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2일(화)
백두대간 당일 종주 10번째 산행.
제 14 소구간 : 삼마골재 - 석교산 - 우두령
실제 산행은 우두령에서 출발 삼마골재를 거쳐 해인리로 하산.
도상거리 약 15Km.
비교적 짧고, 크게 힘들었던 구간은 아니다.
하지만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는 잡초와 잡목이 온통 등산로를 덮고,
잡초가 어깨 높이까지 무성하여 시간이 걸린다.
들꽃이 만발한 곳에 벌들이 윙윙대고, 나비가 춤을 춘다.
시작이 반이라 더니 어느덧 열 번째 산행 길에 나선다.
전체 일정의 약 20%를 소화하는 셈이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잠깐 잠이 든다.
전에 없던 일이다. 이제는 제법 분위기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버스 창을 통해 보이는 밖의 풍경은 완연히 여름이다.
논에는 모를 낸 벼들이 파랗게 자라고,
가까운 산들은 녹음으로 덮여있다.
먼 산들이 우쭐우쭐 춤추며 지나간다.
버스는 황간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49번 국도로 내려선다.
우두령으로 가려면 임산에서 901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야하는데,
버스는 49번 국도 쪽으로 계속 진행한다.
이정표가 물한계곡, 황룡사 길을 가르친다.
버스가 알바를 한 거다.
차 돌릴 곳이 마땅찮아 버스는 계곡을 타고 계속 진행한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계곡의 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계곡 너머 띄엄띄엄 보이는 집들 사이로 밤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달고 있다.
과부들이 힘들겠다.
차 창밖으로 보이는 계곡과 꽃이 활짝 핀 밤나무
버스는 제 길을 찾아 901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901번 지방도로 옆으로 궁촌천이 흐른다, 제법 너른 개울이다.
역시 개울가에는 밤나무들이 많다.
버스는 궁촌천을 버리고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우두령에 도착한다.
11시 20분, 경상북도 김천시 경계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
그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어린 상수리 나무사이로 오르는 등산로는 부엽토가 두텁게 깔려 발이 편하다.
10여 분쯤 오르니 길이 평탄해 지며 길가에 삼각점이 박혀 있다.
814.6봉인 모양이다.
이어서 길 좌측으로 황폐한 묘가 1기 누워있다.
적갈색 나리꽃 한 송이가 봉분 위로 외롭게 피어있다.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길가에는 군데군데 들꽃들이 피어 있다.
붉은 꽃을 달고 있는 재래식 싸리꽃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등산로는 나뭇잎이 하늘을 가린 터널 속으로 이어진다.
길가의 싸리꽃
나무 터널길
너른 헬리콥터 장에 도착한다. 1062봉이다.
삼각점도 눈에 띠지 않고, 아무 표시도 없다.
표언복 님의 비닐 표지가 있나하고 나뭇가지들을 유심히 살펴도
울긋불긋한 리본들만 눈에 보인다.
한차례 내리막을 지나 완만한 경사길이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제법 가파른 경사로가 앞을 막고, 이어서 석교산 정상(1200m)이다.
역시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다.
걸어 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1175봉과 가야할 능선은 보이지만
안개로 먼 산은 보이질 않는다.
1175봉이 멀리 보인다
급경사 길을 내려간다.
길은 습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나무사이로 1175봉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안부를 지나 암벽에 다다른다.
여기저기 야생화가 눈에 띤다.
들꽃 1
들꽃 2
들꽃 3
암벽은 가파르고, 안전산행을 위한 로프가 걸려 있으나
로프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험하지는 않다.
정상은 좁은 바위다. 역시 아무 표지도 없다.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좋으나, 수증기로 먼 산은 보이지 않는다.
정북 방향으로 막기향산(999.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웅장하다.
1175봉에서 본석교산과 1062봉
1175봉에서 본 막기향산쪽 능선
내리막 길이 이어지고
1175봉이 뒤로, 그리고 석교산까지의 능선의 흐름이 오른 쪽으로 보인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안부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등산로 흔적이 없다.
발 밑을 조심하며 잡초를 헤집고 앞으로 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무 넝쿨이 목을 감고 당긴다.
잡초와 잡목 위로 하얀 꽃이 깔려 있고, 벌들이 꿀을 찾는다.
나비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난다.
1175봉과 석교산
잡초 사이로 이런 흰꽃이 무성하다
잡초와 잡목으로 뒤덮힌 등산로
이 능선과 안부에 겨울에 눈이 쌓이면 장관일 듯 싶다.
밀목재에 도착한다.
부항면과 상촌면을 연결하는 고개 길은 잡초와 잡목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완성 이정표가 높다랗게 서 있다.
튼튼하고, 높은 이정표다. 아직 글씨가 들어가 있지 않아 미완성이다.
글씨가 써진 후, 이를 보려면 고개를 젖히고 우러러 봐야 할 정도로 높다.
이정표 날개도 대간 길 방향 뿐 이다.
밀목재는 완전히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나 보다.
밀목재의 미완성 이정표
가파른 오름세를 오른다.
오늘 산행 중 가장 가파르고 긴 편이다.
1123.9 봉에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 있고, 예의 미완성 이정표가 높이 서 있다.
나무에 가려 시야는 별로다.
내리막길을 오니 다시 미완성의 이정표가 서있고
고개를 하나 넘자 삼도봉, 민주지산 쪽으로 전망이 확 트이고
헬리곱터 장과 삼막골재가 내려 다 보인다.
가까이서 본 삼도봉
4시 30분 삼막골재에 도착한다.
여기도 기존의 널찍한 이정표를 마주 보고,
키다리 이정표가 미완성인 채로 서 있다.
해인리 쪽 방향으로는 아예 날개도 없다.
해인리로 하산하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가파른 훍길은 젖어 미끄러운데 잡초에 덮여 길이 보이질 않는다.
몇 차례 미끄러지고, 흙 길이 끝나자 이제는 돌길이다.
계곡이라 습기가 많아 무덥다. 금방 온 몸이 땀에 젖는다.
왼쪽으로 물소리가 요란해 지면서,
경사는 다소 완만해지는 듯 싶지만 돌길에 물이 흥건하다.
아차 잘 못해 주저앉으면 엉치뼈가 성할 듯 싶지 않다.
등산로는 개울을 건너니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에도 잡풀이 무성하다.
시멘트 길이 나타나고 다리 건너 삼도봉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다리 아래로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시원하다.
5시 40분.
해안 산장을 지나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마을이 평화롭다.
하얀 들꽃이 밭 전체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아름답다.
무슨 잡초인지는 모르지만무더기로 피어있어 희고 아름답다
.
해인리의 집 - 왼쪽 샘의 물 맛이 좋다.
6시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한다.
차창 밖으로 일년초로 화단을 꾸몄는지
개울가 그리고 길가에 붉은 무더기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보니 양파 더미다.
양파를 캐고 있는 곳도 보인다.
아마 벼농사를 끝내고는 양파를 심고,
양파 수확 후에는 다시 모를 심는 모양이다.
이제 모를 내는 논도 보인다.
버스 차창을 통해
저 멀리 골짜기 깊은 곳에 삼도봉이 보이고
그 위로 해가 걸려 있다.
차 창으로 멀리 삼도봉 능선이보이고 그 위로 해가 걸려있다
김천 시내를 통과한 버스는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8시경 버스는 죽암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한다.
서둘러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버스로 향하는데
바람이 거세지더니 소나기가 퍼붓는다.
번개가 한 줄기 밤하늘을 가른다.
서울에 도착,
지하철역을 나서니 또 소나기가 쏟아진다.
10시 40분 경, 집에 도착한다.
(2004.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