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8일(화)
백두대간 당일 종주 9번째 산행.
제 13 소구간 : 덕산재 - 부항령 - 삼도봉
하산은 삼마골재를 지나 물한계곡으로. 도상거리 약 17.7Km
줄 곳 비와 숨박꼭질한 산행.
햇님도 딱했던지, 무지개를 띄워 위로한다.
버스는 무주 분기점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0번 국도를 달려,
11시 15분 덕삼재에 도착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 20분 산행을 시작한다.
무주를 통과 할 때는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리더니,
덕삼재에 도착하자 해가 비친다.
"천사들이 나들이하면 햇님이 웃는다." 독일 속담이다.
삼도봉 산행 들머리에 폐가가 된 주유소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 갔다 넘치는 오물에 질겁을한다.
투자여건의 변화로 방치된 개인 재산이겠지만
저대로 놔 두어야하는 건지 답답하다.
폐가가 된 주유소가 방치되고
등산로는 어린 전나무사이로 능선길을 향해 급하게 오른다.
경사는 있지만, 나뭇잎이 두텁게 깔린 부드러운 길을 10여분 걸어 능선에 이른다.
잡목과 떡갈나무는 아직도 신록의 싱싱함을 잃지 않았다.
완만한 능선길을 타고 올라도, 떡갈나무 잎이 시야를 가려 전망은 별로다.
838.7봉을 오른쪽으로 두고 길은 왼쪽으로 크게 꺾여, 가파른 내리막이 된다.
폐광터, 임도를 지나, 길은 오름세로 이어진다.
길가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비릿한 향기를 내 뿜는다.
길 가의 찔레꽃
853.1봉 정상.
『무풍 413/1983』삼각점 하나가 달랑 박혀 있고, 막대기가 꽃혀있다.
나무에 가려 전망은 역시 좋지 않다.
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책 코스다.
길섶 싸리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던 부항령은 이제는 잡초와 갈대가 무성한 폐허다.
종주하던 목원대 표언복 님이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부항령이란 표지가 샘의 위치와 탈출로를 알려준다.
등산로는 960봉을 향한다.
싸리꽃
부항령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오른쪽으로 삼도봉 터널로 이어진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하늘은 멀쩡한데 비가 내린다.
이 비는 삼도봉에 오를 때까지 계속 오락가락, 숨박꼭질을 하잔다.
빗속의 오르막 길은 나지막한 어린 산죽사이로,
그리고 싸리나무가 터널을 이룬 사이로 이어진다.
판쵸위로 흐르는 빗물이 바지가랑이를 온통 적시고,
등산화 위쪽 땀 배출구를 통해 신발 속으로 스며든다.
오후에는 갠다는 예보로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온 것이 잘못이다.
발이 젖어 기분 좋은 사람 있을까?" 표언복 님의 길 안내 표지가 또 걸려 있다.
960봉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을 알려준다.
가파르다는 직진 길을 택한다. 역시 경사가 심하다.
떡갈나무 숲이라 바닥은 나뭇잎도 없는 맨 바닥이다.
표언복 님의 길표지
나무가 한 마당 베어진 너른 사면에 "달성 서씨 묘"가 누워있다.
오랫동안 손을 안 봤는지 주위에는 고사리만 무성하다.
가파른 훍길을 밟고 능선에 올라서니 비가 그친다.
판쵸를 벗으니 날아갈 듯 시원하다.
960봉 능선길 - 비는 멎고, 신록은 곱다.
960봉 정상에는 아무 표지도 없다.
역시 전망은 별로다. 떡갈나무 잎사이로 1030봉이 보일 뿐이다.
1030봉으로 가는 길은 무지무지한 급경사 내리막 길이다.
돌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려니.
후미를 챙기던 회장님이 나무 밑에서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다.
회원들은 980봉 가파른 길로 보내고
자신은 오른쪽 우회로 지름길로 먼저와 기다리는 중이란다.
1030봉 못미처 전망대에 서니 걸어온 길이 한 눈에 들어 오고
서북쪽의 산의 흐름이 보인다. 1030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표언복 님의 1030봉 표지가 나무 가지에 걸렸을 뿐 역시 아무 표지도 없다.
1030봉에서본 걸어 온 길
1030봉에 도착한 시간은 1시 25분 경이다.
산행 시작 후 3시간 5분이 경과됐다. 삼도봉까지는 2시간을 더 걸어야한다.
왼쪽으로 굽은 비탈길을 서둘러 내려온다.
973봉을 지나 1170.6봉을 바라보는 안부에 이르니 오른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남덕유산이 멀리 희미하게 보이고, 삼봉산, 초점산 삼도봉, 그리고 대덕산이 보인다.
저 먼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오른쪽 부터 멀리 덕유산, 삼봉산 그리고 대덕산 자락
1170.6봉를 향해 오른세를 오르자 하늘은 여전히 멀쩡한데 또 비가 쏟아진다.
서둘러 다시 판쵸를 뒤집어쓰고 오르막을 오른다.
1시간 정도 걸어 1170.6봉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무풍304/2003년 제설』삼각점 하나가 달랑 밖혀있다.
비는 걷히고 걸어온 능선들이 구름 사이로 굽이굽이 굽이친다.
구름을 이고 삼도봉이 코앞에 다가온다.
심술부린 하늘도 미안했는지 저 멀리 해안리 마을 위로 무지개를 걸어 놓는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가?"
무지개
1170.6봉을 내려서니 목초지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다음 대간구간의 능선이 구름을 이고 있다.
대간 길은 좌측 임도로 이어지다, 오른쪽 능선길로 방향을 바꾼다.
능선에 오르니 10시 방향으로 석기봉이 우뚝 솟아 있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비를 머금고 함초롬이 피어있다.
이름 모르는 들꽃
비탈길을 내려서니 안부에 이정표가 서있다.
삼도봉 0.5Km. 오늘 산행 중 처음 보는 이정표다.
삼도봉을 가까이서 올려다본다.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뻘건 흙 길이다.
오늘 처음 본 이정표
삼도봉 오르는 길은 흙길이다.
첩첩 봉우리의 대간길에 우뚝 서서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고,
서쪽으로 민주지산을 거느린 산으로는 너무도 평범해 보인다.
오히려 왼쪽의 석기봉이 올돌하다.
멀리서 본 삼도봉
석기봉과 민주지산
5시 20분 경, 삼도봉 정상(1176m)에 선다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이 서있다. 우람한 석조물이다.
이제는 삼도봉이 3도의 교류를 막는 지리적 장애물이 될 수는 없다.
뻘겋게 속살을 드러낸 삼도봉 오름 길을 다듬고,
길손의 길동무가 되는 이정표를 필요한 곳에, 아담하게 세워두는 것이
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
넘어 온 봉우리 봉우리 사이로 구름은 흐르고
삼도봉을 뒤로하고 하산 길을 재촉한다.
경사가 급한 하산 길은 통나무로 층계를 만들어 토사의 붕괴를 막았지만
나무 층계사이의 흙이 다져져, 통나무가 솟아 오른 형국이라
보행은 오히려 불편하다.
통나무 사이의 흙을 돋우는 보수가 필요하다.
삼마골재에는 큼직한 이정표가 서 있다.
흰 바탕에 푸른 글씨로 장소를, 붉은 숫자로 거리를 표시해
이정표로서의 기능은 12분 발휘하지만,
만복대 1Km 전, 능선길에 세워진 이정표나,
만복대 정상의 멋진 이정표와는 거리가 멀다.
삼마골재 이정표
물한계곡을 내 닫는다.
바닥의 돌이 빗물에 번들거리지고,
낮게 깔린 구름으로 계곡은 어둡지만,
왼쪽의 물소리를 구령 삼아 발길을 재촉한다.
물소리가 오른쪽으로 바뀌며
하산 길은 완만해지고, 울창한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걷는다.
오른쪽 황룡사에서 향 타는 냄새가 코끝에 감돈다,
이윽고 울창한 전나무 숲을 통과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전나무들이 정말로 "몸짱"이다.
나무 밑은 떨어진 잎으로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다.
6시 50분 경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3.5Km 거리를 한시간여만에 내려섰다.
석기봉, 민주지산을 돌아 하산하는 선두 팀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주차장 개울가로 넝쿨장미가 비를 머금고 한층 요염하다.
주차장의 넝쿨장미
민주지산을 돌아 온 선두 팀이 도착하고,
7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
무주에서 내리는 회원이 있어,
버스는 각호산을 감도는 구절양장의 산길을 달린다.
MP3를 통해 조수미의 우리 가곡을 들으며
어둠 속으로 묻히는 웅장한 산세의 흐름을 망연히 바라본다.
오 ! 아름다운 우리 산하여...
무주를 지나, 9시 15분. 버스는 인삼랜드에서 10분간 정차한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정각 11시에 양재역에 도착한다.
발은 젖었고, 무릎 아래 바지가랑이는 온통 흙 투성이다 .
다리는 무겁고, 배도 고프지만 머리 속은 맑다.
11시 30분. 집에 도착한다.
(2004.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