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봉능선>

이번 주말은 정맥산행이 없다. 어디고 산행은 해야겠는데, 대부분의 산악회들이 토요산행으로 설악의 단풍산행, 민둥산의 억새산행을 기획하고 있어, 이들 산행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 예상된다. 따라나서자니,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갈까하다, 문득 관악산을 떠 올린다. 학교 다닐 때 한두 번 오른 적은 있지만 40여년이 넘게 그 이 후에는 가본 적이 없다. 일단 관악산을 떠 올리자, 오랜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관악산을 검색해 본다.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져 한강 남쪽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 관악산이다. 검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관악산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옛 지도에는 ‘관악’으로 많이 나온다.


관악산은 옛날부터 개성 송악산(松岳山), 가평 화악산(華岳山), 파주 감악산(紺岳山), 포천 운악산(雲岳山)과 함께 경기도 오악(五岳)의 하나였다.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 된 나무와 온갖 풀이 바위와 어울려서 철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이라고도 한다." (이상 산림청에서 퍼온 글)


산림청에서는 관악산을 100대 명산으로 꼽았고, 한국의 산하에서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관악산은 100대 명산 중에 방문객 순위가 10위라고 한다. 1968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주봉은 연주대(戀主臺)이다. 신라시대 의상이 창건하고 조선 태조가 중수(1392년)한 연주암과 약사여래입상이 유명하다고 한다.


관악산은 암산이다. 계곡보다는 능선이 산행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능선으로 팔봉능선, 육봉능선을 꼽는다. 어려운 암릉 코스지만 우회로가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교통편을 감안하여, 우선 육봉능선을 선택하고 코스를 정한다.


<정부과천청사역-백운사입구-문원폭포-육봉능선-팔봉-연주암-연주대-자운암능선-수영장-서울대-낙성대역>


2005. 10. 8.(토)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멎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오후부터는 맑아진다고 하니, 능선에서 보는 조망도 좋겠다. 암릉코스라 어렵다는 것이 다소 걸리지만, 겁먹지 말고 부딪혀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미련 없이 우회로를 택하겠다고 미리 마음을 정한다.


9시 15분 대문을 나선다. 9시 50분 경,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선다. 출구에는 일행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왼쪽으로 너른 광장이 보이고, 운동장에서는 행사가 있는지 마이크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른바 잔디광장이다.


'자 ! 어디로 간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등산객에게 길을 묻는다. 등산객은 잔디광장 너머, 정부청사 건물을 가리키며, 건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로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 입구가 보일 것이라고 친절히 알려 준다.


정부청사 도로주변은 깨끗이 정비돼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답다. 국사편찬위원회 건물, 기술표준원 건물을 지나 10시 14분 백운사 입구를 알리는 팻말 앞에 선다. 7번 출구에서 약 17분 거리다. 오른쪽 입구에는 "晨鷄覺世道祖聖墓"입구를 알리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청사 도로>

<등산로 입구- 백운사 방향>

오른쪽으로 돌아, 임시등산로를 3분쯤 진행하여, 관악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진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예쁜 나무다리를 건넌다. 다리위에서 계곡사이로 보이는 육봉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너른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신계각세도조성묘가 보인다. 길은 오르막 암릉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1봉이 우람한 모습을 나타낸다.

<다리를 건너고...>

개울을 건너, 이제부터는 오른쪽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오름길을 오른다. 혼자서 나선 산행이니, 서두를 것도 없다. 주위의 산세, 등산로 주변의 풍광을 유심히 살피며 천천히 걷는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 <관악산 2-4>를 지나니, 물소리가 점점 요란해진다. 10시 46분 문원 폭포에 이른다. 어제 내린 비로, 비스듬히 경사진 암반 위에는 제법 많은 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폭포 위 너른 바위(문원바위)에 한 떼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암릉길에서 본 육봉능선의 1봉>

<문원바위>

문원바위를 가로 질러, 앞 사람들을 따라, 똑바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2-3분 걷다보니,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 지도를 꺼내 본다. 육봉능선을 타려면, 지도상에는 서쪽으로 급히 돌아야 하는데, 등산로는 계속 북쪽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아마도 일명사지 터로 이어지는 길인 듯싶다. 미련 없이 문원바위로 되돌아선다.


문원바위가 끝나는 곳에 돌길을 넘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이고, 저 앞에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이윽고 두 번째 폭포가 보인다. 이번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직폭(直瀑)이다. 길이 다시 갈린다. 개울을 건너 왼쪽 산 사면으로 오르는 길과 직진하여 폭포로 이어지는 길이다. 등산로는 왼쪽 오름길이라고 짐작을 하면서도, 폭포아래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직진하는 길을 오른다.

<서폭포>


폭포 쪽으로 잘 정비된 계단길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폭포 근처에는 등산객 서너 명이 모여 있다. '샘이라도 있나?', 폭포에 이르니 샘은 없고, 오른쪽으로 큰 암벽 아래, 치성을 드리는 자리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가까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계단 길을 다시 내려서서, 산 사면을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육봉능선에 올라 선 것이다. 암릉길이 이어 지고. 널찍한 암릉 위에 올라선다. 뒤돌아 본 시야가 확 트인다. 남쪽으로 청계산이, 서쪽으로 수리산이 멀리보이고, 왼쪽으로는 문원바위에서 직진하면, 올라타게 되는 긴 능선이 송신탑이 솟아있는 정상 쪽으로 구불구불 오르고 있다.

<수리산>

<정상부분>

평범한 암릉 길을 계속 오른다. 저 앞에 육봉능선의 1봉이 뾰족한 삼각형의 모습을 드러낸다. 11시 21분, 현재위치가 육봉임을 알리는 119 긴급연락처 <관악산 2-6 육봉>을 지난다. (제 1봉이 6봉인지, 국기봉이 6봉인지 잘 모르겠다. 편의상 오름 방향에서부터 1봉이라고 부른다.) 암릉길이 가팔라진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암릉 위에 서니, 1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119 긴급 연락처, 관악산(2-6) 육봉>

 

< 첫번째 봉우리>

1봉은 푸른 소나무와 흰 암벽이 잘 어울린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다. 날카로운 삼각형 봉우리의 한 면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어렵다더니, 과연 만만치 않아 보인다. 2/3부분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꽤 가팔라 보인다. '과연, 내가 오를 수 있을 까?' 슬그머니 위축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막상 오르고 보니, 발 놓은 곳, 손잡을 곳이 확실하고, 알맞은 곳에 크랙이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경사가 급한 사면에는 로프가 늘어져 있다.

 


11시 50분 경, 대슬랩 앞에 선다. 경사도 크게 심한 편이 아닌 듯싶고, 밋밋하게 밴들거리는 슬랩이 아니라, 바위 면이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크랙 진 곳이 보이는, 비교적 긴 암릉구간이다. 대슬랩이 시작되는 곳에 과천 시장이 세워 놓은 경고판이 서 있다. <이 곳은 위험지역이오니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대슬랩>

<경고판>

대슬랩을 오른다. 1/3쯤 올라, 위를 올려다보니, 정상 부근에서 한 사람이 고전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앞서 오른 사람이 손발 놓을 곳을 알려주지만 쉽사리 오르지를 못한다. 정상 부근이 어려운 모양이다. 나는 혼자고, 초행길이다. 어느 정도 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곳에서, 도와줄 일행도 없다. 젊다면 별 문제이지만, 나이가 들어, 긴 슬랩 구간에서, 지나치게 손발에 힘을 들이다 보면, 언제 근육에 쥐가 날지 예칙하기 어렵다.


망설임 없이 되돌아 내려선다. 오를 때는 몰랐으나, 내려다보니 경사가 무척 가팔라 보인다. 힘들여 조심조심 바닥에 내려서서 우회로를 거쳐 봉우리에 오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 국기봉인 6봉이 보이고, 그 앞에 봉우리 두 개가 더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3봉인 모양이다. 4봉을 지나, 5봉에 오른다. 5봉에서 내리막길이 어렵다. 거의 직벽을 크랙을 잡고, 비스듬히 내려서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숏 다리는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한 동안 허공에 매달리기도 한다.

<국기봉>

<4, 5, 6봉>

<5봉 하강사면>

12시 32분 경, 제 6봉인 국기봉에 오른다. 119 긴급 연락처 팻말은 <현 위치 관악산 (2-8) 국기봉>이라고 알려준다. 정상에 게양대가 마련되고, 태극기가 휘날린다. 사방이 확 트였다.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있어, 어린애처럼 아이스케이크를 사 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정상이 눈앞이다. 정상 쪽 송신탑이 서 있는 곳에서 골짜기로 이어진 케이블카의 케이블 선이 뚜렷하고, 그 뒤로 기상관측소가 가깝다. 청계산, 수미산은 여전하고, 과천, 안양, 시흥이 내려다보인다. 삼성산과 장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발아래로 험한 능선이 서쪽으로 흘러내린다. 주위 등산객에게 물으니 오봉능선이라고 알려 준다.

<119 긴급 연락처 관악산(2-8) 국기봉>

<국기봉에서 본 송신탑>

<삼성산, 장군봉>

<국기봉에서 본 오봉능선>

10여분 정도 국기봉에서 머물다, 안부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삼거리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은 연주대 쪽으로 이어진 길이고, 왼쪽은 오봉능선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삼거리를 조금 벗어난 암릉에서 보는 조망이 훌륭하다. 오른쪽으로 불성사가 내려다 보인다. 이제 시간도 1시가 가깝다. 삼거리 능선 위, 안성맞춤의 소나무 아래에 앉아, 도시락을 푼다. 전면으로 과천시가 펼쳐지고, 그 뒤로 과천 저수지와 청계산이 평화롭다.

<뒤돌아 본 국기봉>

<불성사>

<팔봉능선>

<명당자리 점심식사>

<명당자리에서 본 과천시, 그 뒤로 청계산>

1시 16분, 점심을 마치고,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KBS 송신탑이 능선길과 일직선상에 솟아 있다. 3분 쯤 걸으니, 안양시장, 안양소방서장의 공동 명의로 세워진, "산악사고 및 산불신고" 안내판을 지난다. <현재위치 제 1국기봉, 해발 493m, 불성사 430m, 관악산 정상 2020m> 라고 쓰여 져 있다. "제 1국기봉"이라고 했는데 국기는 보이지 않는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6봉 위에, 경기 소방 명의로 세워진 "국기봉"이라는 표시와 어느 것이 바른지 헷갈린다.

<제1국기봉 알림판>

암릉능선 길을 따라 걷는다, 뒤돌아보니 6개의 봉우리가 뚜렷한 육봉능선이 아름답다. 1시 36분, 또 다시 국기 게양대 위에 태극기가 걸린 봉우리에 선다. 게양된 태극기의 아래 끈이 풀려, 위쪽으로만 간신히 대롱대롱 매 달려 있다. 등산객들은 이 봉우리를 팔봉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흐르는 긴 능선이 팔봉능선이라 한다. 육봉능선과 더불어 관악산을 대표하는 능선이다.

<뒤돌아 본 육봉능선>

<팔봉 국기게양대>

<팔봉에서 본 팔봉능선>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계속된다. 저 앞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높직이 솟아 있다. 1시 49분, 안양시장과 안양소방서장의 공동 명의로 세운 "산악사고 및 산불 신고" 안내판을 다시 지난다. <현재 위치, 팔봉(제 2국기봉), 해발 551m, 관악산 정상1200m, 불성사 340m> 그럼 아까 두 번째 태극기가 휘날리던 곳, 등산객들이 팔봉이라고 하던 봉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가? 참으로 헷갈린다.

<팔봉(제2국기봉) 알림판>

올돌하게 높직이 솟아 있는 멋진 바위에 접근한다. 바위는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끝머리 부분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오르는 길이 있는지 바위 끝에 우뚝 선 등산객의 모습이 어지럽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모습들이다. 2시 18분, KBS 헬기장 직전에 세워진 이정표를 지난다. 연주암 0.3Km, 기상대 1.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기암>

<역광 속의 기암>

<이정표>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전망대에 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연주암이 내려다보이고, 케이블 카 한 대가 송신탑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니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이곳에서 오른 쪽 계곡으로 빠져, 연주암으로 향한다.

<연주암>

<케이블 카>

연주암은 대웅전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주위가 어수선하다. 절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연주대로 향한다. 길목에 기와를 쌓아 놓고, 여신도 두 사람이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연주대에 오르는 길이면 기와 한 장씩을 운반해 달라고 부탁한다. 연주대 암자의 지붕 보수용 기와라고 한다. 기와 한 장을 받아들고 비탈길을 오른다. 길가에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연주대까지의 거리가 440m 라고 알려준다.

<등산 안내도>

효령각을 지나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현 위치 효령각, 서울대 4K, 팔봉능선 2.3K, 안양유원지 7.3K> 오른쪽 비탈길을 올라 암릉에 오른다. 2시 41분, 제 3깔닥고개를 지나고, 암릉길을 걷는다. 연주대와 암자가 뚜렷이 제 모습을 보인다. 말바위를 지나서부터 암릉길이 가팔라지고, 한 손에 든 기와가 짐이 된다. '아하 ! 이래서 아무도 기와를 안 나르는 구나.'

<이정표>

<연주대와 암자>

3시 경에 암자에 기와를 건네준다. 암자를 보수하던 대목(大木)이 반색을 하며 반긴다. 되돌아 나오다 연주대(戀主臺) 안내판 앞에 선다. <경기도 기념물 제 20호, 당초의 이름은 관악사, 의상대였는데, 연주암, 연주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고려의 충신, 열사들이 이곳에서 송악을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랬기 때문이라는 설과 양녕대군, 효령대군이 왕위를 계승치 못한 미련과 동경을 품은 채, 이곳에서 왕궁을 내려 본데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는 설명이다.>


정상 너른 바위에는 많은 등산객이 쉬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은 사당으로 이어지는 험한 능선길이다. 암벽을 내려서는 곳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부근의 매점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까지 걸어 온 길이 지는 햇빛 속에 누워있다. 서울시와 안양시, 과천시가 모두 발아래 펼쳐져 있다. 매점 주인에게 서울대 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묻는다.

<정상에서 본 사당능선>

<역광 속의 기상대>

정상의 바위 사면을 내려서서, 정상석, 과천시 경관 안내도 등을 카메라에 담는다. 왔던 길을 되 집어 첫 번째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 쪽 자운암 능선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역시 험한 암릉 이다.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한강이 보이는 서울은 온통 아파트촌이다. 능선길은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할 곳이 몇 군데 있고, 경사가 심한 암릉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능선에는 인적이 드물다. 저녁 예불시간인지 왼편, 자운암 쪽에서 독경소리가 낭랑하다.

<하산하며 본 서울>

<자운암능선으로 하산하면서 지나는 또하나의 국기봉>

능선에서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몇 차례 헤맨 끝에, 바위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가물가물 이어지는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등산로는 물기가 많은 바위 사면을 내려서서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숲속은 이미 어둑어둑하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달린다. 혹시 초행길에 알바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잘못 들어선 숲길이라면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 지, 짐작을 하루 수 없는 것이 두렵다.


이윽고 너른 등산로에 이른다. 방향도 북으로 향하는 것이 이상 없어 보인다. 비로소 안심한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땀을 닦는다. 4시 46분, 119팻말을 지난다. <현위치/ K60/수영장>. 곧이어 서울대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해서부터 약 40분이 소요된 것이다. 20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 낙성대역에서 하차한다.

<119 K 60 수영장 표지>

오늘은 남쪽에서 출발, 육봉능선을 오르고, 주능선을 거쳐, 관악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는 자운암능선을 타고 북으로 하산하여, 관악산을 남북으로 종주한 셈이 된다. 산천경개를 두루 구경하며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총 산행시간이 약 6시간 30분(점심시간 약 20분포함)이나 걸린 짧지 않은 산행이었다.

 


(20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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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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