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죽터널


2008년 11월 12일(수).

민박집 '알프스 산장'에서 숙면을 한 후,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산속이라 오싹 춥다. 하지만 코끝에 감도는 차고 냉한 공기가 맑고 투명하여 기분은 더 없이 상쾌하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슈퍼에 들러 점심 때 빵과 함께 마실 우유를 사 들고 돌아온다.


아침 식사 후, 주인아저씨는 아침부터 바쁜지, 아주머니가 타이탄 트럭을 몰고, 우리들을 신선봉 터널입구까지 태워다준다. 비록 하룻밤 묵은 민박집이지만 막상 헤어지려니 섭섭한 느낌이 든다. 오늘코스는 『묵계치(825m/1.5Km)-고운동재(820/5Km)-길마재(480/3,7Km)-양이터재(500/3.9Km』)-돌고지재(294m)』마루금 도상거리 약 14.1Km에 들머리 약 1.3Km, 합계 15.4Km 정도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8:18) 삼신봉 터널입구/산행시작-(08:30) 등산로 입구-(08:51~08:55) 묵계치-(08:57) 산죽터널 시작-(09:36) 산죽지대 끝-(09:38) 묘 1기/공터-(09:45) 안부-(09;48) 안부-(09:51~09:52) 고운동재-(10:15) 902m봉 오른쪽 우회-(10:31) 안부-(10:36) 870m봉-(10:43) 묘 1기-(10:44) 봉, 왼쪽 우회-(11:16) 798m봉-(11:26) 안부-(11:49) 790.4m봉-(11:56) 능선안부-(12:03) 766m봉-(12:25) 오천박씨 묘-(12:27) 길마재-(12:43) 555m봉/산불초소-(12:45~13:05) 중식-(13:21) 중식-(13:14) 고인돌 바위-(13:44) 565m봉-(13:48) 능선안부-(13:58) 565.2m봉/칠중대고지-(14:11) 584m봉, 좌-(14:16) 565m봉, 좌-(14:19~14:25) 양이터재-(14:43) T자, 우-(14:54) 645m봉, 우-(14:59) 바위봉-(15;08) T자, 우-(15:23) 665.8m봉, 좌-(15:31) 안부, 직진-(15:40) T자, 우-(15:42) 652m봉-(15:54) 능선안부-(16:11) 봉-(16:22) 묘 2기-(16:23) 안부, 직진-(16:33) 산판길-(16:35) 묘 10여기-(16:38) 225m봉-(17:00) 돌고지재-(17:50) 연화산장』들머리 33분, 중식 20분, 마루금 7시간 49분 , 날머리 50분, 총 9시간 3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8시 18분, 민박집 아주머니와 작별을 하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 등산로 입구, 별장에서 지리산 주능선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우람한 지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8시 30분, 등산로로 진입하여, 8시 51분, 서리가 하얗게 내린 묵계치에 오른다.

들머리를 오르다 본 지리산 지능선

등산로 입구

서리 내린 묵계치


하얀 무서리를 밟으며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악명 높은 산죽지대로 진입한다. 키를 넘는 산죽 밭 사이로, 사람 하나가 통행할 수 있는 터널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터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구간 통과는 불가능할 듯싶다. 오랜 세월을 두고 점차 정비되면서 지금 같은 터널이 뚫렸겠지만, 처음 이런 터널을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하다. 나무꾼일까?, 약초꾼인가? 아니면 심마니인가? 

무서리가 내린 잡목 숲길

산죽터널


터널길이 오르내린다. 지옥의 길이라고 표현한 선답자들도 있지만, 모자를 앞으로 깊게 눌러 쓰고 허리를 숙이고 통과하면 견딜만하다. 작은 봉우리 서 너 개를 넘고, 커다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이런 산죽터널은 내림 길보다는 오름길이 어렵고, 오름길보다는 사면길이 더 어렵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내리막길에 이르러 비로소 산죽터널을 벗어나 등산로는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더니, 09시 38분, 묘가 있는 너른 공터로 나온다.

터널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고

무덤이 있는 공터


다시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고, 9시 51분,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고운동치에 이른다. 고운동치에서부터 지리산국립공원이 시작되어서인지, '국립공원내 샛길출입금지 공고', '입산통제안내' 등 철책에 붙은 경고문들이 삼엄하다.

고운동치

각종 계시문

입산통제 안내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작은 봉우리에 서니,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902m봉이 우뚝하고, 왼쪽으로 상부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다시 산죽 밭이 나타난다. 하지만 누군가가 등산로를 정비한 모양이다. 산죽을 베어낸 흔적이 뚜렷하다. 이어 902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10시 15분, 본 능선으로 진입한 후, 안부를 지나, 87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902m봉

잘 정비된 산죽밭길

870m봉


10시 43분, 묘가 있는 너른 공터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죽 밭을 지나, 11시 16분, 전망 좋은 798m봉에서 주위를 조망한다. 맑은 가을 날씨라 원거리 조망에 막힘이 없다. 조금 전에 우회한 암봉을 비롯하여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리산 주능선과 천왕봉이 이제는 제법 멀리 보인다.

우회한 암봉

지나온 능선

멀어진 지리산 주능선과 천왕봉


11시 26분, 안부를 지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바위가 있는 봉우리에서 지나온 능선을 다시 돌아본다. 이어 산죽 밭을 지나고, 11시 49분, 삼각점이 있는 790.4m봉에 오르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11시 58분, 능선안부에 내려섰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남동쪽으로 가야할 봉우리를 보고, 12시 3분, 766m봉에 올라선 후,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지나온 능선

790.4m봉 삼각점

766m봉


12시 25분, 오천박씨 합장묘를 지나고, 2분 후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길마재에 이른다. 도로를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220도 방향으로 하동호를 내려다보고, 100도 방향으로 궁항리를 굽어본 후, 12시 43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555m봉에 오른다. 외롭게 근무 중이던 아저씨가 반갑게 우리들을 맞는다. 오늘 산중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길마재

하동호

궁항리 산골마을

산불감시초소


봉우리를 내려서서 길가 그늘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산악회의 안내를 받지 않고 개별산행을 할 때의 장점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여유를 갖고 즐기는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술 한 잔씩을 나누고, 빵과 과일로 식사를 하면서, 20여 분 동안 여유 있게 즐긴 후, 완만한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내려, 호젓한 능선안부를 지나고, 한동안 평탄한 산책길을 걷다, 오르막길에서 흡사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를 본다.

능선 안부를 지나 산책길을 걷고

고인돌처럼 생긴 바위


가파른 산죽길이 이어진다. 1시 44분, 고도 약 565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내려선 후, 1시 58분, 칠중대고지라고 불리는 565.2m봉에 오른다.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이 모처럼 만나는 산객들을 반긴다.

가파른 산죽 밭을 오르고

칠중대고지, 565.2m봉


2시 11분, 584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5분 후, 고도 약 565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달려내려, 2시 19분, 임도가 지나가는 양이터재에 이른다. '98 임도시설' 돌표지가 보인다. 임도에 배낭을 벗어 놓고, 느슨해진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 후, 2시 25분, 표지기들이 걸린 산길로 들어선다.

584m봉

임도

'98 임도시설' 돌표지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2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에 커다란 봉우리가 보이지만, 마루금은 이를 비껴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2시 54분, 고도 645m의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바위 몇 개가 보이는 봉우리를 지나고, 억새가 무성한 오르막길을 올라,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북동쪽으로 내화산 방향을 조망하고 뒤돌아 지나온 능선과 멀리 천왕봉을 바라본다.

바위가 있는 봉우리

내화산 방향의조망

지나온 능선


3시 23분, 능선 분기봉인 665.8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면서 남서쪽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안부에서 직진 한 후,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60도 방향으로 골짜기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3시 42분, 652m봉에 올라 오른쪽 가파른 암릉길로 내려선다.

665.8m봉

가야할 능선

60도 방향의 조망

652m봉


3시 34분, 능선 안부에 내려섰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정남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억새가 무성한 안부를 지나 거친 잡목 숲을 헤치며 진행한다. 등산로 곳곳에 고사목들이 쓰러져 있다. 4시 11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린 봉우리를 넘고, 이어 황폐한 묘2기를 지난다.

억새와 거친 잡목 숲

길을 막는 고사목

표지기들이 요란한 봉우리

봉우리에서 본 동남방향 조망


4시 23분,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부드러운 산판 길을 걷는다. 4시 33분, 오른쪽에 표지기가 보이고, 11번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직진하여 10여기의 묘가 있는 묘역을 지나, 4시 38분, 삼각점과 안내판이 있는 고도 약225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 후,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산판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11번 도로

225m봉


석양에 붉은 빛을 띤 억새밭을 지나, 왼쪽으로 내일 지나야할 능선을 바라보며 임도를 걷는다. 오른쪽 철조망 너머로 11번 도로가 따라 온다. 임도가 잘 손질 된 묘역 앞에서 왼쪽으로 굽어진다. 잠시 임도를 벗어나 묘역에 서서 내일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다시 임도로 돌아와 이를 따라 내리다, 임도가 왼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오른쪽 대나무 밭 사이로 들어서고, 5시, 횡천면 경계 표지판이 보이는 돌고지재에 내려선다.

석양 속의 억새 밭

가야할 능선

돌고지재


돌고지재는 삼거리다. 69번 도로가 남북으로 달리고, 11번 도로가 동쪽으로 이어진다. 삼거리 잔디밭에 수준점이 보인다. 예약한 민박집에 전화를 하여 위치를 확인하고, 약 3Km 정도 떨어져 있는 윗안양 마을을 향해 11번 도로를 따라 오른다.

돌고지고개의 수준점


 민박집 가다 본 남쪽 조망

 

5시 50분, 11번 도로변에 있는 '연화산장'에 도착한다. 규모가 큰 산장이다. 시즌이 아니라 별채로 떨어져 있는 숙소는 운영을 하지 않는지, 음식을 파는 작은 방으로 안내를 한다. 교자상이 3개가 포개져 있고, 화장실도 없다. 숙박비는 30,000원이다. 어제의 민박집과는 천양지판이다.


샤워는 어디서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예약은 받았지만 온다는 보장이 없어, 돌고지재에서 건 전화를 받은 후에야 불을 때기 시작했으니, 식사를 먼저하고, 더운 물이 나오면 샤워를 하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올해 52살인 아주머니가 일꾼 두 사람을 데리고,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그리됐다며, 예약을 했더라도 하루 전에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요령을 알려준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 보니 무책임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뭇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많이 지친 모양이다. '연화산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득한 민박 예약요령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차편 제공 여부

- 실내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는지의 확인

- 숙박비

- 식사가능 여부

- 숙박 하루 전의 예약확인


(2008. 11.17.)



영심 at 03/09/2012 02:22 pm comment

선배님 다이아입니다.낼부터 낙남정맥 들어가는데 선배님 산행기 답사하고 갑니다.늘 건강하시지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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