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음산(604.2m)은 높이에 비해 제법 덩치가 크고, 납산(626.7m)은 험준한 바위산이다. 답사가 계속되면서 남해도의 아름다움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인데, 안타깝게도 벌써 일몰시간이 가까워진다.

황혼 속의 남면의 산자락과 서쪽 바다

초음리 마을에 불빛이 보인다.


남해도에는 산이 많다. 산들이 맥을 이루어 섬을 관통하니, 농경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남해도 사람들은 이처럼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고, 유명한 가천의 다랭이 마을을 만들었다.

가천의 다랭이 마을 (펌)


한국의 마추픽추, 바다에 바로 붙은 깎아지른 산비탈에 석축을 쌓아 108 계단의 논밭을 만들고 그 중간에 옹기종기 집을 짓고 사는 곳. 남해도의 서쪽 해변에 있는 가천 다랭이 마을이다.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준으로 아래는 논, 위는 밭이 펼쳐져있다. 우리나라 어느 산천엔들 천수답을 하는 마을치고 계단식 논밭 몇 뙈기 없을까마는 이곳 다랭이 마을은 좀 다르다. 이곳은 아래부터 시작해 차례로 돌로 석축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논밭을 일궜다. 석축의 높이도 낮게는 어린이 키만 한 곳에서부터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도 있다. 그렇게 만든 논밭의 층수가 100여 층에 이른다.


여름에는 벼농사로 파란 계단이 되었다가 가을이면 노란 계단으로 겨울에는 마늘로 다시 파랗게 변하는 다랭이 마을. 그 곳에는 순수한 삶과 오지의 신비로움이 있다.


이곳 가천 다랭이 마을에는 주로 김해김씨와 함안 조씨들이 살고 있는데, 문건에 의하면 신라 신문왕 때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전해져, 100여 계단의 논밭이 얼마나 오래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를 실감케 한다. (이상 남해군 홈 페이지에서 펌)


2007년 12월 4일(토).

"화요맥"의 안내로 남해지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공설공원묘지-연죽산(240m)-평현고개-괴음산-송등산(617m)-납산-1024 지방도』로 도상거리는 약 11Km 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시원한 조망을 즐기려고 떠나는 섬 산행에서는 날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도 멋진 산행이 예감되는 쾌청한 겨울 날씨다. 30여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무주군 적상면을 지난다. 이 고장에는 어젯밤 눈이 내린 모양이다. 오른쪽의 봉화산 줄기와 삼가리 마을에는 떡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잔설이지만, 왼쪽으로 보이는 덕유산은 알프스를 연상시킨다.

 

눈 덮인 덕유산

12시 16분, 버스는 지난번에 하산했던 공설공원묘지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바람이 다소 불지만 비교적 따듯한 날씨다. 묘역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 12시 18분, 마루금인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2:18) 마루금 진입, 산행시작-(12:30) 연죽산 정상-(12:40) 안부 사거리, 직진-(12:44) 봉-(12:49) 임도, 좌-(12:50) 오른쪽 숲으로-(12:51) 평현고개-(13:05) 봉-(13:10) 갈림길, 우-(13:17) 문화유씨 묘-(13:19) 봉, 우-(13:28) 함안조씨 묘-(13:30) 떡고개-(13:45) T자, 좌/갈림길, 우-(13:51) 너덜지대-(14:00) 암릉지대-(14;04~14:08) 전망바위-(14:32~14:43) 괴음산 정상/간식-(14:56) 능선분기, 우-(15:04) 안부-(13:08) 1차 너덜-(15:17) 1차 로프 걸린 암릉-(15:20) 2차 로프 걸린 암릉-(15:40) 봉-(15:44) 이정표<정상/염불암/남면두곡>-(15:50) 이정표<정상/용문사>-(15:54)너덜-(15:56) 이정표<정상/원산/염불암>-(15:58) 정상봉 직전 안부-(16:15~16:19) 납산 정상-(16:24) 이정표<염불암/석평>-16:34) 진양하씨 묘-((10:43) 돗들바위-(17:10) 임도/이정표(원산/용문사/평강고개>-(17:11) 오른쪽 숲-(17:19) 봉-(17:24) 봉-(17:32) 261.4m봉-(17:56) 1024 지방도』간식 11분 포함, 총 5시간 3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거친 잡목 숲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12시 30분, 연죽산 정상(240m)에 오른다. 시멘트 반죽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넓은 정상에는 억새만 무성하고 별다른 표시도 없다. 시야가 트인 북쪽과 서쪽을 조망하고, 다시 잡목 숲을 헤치며 산을 내려선다.

서호리 마을과 바다 건너 여수반도

연주리 마을과 그 뒤로 망운산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고, 묘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어, 임도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 대나무 숲으로 들어선 후, 요란하게 짖어대는 민가의 개장 옆을 지나, 12시 51분, 평현고개로 나온다. 도로 건너편에 봉성마을 돌표지와 소망교회 입간판이 보인다.

평현고개


도로를 건너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다. 잡목 숲 사이로 길이 뚜렷하고, 간간이 표지기들도 보인다. 1시 5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한 후, 문화유공의 묘를 지나 나무들이 빽빽한 어둑한 숲으로 들어선다. 무얼 덮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저기 푸른 비닐을 씌워 놓은 무더기들이 보이는데, 어느 사이에 길이 없어져 버린다. 길을 찾느라,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매다, 왼쪽으로 희미한 길을 발견하고, 함안 조씨 묘에 이르러, 건너편 숲으로 들어서니 비로소, 표지기가 보인다. 이어 뚜렷한 길을 따라, 1시 30분, 사거리 안부인 떡고개에 이르러 직진한다. 오른쪽은 봉성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길이다.

뚜렷한 숲길

함안 조씨 묘


왼쪽으로 뽀족한 괴음산이 크게 보인다. 떡고개의 고도가 약 210m, 괴음산 정상이 605m이니, 약 400m 정도 고도차가 나고, 도상거리는 약 1.6Km 정도가 된다. 따라서 둥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너덜지대도 지나고, 암릉을 거쳐,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야하는 부담이 있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직진하여 임도를 따르다,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첫 번째 짧은 너덜을 지나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오른다. 발 놓을 곳, 손잡을 곳이 분명하여, 조심하면 위험할 것이 없는 곳인데도, 강한 해풍(海風)에 몸을 노출 시킨 채, 오르려니 신경이 쓰인다. 조심스럽게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2시 4분, 등산로 왼쪽으로 몇 발자국 빗겨 있는 전망바위에 선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오른다.


북쪽으로 두 개의 망운산과 관대봉이 뚜렷하고 그 후 평현고개를 거쳐 이곳에 이르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320도 방향으로 여수반도가, 북동쪽으로 남해와 금음산, 금오산, 그리고 아스라이 지리산이 조망된다. 동쪽으로 강진해, 그 너머 창선도, 그리고 사천의 와룡산이 보인다. 가까이로는 곳곳에 너덜지대가 보이는 괴음산 정상이 코앞에 있다.

 

지나온 능선- 두 개의 망운산과 관대봉

320도 방향의 여수반도

남해, 금음산, 금오산, 아스라이 지리산

강진해, 창선도, 그리고 사천의 와룡산

가까이 보이는 괴음산 정상부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괴음산으로 향한다. 암릉을 지나며 서쪽으로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그 너머로 여수반도를 바라본다. 이제 괴음산 정상이 더욱 가깝다. 2시 20분, 능선 안부를 지나, 마지막 급경사를 올라, 2시 32분, 괴음산 정상에 선다. 떡고개를 지나 약 1시간이 경과된 시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 정상석, 그리고 이정표가 보인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 잠시 머물며 괴음산을 오르면서 보아온 풍광들을 다시 찬찬히 둘러본다.

서쪽 바다건너 여수반도

괴음산 정상


정상을 자나 평탄한 능선을 걷다가, 길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후미 팀을 만나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후미 팀이 먼저 출발을 하고, 2시 43분, 서둘러 식사를 끝낸 나도 이들의 뒤를 따라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능선을 걸으며, 오른쪽으로 송등산, 왼쪽으로 납산을 본다.

 

능선에서 본 송등산

납산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2시 56분,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을 진행하여 암릉 내리막 날등을 달려 내린다. 3시 4분, 안부를 지나, 너덜길 오르막을 오르고 3시 15분, 570m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로프가 걸린 좁은 암릉길을 지나고, 정상으로 향하면서, 왼쪽 능선 사이로 금산의 머리 부분을 보고, 뒤돌아 지나온 괴음산을 본다. 3시 28분, 정상석과 이정표가 있는 송등산 정상에 오른다.

송봉산 가는 길의 너덜

암릉길에 걸린 로프와 송등산 정산

능성 사이로 보이는 금산

뒤돌아 본 괴음산

송등산 정상


송등산 정상에 서니, 비로소 앵강만이 내려다보인다. '꾀꼬리 앵(鶯)'자와 '강 강(江)'자를 써 '꾀꼬리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강과 같다'는 의미의 앵강만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와 그 뒤로 소치도가 뾰족하게 보인다. 동쪽으로 납산의 암봉 부위를 카메라에 담고, 뒤돌아 여수반도와 그 너머 고흥까지 보이는 서쪽 조망을 둘러 본 후 서둘러 납산으로 향한다.

앵강만의 노도와 소치도

당겨 찍은 납산의 머리 부분

송등산 정상에서 본 서쪽 조망


납산으로 가는 길 역시 정비 잘 되어 있고,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는 이정표를 세워두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뚜렷한 능선길을 타고 달리며 좌우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는다. 봉우리 두 개를 넘고, 이정표가 있는 남면 갈림길을 지나 앵강만을 가까이 굽어본다, 금산과 납산 아랫자락까지 깊숙이 파고든 푸른 바다. 산과 바다의 경계에 어촌이 형성되고, 만에는 어선들이 점점이 떠 있다. 산과 바다와 인간의 생활터전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은 바로 한 폭의 그림이다.

납산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능선

능선 뒤로 보이는 금산

뒤돌아 본 송봉산

남면 갈림길의 이정표

금산과 앵강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인적 없는 능선길을 혼자 달린다. 이정표가 있는 용문사, 염불암 갈림길을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왼쪽으로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 바위지대를 통과하여, 4시 15분, 납산 정상에 오른다. 커다란 봉수대와 봉수대 해설판, 그리고 정상석이 보인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안부 직전 큰 바위 옆에서 찍은 납산 정상

봉수대

봉수대 해설판

 

정상석

정상에서 본 서쪽 조망

앵강만

강진해


이 산의 이름은 호구산(虎口山), 납산, 원산(猿山)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지만 산 이름은 산의 생김새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산을 북쪽에서 보면, 원숭이 모양이고, 남쪽에서 보면, 호랑이 모양이라고 한다. 옛 문헌이나, 현지의 주민은 원숭이 모양이라고 보는데 반하여, '호구산'이 공식명칭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관공서에서는 호랑이 모양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조망에 이끌려 한 없이 머물고 싶지만, 일몰 시간은 가깝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4시 20분, 아쉬움을 남기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4시 24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석평 방향으로 진행하여 암릉을 내려서면서 뒤돌아 납산을 본다.

 

이정표

뒤돌아 본 원산


4시 43분, 진양 하씨의 무덤을 지나고, 내리막 능선에 우뚝 솟은 돗들바위를 지나난다. 사람이 쌓은 것처럼 정교한 자연성벽이 신비롭다. 앵강만을 굽어보며 계속 암릉길을 달려내린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황혼속의 금오산이 뚜렷하고 지리산이 아득하다. 5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선다.

돗들바위

돗들바위의 자연 성벽

황혼 속의 북쪽 조망


앵강고개 쪽으로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다, 1분 후,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잡목 숲이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작을 봉우리 두 개를 넘고, 능선을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전등불이 반짝이는 초음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5시 32분, 261.4m봉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어둑한 숲속으로 내려선다.

임도의 이정표

용문사 가는 길

261.4m봉의 삼각점


5시 45분이 지나니, 숲속은 완전히 캄캄하다, 랜턴을 켜지만 잡목 숲에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길이 확실치 않은 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려는데, 왼쪽에서 불빛이 비치며 김 대장이 모습을 나타낸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하산하지 않은 후미가 걱정이 되어 마중 나온 것이다. 조금 지나니 다시 불빛이 보이고, 이번에는 강 위원장이 모습을 보인다. 5시 56분, 일행은 1024 지방도로에 내려선다.

1024 지방도로 변의 이정표


먼저 내려와 버스에서 기다리던 일행과 함께 용문사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한다. 남쪽이지만 해가 떨어지니 꽤 춥다. 버스는 6시 24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7. 12. 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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