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南正脈은 이름 그대로 낙동강 남쪽을 달리는 산줄기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하여 하동, 진주, 함안, 마산, 창원을 지나 김해의 낙동강 하류인 매리마을에서 그 맥을 다 한다. 도상거리 약 228Km, 실제거리는 300Km가 넘는다.


지리산 군을 제외하고는 함안의 여항산(770)이 최고봉이 될 정도로 대부분 낮은 산으로 이어지지만 산줄기가 남해바다와 가까워 시종 탁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의 영신봉, 삼신봉과 실봉산, 무선산, 봉대산, 양전산, 백운산, 대곡산, 무량산, 성치산, 용암산, 깃대봉, 여항산, 서북산, 광려산, 대산, 무학산, 천주산, 정병산, 비음산, 대암산, 용지봉, 황새봉, 신어산, 동신어산 등이 주요 산이다.


2008년 1월 8일(화).

"화요맥"에서 낙남정맥을 매월 2째, 4째 화요일에 당일산행으로 안내한다. 이동거리가 멀어 수도권의 산악회들이 무박으로 안내하던 곳을 화요맥이 당일산행으로 시도하는 그 첫 날이다. 코스는 거림에서 출발, 영신봉에 오르고, 한벗샘 근처에서 거림골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남부능선에 생각보다 눈이 없고, 대원들의 진행속도가 빨라, 도중에 계획을 수정, 삼신봉을 거쳐 청학동으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7.5Km, 들머리 약 6.5km, 날머리 약 2km, 합계 약 16Km이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 아무리 당일산행을 한다고 하지만, 이런 구간은 무박으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첫날 참여인원은 18명. 화요맥의 기존대원 8명에, 새로 참여한 대원 10명으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홍보가 덜 되어서인지, 예상외로 참여 인원수가 적다. 낙남정맥의 도상거리가 약 228m정도이니, 전체를 당일로 산행할 경우에는 20회 정도의 산행 횟수가 필요하고, 따라서 총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터인데 출발부터 인원수가 적어 걱정이다.


7시, 선능역에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시내의 경유지를 모두 거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대전을 지나 인삼랜드에서 약 20분 간 정차한 후, 단성 IC에서 20번 국도로 내려서고. 지방도로를 거쳐, 11시34분, 거림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4) 거림도착/산행-(11:38) 이정표<세석대피소 6km>-(11:42) 매표소-(12;03)이정표<세석 4.7Km>-(12:26) 이정표<세석 3.6Km>-(12:39)천팔교-(12:48) 북해도교-(12;49) 이정표<세석 2.8Km>-(13:12) 이정표<세석 2.1Km>-(13:31~13:36) 전망바위-(13:43) 세석교-(14:01) 의신마을 갈림길-(14:10~14:32)세석대피소/중식-(14:25) 영신봉 이정표-(14:50~14:55)영신봉 정상-(15:00) 헬기장-(15:14~15:16) 전망바위-(15:41) 돌 제단-(15:42) 음양수-(15:57) 이정표<청학동 8.3Km>-(16:07) 대성동 갈림길-(16:16) 선바위우회-(16:19) 이정표<청학동 7.3Km>-(16;23) 석문-(16:44) 이정표<청학동 6.7Km>-(17:01) 이정표<청학동 6.1Km>-(17:01) 헬기장-(17:22) 한벗샘 갈림길-(17:35) 이정표<청학동 4.5Km>-(18:30) 추모비-(18:32~18:34) 삼신봉 정상-(18:41) 이정표<청학동 2.5Km>-(18:51) 이정표<청학동 2.0Km>-(19:44) 매표소』들머리 2시간 54분, 중식 22분, 마루금 4시간 1분, 날머리 53분, 총 8시간 1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려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음식점들이 늘어선 좁은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지만 안개가 걷혀, 가까운 곳의 조망을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다. 게다가 바람도 없는 푸근한 날씨라, 같이 걷던 류 회장이 혼잣말을 한다. "안개가 잔뜩 낀 서울 날씨만 보고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네." 류 회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69세다. 외로움을 타는 모양이다. 혼잣소리를 자주한다.

거림도착 산행시작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도상거리로 약 6km이다. 계곡을 끼고 돌 많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이 지역에는 최근에 눈이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 등산로에는 눈 흔적도 없고,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에는 녹다 남은 눈이 희끗희끗 보인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는 돌길 주변에 산죽이 무성하고, 오른쪽 산비탈에는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이 기운차다.

이정표

매표소

돌길 & 산죽길


대원들은 모두 앞서 사라지고, 후미로 쳐져 쉬지 않고 꾸준히 걷는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는 이런 곳을 묵묵히 혼자 걷다보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문자 그대로 무념무상(無念無想), 아무생각 없이 뚜벅뚜벅 걸을 뿐이다. 푹한 날씨지만 계곡의 밤은 추운 모양이다. 냇가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계곡의 고드름


천팔교(1014m)를 지나면서 해발고도는 1000m를 넘어서고, 북해도교를 지나자 계곡이 오른쪽으로 바뀌며,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의 훼손을 막기 위해 통나무와 자연석을 이용하여 잘 정비한 등산로가 눈길을 끈다. 거림 매표소에서 이곳까지는 3.2Km로, 1시간 7분 만에 올랐으니, 비록 후미로 쳐지기는 했지만 결코 느린 걸음은 아니다.

북해도교

잘 정비된 등산로


1시 32분, '남해 삼천포를 찾아보세요.'라는 안내판이 있는 전망바위에 서서 남부능선의 흐름과 삼신봉, 외삼신봉, 내삼신봉 등을 확인한다. 멋진 조망이다. 이어 세석교를 지나고, 얼어붙은 눈길을 걸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세석 대피소로 향한다.

전망대에서 본 남부능선과 외삼신봉, 삼신봉, 내삼신봉

남부능선과 선바위

세석교

눈길 & 산죽길

의신마을 갈림길


눈 덮인 평탄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2시 10분, 세석대피소에 오른다. 매표소에서부터 2시간 28분이 걸렸고, 후반 2.8Km는 시간당 약 2.3Km의 속도로 올랐으니 산행속도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대피소에서 빵으로 식사를 하며 류 회장과 김 사장을 기다린다. 이윽고 이들이 도착하여 함께 식사를 한 후 2시 32분, 영신봉으로 향한다.

세석 대피소 이정표

대피소에서 본 세석평전

영신봉

천황봉

지리산 주능선 길


2시 45분, 영신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 이른다. 서쪽으로 보이는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황량한 영신봉으로 오른다. 2시 56분, 영신봉 정상에서 천황봉, 촛대봉, 그리고 가야할 남부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로프를 넘어 3시에 헬기장에 이른다. 휴식년제 출입금지판이 땅에 떨어져 있다.

영신봉 정상

영신봉에서 본 촛대봉

가야할 정맥 흐름

헬기장


휴식년제가 실시되는 지역이라 길이 없다. 선두의 발자국을 따라 남부능선을 내려선다. 눈 덮인 산죽밭지대와 잡목 숲 사이로 발자국이 이어진다. 3시 14분, 전망바위에 선다. 우뚝 선 바위 옆으로 반야봉이 아름답다.

눈 덮인 산죽 밭

전망바위에서 본 동쪽 조망

남쪽조망

남서쪽으로 보이는 칼날능선


내리막이 계속이어 진다. 3시가 넘었지만, 하산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후미의 세 사람은 서둘지 않고 주위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듯 유유히 걷는다. 제단인지 돌을 쌓아놓은 곳을 지나고, 3시 42분, 음양수에 이른다. 커다란 바위 아래에서 물이 솟는 모양인데 물이 깨끗해 보이질 않는다.

제단인가?

 

음양수


평탄한 산죽길이 이어진다. 등산로의 눈도 엷어 보행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청학동 8.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좌우로 시야가 트여, 촛대봉과 반야봉을 카메라에 담고, 4시 7분 이정표가 있는 대성동 갈림길을 지난다.

탄탄대로 남부능선

촛대봉 방향

반야봉 방향

대성동 갈림길


4시 16분, 뾰족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선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4분 23분 석문을 통과한다. 이제 한벗샘 갈림길까지는 약 1,8km가 남았으니 일몰 전에 하산을 완료하려면 서둘러야겠다고 비로소 걸음을 재촉한다. 4시 28분, 전망바위에 올라 가야할 능선을 다시 굽어보고, 5시 7분, 통신탑과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여 선두대장에게 하산지점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해보지만 불통이다.

석문바위

가야할 능선- 외삼신봉(좌), 삼신봉(중앙), 내 삼신봉

헬기장


화요맥에는 아직 후미대장이 없다. 후미대장이 없는 산악회 운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다행히 산행경험이 풍부한 류 회장이 자청하여 후미를 든든하게 받혀주어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래도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선두와 후미와의 의사소통 문제다. 무전기가 없더라도, 지금처럼 전화불통 지역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무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겠지만,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선두가 요소요소에 종이표지판을 깔아 놓고 진행하여, 후미에게 선두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오늘 같은 경우에도 선두가 헬기장에 '청학동 하산/ X시 X분 통과' 라고 적은 종이표지판을 깔아 놓았다면, 후미는 하산지점의 변경 내용과 선두와의 시간차를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다섯 시가 넘었다. 후미 세 사람은 헤드랜턴을 점검하고 준비한다. 5시 22분, 한벗샘 갈림길에 이른다, 산악회 표지기가 한벗샘 방향이 아닌, 직진방향에 걸려 있다. 이를 보고 비로소 산행계획이 변경되어 청학동으로 하산한다는 사실을 짐작한다. 청학동까지 남은 거리는 5,2Km, 길이 이정도로 좋고, 밝은 날이라면 2시간 정도면 충분 하겠지만, 어둠 속에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짐작키 어렵다.

한벗샘 삼거리 이정표


이미 사방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 세 사람은 뛰듯이 달린다. 5시 35분, 청학동 4.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날 때 날은 이미 캄캄해져 헤드랜턴을 켠다. 6시 30분, 추모비를 지나고, 6시 32분, 삼신봉 정상(1284m)에 오른다.

추모비

삼신봉 정상

 

삼신봉의 암봉을 되돌아 내려서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6시 41분, 청학동 2.5Km를 알리는 이정표을 지나고, 10분 후 청학동 2.0Km 이정표를 지나 돌 많은 계곡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7시 44분, 매표소를 지나고, 삼신산 안내석을 카메라에 담은 후, 왼쪽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정표

삼신산 안내석


8시가 넘어서야 겨우 버스에 이르고, 8시 1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11시 45분 경, 지하철 5호선 강동역에 도착한다.


(2008. 1.1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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