씨 합장묘


12시 5분, 임도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오른쪽 나뭇가지에 요란하게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이어 등산로는 잡목넝쿨 속으로 숨어 송전탑을 지나더니, 다시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임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산로


12시 18분, 어림고개 직전, 광산 김씨 가족묘에 이른다. 장군님을 비롯한 대원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오산에 올라 식사를 할 생각이었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합석을 한다. 술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고 점심식사를 한다. 고모들이 모인 곳에는 언제고 먹거리가 풍성하다. 염치없이 이것저것 얻어먹는다. 이윽고 후미그룹이 도착하여 합석하니, 점심상은 더욱 더 커지고 은성해진다. 즐거운 점심시간 30여분이 후딱 지나간다.

묘역에서 식사하는 대원들

광산 김씨 가족묘

묘역에서 본 오산


12시 49분, 점심 뒷자리를 정리하고 모두 함께 가족묘를 내려선다. 밤나무 숲을지난다. 이번에는 알밤을 줍느라 모두가 바쁘다. 울창한 대밭을 지나,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어림마을 입구에 내려선다. '만지맥'이란 돌 표지가 눈길을 끌고, 무등산이 모습을 보인다. 12시 57분, 어림고개 아스팔트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대밭

마을입구 돌 표지

무등산

어림고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접어들고, 1시 14분, 560m봉에 오른다. 급 오르막이 끝나고 잠시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확 꺾어져 내리더니,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임도를 건넌다. 나지막한 능선이 임도를 왼쪽에 끼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1시 41분, 다시 임도를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면에 오산의 암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560m봉

임도를 건너고

오산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넓은 억새능선에 오른다. 스치는 바람결에 은빛이 일렁이고. 왼쪽으로 안양산과 무등산이 장엄하다. 무념무상(無念無想),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다. 한 동안 넋을 잃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어 넓은 길을 오른쪽으로 따라 걷다,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암봉에 오른다. 오산 정상(687m)이다. 암봉이 1m 정도 폭으로 갈라져 뜀바위를 만들었다. 건너편 너른 암반에 대원들이 모여앉아 탁 트인 조망을 즐기고 있다.

억새능선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오산 정상은 아무 표시도 없는 너른 암반이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조망이 압권이다. 북서쪽으로 안양산과 무등산이 가깝고, 동쪽으로 동북호가 시원한데, 그 뒤로 옹성산(572.8m)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그 뿐인가? 북동쪽으로 산 넘어 산 그 넘어 또 산 뒤로 아련하게 하늘 금을 긋고 있는 것은 지리산 군으로 들어서는 백두대간 줄기가 분명하고, 서쪽으로는 안심제(安心提)와 산골 갈두마을이 그림 같이 펼쳐져 있다. 

안양산과 무등산

동북호와 웅성산

산 넘어 산 뒤 백두대간 마루금

안심제와 갈두마을


너른 암반 위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윽고 다시 일행들이 도착한다. 아쉽지만 방을 빼고, 암반을 내려서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통신탑으로 향한다. 다시 억새밭을 지나고, 너른 공터를 거쳐, 통신탑 뒤 암봉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본 후 암릉을 내려선다.

통신탑이 있는 암봉


부드럽고 순탄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2시 23분, 헬기장을 지나며 파란 가을하늘을 우러러본다. 부드러운 산길을 걸으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산과 무등산을 카메라에 담고, 2시 41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 내리막으로 급하게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산죽 밭과 잡목 숲으로 가볍게 오르내리더니, 2시 53분, 임도로 내려선다.

오산과 무등산


약 2분 정도,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고, 3시 2분, 592.2m봉에서 직진하여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에는 길게 로프가 매어져 있다. 이어 안부에 내려서서, 능선을 버리고, 왼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아마도 능선을 우회하는 우회로 같은데, 잡목과 넝쿨사이로 이어지는 임도가 별로 편한 길도 못되는 데 구지 우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592.2m봉


이윽고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능선길로 들어서고, 3시 17분, 묘 1기를 지난 후, 능선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3시 32분, 커다란 묘 3기가 있는 묘역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리더니, 저 아래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3시 39분, 묘치고개에 내려선다.

묘치고개 교통표지판

묘치고개

돌 표지


어김없이 회장님이 막걸리 병을 들고 마중을 나온다. 이처럼 따듯하게 하산하는 대원들을 맞아 주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막걸리에 시원한 물김치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오늘은 남 교수님이 회갑을 자축하여 뒤풀이 장소를 따로 마련하고 한방 쏜다고 한다. 

 

무주공산에는 부부가 동반하여 산행하는 분들이 많다. 외톨이로 참여하는 대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다복한 분들이다. 남 교수님은 오늘 막내 아드님을 동반하고 산행을 한다. 요즘에도 부모 따라 함께 산행하는 다 큰 자녀가 있다니..., 남 교수는 또 얼마나 행복한 분이신가?


이윽고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모두들 술잔을 높이 들어 축하를 하고, 환한 얼굴로 축하를 받는 즐거운 자리가 무르익는다.

 


(2008. 9. 2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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