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저수지 변 벚꽃 길(크릭하면 사진 커짐)

 

봄이 한창이다. 화사한 햇살 아래,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은 절정기를 지났고, 지금은 벚꽃이 한껏 봄을 치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처럼 좋은 계절에 집사람은 여전히 방콕이다. 일주일에 3, 100여 미터 떨어진 헬스클럽에 가고, 2~3일에 한 번, 300여 미터쯤 떨어진 동네마트에 들르는 것이 고작이다. 그 외에는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좋은 계절이니 바람이나 쏘이러 나가자고 해도 별무반응이다. 몇 년 전만해도 벚꽃이 만개할 때면 앞집 아줌마가 집 사람과 또 다른 동네 아줌마를 데리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을 드라이브하면서 봄나들이를 하고는 했지만, 앞집 아줌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집사람의 유일한 봄나들이도 그것으로 끝이고, 벚꽃이 한창일 무렵이면, 앞집 아줌마와 함께 벚꽃구경 갔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지난 12, 아침식사를 하면서, 내일 벚꽃구경을 하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을 둘러보자고 이야기를 꺼내냈더니 신통하게도 반응을 보인다. 집사람은 저혈압기가 있어 남들이 다 하는 운전도 배우기를 포기 했으면서도 내가 운전하는 차는 좀처럼 타려하지 않기 때문에, 실로 오랜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 신통하지 않은가?

 

나는 1970년도 초에 운전면허를 땄다. 당시 회사에서 초급관리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운전면허를 따라고, 회사비용으로, 일과 후 한 달 간, 운전교습소에 보내준 적이 있었다. 이 때 함께 교습은 받은 30여 명 중에서, 첫 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둘 뿐이었는데, 그중에 내가 하나였으니, 운전감각은 남에게 크게 빠지지 않는 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랫동안 차가 없었으니 운전면허는 무용지물이 되고, 이후 승진하여 임원이 된 후, 회사 차가 배정됐으나, 기사가 딸리다 보니, 직접 운전할 기회가 많지 않아, 집사람은 내 운전솜씨가 불안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게다가 차가 밀리게 되면 잠자코 기다릴 줄 모르고, 성급한 반응을 보이며, 열을 내는 내 거친 운전매너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다.

 

2017413()

아침식사를 하면서 몇 시에 출발할까? 물으니, 9시 반에 출발하자고 한다. 엊저녁 과천에서 식사할 만 한 곳 2곳을 골라 놓은 바가 있어서, 미술관도 들렀다, 점심을 먹고 귀가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그쪽에는 먹을 만한 곳이 없으니, 동네로 와서 식사를 하자고 한마디로 거부한다.

 

930, 네비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오랜만에 차를 몰고 나온다. 나는 거의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차를 쓸 일이 없어, 차는 주로 집사람이 아들 녀석을 데리고 이마트나, 코스트코를 다녀오는데 쓰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1년에 1,000Km도 못 뛰는 실정이다.

 

나는 집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운전이 서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운전은 교통신호를 지키고, 앞차를 따라 흐르듯이 달리는 것이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하는 드라이브이다 보니 무척 신경이 쓰인다. 운전매너에도 신경을 쓴다. 차가 막힌다고 툴툴거리지도 않고, 깜박이도 키지 않고 끼어드는 차에 욕도 하지 않는다.

 

차는 언주로를 달리고, 47번 양재대로로 들어서서 과천으로 향한다. 양재사거리를 앞두고, 도로공사로, 차가 몹시 밀린다. 하지만 나는 라디오 음악소리에 귀를 기우리며 차분하게 기다고,  드디어 차는 정체구간을 벗어나 다시 시원하게 달린다.

 

전에 비해 길이 많이 변해 생소하다. 네비에 의존하여 서울대공원 권역으로 들어서서, 도로변의 벚꽃을 구경하며 미술관으로 향한다. 이 주변의 벚꽃은 아직은 좀 이른 편이다.

 

1025분 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집사람은 두어 차례 미술관 구경을 했다고 하지만, 나는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선다. 왼쪽 넓은 휴식공간에 튜립이 아름답고, 봄맞이 나온 여인들이 한가롭다. 우선 야외 전시장을 둘러본다.

  휴식 공간(크릭하면 사진 커짐)

 

 야외 전시장의 조각, 조승환 작, ‘-83-아리랑

 

 고정수 작, 자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폴란드, 안드레이작, 수레바퀴

 

 프랑스, 자비에르 베이앙 작 스틸 위에 붉은 페인트

 

 프랑스, 장 피에르 레이노 작, ‘붉은 화분

 

 일본, 쿠사마 야요이 작, 호박 FRP 위에 채색

 

미술관 입구로 들어선다. 평일 오전이다 보니 한적해서 좋다. 매표소에서 경로 티켓을 받고 안으로 들어서서 김남준의 다다익선(多多益善)’ 앞에 선다. 이야기도 듣고,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막상 실물을 대하고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과 함께 원형통로를 따라 오르며 이 작품을 차분히 살펴본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집사람

 

 매표소

 

 김남준 작, 다다익선 1

 

 다다익선 2

 

 다다익선 3

 

 다다익선 4

 

 다다익선 5

 

 안내문

 

아래 사진은 2층 기억의 공존, 아카이브 프로젝트실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다다익선모형도

 

 ‘다다익선안내문

 

원형통로를 끝까지 올라, 옥상 정원으로 나와서, 미술관 주위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는다. 북서쪽으로 관악산 줄기가 우람하고, 동남쪽으로는 청계산 만경대가 우뚝한데, 과천저수지 주변은 벚꽃이 한창이라,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이 점점이 보인다. 집사람도 이곳에 올라오기는 처음이라며,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옥상에 속이 상한 모양이다. ‘옥상 정원이라는 명칭은 옥상 전망대로 바꿔야한다고 일갈한다.

옥상정원에서 본 청계산 방향의 파노라마(크릭하면 사진 커짐)

 

 청계산줄기와 만경대

 

옥상 정원에서 원형통로로 들어와, 2층의 기억공존/아카이브 프로젝트원형전시실을 둘러본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30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시라고 한다. 아카이브(Archive)-어려운 단어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록 보관소/기록 보관소에 보관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기억의 공존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막계리 주민 170여 가구가 살던 곳

 

 문화공간 마스터플랜

 

 설계와 기공

 

 미술관 전경

 

 야외조각공원(크릭하면 사진 커짐)

 

 30년의 활동(크릭하면 사진 커짐)

 

 1990년대 주요전시 영상

 

 교육, 문화 프로그램

 

뜻 깊은 특별전시를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와, ‘송번수/50년의 무언극‘LESS0N Փ’(레슨 제로) 전시실을 둘러본다. 섬유공예가 겸 화가 송번수(베네딕토, 74, 홍대 미대) 명예교수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송 교수의 1970년대 초기 판화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100여 점을 전시했다고 한다. 618일 까지 전시한다.

   송번수/50년의 무언극

 

 송번수/50년의 무언극

 

송 교수는 지난 50여 년 동안, 판화태피스트리종이부조환경조형물 등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재난,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 캐도릭적 메시지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깔의 실을 사용해 손으로 짠 직물작품이다.

   조국의 여명

 

 이라크에서 온 편지

 

 뮤움-예술을 담은 창

 

 광화

 

 몽소공원

 

 푸른 가시

 

 상대성원리

 

 우주! 빛이 있으라

 

 미완의 면류관

 

 대피스트리 작품들

 

 전시실의 학생들과 인솔자

 

다음은 ‘LESS0N Փ’(레슨 제로) 전시실로 들어선다. 교육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하는데, 설명을 듣지 않고, 작품만 보고서는 이 작품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하여 참고로 작품을 찍은 사진 몇 점만 올려놓는다.

   ‘LESS0N Փ전시장 입구

 

 이완 작 우리가 되는 방법

 

 팡후이 작 블로썸 32

 

 팡후이 작 플로썸 26

 

 오형근 작 소녀 연기

 

12시가 가까운 시각, 전시관을 나와 밝은 햇살 아래에 서니, 미술관 입구 정원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에 앉으니, 배가 고프다. 집사람에게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자고 양해를 구한 후, 엊저녁에 검색해 두었던 오페라빈(광장로 14)과 과천초밥(별암동 1-18)을 가자고 네비에게 위치추적을 해 보라고 했더니 모른다는 대답이다.

  미술관 입구

 

네비가 오래된 고물이라서인지? 아니면 네비를 써 보지 않은 내 솜씨가 부실해서인지 몇 차례 시도를 해 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단념하고 집으로 향한다. 올 때는 1시간 정도 걸렸기에 양재 4거리에 이르러서는, 네비의 말을 듣지 않고, 고속도로로 들어선 후, 한남대교에서 올림픽대로 진입하여, 집근처의 식당, 무등산까지 35분에 주파한다. 네비보다 아직은 내 판단이 나은 것 같다. 무등산에서 뚝배기 불고기로 포식하고, 설렁탕 포장 2인분을 들고 귀가한다. 그러고 보니, 입맛에 맞는 단골식당을 찾자는 집사람의 주장 역시 현명하지 않은가?

 

 

(2017.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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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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