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능선

육봉능선


아름다운 신록의 달 5월. 바쁘게 지나다 보니, 신록다운 신록도 즐기지 못한 사이에, 어느덧 녹음이 짙어져버리더니. 6월에 접어들자,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어제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 토요일인 오늘도 30도를 웃돌겠다는 예보다. 이미 한여름이다.


이번 주말에는 이사회(二四會)의 산행계획이 없다. 선거일인 지난 수요일에 북한산 14성문을 종주하느라, 무더위 속에서, 9시간 이상 산행을 하더니, 회원들이 많이 지친 모양이다. 산악회들의 주말 산행계획을 훑어보아도, 적당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여 모처럼 자유로워 진 기회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관악산 팔봉능선을 타 보기로 한다. 팔봉능선으로 오르고, 육봉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2006년 6월 3일(토).

8시 40분 경, 배낭을 메고, 출근시간대에, 만원 전철에 오르려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바쁠 것도 없는 길이라, 30분이나, 한 시간쯤 늦추어도 별 지장이 없을 터인데도, 더워지기 전에 시작하겠다고 서두르는 스스로의 모습이 딱하다. 전철을 두 번씩이나 바꿔 타고, 서울대 입구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서니,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어느 버스를 타야하는지를 모르던 터라, 반갑게 줄 뒤로 다가 선다.


버스에 올라, 네 정거장인가를 지난 후, 버스가 서울대 정문 앞에 정차하자,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려 내린다. 뒤 따라 내린다. 관악산 오르는 길을 물을 필요도 없다. 배낭을 멘 사람들을 뒤따르면 된다. 길가에는 좌판을 벌린 장사꾼들이 늘어서 있다. 족발과 소주를 세트로 파는 사람, 등산복, 등산모 등 등산용품을 파는 사람, 김밥장수, 떡장수 등 없는 것이 없어 보인다. 9시 34분 경, 관악산 공원 정문 앞에 당도한다. 너른 광장은 인파로 가득하다. 자연학습을 나왔는지, 교사들이 인솔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관악산 공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4) 관악산 공원 입구-(9;54) 관악산 호수공원-(10:28) 제4 야영장-(10:48) 무너미고개-(11;08) 팔봉능선 초입-(11:27) 제1봉-(11:47) 제2봉-(11:55) 왕관바위-(12:06) 제3봉-(12:18) 제4봉-(12:24) 제5봉-(12:34~13:08) 제6봉, 중식-(13;28) 제 7봉-(13:48) 제8봉-(14:34) 국기봉-(15;02) 2봉-(15:42) 산불 감시탑-(16:11) 정부청사 거리』 중식시간 34분 포함, 총 6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공원입구로 들어선다.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 가 했더니, 매표소 안은 텅 비어 있다. 공원 안에서 줄을 지어 질서 있게 이동하는 초등학생들 행렬이 귀엽다.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관악산 안내도가 서 있고, 농촌생활 체험장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보인다. 학생들은 왼쪽 길로 들어서고, 배낭을 멘 등산객들은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등산객들을 뒤 따른다.

자연학습 나온 꼬마들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 길은 관악산 호수공원길, 오른쪽 시멘트 길은 제1 광장으로 이어진다. 관악산 개념도를 꺼내 본다. 팔봉능선을 오르려면 무넘이고개를 넘어야하는데, 호수공원길도 제4 야영장을 지나, 무너미고개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도 제2 광장을 지나 제4 야영장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지도상으로는 다소 우회하는 느낌이라, 왼쪽 호수공원길로 들어선다.


안내판에서는 호수공원 부지면적이 6.450m², 담수면적 2,485m²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생각보다는 호수규모가 크지가 않다. 호수공원을 지나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너른 계곡에는 거의 물이 말라있다.

호수공원


바쁘지도 않은 길이고, 처음 걷는 길이라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 오른다. 아카시아 숲을 지나고, 예쁜 다리를 건너, 아카시아 동산을 통과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연주대 2.6Km, 1시간, 무너미고개 1.6Km, 25분> 10시 28분 너른 제4 야영장에 이른다. 이곳에는 단체로 온 여중생들이 많다.

다리를 건너고

이정표를 지나

 제4 야영장에 이른다.


제 4 야영장을 통과하자, 갑자기 등산로가 호젓해진다. 거리 표지판을 지나고 <삼막사 2.4Km, 무너미고개 300m> , 10시 41분, 삼거리 약수터에 이른다. 오른쪽은 삼성산, 왼쪽은 연주대로 가는 길이다. 직진하는 방향으로는 아무 표시도 없다. 다시 개념도를 꺼내 보고, 직진하는 길을 택한다.

거리 표지판


둥산로가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서쪽으로 향한다. 이상하다. 팔봉능선으로 가려면 동쪽으로 향해야하는데, 지금은 서쪽으로 오르지 않는가? 혹시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왼쪽으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르니, 조금 더 따라 가보기로 한다. 과연 등산로는 거의 직각으로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언덕 마루턱에 서울시 소방방재 본부에서 세운 119, K64 표지판이 현 위치가 삼거리 약수터(상)이라고 알려준다. 이곳이 지도상의 무너미고개라고 짐작한다.

삼거리 약수터(상) 표지판


등산로는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조금 진행하다 보니,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직진하는 길은 골짜기로 이어지는 듯싶다. 서슴없이 오르막 왼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5~6분 쯤 걸어 올랐을 때, 젊은 등산객 한 사람이 마주 내려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길을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길이지요?


"아닌데요. 이 길은 학바위능선길이예요. 팔봉능선은 저 아래 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 가셔야 돼요."


개념도를 꺼내, 무너미고개를 넘어서고, 지도상으로 볼 때, 학바위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이미 지나 온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젊은이는 지도를 드려다 보더니, 개념도가 잘 못 됐다고 한다. 이 시간에 혼자서, 학바위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걸 보면, 이 젊은이는 관악산을 자기 집 뒷동산쯤으로 여기고, 수시로 오르내리는 인근 주민인 모양이다. 더 이상 아무소리 못하고 젊은이와 함께 올라 온 길을 되 집어 내려선다.


삼거리에 내려서자 젊은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시면, 계곡이 나올 겁니다. 계곡으로 오르지 마시고, 더 남쪽으로 진행하면,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곳에 이르게 되지요.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친절하고 자상한 젊은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젊은이와 헤어진다.


길을 따라 내려서니, 과연 젊은이 말 대로 냇물이 흐르는 계곡에 이른다. 계곡을 건너 조금 더 진행하니, 왼쪽에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인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중년의 등산객이 혼자서 마주 내려온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팔봉능선길인가요? 라고 다시 확인한다.


중년의 등산객은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을 가르치며,


"팔봉능선은 저 앞 능선인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도, 오른쪽으로 팔봉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요." 라고 알려 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훑어보더니, "팔봉능선은 길이 험한데...." 라고 혼잣소리를 하면서, 하산 길을 서둘러 내려선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중년의 등산객 뒤를 따라 올라 온 길을 다시 내려선다. 마음먹고, 일부러 찾아온 팔봉능선인데, 능선 허리로 오르기보다는 능선 초입부에서부터 차근차근 걸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갈림길에 내려서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앞에 너른 공지가 나타나고, 아주머니 한 분이 음료수를 팔고 있다. 팔봉능선 길을 물으니, 왼쪽 능선길이라고 알려준다.

젊은이가 알려준 계곡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길 초입


팔봉능선을 오른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너른 암반 사면에 선다, 그늘도 없어, 햇볕은 따갑지만, 스치는 바람결이 무척 시원하고, 눈앞에 펼쳐진 조망이 일품이다. 학바위능선을 타고 내리던 산줄기가 무너미고개로 떨어지더니, 다시 솟구쳐 삼성산을 이루고,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바위 능선

무너미고개 방향

삼성산, 장군봉


11시 27분 제1봉에 오른다. 커다란 물고기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의 바위가 특이하다. 오름 방향으로 2봉과 3봉이 나란히 솟아있고, 3봉 옆으로 왕관바위가 보인다.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조망이 시원하다.

제1봉의 암봉

2봉 오르다 뒤 돌아 본 제1봉의 암봉 -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제1봉에서 본 2봉과 3봉, 그리고 왕관바위

제1봉에서 본 남쪽 조망


제1봉을 내려서서 제2봉으로 향한다. 마치 강아지 같아 보이는 기암이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왕관바위가 가깝다. 자그마한 암봉 위에 서니, 2봉과 3봉 사이의 너른 암반에 독야청청 홀로 서 있는 소나무와 그 아래에서 쉬고있는 둥산객들이 멀리 보인다. 11시 47분 제2봉에 오른다. 너른 암반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이 마치 칼날 같다.

기암 - 무엇처럼 생겼나요?

2봉 오르다 왼쪽으로 본 왕관바위

2봉과 3봉 사이, 암반에 홀로 선 소나무

2봉에서 암반으로 이어지는 칼날능선-뒤로 3봉, 4봉, 5봉이 보인다.


제3봉으로 향하다, 왕관바위를 보기위해 왼쪽 길로 들어선다. 여러 가닥으로 우뚝 솟은 바위가 과연 신라시대의 아름다운 금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 반대편 모습을 본다, 두건을 쓴 거인이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하며, 양팔을 하늘로 향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걸작품이라 하겠다.

앞에서 본 왕관바위

뒤에서 본 왕관바위


다시 제3봉으로 향한다. 12시 6분 경, 제3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봉우리들을 굽어보고, 눈앞의 제4봉을 바라본다. 길게 이어진 위험해 보이는 암릉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중에 쉬워 보이는 코스를 눈여겨본다.

3봉에서 본 1봉과 2봉, 뒤로 삼성산과 장군봉이 보인다

뒤돌아 본 2봉 칼날능선

마주 보이는 제4봉


3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우회로를 외면하고, 3봉 위에서 눈여겨보았던 코스를 따라 암릉길을 오른다. 가까이 보니, 손잡을 곳,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네발로 기어오르니, 위험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12시 18분 경, 4봉 정상에 오른다.

4봉 정상부근의 기암

4봉 정상에서 뒤돌아 본 3봉, 2봉

4봉에서 본 관악산 정상 부분


12시 24분, 5봉 정상에 오르고, 10분 후에는 6봉 정상에 이른다. 6봉 정상 소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편다. 지척에 우회길이 있어, 두런두런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리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드물다. 조용한 정상에 혼자 앉아, 서쪽과 남쪽의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식사를 한다. 바람이 싱그럽다. 30여 분간 느긋한 점심을 마치고, 1시 8분 경, 7봉을 향해 6봉을 내려선다.

5봉 정상

5봉에서 본 6봉

6봉 정상의 소나무

6봉에서 본 7봉

6봉에서 본 수리산 방향 조망


1시 28분 7봉에 선다. 정면으로 태극기가 계양된 8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오봉능선이 흐른다. 올라온 쪽으로 6봉이 나지막하게 엎드려 있다.

가까이 본 7봉

7봉 정상의 소나무

7봉에서 본 8봉

7봉을 내려선다. 내리막이 제법 가파르다. 오르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왼쪽 우회로로 돌아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다시 암릉길을 오른다. 슬랩 사면을 지나고, 언덕위에 오르니, 이곳저곳에 기암들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로 떨어진다. 안부를 지나 암릉길에 올라선다. 정면으로 태극기가 휘날리는 8봉 정상이 보인다.

뒤돌아 본 7봉

암봉을 오르며 본 기암 1

암봉을 오르며 본 기암 2

안부의 이정표

8봉 정상


1시 48분 경, 8봉 태극기 아래 선다. 낮 익은 곳이다. 지난 해 10월, 육봉 능선을 거쳐, 연주암으로 향할 때 거쳤던 곳이다. 바로 아래 점심을 먹었던 소나무가 서 있는 명당자리도 여전하다. 다시 명당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눈 아래 과천 아파트 단지가 펼쳐지고, 과천 저수지 너머로, 쳥계산이, 그 오른쪽으로는 의왕지 뒤로 광교산이 마주 보인다. 시원한 조망이다.

과천 아파트 단지와 청계산

육봉 넘어 멀리 광교산 방향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육봉능선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육봉능선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6봉인 국기봉 앞 암봉에 오른다. 이곳에서는 팔봉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육봉능선

국기봉 앞의 봉우리로 오르는 암릉길의 입석

국기봉 앞봉, 암반의 소나무

팔봉능선의 2, 3, 4봉

팔봉능선의 5, 6, 7봉



 

팔봉능선의 7, 8봉


2시34분, 육봉능선의 6봉인 국기봉에 이른다. 국기봉 위는 마치 저자거리다,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이 가득하고, 아이스케이크 장사, 떡장수, 막걸리 장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 서둘러 국기봉을 내려서며, 육봉능선의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1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2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3


욱봉능선의 제5봉, 마치 삼각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암봉 앞에 선다, 지난해에는 엉겁결에 넘어온 봉우리이지만, 오늘은 이 봉우리에 붙어, 곡예를 할 마음이 전혀 아니다. 서슴없이 우회로로 내려선다.

날카운 5봉, 암봉


4봉을 지나, 3봉 대슬랩도 우회한 후, 다시 암봉으로 올라, 4봉과 5봉을 카메라에 담고, 암릉길을 따라, 조심조심 하강을 계속한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육봉을 오르는 사람도 없고, 위험한 길을 택해 하산하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암반길을 내려선다. 이윽고 등산로는 모래가 많은 흙길로 이어진다.

4봉, 5봉


능선길을 따라 계속하산 한다.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위에 산불 감시탑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자, 왼쪽 골짜기로 떨어지는 길이 갈라지지만, 문원폭포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지난번 오른 적이 있어, 계속 능선을 타고 내린다. 능선길이 아름답다. 3시 42분 산불감시탑을 지나고, 용운암 마애승용군 앞에 선다. 바위에 다섯 분의 스님 얼굴이 음각돼 있다. 옆에 세워진 해설판에서는 이 조각을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뚝 솟은 작은 봉우리 위의 산불 감시탑

용운암 마애승용군

해설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붉은 나무다래 아래로 이어진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철책의 철책 문이 열려있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몸의 땀을 닦은 후, 철책을 따라 넝쿨장미가 곱게 늘어진 길을 따라 내려서서, 4시 11분 백운사 표지판이 걸린 큰길로 나선다.


9시 34분에 관악산 공원에서 출발했으니, 6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더운 날씨에 관악산의 백미라고 불리는 팔봉능선과 육봉능선의 암릉길을 걸어서인지, 걸은 시간에 비해, 많이 피곤한 느낌이다.

 


(2006. 6. 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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