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6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12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피나무재-볕바위-대관령-왕거암-느지미재-대원사』로 낙동정맥 시작 후 처음으로 북진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3Km, 날머리의 실제거리는 약 8Km다.
주왕산 구간에 눈이 많이 쌓여, 지난번에 힘든 산행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무리한 산행이 강행된다. 그 때문인지 몇몇 고정멤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12시가 넘어 귀가하여, 집사람에게 핀잔을 들은 일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빠질까 생각도 해 봤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고, 나중에 땜방하느라 신경 쓰기도 귀찮아, 내키지는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를 한다.
역시나 무리한 산행이다. 9시간 30분 동안, 눈과 바람에 시달리고, 추위에 떨며, 최후미로 8시 42분 경 버스에 도착하고, 8시 50분경에 서울로 출발하여, 양재에 내리니, 1시가 넘었다. 정맥꾼들이야 각오한 일이겠지만, 주왕산을 간다고 멋모르고 따라나선 일반 참여자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겠다.
입춘이 지났지만, 늦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주왕산은 아침 최저기운이 -9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4도라고 하지만,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하루 종일 영하의 추운 날씨다. 30명 내외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1시 3분, '주왕산국립공원 안내', '출입금지', '수렵금지' 등의 표지판들이 요란한 피나무재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3) 피나무 재-(11:10) 산행시작-(11:17) T자, 우-(11:28) 국립공원 경계석-(11;44) 701.5m봉-(12:01) 암릉 왼쪽 우회-(12:04) 632.2m봉-(12:24) 능선분기봉, 좌-(12:45) 별바위 암봉 왼쪽 우회-(12:53~12:56) T자/통천문/전망바위-(13:05) 별바위 정상-(13:07~13:17) 간식-(13:33) 주산재 삼거리-(13:45) 절골 삼거리-(14:15) 봉(약 520m)-(14:39) 묘/새 묘석-(14:42) 능선 왼쪽 우회-(14:52) 묘-(14:55) 돌무더기/신술골 삼거리-(15:13) 묘-(15:32) 헬기장-(15:43) 봉(약 680m)-15:48) 봉(약 690m), 우-(16:03) 청련사 갈림길-(16:10) 갓바위 전망대 갈림길-(16:12) 갓바위 전망대-(16:14) 전망대 갈림길-(16:23) 바위 사이 내리막-(16:27) 안부-(16:30) 대관령 바위-(16:33) 능선 왼쪽 우회-(16:34) 모듬처-(16:38) 날등길-(16:53) T자, 우-(17:05) 능선 왼쪽 우회-(17:23) 왕거암 삼거리-(17:33) 왕거암-(17:39) 왕거암 삼거리-(17:57) 봉(약 695m)-(18:12) 갈림길, 좌-(18:14) 느지미재-(19:14) 큰골 입구-(20:42) 내원사 주차장』휴식 15분 포함, 총 9시간 3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피나무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8시 10분 경, 치악 휴게소에서 잠시 머물고, 이후 내쳐 달려 왔음으로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우선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급한 용무부터 해결한다. 용무를 마치고 산행차비를 하는데, 피나무재가 아닌 것 같으니, 다시 버스에 타라는 지시가 내린다.
피나무재 들머리
이상하다. 고도계의 고도도 480을 가리키고, 출입금지 팻말도 있겠다, 다음 구간에 지나야할 개구멍도 오른쪽에 보이는 걸 보면 틀림없이 피나무재인데... 대원들은 다시 버스에 오르고, 대장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확인을 한 후, 피나무재가 맞으니, 다시 내리라고 한다. 주위를 정비하느라고 누군가가 표지기들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다. 11시 10분, 비로소 산행이 시작된다.
시멘트 옹벽 위의 절개지는 남향이라 눈이 많이 녹았지만, 능선에 진입해 보니, 깊게 쌓인 눈은 여전하다. 11시 17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1시 28분, 국립공원 경계석을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세찬 바람에 시달리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눈 쌓인 좁은 능선
국립공원 경계석
11시 44분, 701.5m봉에 오르고 이어 눈 쌓인 길을 한동안 오르내린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눈 속에 깊게 패인 발자국을 따라 어기적어기적 걷자니, 힘은 힘대로 들고 속도는 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1월말 이 구간을 지나간 산악회가 있어 얼추 럿셀이 된 길이라, 체력이 좋은 선두그룹은 속도가 나는 모양이다. 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다음 구간으로 가야할 무포산이 (716.7m)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무포산 방향의 조망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좁은 능선을 지나, 암릉지대로 들어서자, 등산로는 이를 크게 왼쪽으로 우회한다. 12시 4분, 632.2m봉을 넘어서니,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별바위가 험상궂은 모습을 보인다. 바위가 높아 별을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별바위라 했다던가... 이어 바람이 거센 너른 설원을 지나고, 12시 24분, 능선 분기봉에 오르니 별바위가 바로 정면에 있다.
바람이 거센 설원을 지나고
가까이 본 별바위
능선 분기봉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별바위로 향한다. 작은 봉우리 하나을 넘고, 별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 안부로 내려선다. 왼쪽에 하얗게 눈이 덮인 주산지가 보인다. 12시 45분, 별바위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가 싶었는데, 앞선 사람들의 발자국이 오른쪽 가파른 사면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바위틈 사이로 난 암릉길이겠지만, 지금은 온통 눈으로 덮여, 발자국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고, 물기가 하나도 없는 눈이 몹시 미끄럽다. 나뭇가지를 잡으며 네 발로 기어오른다. 자칫 미끄러져 구르기라도 한다면 헬기를 불러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두 걸음 오르고 한번 미끄러지는 식으로 겨우 겨우 통천문이 있는 T자 능선에 오른다.
눈 덮인 주산지가 멀리 보인다.
통천문
능선 오른쪽은 전망바위고, 왼쪽은 별바위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우선 오른쪽의 전망바위에 오른다. 암봉 중턱쯤에 있는 전망대라 시야가 제한되는 것이 아쉽다. 바람이 거세어 사진 두어 장을 찍고 서둘러 내려선다. 눈이 없어 암봉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낙동 제1의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 되겠다.
전망바위에서 본 지나온 능선
왼쪽의 암봉 정상 -저 위를 올라 봤어야 하는 건데, 아쉽다.
다시 통천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미끄러지며 힘겹게 오른다. 1시 5분, 별바위 정상(745.2m)에 선다. 이곳까지 산행을 시작해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눈이 없으면, 1시간 20분이면 충분한 곳이라는데, 눈 때문에 1/3 정도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바람이 거세다. 좁은 정상에 삼각점이 있다지만, 눈에 묻혀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온 암봉을 카메라에 담은 후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주산재 삼거리로 향한다
별바위에서 굽어 본 암봉
좁은 능선길을 따라 내린다.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아래, 위태로운 비탈에서 대원들 한 무리가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간식을 들며 10여 분간 휴식을 취한 후, 동쪽을 향해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이어 좁을 능선길을 지나고, 1시 33분, 고도 약 635m 정도의 주산재 삼거리에 이르러, 별바위를 뒤돌아본 후,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우설령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계속 능선을 따르면, 영덕의 진산인 팔각산에 이르게 된다.
좁은 능선길을 걷고
뒤돌아 본 별바위
다시 눈 쌓인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45분, 절골 삼거리에 이르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멋진 봉우리가 보인다. 방향이나 생김새로 보아 주왕산이라고 짐작한다. 계속하여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린다. 심한 업 다운은 아니지만 눈 쌓인 길이라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2시 15분, 고도 약 52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멋진 능선을 보고, 평탄한 능선을 걸으며 오른쪽으로 달산면을 굽어본다.
안부 삼거리에서 본 주왕산 방향
520m봉에서 본 왼쪽 조망
능선에서 본 달산면 방향의 조망
2시 39분, 새 묘석이 놓여있는 묘를 지나고,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무덤 1기를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신술골 안부에 이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에 통과시간이 2시 5분으로 기재 되어있다. 현재시각이 2시 55분이니, 도상거리 약 8Km를 진행하는 사이에 선두에 50분이 뒤졌다는 이야기이다.
너른 안부
돌더미와 종이 표지판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묘 1기를 보고,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선 후, 3시 32분, 798m 헬기장 너른 봉우리에 오른다. 직진하여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고,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왼쪽으로 높은 봉우리를 보고, 왕거암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나중에 보니 진짜 왕거암은 그 능선 너머에 있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고, 4시 3분, 이정표가 있는 청련사 갈림길을 지난다.
묘 1기
798m 헬기장
왕거암으로 착각한 봉우리
청련사 갈림길 이정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4시 10분, 갓바위 전망대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전망대로 향하고, 2분 후, 전망대에 선다. 북동쪽과 동쪽으로 보이는 웅장한 산세가 장관이다. 전망대 오른쪽은 사유지니 출입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보이고, 밧줄이 처져있다. 4시 14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이정표가 가리키는 갓바위 쪽으로 진행한다.
갓바위 전망대에 걸린 현수막
전망대에서 본 20도 방향의 조망- 아래쪽에 갓바위가 보인다.
동쪽 조망
갈림길로 되돌아오고
앙상한 참나무 숲, 펑퍼짐한 눈 위로 외줄기 발자국이 이어진다. 4시 18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11시 방향이 주왕산, 2시 방향이 갓바위다. 갓바위까지 약 200m라고 하지만, 눈 때문에 갓바위에 오를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조망도 갓바위 전망대의 것과 오십보백보일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 채 막 바로 주왕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참나무 숲 설원의 눈길
갓바위 갈림길 이정표
4시 23분, 양쪽 바위사이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좁은 길을 지나, 너른 안부에 이르러 직진하고, 4시 30분 대관령 바위를 지나,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반갑게도 우회로에는 눈이 녹아 모처럼 낙엽을 밟고 지난다. 4시 34분, 텐트 자리를 지난다. 개념도에 표시된 모둠터가 아닌지 모르겠다. 이어 날등길을 걷는다. 오른쪽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이고, 절벽 아래로 웅장한 산세가 펼쳐있다.
대관령으로 떨어지는 바위사이의 내리막길
대관령 바위
눈 녹은 우회로
모음터인가?
날등길에서 본 오른쪽 조망 1
날등길에서 본 오른쪽 조망 2
4시 53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비로소 나뭇가지 사이로 왕거암이 가깝게 보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왕거암 삼거리로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잠시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미끄러운 눈길을 네발로 기어올라, 5시 23분, 왕거암 삼거리에 오른다, 선두가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이 양쪽으로 보인다. 왼쪽 왕거암 쪽에는 "왕거암 왕복 하세요" 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 느지미재 쪽에는 4시 30분이라고 통과 시간이 남겨져 있다.
가깝게 보이는 왕거암
되돌아 본 지나온 능선
왕거암 삼거리
잠시 망설인다. 선두가 4시 30분에 느지미재로 향했으니, 선두의 하산시간도 7시 30분경이 될 터이고, 그러면 어차피 12시 전에 서울 도착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약 250m 정도 떨어져 있는 최고봉인 왕거암(王居岩, 907.4m)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말이 않된다. 후미도 뒤에 있겠다, 설혹 최후미로 늦게 하산하여 눈총을 받더라도 할 수 없잖은가?"
눈 딱 감고 왕거암으로 향한다. 눈이 온 후에는 아마도 우리 대원들이 처음 지나 간 모양이다. 다져지지 않은 눈길이 무척 미끄럽다. 5시 33분, '왕이 살았던 바위' 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지만 눈에 덮여 보이지 않고, 정상에서 가메봉 쪽으로 향한 발자국도 없다. 주위의 나무에 가려 조망도 별로다. 사진 몇 장을 서둘러 찍고 삼거리로 향한다.
왕거암 정상, 발자국은 이곳에서 스톱이다.
정상 직전의 바위, 이 바위 때문에 왕거암인 모양이다.
왕거암에서 본 지는 해
5시 39분, 삼거리로 되돌아온다. 선두와 1시간 9분차이다. 이때까지 후미 팀은 만나지 못한다. 뒤 따라오나? 앞서 나갔나?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찌됐건 느지미재를 향해 눈 쌓인 급사면을 미끄러져 내린다. 5시 57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6시 14분, 느지미재에 도착하여 왼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삼거리에 선두가 남긴 하산표지
느지미재
골짜기로 내려서서 배낭을 벗어 놓고, 헤드랜턴 준비를 한 후, 두어 목음 남은 어한 주를 마시며 약 5분간 휴식을 취한다. 6시 26분, 지난번 하산지점을 통과하고, 어둑한 계곡을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빠르게 달려 내린다. 7시 14분, 큰골 입구 이정표를 지난다. 지난번에 이곳을 지난 시각이 5시 37분이었는데도, 서울에 도착하니 지하철이 끊겼었는데, 오늘은 그 때보다도 1시간 37분이 더 늦었다. 이처럼 무리한 산행을 강행하는 산악회의 배짱이 대단하다.
큰골이정표
8시 42분, 대원사 주차장 부근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하고, 8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1시 7분 양재에 내려 집에 도착하니 1시 20분이다. 잠자리에 든 집사람은 잠이 들었을 리 없을 터인데도 내다보지도 않는다.
(2008.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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