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숲


2008년 11월 8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두봉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고암마을(1.5Km)-말머리재(380m/3Km)-촛대봉(622.4m/2Km)-두봉산(630.5m/3Km)-개기재(290m)』로 들머리 약 1.5Km, 마루금 약 8Km,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늦가을의 흐린 날씨다. 귀로의 뉴스에서는 강원도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소식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 발목까지 쌓인 낙엽을 밟으며, 시종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때 묻지 않은 호젓한 능선 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커다란 바위 하나 없는 부드러운 육산에는 잎 떨어진 참나무들이 빽빽하고,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헤쳐 나간다. 비록 조망은 즐기지 못하지만, 이처럼 호젓하고 멋진 능선을 걷다보니, 아름다운 우리강산의 포근함과 부드러움에 새삼 매료되는 느낌이다.


이동거리가 멀고, 많이 알려진 명소를 지나지 않아서인지, 멋진 정맥 길의 참 아름다움을 즐기고자하는 참여자들이 자꾸 줄어들어 안타깝다. 버스는 29번 국도를 달려 화순을 지나고, 금릉리에서 58번 국지도로 접어들어, 11시 15분, '능성퇴비공장' 입간판이 서 있는 들머리에 도착한다.

능성퇴비공장 입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5) 능선퇴비공장 입구/산행시작-(11:39) 고암촌 입구-(12:35) 주능선 진입-(12;42~12:45) 말머리재-(13:01~13;16) 봉/간식-(13:41) 467.8m봉-(13:58) 촛대봉-(14:14) 안부-(14:46~14:47) 두봉산 정상-(15:03) 장대봉 분기점-(15:31) 죽산안씨 합장묘-(15:36) 안부 사거리-(15:46) 468.8m봉-(16;04) 개기재』들머리 1시간 20분, 간식 15분 포함, 총 4시간 4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지난번에는 말머리재에서 샛점으로 하산했지만, 이번에는 고암마을에서 말머리재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넓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냄새나는 퇴비공장을 지나니, 잡목넝쿨이 뒤엉킨 움푹 꺼진 골짜기가 앞을 막는다. 남자대원 몇몇이 넝쿨을 헤집고 건너편 임도로 올라서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적당한 건널목을 찾느라 우왕좌왕한다.

산행시작


이런 모습을 본 사료공장의 젊은 직원이 다가와 계곡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얼마가지 않아 사리지고, 산길도 없으니, 다시 큰길 나가, 마을을 지나면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며, 그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우리일행은 다시 도로로 나와, 11시 39분, 고암마을 입구에 이르러, 마을로 들어선다.

고암마을 입구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인데도 젊은이나, 아이들이 없다 보니, 마을에는 어리친 강아지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지나 무덤가에서 골짜기를 건너다 발목을 접질린 젊은 대원이 잠시 응급처지를 받고 산행을 계속한다.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조금 전에 건너려고 시도를 했던 바로 그 골짜기에 이른다.

마을을 지나고


지도를 보면, 말머리재로 이어지는 길은 계곡을 따라 오르게 돼있다. 사료공장 직원은 그 길은 없어졌으니, 능선 길로 가라고 가르쳐 주었지만, 제대로 말머리재에 도킹하려면 결국 계곡을 따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우리일행은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개들이 아우성을 치면 짖어대는 사료공장을 지나, 무덤 여러 기가 있는 지점에 이르니, 계곡이 좌우로 갈린다.

임도 따라


방향은 오른쪽 계곡 쪽이 맞는 것 같은데 길이 없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직진 길을 따라 진행하여 다시 뚜렷한 임도에 이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잡목덩굴이 엄중하게 길을 막는다. 정면 돌파가 불가능해 보인다. 할 수없이 가파른 왼쪽 사면을 바로 치고 올라 능선으로 향한다. 여자대원들이 가파른 사면을 네 발로 기듯이 힘겹게 오르면서도,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12시 38분, 비로소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능선에 진입하여 부군의 머리에 붙은 나뭇가지를 떼어주는 부인


12시 42분, 말머리재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르고, 좁게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른다. 참나무들은 이미 잎이 거의 떨어져 앙상한데, 낙엽이 발목까지 덮이고, 낙엽 밟히는 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오늘은 시종 이런 호젓한 산길을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걷는다.

말머리재


고도 약 400m 정도의 좁은 봉우리에 올라, 푹신한 낙엽 위에서 약 15분 동안 간식을 즐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진달래 억센 가지가 배낭에 휘감기는 날등길을 지나고 장난치듯 낙엽을 발로 차며 부드러운 능선을 오르내린다. 1시 41분, 467.6m봉에 올라 나뭇가지 사이로 촛대봉을 바라보고, 그림 같은 능선을 따라올라, 1시 58분, 좁은 촛대봉 정상(622.4m)에 이른다. 정상 표지판과 표지기들이 보이는 평범한 봉우리다.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나뭇가지 사이로 본 촛대봉

그림 같이 아름다운 능선길

촛대봉 정상


가파른 내리막 능선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며 골짜기 너머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가 보이고, 잎새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붉은 열매가 눈길을 끈다. 2시 14분, 산죽 밭이 시작되는 능선안부로 내려선다.

오른쪽 계곡과 그 뒤로 이어지는 첩첩산세

붉은 열매

능선 안부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두봉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심한 가파름은 아니지만 산죽 밭이 점점 울창해지더니 어느 사이에 훌쩍 키를 넘기며 갈 길을 방해한다. 12시 46분, 정상표지판과 삼각점이 있는 두봉산 정상(631m)에 오른다. 역시 조망은 없다.

키를 넘는 산죽 밭

두봉산 정상

땅에 떨어진 정상 표지판

삼각점


두봉산에서 한차례 내려서니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삼각봉이 눈에 들어온다. 장재봉이 갈라지는 분기봉이다. 3시 3분, 낙엽이 가득 들어찬 벙커가 있는 장재봉(549.5m) 분기점을 지난다. 여자대원 두 분이 푹신한 낙엽 위에 앉아 과일을 들며 쉬고 있다.

장재봉 분기점


마루금은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굽어내려, 화순군과 보성군의 군 경계를 따라 남으로 달린다. 여전히 아름다운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등산로는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서며 서서히 고도를 낮추더니, 3시 33분, 통정대부 죽산안씨 합장묘로 떨어진다. 묘역에서 가야할 468.8m봉과 그 뒤로 계당산의 꼭지를 본다.

죽산안씨 합장묘

묘역에서 본 468.8m봉


부드러운 묘 길을 내려서서, 3시 36분, 숨 막히게 아름다운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직진한다. 이어 고운 산판길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올라, 3시 46분, 오늘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468.8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개기재로 내려서는 숲길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4시 4분, 818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개기재에 내려서서, 버스가 기다리는 보성군으로 향한다.

468.8m봉 정상

삼각점

사거리 안부

개기재

화순군에서 보성군으로


만추(晩秋)의 숲 속으로 시종여일(始終如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이처럼 호젓하고 아름다운 능선을 만나기가 어찌 쉽겠는가?  오늘 산행에 참여한 분들은 모두 축복 받은 분들이다. 4시 40분 경,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의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2008. 11. 9.)

Posted by Urimahn
,

 

도솔봉에서 형제봉으로 흘러내리는 웅장한 능선


2008년 11월 2일(일)

이제까지 호남정맥 산행을 안내해 오던 무주공산이 산행지가 서울에서 점차 멀어짐에 따라 참여인원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하고,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호남정맥안내를 일시 중지하고 명산안내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겨울 동안은 호남정맥 산행을 쉬어야 할 형편인데, 공백 기간이 너무 길고, 또 내년 3월 이후에 재개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송암산악회에서 호남정맥을 당일산행으로 안내하여, 외망에서부터 출발한 후, 이미 세 구간을 끝내고 북상 중이다.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에 산행을 하여, 오늘이 그 네 번째 산행일이다. 완주가 쉽지 않은 호남정맥 종주라 찬밥, 더운밥을 가릴 여유가 없다. 심산과 상의하여 함께 참여하기로 한다.


코스는『성불사(420m/1.5Km)-새재(800m/0.5Km)-형제봉(861m/3.2Km)-월출재(700m/2Km)-깃대봉(860m/2Km)-마사치(440m/2Km)갓머리봉(700m/1.5Km)-마당재(430m/1.9Km)-갈매봉(505m/0.6Km)-죽정치(390m/0.5Km)-승주청소년 수련원』으로 도상거리는 들머리 1.5Km, 마루금 13.7km, 날머리 0,5Km, 합계 15.7Km에 이른다.

성불사 일주문


오늘구간에서 들머리인 성불사와 새재간의 고도차가 약 380m로 초장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하고, 또 미사치에서 갓머리봉까지도 고도차가 약 360m로 만만하지가 않은데, 일몰 전 산행가능 시간은 기껏해야 6시간 정도이니, 시간당 평균 도상거리 2.5Km이상을 달려야 한다.


오늘 참여인원은 29명, 대장들을 합쳐 모두 32명이 함께 산행을 한다. 낮 익은 얼굴들이 많이 눈에 띠어 반갑다. 흐린 날씨에 가스마저 끼어, 원거리 조망은 즐기지도 못하고, 일몰 전에 하산하기 위해, 갓머리봉을 지난 이후는 줄곧 뛰듯이 달려 무릎에 많은 부담을 준 산행이다.


이동거리가 멀어 출발시간을 30분 앞 당겨, 양재에서 6시 30분, 잠실역에서 6시 50분에 출발한다. 하지만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경유지마다. 지각 참여자들이 생기고, 내장산 단풍구경을 가는 차량들로 호남고속도로가 정체하는 바람에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성불사에 도착한다.


지난 세 번째 구간인 백운산 구간도 일몰시간에 걸려, 새재까지도 이르지 못하고, 직전 봉인 890m봉에서 성불사로 하산했다고한다. 때문에 마루금 고수파나 산악회 입장에서는 당연히 890m봉에서 마루금을 이어가야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빠듯한 산행시간을 고려하여, 형제봉 또는 새재에서부터 마루금을 이어가는 길을 택한다. 10여명의 대원들이 형제봉 직행 길을 택하여, 김 회장의 인솔 하에 성불사 진입로에서 하차하고, 나머지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1시 56분, 성불사 입구에 도착한다.

성불사 입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56) 성불사 입구/산행시작-(12:02) 산길 진입-(12:14) 갈림길, 좌-(12:44) 새재-(12;50) 형제봉 1-(12:56~12:58) 형제봉 2-(13:00) 삼각점-(13:06) 안부-(13:11) 봉-(13:21) 산죽 밭-(13:28~13:38) 간식-(13:34) 봉-(13:54) 봉-(13:56) 임도, 우, 산길-(13:18) 768.1m봉-(14:00) 임도-(14:02) 월출재-(14:11) 헬기장-(14:24) 봉-(14:27) 능선분기, 좌-(14:37~14:38) 깃대봉-(14:42) 3개면 경계-(14:43~14:45) 전망대-(14:52) 삼거리/이정표-(14:53) 철쭉군락지-(15:08) 갈림길, 직진-(15:16) 송전탑-(15:20) 헬기장-(15:21~15:22) 미사치-(15:44~15:46) 신선바위-(15:50) 봉-(15:57) 봉-(16;02) 708m봉-(16:06) 능선안부-(16:18) 봉-(16:24~16:26) 깃거리봉-(16:37) 암벽-(16:39) 안부-(16:45) 헬기장-(16:47) 봉-(17:05) 마장재-(17:15) 봉-(17:22) 안부-(17:32) 갈매봉-(17:43) 시치재-(18:01) 수련원/버스』들머리 48분, 간식 10분, 마루금 4시간 40분, 날머리 18분, 총 6시간 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려, 코끼리 상과 '나무아미타불' 돌비석이 있는 절 입구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고, 갈 길이 바쁘다보니, '성불사 연혁', 천왕문만을 카메라에 담고, 절 구경도 생략한 채, 12시를 알리는 성불사의 타종소리를 들으며, 절 왼쪽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 새재로 향한다. 이어 12시 14분,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계곡을 건넌다. 직진 길은 890m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성불사 연혁

천왕문


왼쪽에 계곡을 끼고 돌 많은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이윽고 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12시 44분, 새재에 올라 왼쪽으로 향하고, 12시 50분, 고도 약 850m정도의 형제봉 중 동생 봉에 해당하는 봉우리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동쪽으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웅장하고, 30도 방향으로 도솔봉이 우뚝한데, 반대쪽으로는 형제봉으로 오르는 철 계단과 가야할 능선이 가깝게 보인다.

새재에서 왼쪽 형제봉으로

형제봉 중 동생봉

도솔봉

형제봉과 가야할 능선(우)


12시 56분, 형제봉(861.3m)에 오른다. 정상석과 '꽃사슴농장'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남쪽으로 성불사로 이어지는 865번 도로와 조령리가 가스에 가려 희미하게 내려다보이고, 북동 방향으로는 도솔봉에서 흘러내리는 마루금이 힘차다.

형제봉 정상석

꽃사슴농장 이정표와 가야할 능선

865번 도로와 조령리


형제봉에서 조금 내려서다 길가의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급한 내리막을 달려내려 억새가 무성한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고, 산죽 밭을 통과한 후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좁은 능선을 속도를 내어 걷는다. 1시 28분, 길가 바위에 앉아 간식을 들며 약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삼각점

억새가 무성한 안부를 지나고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통과한다.


등산로는 700m대의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왼쪽 완만한 산 사면에 마지막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단풍이 유난히 곱다. 1시 56분, 임도 쪽과 오른쪽 산길 양쪽으로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 산길로 향하여 768.1m봉에 오르고, 2분 후, 다시 임도로 내려선 후,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산 사면의 단풍

임도

768.1m봉


2시 2분, 아무 표시도 없지만, 월출재라고 짐작되는 임도를 건너, 2시 11분, 억새와 잡목단풍이 고운 헬기장을 지난다. 황량한 날등 능선이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2시 27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0분 후, 깃대봉에 오른다. 너른 정상에 정상표지판(858.2m), 삼각점, 계족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헬기장

깃대봉 정상

삼각점

계족산 등산안내도


깃대봉을 내려서서 2시 31분, 3면 경계봉을 지나고, 1분 후, 전망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가스가 끼어 원경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 심원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등산로 아님' 이란 표시를 해 놓았다.

3면 경계봉

전망대

깃대봉

가야할 능선


2시 53분, 철쭉군락지를 지나고, 이후 임도처럼 넓어진 편안한 등산로를 빠르게 달린다, 3시 7분,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이어 송전탑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러 왼쪽으로 가야할 갓거리봉을 바라본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3시 21분, 표지판과 이정표, 계족산 등산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는 미사치에 이른다. 의자와 운동기구들도 눈에 뜨인다. 심원마을이 약 1.7Km 정도 떨어져 있어 주민들이 자주 오르는 곳인가 보다.

철쭉군락지

널찍하고 편한 등산로

헬기장에서 본 갓거리봉

미사치


나무계단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른다. 3시 44분, 신선바위라고 불리는 전망바위에 선다. 동북방향으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정북방향에는 황전면의 너른 들이 펼쳐진다. 남동쪽으로 심원마을, 남서쪽으로 청소리가 내려다보인다. 이어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고, 4시 2분, 708m봉에 올라 오른쪽 급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신선바위

지나온 능선

심원마을 방향

청소리 방향


4시 11분, 능선안부에 내려서서 가야할 갓고리봉을 바라보고, 바위지대를 지나,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구례 313, 1985 복구>이 있는 갓고리봉에 이른다. 정상석(688m)은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절벽 위에 세워졌다, 절벽 위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능선 안부에서 본 갓고리봉

정상석


가파른 암릉길을 달려내려, 로프가 걸려 있는 절벽위에 선다. 로프에 매달려 절벽을 내려서고, 암릉길을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갓거리봉과 내려섰던 절벽을 바라본다, 4시 45분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른 잡목 숲 을 달려 내리며 고도를 낮춘다. 4시 57분, 다시 암봉 하나를 넘고,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5분 후,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사거리 안부인 마당재에 이르러 직진한다.

암벽길

뒤돌아 본갓거리봉

마당재


하산지점인 연수원까지는 아직도 도상거리로 약 3Km 정도가 남아 있는데 벌써 사방이 어둑해지니 마음이 급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5시 32분, 삼각점이 있는 갈매봉(508.2m)을 지난다. 등산로 양쪽의 잡목넝쿨을 말끔히 베어 내, 편해진 길을 뛰 듯이 달려, 5시 53분, 임도가 지나가는 죽전치에 내려서고, 임도를 건너 다시 어둑한 숲으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보인다.

갈매봉 삼각점

죽전치


 

이정표


어둠이 깔린 돌 많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내린다. 이윽고 하얗게 보이는 커다란 유류탱크 같은 시설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로 내려서고, 이어 승주청소년수련원 아스팔트도로를 달려내려 6시 1분, 버스에 도착한다.

어둠 속에 대기 중인 버스


후미그룹이 헤드랜턴을 켜고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6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도로정체를 피해 진주를 거쳐 경부고속도를 달리고, 대전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지만, 호법IC를 지나면서 길이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버스는 11시가 넘어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11시 20분경에야 가까스로 천호역에 도착한다.

 


(2008.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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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들이 미인봉이라고 명명한 모후산


2008년 10월 25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천운산(604.2m)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서밧재(149m/4Km)-천운산(604.7m/2Km)-옷재(320m/2.5Km)-태악산(530m/2Km)-노인봉(529.9m/0.7Km)성재봉(519m/1.5Km)-말머리재(380m/1.5Km)』로 마구름 도상거리 약 12.7Km, 날머리 약 1.5Km, 합계 14.2Km 정도다.


오랜 가을가뭄 끝에 모처럼 비가 내리자 기온은 뚝 떨어지고,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앙상하다. 남녘들판에도 이미 가을걷이가 모두 끝나고, 텅 빈 논에는 사료뭉치가 점점이 흩어져 있다. 가을로 접어들었나 싶었는데 어느덧 계절은 늦가을이다.

추수가 끝난 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단풍이나 억새를 찾아 명산으로 몰렸겠지만 오늘 정맥길을 찾은 대원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때 묻지 않은 호젓한 능선길을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즐긴다. 천운산을 오를 때 두어 차례 급 오름이 있었지만, 힘에 겨울 정도는 아니고, 안부의 잡목들도 기세가 많이 꺾여, 시종 부드러운 능선을 유유히 산책하듯 걷고, 암릉과 전망바위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긴다.

아름다운 산책길


버스는 서울을 출발한지 4시간이 넘은 시각인 11시 9분에 서빗재에 도착한다. 이곳 지리에 밝은 기사양반은 교통표지판 옆, 산행들머리에 정확히 차를 갔다대고,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바로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서밧재/교통표지판


오늘의 산행기록을 아래와 같다.

『(11;09) 서밧재/산행시작-(11:17) 송림 숲으로-(11:21) 전망바위-(11:23) 봉, 우-(11:24) 임도-(11:25) 첫 번째 삼거리, 직진-(11:27) 천운산 등산안내도/삼거리, 직진-(11:30) T자, 좌-(11:32) 이정표/임도-(11:33) 송전탑(11:46) 제1쉼터-(11:56) 제2쉼터 갈림길-(11:58) 돌탑-(12:08~12:14) 천운산제2봉/휴식-(12:15) 능선 삼거리-(12:32) 전위봉/이정표-(12:45~13:12) 천운산 정상/중식-(13:21) 능선 삼거리/이정표-(13:26) 봉-(13:32) 전망바위-(13:38) 벤치-(13:44) 팔각정-(13:49~13:50) 돗재-(13:54) T자, 우-(14:06) 463m봉-(14:12) 안부-(14:20) T자, 좌-(14:24) 봉-(14:30) 봉-(14:45) 산죽밭-(14:55~15:00) 태악산 정상/휴식-(15:12) 안부-(15:14) 의성김씨 묘-(15:35) 전망바위-(15:42) 암봉 오른쪽 우회-(15:44) 안부/철조망-(15:51) 전망바위-(16:01) 노인봉-(16:04) 안부-(16:24) 성재봉-(16:33) 능선분기, 좌-(16:37) 안부-(16:40) 안부 사거리, 직진-(16:48) 봉-(16:52) 안부-(17:09) 말머리재-(17:15) 임도-(17:40) 샛점』중식 및 휴식 38분, 마루금 5시간 22분, 날머리 31분, 총 6시간 3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오랜만에 참여한 심산대원이 앞장서서 걷는다. 절개지 꼭대기쯤에서 무덤 3기를 오른쪽에 두고, 잡초가 무성한 희미한 길을 따라 벌목지대를 지나, 정면에 보이는 능선으로 향한다. 송 선배는 어느 사이에 앞으로 뛰어 나갔는지 초장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산행시작

벌목지대를 지나 정면의 능선으로


11시 17분,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송림으로 들어서고, 이어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그 위에 올라서서, 아름답게 펼쳐진 벽송리 마을들을 굽어본 후, 급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11시 23분, 이장한 묘 자리가 있는 고도 약 260m 정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송림으로 들어서고

전망바위에서 본 벽송리 마을


11시 25분,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첫 번째 임도 삼거리에서 직진하고, 2분후, 천운산 등산안내도가 있고, 오른쪽으로 광주학생교육원으로 갈리는 두 번째 삼거리에서 역시 직진하여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11시 30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광주학생교육원 갈림길

천운산 등산안내도

이정표


11시 33분, 276번 송전탑을 지나, 낙엽이 곱게 깔린 산책로를 걷는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을 약 4분 정도 올라 11시 46분, 제1쉼터를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11시 58분 돌탑을 지나고,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천운산 제 2봉에 오른다. 심산대원이 고모 두 분과 간식을 들고 있다. 배와 귤을 얻어먹고, 무등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천운산 제2봉

천운산 제2봉 이정표


12시 15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 삼거리를 지나고, 늦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시야가 트이며 320도 방향으로 동면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어 정상 0.6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전위봉을 지나, 전망 좋은 곳에서 지나온 능선과 무등산, 모후산을 카메라에 담고, 12시 45분, 천운산 정상에 오른다.

동면조망

지나온 능선

무등산


비교적 너른 정상에는 무인산불감시탑,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으나 주위의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정상에서 후미 6명은 정상주를 마시고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는다.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


1시 12분, 산행을 속개하고, 9분 후 이정표가 있는 능선 3거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팔각정까지 1Km, 한천휴양림까지는 1.2Km라고 알려준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돌아 천운산을 카메라에 담고, 1시 26분,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암릉길을 걷는다. 작은 바위 위에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가난한 소망을 담아 한 개 한개 돌을 쌓아 놓은 모습이 정겹다,

능선 3거리

뒤돌아 본 천운산

암릉길


1시 32분, 시야가 트이는 전망바위에 선다. 오른쪽으로 삿갓봉이 올돌하고, 그 아래로 돗재를 통과하는 822지방도로가 보인다. 왼쪽 능선이 가야할 능선이다. 동북방향으로는 고모들이 미인봉이라고 명명한 모후산이 남면 너머로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삿각봉과 가야할 능선(좌)

모후산


암릉길을 지나고,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걷는다. 낙엽이 떨어진 숲속에 벤치가 보인다. 한가롭고 여유가 있는 풍경이다. 1시 44분, 팔각정을 지나고, 5분 후 돗재에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2시간 40분이 지난 시각이다. 휴양림 입구의 철책문은 굳게 닫히고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도로를 건너고 시멘트 옹벽을 넘어, 절개지를 오른다.

부드러운 길

벤치

돗재

문 닫힌 휴양림

절개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지난주 산행에서 무리를 했던 송 선배는 몇몇 대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와서, 11시 20분경에 이곳에서 출발하여, 3시 30분경에 하산을 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숲길을 걸어, 2시 6분, 463m봉에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내려서며 남쪽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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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길

463m봉


싸리나무가 많은 잡목 안부를 지난다. 잡목 숲의 단풍과 낙엽이 유난히 곱다. 돌 많은 길을 올라, 2시 50분, 약 400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날등길을 걷는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고, 낙엽이 흩날린다. 이어 키를 넘는 산죽 밭을 통과한 후, 2시 55분, 묘가 있는 태악산 정상(530m)에 올라 간식을 먹으며 약 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안부

돌 많은 날등길

산죽 밭

태악산 정상

휴식


태악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용암산의 암봉(544.7m)을 바라보고, 가야할 노인봉과 성재봉을 눈여겨본다. 3시 12분 , 안부에 내려서고, 3분 후, 의성 김씨 합장묘를 지나는데, 아랫묘의 봉분에 구멍이 두 개 뻥 뚫려 있는 것이 보인다. 한낮인데 으스스한 느낌이다. 오르막길을 올라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바위위에 올라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용암산

노인봉과 성재봉

의성김씨 묘

지나온 능선과 태악산

동가리 조망

멀리 무등산


노인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생각지도 않은 암봉들이 우쭐우쭐 솟아있고, 등산로는 이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3시 44분, 철조망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3시50분, 전망바위에 서서, 북으로 지나온 능선을 굽어보고, 이어 남쪽으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4시 1분, 좁은 노인봉 정상(530m)에 선다. 오른쪽으로 용암봉이 가깝다.

암봉

지나온 능선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


 

노인봉 정상

정상 표지판

용암봉


4시 6분, 안부에 내려서고, 작은 봉우리 두세 개를 오르내린 후, 4시 24분, 성재봉(519m)에 오른다. 정상표지판이 있고, 표지기가 직진, 좌측 양쪽으로 거의 비슷한 숫자가 걸려있다, 개념도를 보면, 마루금은 왼쪽으로 휘어진다, 왼쪽으로 내려서 보지만 길이 없다. 다시 개념도를 찬찬히 검토한 후, 직진하여 완만한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성재봉 정상


4시 33분, 비로소 능선분기점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서고, 4분 후 안부에 이른다. 이어 봉우리 두 개를 넘고, 5시 9분, 말머리재에 이르러, 왼쪽 샛점을 향해 부드러운 산판 길을 달려 내린다. 5시 16분 임도에 내려서고, 5시 40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회장님이 막걸리 잔을 권하며 반갑게 환영한다.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냇가로 내려가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는다.

능선분기, 좌

말머리재 1

말머리재 2


5시 55분, 버스는 화순읍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오늘 뒤풀이 모임은 송 선배가 쏘기로 예약이 되어 있다. 즐거운 뒤풀이가 끝나고, 7시가 조금 지나,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歸路)에 부회장님 부부가 아이스크림을 돌린다.

 


(2008. 10. 2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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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을 지나면서 본 내장산 줄기와 반달


2008년 10월 11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천왕산 구간을 산행한다. 오늘 코스는 『묘치(230m)-385.6m봉-주라치(340m)-천왕산(424.2m)-구봉산(349m)-서밧재(149.4m)』로 도상거리 약 7.5Km의 짧은 구간이다. 고도차도 별로 없는 비교적 평탄한 코스지만 마루금에는 가시잡목이 무성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아, 엎드려 기기도 하고, 장애물을 타고 넘으며 힘들게 진행한다.


주화산에서 망덕산을 거쳐 외망에 이르는 호남정맥 산줄기는 도상거리로 약 432Km, 천리 길이 넘는 긴 산줄기다. 주화산에서 서밧재까지의 도상거리가 약 218Km, 그러니 오늘 구간 산행으로 비로소 긴 산줄기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맑은 가을 날씨다. 개구쟁이가 빗자루에 하얀 물감을 듬뿍 묻혀, 거대한 파란 캔버스에 비질을 해 놓은 것 같은 하늘이다. 잡목 숲 사이로 투명한 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소슬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서늘하게 식혀준다. 묘가 있는 자리가 명당자리다. 묘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주기(酒旗)가 나부끼고, 여인숙(女人宿)에서는 손님을 부른다. 이 주막에서 한잔, 저 여인숙에서 한잔 걸치다보니, 하산 전에 벌써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다.


안톤 쉬낙(Anton Schnack)은 우리들의 이런 즐거움을 몰랐던 모양이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하게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人跡)은 끊어져 거의 일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김진섭 옮김)

독일의 음울한 가을 만 보았던 안톤 쉬낙을 우리의 찬란한 가을산하에 초대하여 호남정맥을 함께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 그는 틀림없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이라는 또 다른 수필로 우리들에게 답례를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으로 빠져버린 모양이다. 20여명 남짓한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탄천 휴게소에서 잠시 멈추었을 뿐 쉬지 않고 남으로 남으로 먼 길을 달려내려, 11시 2분, 묘치고개, 산행들머리에 도착한다.

묘치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2) 묘치 도착/산행시작-(11:13) 봉, 약 300-(11:15) 갈림길, 우-(11:19) 안부-(11:21) 묘 1기-(11:22) 가족묘-(11:38) T자, 우-(11:41) 385.8m봉-(11:49) 임도-(11:55) 묘역 내림-(11:57) 주라치-(12;08) T자, 우-(12:15) 319m봉-(12:17) 안부-(12:27) 갈림길, 좌-(12:40) 돌 오름길-(12:43) 천왕산 정상-(12:45~13:09) 중식-(13:10) 갈림길, 우 내림-(13;25) 장택고씨 묘-(13:26) 안부사거리, 직진-(13:27) 갈림길, 좌-(13:29) 능선 왼쪽 우회-(13:30~13:32) 전주이씨 묘-(13:35~13:56) 묘역/휴식-(13:57) 안부 사거리, 직진-(14:04) 봉, 약 305-(14:06) 갈림길, 좌-(14:09) 시멘트도로-(14:13) 기지국 정문, 오른쪽 산길-(14:17) 임도-(14;18) 두 번째 통신탑-(14:19) 밤나무 단지-(14:24) 갈림길, 좌-(14:27) 능선분기, 우-(14:35) 쌍묘-(14:37) 묘 3기-(14:38) 갈림길, 좌-(14:44) 묘 2기-(14:45) 갈림길, 직진 -(14:48) 오른쪽 산길-(14:53) 수원백씨 합장묘-(14:55) 산불지역-(14:58) 해주최씨 묘-(15:02) 서밧재』중식 및 휴식 47분포함, 총 4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바로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무덤을 지나고 희미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키를 넘는 잡목 숲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가시넝쿨이 무성한 악명 높은 정맥 길 잡목 숲이다. 계절이 변한지도 한참 됐는데도 이곳의 잡목은 한여름인양 시퍼렇게 기가 살아있다. 그래도 정면 돌파가 가능한 정도라 다행이다.

산행시작


한동안 잡목 숲에서 헤매다 겨우 등산로를 찾아들자, 이번에는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는다. 넘기에는 너무 높고, 우회하려니 주의 잡목에 기가 질린다. 할 수 없이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조아려 앞 사람의 엉덩이에 경배를 하며 지나가고 이어서 나타나는 장애물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쓰러진 나무 등걸 아래를 지나고

장애물을 우회한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1시 19분, 표지기들이 요란한 안부에 내려선 후 너른 묘역을 지나며 모처럼 푸른 하늘을 우러른다. 여전히 거친 잡목 숲이 이어진다. 잇단 장애물을 넘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봉분이 땅에 닿을 정도로 황폐한 묘가 있는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1시 41분, 길가에 삼각점이 보인다. 385.8m봉이다.

안부

잇단 장애물들

385.8m봉 삼각점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이장한 흔적이 뚜렷한 움푹 파인 묘를 지나, 울창한 잡목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선다. 11분 49분, 임도를 건너고 6분 후, 너른 묘역을 내려서며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110도 방향으로 모후산(919m)의 수려한 모습을 본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조망다운 조망이다.

너른 묘역을 내려서고

110도 방향으로 모후산을 본다.


11시 57분, 주라재에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주릿재'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아마도 현지인들은 주릿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어떤 이름이라 해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강력한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려 보아도 찾을 길이 없다. 아마도 지방방언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서밧재도 현지인들은 '섯밧재'라고 부른다고 한다. 역시 의미를 알 수 없다.

주릿재 표지판


지방산악회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지방의 고유한 방언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지명의 유래나 의미를, 생존해 계신 지방의 어르신네들에게 물어 그 내용을 널리 알리면 어떨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그리고 우리국토를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으로 특이한 지명의 의미 찾기 캠페인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12시 8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암릉길을 걷고, 7분 후, 319m봉을 지나.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돌 많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12시 27분, 능선분기점에서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능선이 넓어지며, 평탄한 길에서 표지기들이 반긴다.

표지기들


바위지대를 지나고, 작은 너덜 같은 돌 많은 길을 올라, 참나무 숲을 통과한다. 투명한 가을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 우수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이런 가을 속을 걸어, 12시 43분, 천왕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424.2m)에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에 정상표지판이 걸려있다.

참나무 숲

정상표지판


 

삼각점


천왕봉을 내려서자 바로 등산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상을 펼친 대원들을 만나 이들과 합류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정상주 잔이 돌고, 풍성한 먹을거리가 나누어진다. 24분 동안 느긋하게 식사를 한 후, 1시 9분, 산행을 속개한다. 1분 후, 능선분기점에 이르러, 오른쪽 급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주능선 같아 보이는 직진능선을 따르면 영동으로 빠진다. 알바하기 쉬운 곳이다.

능선분기점에 놓인 산악회 표지판


나뭇가지를 잡고,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니, 미끄러운 급경사 흙길이 이어진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산골짜기의 황금빛 층계논과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 1시 25분 장택고씨 묘를 지나고, 1분 후, 안부사거리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약 6분 동안에, 150m 정도의 고도를 까먹으며 내려선 것이다.

무등산


1시 27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한다. 부드러운 산책길이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1시 30분, 전주이씨 묘에 이른다. 너른 묘역에 여인숙이 문을 열었다. 호객소리에 끌려들어, 달고 시원한 배를 얻어먹고 따듯한 관심에 고마움을 느끼며, 길을 떠난다. 묘역에서 뒤 돌아본 천왕산 위의 하늘이 에메랄드 색깔보다 곱다.

묘역의 여인숙

뒤돌아 본 천왕산


3분 쯤 걸었을까? 이번에는 전주이씨 묘역에 주기(酒旗)가 나부낀다. 이술, 저술, 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술맛을 보다보니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다. 여인숙을 차렸던 대원들도 합류하고, 수술 후 의사의 경고도 무시 채 뛰쳐나온 부부대원이 도착하고, 발목 인대가 늘어나 한동안 고생하다 겨우 걸을 만해지자 더 참지 못하고 참여한 고모가 모습을 보이니, 선두 몇 사람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한자리에 다 모인 셈이다. 삼일장 장마당처럼 분위기가 흥청거린다.

전주 이씨 묘

묘역 풍경


1시 56분, 묘역을 떠난다. 1분 후,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하고, 2시 4분, 고도 305m 정도의 봉우리를 넘는다. 2시 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3분 후, 시멘트도로에 올라, 이를 따라 걷는다. 시야가 트여, 정면에 통신탑, 뒤로 천왕산, 160도 방향으로 구봉산의 9개 봉우리 중 2개의 봉우리, 그리고 100도 방향으로 앞서 보았던 모후산이 멀리 보인다.

시멘트도로

9봉 중 2개봉

천왕산

모후산


2시 13분, 기지국 정문 직전에서,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2시 17분, 임도에 내려서고, 1분 후, 두 번째 통신탑을 지나, 밤나무단지를 통과한다. 12시 24분,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니, 시야가 트이며. 천왕산 아래 마을이 그림 같고, 지나온 능선이 뚜렷하다.

두 번째 통신탑

 

밤나무 단지

갈림길, 좌

천왕산과 그 아래 마을

지나온 능선


표지기들이 요란한 능선길을 오른다. 2시 27분, 구봉산 정상(349m) 직전, 고도 약 340m 지점에서 능선이 분기한다. 직진 능선 길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오른쪽 내리막 능선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오른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2시 35분, 쌍묘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묘 3기를 지나,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산판길로 들어선다.

갈림길, 우


2시 44분, 다시 헐벗은 묘 2기를 지나고, 갈림길을 만나, 직진한 후, 3분 뒤에 산판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2시 53분, 통성대부 수원백씨 합장묘에 이른다. 시야가 확 트인 묘역에 서서, 남서쪽으로 가야할 천운산 줄기를 바라보고, 남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통정대부 수원 백씨 합장묘 묘석

묘역에서 본 천운산

남쪽 조망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산불이 났던 곳 같아 보이는 헐벗은 지역으로 나온다. 차 소리가 가깝고, 저 아래로 서밧재가 내려다보인다. 2시 58분, 해주최씨 묘를 지나 묘역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을 따라 내린다. 반짝이는 저수지, 황금빛 논, 그리고 푸른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길 양쪽으로 억새가 하늘거린다. 3시 2분, 회장님이 막걸리 병을 들고 기다리는 버스에 도착한다.

산불지역

가을풍경

서밧재

서밧재로 내려서는 길


오늘은 고향이 이 근방인 부부대원이 뒤풀이 자리를 마련한다.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고, 하산주로 목을 축인 후, 3시 30분 경, 버스는 화순읍으로 향한다. 뒤풀이 장소는 다슬기 전문집이다. 맥주잔, 소주잔이 돌고, 다슬기 수제비, 다슬기 탕 등 모처럼 별식을 즐긴다.


귀로, 야구중계가 끝나고, 축구가 시작되기 전, 강호동이 나오는 진기 쇼가 진행된다. 7시가 넘어, 축구중계가 시작됐을 터인데도, 채널을 돌리라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대원이 하나도 없다. 결국 쇼가 끝난 후, 후반전에 들어서야 축구중계를 본다. 다른 산악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남자는 여자하기에 달렸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8. 10,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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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의 젖줄 동북호


2008년 9월 27일(토).

이달 두 번째 토요일인 지난 13일이 추석연휴라 무주공산에서 안내하는 호남정맥 산행을 쉬다보니, 네 번째 토요일인 오늘, 한 달 만에, 정다운 얼굴들을 본다. 무척 반갑다. 하지만 송 선배가 댁에 일이 있어 불참이고, 심산도 일본 홋카이도 산행 때문에 빠진다고 하니 아쉽다.


오늘산행코스는『둔병재(410m)-622.8m봉-어림고개(381m)-오산(687m)-593.6m봉-묘치고개(230m)』로 도상거리 약 8.5Km 정도의 짧은 구간이다. 보통은 둔병재에서 돗재까지 약 22Km를 한 구간으로 삼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산행으로는 무리임으로 과감하게 두 구간으로 나누게 된 것이다.


둔병재에서 622.8m봉까지의 고도차가 약 200m, 어림고개와 오산간의 고도차 약 300m 등 두 군데 오르막이 있고, 무성한 산죽 밭과 잡목지대가 다소 성가시기는 하지만, 10Km도 안 되는 오늘의 산행거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한껏 여유롭게 해주고, 안양산 휴양림을 지날 때의 상쾌함과 오산에서 굽어보는 맑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조망이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가을하늘

코스모스


설악산 대청봉에는 올해 첫얼음이 얼고, 산간벽지에는 서리가 내렸다는 보도다. 며칠 전만해도 여름 같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어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돌더니, 하루아침에 계절이 초겨울로 변하는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넓은 들녘의 논들은 서서히 색깔을 바꾸고 있는 중이지만, 산위에서 보는, 산골짜기의 층계 논은 완연한 황금빛이다.

차창을 통해 본 논

산골짜기의 계단식 논


탄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10시 55분 경,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고모들이 산림문화 휴양관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다른 때와 달리 마음에 여유가 생긴 대원들이 한담을 나누며 기다리다, 이윽고 출렁다리로 향한다.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5) 안양산 휴양림 주차장-(11:00) 산행시작-(11:03) 출렁다리-(11:11) 정자-(11:15) 갈림길, 직진-(11:21) 산죽 밭-(11:28) 전망바위-(11:47) 622.8m봉-(11:54) 갈림길, 좌 내림-(12:01) 해주최씨 합장묘-(12:05) 임도/우측 산길-(12:11) 송전탑-(12:18~12:49) 광산김씨 가족묘역/중식-(12:52) 대밭-(12:55) 마을입구-(12:57) 어림고개-(13:06) 갈림길, 좌-(13:14) 560m봉-(13:15) 오른쪽 급 내림-(13:23) T자, 좌-(13:25) 봉, 우-(13:28) 임도-(13:41) 임도-(13:45) 억새능선-(13:48) 왼쪽 산길-(13:53~14:10) 오산 정상-(14:13) 통신탑 봉-(14:23) 헬기장-(14:41) 왼쪽 내리막-(14:44) 산죽 밭-(14:47) 안부갈림길, 좌-(14:52) 봉-(14:53) 임도-(14:55) 갈림길, 우-(15:02) 592.2m봉-(15:10) 안부-(15:11) 임도-(15:17) 묘 1기-(15:23) 능선분기, 우-(15:32) 묘역-(15:39) 묘치고개』중식 31분 포함, 총 4시간 3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출렁다리가 제법 출렁댄다. 출렁거리는 것이 재미있어 동심에 빠진 대원들이 발을 구르며 건넌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지나고, 편백나무 산책로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속의 공기가 코끝에 상큼하다. 11시 11분, 정자에 올라 우람한 안양산을 바라본다.

출렁다리

표고버섯 재배단지

안양류양림 편백나무 산책로 안내도

임도 건너 산책로

정자에서 본 안양산


11시 15분, 갈림길에 이른다. 휴양림 산책로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마루금은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하지만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마루금은 여전히 산책로다. 무성한 산죽 밭이 이어지고, 잠시 암릉을 거쳐, 11시 28분, 전망바위에 서서, 산골짜기의 귤동마을을 굽어보고, 멀리 화순방향을 조망한다.

산책로 버리고 직진하여 오르막 능선으로

귤동마을

화순방향

서쪽 조망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린다. 등산로 주변에 도토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중국산 도토리가 아닌, 진짜배기 토종 도토리를 주워 담느라고 고모들이 정신이 없다. 다시 산죽 밭을 지나고, 11시 47분, 622.8m봉에 오른다. 고맙게도 선두가 삼각점 주변을 깨끗이 정돈해 놓았다. 동쪽으로 시야가 트여, 오산이 가깝게 보인다. 휴양림을 거치고, 산죽 밭을 지나는 가하면,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즐기느라, 약 200m의 고도차를 힘든 줄도 모르고 거뜬하게오른 것이다.

산죽 밭

622.8m봉

삼각점

오산 방향의 조망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1시 54분, 억새가 가득한 너른 공터를 지나고, 표지기들의 안내로 바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개 짖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잘못하여 하산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한동안 내려서지만, 방향은 맞는다. 4분 후, 첫 번째 해주 최씨 묘를 지나고, 이어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오른다, 12시 1분, 석상과 묘비를 제대로 갖춘 두 번째 해주 최씨 합장묘를 지난다. 묘 뒤로 보이는 지나온 능선 위의 가을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고

해주 최씨 합장묘


12시 5분, 임도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오른쪽 나뭇가지에 요란하게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이어 등산로는 잡목넝쿨 속으로 숨어 송전탑을 지나더니, 다시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며 부드럽게 이어진다.

임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산로


12시 18분, 어림고개 직전, 광산 김씨 가족묘에 이른다. 장군님을 비롯한 대원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오산에 올라 식사를 할 생각이었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합석을 한다. 술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고 점심식사를 한다. 고모들이 모인 곳에는 언제고 먹거리가 풍성하다. 염치없이 이것저것 얻어먹는다. 이윽고 후미그룹이 도착하여 합석하니, 점심상은 더욱 더 커지고 은성해진다. 즐거운 점심시간 30여분이 후딱 지나간다.

묘역에서 식사하는 대원들

광산 김씨 가족묘

묘역에서 본 오산


12시 49분, 점심 뒷자리를 정리하고 모두 함께 가족묘를 내려선다. 밤나무 숲을지난다. 이번에는 알밤을 줍느라 모두가 바쁘다. 울창한 대밭을 지나,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어림마을 입구에 내려선다. '만지맥'이란 돌 표지가 눈길을 끌고, 무등산이 모습을 보인다. 12시 57분, 어림고개 아스팔트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대밭

마을입구 돌 표지

무등산

어림고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접어들고, 1시 14분, 560m봉에 오른다. 급 오르막이 끝나고 잠시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확 꺾어져 내리더니,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임도를 건넌다. 나지막한 능선이 임도를 왼쪽에 끼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1시 41분, 다시 임도를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정면에 오산의 암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560m봉

임도를 건너고

오산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넓은 억새능선에 오른다. 스치는 바람결에 은빛이 일렁이고. 왼쪽으로 안양산과 무등산이 장엄하다. 무념무상(無念無想),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다. 한 동안 넋을 잃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어 넓은 길을 오른쪽으로 따라 걷다,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암봉에 오른다. 오산 정상(687m)이다. 암봉이 1m 정도 폭으로 갈라져 뜀바위를 만들었다. 건너편 너른 암반에 대원들이 모여앉아 탁 트인 조망을 즐기고 있다.

억새능선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오산 정상은 아무 표시도 없는 너른 암반이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조망이 압권이다. 북서쪽으로 안양산과 무등산이 가깝고, 동쪽으로 동북호가 시원한데, 그 뒤로 옹성산(572.8m)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그 뿐인가? 북동쪽으로 산 넘어 산 그 넘어 또 산 뒤로 아련하게 하늘 금을 긋고 있는 것은 지리산 군으로 들어서는 백두대간 줄기가 분명하고, 서쪽으로는 안심제(安心提)와 산골 갈두마을이 그림 같이 펼쳐져 있다. 

안양산과 무등산

동북호와 웅성산

산 넘어 산 뒤 백두대간 마루금

안심제와 갈두마을


너른 암반 위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윽고 다시 일행들이 도착한다. 아쉽지만 방을 빼고, 암반을 내려서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통신탑으로 향한다. 다시 억새밭을 지나고, 너른 공터를 거쳐, 통신탑 뒤 암봉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본 후 암릉을 내려선다.

통신탑이 있는 암봉


부드럽고 순탄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2시 23분, 헬기장을 지나며 파란 가을하늘을 우러러본다. 부드러운 산길을 걸으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산과 무등산을 카메라에 담고, 2시 41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 내리막으로 급하게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산죽 밭과 잡목 숲으로 가볍게 오르내리더니, 2시 53분, 임도로 내려선다.

오산과 무등산


약 2분 정도,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고, 3시 2분, 592.2m봉에서 직진하여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에는 길게 로프가 매어져 있다. 이어 안부에 내려서서, 능선을 버리고, 왼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아마도 능선을 우회하는 우회로 같은데, 잡목과 넝쿨사이로 이어지는 임도가 별로 편한 길도 못되는 데 구지 우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592.2m봉


이윽고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능선길로 들어서고, 3시 17분, 묘 1기를 지난 후, 능선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3시 32분, 커다란 묘 3기가 있는 묘역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리더니, 저 아래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3시 39분, 묘치고개에 내려선다.

묘치고개 교통표지판

묘치고개

돌 표지


어김없이 회장님이 막걸리 병을 들고 마중을 나온다. 이처럼 따듯하게 하산하는 대원들을 맞아 주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막걸리에 시원한 물김치가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오늘은 남 교수님이 회갑을 자축하여 뒤풀이 장소를 따로 마련하고 한방 쏜다고 한다. 

 

무주공산에는 부부가 동반하여 산행하는 분들이 많다. 외톨이로 참여하는 대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다복한 분들이다. 남 교수님은 오늘 막내 아드님을 동반하고 산행을 한다. 요즘에도 부모 따라 함께 산행하는 다 큰 자녀가 있다니..., 남 교수는 또 얼마나 행복한 분이신가?


이윽고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모두들 술잔을 높이 들어 축하를 하고, 환한 얼굴로 축하를 받는 즐거운 자리가 무르익는다.

 


(2008. 9. 2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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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봉암 현판


2008년 8월 23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무등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백남정재(320m/2.5Km)-북산(800m/4.5Km)-장불재(910m/2.6Km)-안양산(853m/1.2Km)-둔병재(420m)』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0.8Km에 들머리 약 0.8Km를 합쳐, 산행거리는 11.6Km 정도다.


무등산구간은 호남정맥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무등산(1186.8m)이 출입금지구역이라 비록 꼬막재 갈림길에서 장불재까지는 마루금을 벗어나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지만, 입석대, 서석대에 서면 무등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고, 장불재에서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마능선의 암릉과 억새밭에서 보는 조망이 가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명산이기 때문인가? 무등산은 한 번에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기를 거부한다. 북산에 올랐을 때부터 운무가 시야를 가리더니 이후 하산할 때까지 가랑비가 찔끔거리며 비구름이 거치질 않는다. 암릉은 미끄러워 발걸음 마다 신경이 쓰이고, 빗물을 담은 억새밭이 대원들의 온 몸을 적신다.

 

신비로운 계절의 변화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는 시기다. 8월 15일이 지나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돌고, 한 낮의 땡볕은 여전하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더위가 가신다. 이런 계절의 변화와 무등산이라는 명산 덕에 경유지를 모두 거친 산악회 버스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


버스가 호남지역으로 들어서자, 빗발이 오락가락한다. 좁은 땅인데도 이 지역에는 빗발이 굵은데, 조금 내려선 곳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오전부터 갤 거라는 예보가 맞으려는 지 버스가 푸른 논 사이를 가르며 하얗게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달려 무등리에 들어설 때, 비는 그치고, 비구름이 산허리를 타고 서서히 오른다. 10시 58분, 버스는 무등촌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무등촌 빨래터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8) 무등촌-(11:00) 산행시작-(11:16) 백남정재-(11:30) 급오름 시작-(11:53) T자, 좌-(11:55) 갈림길, 우-(11:57) 목장안부-(12:22~12:42) 북산정상/중식-(12:48) 신선대-(13:00) 꼬막재 갈림길-(13:18) 돌표지<신선대 입구>-(13:30)거리표지판<장불재3,0Km>-(14:01)이정표<장불재 1.8Km>-(14:02) 규봉암 갈림길-(14:04~14:06) 규봉암-(14:08) 규봉암 갈림길-(14:23) 거리표지판<장불재 1.3Km>-(14:25) 석불암 입구-(14:53~14:58) 장불재-(15:10) 첫 암봉-(15:39) 936m봉-(16:14) 능선 3거리-(16:32) 헬기장-(16:38~16:40) 안양산 정상-(16:49) 갈림길, 우-16:57) 억새밭 끝-(17:16) 임도-(17:24) 등산로 입구/공터-(17:25) 출렁다리-(17:30) 둔병재/버스』중식 20분 포함, 총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잠시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마을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2주 전에 내려왔던 길인데도 동네길이라서 그런지 전혀 생소하다. 이윽고 빗물에 젖은 산길로 접어들고, 11시 16분, 낮 익은 돌탑이 있는 백남정재에 도착한다.

백남정재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자, 북산을 향한 급 오름이 시작된다. 백남정재와 북산간의 도상거리는 약 1.2Km, 고도차가 420미터에 달하니 그 가파름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53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650m봉 직전에서, 산악회가 깔아 놓은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650m봉 직전, 오른쪽으로 내려서라는 표지판,


잠시 가파른 내리막을 거쳐 억새가 무성한 광일목장 안부로 내려선다. 비구름이 능선을 타고 오르다 산봉우리에 걸려 있고, 억새밭을 지나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한결 여유롭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아껴가며 천천히 걸어야지."라며 뒤에 오는 여자대원들이 탄성을 발한다. 억새밭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다 북동쪽으로 바라본 무등리가 그림 같다.

산봉우리에 걸린 비구름

목장 억새밭을 지나는 대원들

 

 무등리 방향


숲속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북산으로 향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운무가 짙어진다. 12시 23분, 돌탑, 삼각점, 그리고 통신시설이 있는 북산정상에 오른다. 비구름이 가득한 정상에서 송 선배를 비롯한 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바람이 부니 춥다. 윈드재킷을 꺼내 입는다.

북산 정상

삼각점

정상의 시설물


 

식사


북산에서 보는 무등산 조망이 좋다는데, 주위가 온통 운무에 싸여 가시거리는 2~3미터가 고작이다. 아쉽다. 약 20분간 식사를 즐기고, 12시 42분, 송 선배와 함께 북산을 내려선다. 목장 철선을 따라 억새밭을 지난다. 철선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철선을 넘어 왼쪽 억새밭으로 진행하고, 12시 48분, 신선대에 이른다. 맑은 날씨라면, 바위에 올라 신선 기분을 내고 싶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사진만 찍고 신선대를 지난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억새밭을 지나고


 

신선대

억새밭이 끝나고 숲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도 보인다. 숲을 통과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꼬막재 갈림길에 이른 것이다. 산악회가 깔아 놓은 표지판이 임도를 벗어나 묘한 방양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 가닥의 길이 보인다. 운무는 더욱 짙어져 1 미터 정도의억새밭만 눈에 들어올 뿐 마루금을 짐작할 능선은 보이질 않는다. 

숲길

임도에 놓인 표지판, 누군가가 건드린 모양이다, 방향이 이상하다.


나침반을 보고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다행히 잠시 운무가 걷히며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인다. 지금 걷는 길은 능선에서 멀어지며 아래로 향한다. 무등산 주능선 왼쪽 사면으로 이어진다는 우회로와는 거리가 먼 것이 분명하다. 임도로 되돌아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억새밭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고


1시18분 신선대 입구 돌 표지가 있는 무등산 일반 등산로로 들어선다. 이정표도 보인다. 규봉암까지 3.3Km라고 알려준다. 돌이 많은 넓은 등산로를 빠르게 걷는다. 돌이 없는 곳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1시 30분, 꼬막재에서 1.9Km 떨어진 곳이라고 알려주는 거리표지판을 지난다. 인근에서 올라온 젊은 등산객이 건빵으로 먹으며 쉬고 있다가, 묻지도 않았는데, 왼쪽 길로 내려서면 멋진 폭포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선대 입구 돌 표지

돌 많은 등산로

거리표지판


산죽이 깔린 암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짙은 비구름을 이고 있는 인계리가 내려다보인다. 1시 56분, 돌 더미에 편히 앉아 하계를 내려다보며 신선놀음을 즐기던 대원들이 술 한 잔하고 가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입석대를 꼭 가보고 싶은 욕심에 손을 흔들고 지나친다.

암릉길

비구름이 걷히는 인계리

신선노름을 즐기는 대원들


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이서영평 갈림길을 지나고, 1분 후 규봉암 입구에 이르러 오른쪽 암릉길을 오른다. 2분 후, 현판 글씨가 멋진 일주문에 오르니, 왼쪽에 거대한 돌기둥 두 개가 우뚝하고, 음각된 글씨가 뚜렷하다. 절 경내로 들어서서 병풍처럼 둘러친 암봉 아래 자리 잡은 관음암을 둘러보고 시원한 석간수를 마신다.

이정표

규봉암 입구

일주문

돌기둥

관음전

요사채와 암벽

암벽 아래 전각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고 바람이 인다. 서둘러 규봉암을 나와 장불재로 향한다. 몇 차례 너덜지대를 건너고, 2시 25분, 석불암 입구를 지난다. 2시 47분, 장불재 0.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쉼터에 이른다. 비에 젖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번들거린다. 가랑비가 간간이 이어지고 운무는 더욱 짙어진다.

너덜지대

석불암 입구

쉼터


2시 52분, 운무가 자욱한 장불재에 이른다. 화순군수의 환영팻말, 농무(濃霧) 속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들, 장불재 표지석이 눈에 뜨이고, 이정표는 입석대 0.4Km, 서석대 0.9Km 라고 알려주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 봐야 헛일이다. 아쉽지만 농무를 헤치고 백마능선을 향해 비포장도롤 걷는다.


등산안내

장불재

표지석

이정표

입석대를 포기하고 백마능선으로


"컹, 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농무 속에 건물이 나타난다. 한국통신 건물이다. 등산로는 건물 왼쪽 억새밭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 안양산까지의 도상거리 2.5Km는 미끄러운 암릉과 거친 암봉, 그리고 빗물을 가득 먹음은 억새밭의 연속이다. 허리까지 차는 억새밭을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간다. 발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발걸음이 몹시 조심스럽다. 첫 번째 암봉이 비구름 속에 희미한 모습을 보이고, 이어 두 번째 암봉을 지나, 세 번째 맞는 봉우리가 개념도에 표시된 936m 암봉인 모양이다.

허리를 넘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첫 번째 암봉

뒤돌아 본 암봉

936m 암봉



암릉을 내려서면 다시 억새밭이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으니 맑은 날씨에 백마능선을 걷는다면 그 조망이 일품이겠다. 하지만 지금은 온통 비구름뿐이다. 이후 몇 차례 더 나타나는 암봉에는 직진로와 우회로가 함께 있다. 가랑비가 내리는 상황이라 주로 우회로를 이용하여 암봉을 통과한다. 4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능선 3거리에 내려선다. 안양산 정상까지 1.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또 다른 암봉

능선 삼거리 이정표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빗속에 의연히 서있는 멋진 노송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억새와 잡목이 뒤섞인 험한 길이 이어진다. 돌 뿌리에 걸려 몸이 휘청거리고, 잡목 가지가 허벅지를 아프게 찌른다. 발에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 4시 32분,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잠시 억새밭을 헤치고 오르니, 운무가 자욱한 너른 안양산 정상이다. 이정표와 표지석은 보이는데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한다.

노송

정상이 가깝다.

정상

정상석

이정표


휴양림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역시 억새밭이 이어지지만, 오를 때처럼 키가 크지 않아 진행이 훨씬 수월하다. 4시 49분, 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억새지대가 끝나며, 반가운 숲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반가운 것은 잠시뿐이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진흙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진흙에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산 길의 억새밭

미끄러운 하산 길


5시 16분, 표지기와 이정표가 반기는 임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얄궂게도 가랑비는 언제 멎었는지도 모르게 멎었고, 운무도 많이 걷혔다. 5시 24분,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이 있는 너른 공터에 내려서고, 출렁다리를 카메라에 담은 후, 도랑물에 신발에 묻은 진흙을 닦아낸다. 5시 30분, 삼림욕장 입구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임도

등산로 입구 공터

출렁다리

둔병재


버스 뒤에서 회장님이 따라주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수돗가로 나와 간단히 세수를 한 후, 진흙덩어리가 엉겨 붙은 바짓가랑이를 낚아낸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다. 버스로 돌아와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하산주 파티장으로 끼어든다.

안양산 자연 휴양림 입구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자, 버스는 화순읍의 식당에 마련한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새콤한 전어회 무침이 별미다. 뒤풀이를 끝낸 일행은 7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경버스 안은 열띤 응원 장으로 변하고,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은 인간이 아닌 신이 연출하는 감동의 드라마다.


(2008. 8.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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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촌에서 본 안양산(853m)


2008년 8월 9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유둔재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노가리재(320m/2Km)-까치봉갈림길(424m/3Km)-새목이재(370m/1.2Km)-어신이재(370m/1.5Km)-유둔재(270m/2.5Km)-백남정재(380m)』까지 마루금 약 10.2Km를 걷고, 1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무동리 수구촌으로 하산한다.


덥다. 7일이, 입추, 8일이 말복이다. 말복 날 서울의 최고기온이 35.4도라고 한다. 장마가 끝났는지, 연일 맑은 날씨에 불볕더위가 계속된다. 새벽에 일어나서 뒷바라지를 하던 집사람이 한 마디 한다,


"맥 산행에는 방학도 없나...?" 

 

나이를 먹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적응력이 무뎌져, 이 더위 속에서 무리를 하다 더위라도 먹게 되어, 동행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자제할 줄도 알라는 고마운 충고다. 하지만 말없이 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선다.


역시 더위 탓인 모양이다. 버스 안 여기저기에 빈자리가 눈에 뜨인다. 기름 값 내기도 빠듯할 듯싶다. 온통 녹색으로 뒤덮여, 보는 이의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수구촌, 보호수로 지정된 커나란 느티나무 아래, 시원한 정자에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 시원한 콩 국수에 열무김치, 도가니탕에 소주와 막걸리, 동네 어르신들이 거나하게 취한다.


"회장님, 저 땀 흘리는 것 좀 봐. 무척 힘들겠네."


허리가 기역자로 꺾인 할머님은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회장님이 무척 안쓰러운 모양이다.


오늘 구간에는 이름이 붙은 산이 없다. 까치봉(424.3m)이 있으나 마루금에서 남쪽으로 조금 벗어나 있다. 가장 높은 곳이 493m봉이다. 마루금에 봉 하나 없어 아쉬웠던 모양이다. 누군가가 최고봉이라고 명명해 놓았다. 그러니 노가리재에서 유둔재까지는 엎 다운이 거의 없는 비교적 편한 길이다. 하지만 그 다음의 유둔재에서 무등산까지는 1,000m 가까운 고도차를 보이는 급 오르막이다. 오늘은 백남정재까지 그 심한 오르막의 맛보기만 하고 수구촌으로 탈출한다. 백남정재에 이르는 길이 생각보다 멀어, 도중에 만나는 안부에서 잘못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버리고 887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린다. 맹리에서 시멘트도로로 들어서고, 이어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고도를 높이더니, 10시 47분, 노가리재에 도착, 들머리에 바짝 붙는다.

노가리재로 오르며 버스에서 본 남면 풍광

버스에서 내려서니 바로 마루금이다.


오늘의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7) 노가리재/산행시작-(10;53) 임도-(11:04) 첫봉-(11:08) 능선분기, 좌-(11:18) 안부사거리, 직진-(11:21) 갈림길, 좌-(11:30) 능선분기, 좌/이정표/한시-(11:34~11:35) 최고봉-(11:47) 까치봉 갈림길/이정표-(12:00) 능선 오른쪽 우회-(12:06) 480m봉, 좌-(12:12) 이정표-(12:28) 안부-(12:33) 봉, 좌-(12:46~13:06) 간식/휴식-(13:11) 새목이재-(13:29) 456.5m봉-(13:37) 어산이재/외팔이 이정표-(13:51) T자, 좌-(14:01) 우 꺾임/오른쪽 사면길-(14:05) 가족묘/이정표-(14:07) 임도-(14:10) 이정표-(14:13) 유둔재-(14:14) 오른쪽 산길-(14:19) 임도-(14:20) 갈림길, 우-(14:21) 봉, 좌-(14:28) 묘 2기-(14:39) 420m봉, 좌-(14;44) 갈림길, 우-(14:45) 갈림길, 우-(14:46) 안부 사거리-(15;07) 447.1m봉-(15:13) 봉, 좌-(15:19) 송전탑 안부-(15:20) 임도 삼거리, 우-(15:21~15:29) 잡목지대-(15:32) T자, 우-(15:35) 봉-(15:40) 안부-(15:44) 산죽밭-(15:53) T자, 좌-(15:54) 420m봉-(15:58) 백남정재-(16:12) 무둥촌-(16:17) 수구촌』 간식 20분, 마루금 4시간 51분, 날머리 19분, 총 5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소나기라도 내렸었는지 가파른 진흙길이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나무에 매달려 절개지를 오른다. 이윽고 임도에 들어서지만 바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11시 4분, 고도 약 440m정도의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른다. 비로소 오르막이 끝난 것이다. 4분 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능선분기봉, 좌


아름다운 송림사이로 한동안 평탄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윽고 50m정도의 고도차를 보이는 안부 사거리에 내려서서 직진하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이정표가 있는 해남터 갈림길에 이른다. 뜻밖에 이곳 장성군 출신의 조선시대 유학자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의 한시가 눈에 뜨인다. 한여름에 이 길을 걸으며 느낀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한시의 함축미가 뛰어나다.

송림사리로 이어지는 산책로

 

이정표

산속에서 만난 시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을 오른다. 11시 34분, 돌탑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최고봉에 이른다. 지도상에는 없는 이름이지만, 산 이름 붙은 곳이 하나도 없는 이 구간에서 이곳이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것을 강조한 작명이 아닌가 싶다. 잠시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내려, 능선길과 우회로가 갈리는 곳에서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최고봉 돌탑

최고봉 표지판


11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까치봉 갈림길에 오른다. 이정표에는 삿갓봉 갈림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름이 붙은 유일한 봉우리인 까치봉(424.3m)은 마루금에서 남쪽으로 300여 미터 벗어나 있다. 조망이 좋다는 소리도 없고, 봉 따먹기 전문도 아닌 데, 이 더위에 까치봉을 왕복할 까닭이 없다. 왼쪽 마루금으로 바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이제 북동방향으로 이어진다.

삿갓봉 갈림길 이정표


12시 6분, 48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좁은 날등길이 이어진다. 왼쪽은 거의 절벽 수준이다. 다시 이정표를 지나고,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변하더니, 능선이 넓어진다. 12시 33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길가에서 장군님과 식사를 하던 젊은 대원이 술 한 잔하고 가라고 부른다. 불감청(不敢請)이지만 고소원(固所願) 인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480m봉

울창한 숲 안부


합석하여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헬레니즘 주(백세주와 보드카의 혼합주)를 한잔 씩 마신다. 이어 칙술, 그리고 이름 모를 과일주 잔이 돈다. 안주는 젊은 대원이 준비한 마른 멸치, 장군님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도마도를 갈아 만든 주스, 그리고 젊은 대원이 제기한 남자의 사망론(四亡論)이다. 문고리를 잡고 일어설 힘만 있으면 삼망(三亡)은 면 할 수 있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무등산이 보인다.

휴식하며 나뭇가지사이로 본 무등산


앞에서 식사를 마친 송 선배가 지나가고, 뒤따라 소슬 님을 선두로 무주공산의 삼총사가 요란하게 행진한다. 오늘은 달따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어 다복한 부부 팀들이 그 뒤를 따른다. 요컨대 본대(本隊)가 모습을 보인 것이다. 걸음이 느린 나는 서둘러 배낭을 메고 이들 뒤를 따른다. 1시 11분, 이정표가 있는 새목이재를 지난다.

새목이재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1시 30분, 삼각점<독산 409 1985 재설>이 있는 456.5m봉을 지나고, 7분 후 외팔이 이정표가 있는 어산이재를 통과한다. 이제 유둔재까지는 줄곧 내리막이지만, 두어 차례 가벼운 오르막을 거쳐야한다. 2시 1분,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확 꺾여, 능선을 우회하며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가족묘를 지나고, 임도로 내려서서, 2시 13분, 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유둔재에 도착한다.

456.5m봉 삼각점

어산이재

시원한 임도

유둔재

유둔재 표지 현수막

유둔재의 교통 표지판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다,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의 뚜렷한 산길로 들어선다. 4분 후, 등산로는 잠시 임도로 내려섰다, 바로 오른쪽 가파른 능선으로 이어진다. 2시28분, 묘 2기를 지나며, 420m봉을 올려다보고, 10여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 걷다 오른쪽 숲으로

묘 2기와 420m봉

 

420m봉 정상


이어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사거리 안부에 내려섰다, 직진하여 3시 7분, 삼각점<독산 445, 1985 복구>이 있는 447.1m봉에 오른다. 시야가 막혀 조망은 별로다. 447.1m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봉우리 하나를 다시 넘고, 부드러운 산판길을 걷다,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이어 등산로는 송전탑이 있는 안부에 내려서서 임도로 이어지고 삼거리에 이른다. 마루금은 오른쪽이다.

447.1m봉 삼각점

송전탑


거친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키를 넘는 잡목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다.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비로소 왼쪽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반갑다. 8분 정도 길게 이어지던 잡목지대가 끝나고 등산로는 참나무 숲 오름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잡목지대에서 반가운 아군 발견


3시 32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3분 후 고도 약 400m정도의 봉우리를 넘어, 하늘을 가린 철쭉능선을 내려서서, 3시 40분, 안부에 이른다. 왼쪽으로 희미한 내리막길이 보이지만, 직진하여 산죽 밭을 지난다. 송전탑을 지난 지 거의 30분이 지난 시각이다. 지나쳤던 안부가 백남정재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어 온 길을 되돌아서는데 씩씩한 삼총사가 모습을 보인다.

고도 40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하늘 가린 철쭉능선을 지난다.


부회장님이 장군님께 전화를 한다. 봉우리 하나를 더 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야 백남정재라는 대답이다. 삼총사들이 앞장을 서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53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420m봉에 오른다. 발 빠른 삼총사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420m봉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3시 58분, 돌탑이 있는 안부 사거리, 백남정재에 이른다. 산악회 표지판이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지시한다. 어둑한 숲속으로 뚜렷한 산길이 이어지고, 간간이 표지기들이 보인다. 맥꾼들이 탈출로로 자주 이용하는 곳인가 보다. 4시 4분, 임도에 내려서고, 4시 12분, 무릉촌 버스 정류장에 이른다. 길가의 의병 전적비가 시선을 끈다.

백남정재

무등촌

의병 전적비


왼쪽 저 아래, 정자 옆에,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돌담이 둘러쳐진 오래된 마을, 수구촌으로 들어서서, 4시 17분, 정자 옆에 주차한 버스에 도착한다. 회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시원한 콩국 한 대접을 벌컥벌컥 들여 마신다. 이어 커다란 배수관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에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은 후, 뒤풀이 자리로 끼어든다.

수구촌 마을길


시원한 정자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대원들이 함께 어울려 뒤풀이를 즐긴다. 정자에 걸터앉아 한 없이 평화로운 마을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파랗게 펼쳐진 논, 하얀 길, 옹기종기 모인 집들, 그 뒤로 우뚝한 무등산(1187m)과 안양산(853m)...녹색 캔버스에 자연과 농부가 솜씨를 발휘해 그린 멋진 그림이다. 가히 별천지다.

그린 파라다이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6시 3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8. 11.)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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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중간지점


2008년 7월 26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만덕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과치재(2Km)-연산(1Km)-방아재(1.7Km)-만덕산(4Km)-선돌재(1,2Km)-국수봉(4Km)-노가리재』로 도상거리는 약 13.9Km이다.


7월은 일년 중 산행하기가 가장 힘든 달이다. 장마철의 우중산행에서 조망은 빗물 속에 잠기고, 길은 미끄러워 위험한데, 고아텍스 등산화에도 물이 들어와 질퍽거릴 정도가 되면 처절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가하면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위 속에서 습도 높은 잡목넝쿨 속을 한번 헤매어 보라! 다 때려치우고 당장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목적산행이 무언지? 꾹꾹 참고 강행을 한다. 하지만 시간당 도상거리 2Km를 걷는 것이 고작이다.


이럴 때 등반대장의 고민이 커진다. 전 코스를 모두 주파하게 하다보면, 탈진자도 생길지 모르고, 서울 도착시간도 문제가 된다. 연산까지는 잘라먹고 방아재부터 시작할까? 아니지, 종주하겠다는 대원들이 불평을 하면 할 말이 없지? 선돌재에서 마감 하도록 하자. 종주대원들은 선돌재를 4시 이전에 통과하도록 하여 서울 도착시간을 확보하고, 선돌재에서 산행을 마친 대원들은 시원하게 알탕을 한 후, 정자나무 아래에서 신선노름을 하다보면, 두 시간 정도야 후딱 갈 테고...


산행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지만, 우산을 받고 대문을 나선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쳤는데도 좌석이 넉넉하다. 비가 오니 송 선배도 불참이다. 30명이 채 못 되는 대원들을 싣고 버스는 빗속을 달린다. 버스가 전남지역으로 접어들자 고속도로에는 비가 온 흔적도없다. 다행이다.


버스는 호남고속고로를 동쪽으로 달리다 과치재 건너편 노견에 정차한다. 옥과 IC에서 15번 국도로 내려서서 서쪽으로 되돌아 과치재에 이르는 번거로움을 생략하고, 아울러 고속도로 지하도를 찾아 이를 통과하는 불편을 해소하기위한 일석이조의 조치다. 등반대장의 사전 지시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가 정차하자 서둘러 차에서 내려 수로를 따라 절개지를 오른다.

고속도로 갓길 정차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6) 고속도로/산행시작-(10:42) 절개지 위-(11:05) 급 오름 끝/좌 내림-(11:16) 봉-(11:37) 전주이씨 묘-(11:39) 연산 정상표지-(11:40) 삼각점-(11:48) 무덤봉-(11:58) 묘 있는 공터/조망-(12:08) 방아재-(12:24) T자, 우-(12:25) 무덤봉-(12:30) 갈림길, 좌-(12:37) 임도-(13:05) T자, 우-(13:14) 헬기장-(13;18) 갈림길, 우-(13:21) 헬기장-(13:22) T자, 우-(13:33) 이정표-(13:25~13:46) 만덕산 정상-(13:48) 묘, 우-(13:58) 물통구리 전망대-(13:59) 신선바위-(14:03) 갈림길, 우-(14:04) 갈림길, 좌-(14;07) 운암리 안부-(14;10) T자, 좌-(14:14) 이정표 사거리, 직진-(14:19) 성터-(14:23) 임도-(14:30) 430.9m봉-(14;37) 임도-(14:44) 호남정맥 중간지점-(14:49) 임도-(15:02) 수양산 갈림길, 우-(15:16~15:18) 선돌재-(15;21~15;27) 알바-(15;31) 능선 진입-(15;39) T자, 우-(16:01) 전망바위-(16;06~16:08) 국수봉 정상-(16:11) 능선분기, 우-(16:15) 인동장씨 묘-(16;17) 임도-(16:19) 임도 버리고, 오른쪽 숲-(16:20) 철조망 시작-(16:23) 임도-(16:30) 철망문-(16:32) 봉-(16:37) 임도-(16;38) 우측 산길-(16:39) 봉-(16;40) 갈림길, 좌-(16;44) 철조망-(16;52) 철조망 버리고 우측 산길-(16:55) 전망바위-(17;09) 봉-(17:14) 봉-(17;21) 봉, 우-(17:28~17:34) 행글라이더봉/휴식-(17:46~17:47) 행글라이더 장-(17:50) 노가리재』 간식 27분 포함, 총 6시간 2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이윽고 절개지 꼭대기에 올라 고속도로 건너 괘일산의 험상궂은 모습을 가까이 보고, 능선으로 진입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잔뜩 흐린 날씨에 숲속이 컴컴하다. 사진을 찍으니 한낮인데도 프래쉬가 터진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만나는 급경사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풀리지 않은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천천히 오른다.

고속도로 건너편의 괘일산


20여분 동안 허위허위 오르자 급경사가 끝나고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서암산, 괘일산 등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1시 16분, 고도 약 350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등산로는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바람기하나 없는 습기 많은 숲속은 찜통이다. 땀이 줄줄 흐른다.

지나온 능선


 

울창한 숲길을 걷는 대원들


11시 37분, 전주이씨 쌍 묘를 지나고, 2분 후, 정상(505.4m)표시가 있는 연산(連山)에 오른다. 하지만, 삼각점<독산 22/ 1991 복구>은 오른쪽으로 약 1분쯤 떨어져 있는 잡목 속에 숨어있다. 연산을 내려선다. 아름다운 숲길을 산책하듯 가볍게 걷는다.

전주이씨 쌍묘

연산 표지

삼각점이 있는 정상

삼각점

아름다운 숲길


11시 48분, 묘가 있는 485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고, 2분 후, 다시 묘가 있는 공터에 선다. 시야가 트여 남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뚜렷하게 보인다. 방아재로 내려선다. 산불이 났었는지, 벌목을 했는지, 큰 나무가 없어 아래 도로가 훤히 내려가 보인다. 돌 많은 가파른 길을 달려 내린다.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방아재를 바라보며 백상님과 고모 두 분이 쉬고 있다. 파인애플, 구기자차 등을 염치없이 얻어먹고, 먼저 도로를 건너, 표지기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방아재, 오른쪽의 산을 수양산이라고 읽는다.

방아재


방아재의 고도가 약 170m 정도이니, 300m이상의 높이를 속절없이 까먹고, 다시 키를 넘는 잡목을 헤치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9분, T자 능선에 올라 방아재를 뒤돌아 본 후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2시 25분,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청운동을 굽어보고, 5분 후, 갈림길에서 왼쪽의 급경사 내리막 사면을 타고 내려, 12시 37분, 임도에 내려선다. 고개 마루턱에서 조금 쳐진 지점이다. 왼쪽 고개 마루턱으로 향한다.

뒤돌아 본 방아재

 

갈림길, 좌

임도


12시 38분, 고개마루턱에 이르러 산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만덕산 오름길의 시작이다. 가파른 산길이 뚜렷하게 이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급경사 오르막을 꾸벅꾸벅 오른다. 1시 5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많은 대원들이 길가에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분 남짓 더 오르면 만덕산 정상이다. 많이 드시라고 인사를 하고, 혼자서 계속 나아간다.

T자 능선에 올라 식사를 하는 대원들


급경사는 죽었지만 완만한 오름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1시 14분, 헬기장 흔적이 뚜렷한 공터를 지나고, 1시 22분, T자 갈림길에 이른다. 산악회 표지판이 오른쪽 마루금을 가리키고 있다. 왼쪽으로 진행하여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만덕산 정상으로 향한다. 1분 후, 이정표를 지나고, 1시 25분, 만덕산 정상에 오른다. 장군님이 식사를 마치고 막 하산재비를 하고 있다.

이정표

만덕산 정상


정상에는 정상석과 정상표지판이 있고, 서쪽과 남쪽으로 시야가 탁 트여 조망이 그만이다. 이윽고 장군님은 하산을 하고, 텅 빈 정상에 혼자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조망을 즐긴다. 바람이 솔솔 불어 더위를 식혀준다. 서쪽으로 용수리 넓은 벌이 시원하고, 남쪽으로는 수양산, 국수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웅장하다. 동쪽으로 아스라이 높은 산줄기가 보인다. 만덕산에서 지리산이 보인다더니 과연 지리산인가? 하지만 지금의 시계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멀리 보일까? 의문이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멋진 조망... 갈 길이 바쁜데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정상석과 정상표지

서쪽 조망

남쪽으로 수양산과 가야할 능선


1시 46분, 만덕산을 내려선다. 다시 마루금으로 진입하여 1시 48분, 벌초작업이 한창인 넓은 묘역에 이르러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잠시 동안의 내리막을 지나 등산로는 평탄하게 이어진다. 오른쪽은 절벽이다. 1시 58분, 물통구리 전망대에 선다. 340도 방향으로 운암저수지와 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고, 240도 방향으로 예쁜 산줄기가 보인다. 월봉산 줄기라고 짐작한다.

운암저수지와 고속도로

월봉산 줄기인가?


이어 신선바위에 올라선다. 조망은 별로다.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진다. 잇달아 갈림길을 만나지만 표지기들이 마루금을 안내한다. 2시 7분, 이정표가 있는 운암리 안부에 내려섰다, 3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2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러 가운데 희미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 성터 같은 돌무더기를 지나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산책로

 

운암리 안부

성터 흔적


울창한 잡목 숲을 헤집고 나와, 2시 23분, 임도 안부에 내려서서 건너편 송림으로 들어선다. 임도에는 작업차가 올라와 있다. 2시 30분, 430.9m봉에 오른다. 너른 공터에 잡목이 무성하고, 붉은 폴 대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아마도 이곳이 호남정맥 중간지점인데 누가 표지판을 훼손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남쪽으로 향한다.

임도

430.9m봉


2시 37분, 임도에 내려선다. 여자대원 한 분과 남자대원 한 분이 뒤따라 내려선다. 여자대원이 노가리재까지 갈 예정이니 함께 동행 하자고 한다. 반갑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임도를 따라 내리다, 왼쪽의 나지막한 능선으로 들어선다. 표지기가 보인다. 부드러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앞서 걷던 두 사람이 길가에서 쉬고 있다. 천천히 걸을 테니 쉬었다 오라며 먼저 앞서 나간다.

임도


2시 44분, 호남정맥 중간지점표지를 지난다. 좌표와 거리가 표시되어있다. 231Km, 아마도 영취산을 산행기점으로 했을 때의 중간지점인 모양이다. 표지기들이 등산로 위에 현수막처럼 걸려있다.

호남정맥 중간지점


오른쪽에 능선을 끼고 산판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보인다. 2시 49분, 임도에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2미터 정도 이동하여 표지기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3시 2분, 수양산 갈림길에 이른다. 수양산(591m)은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어 왕복을 하려면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선돌재에서 산행을 마치면 모르겠지만, 노가리재까지 가려면 부담이 되는 거리다. 주저 없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수양산 갈림길

뒤돌아 본 수양산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고,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3시 17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선돌재에 이른다. 선두그룹이 시원한 정자나무아래 모여 앉아 신선노름을 하고 있다. 회장님이 반색을 하며,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마치라고 권한다. 노가리재까지 간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세 사람이 갔다고 한다. 오랜만에 박 회장과 함께 신선노름을 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6시까지는 노가리재에 도착하겠다며 도로를 건넌다.

선돌재

선두그룹의 신선노름

범죄 없는 마을 돌표지


하얀 시멘트도로를 터덜터덜 혼자 걷는다. 뒷꼭지가 자꾸 땅기는 느낌이다. 뒤돌아 수양산과 분기봉을 카메라에 담고, 뒤따라오겠다는 두 대원을 기대하며 천천히 시멘트도로를 오른다. 이윽고 시멘트도로가 끝나고, 잡초가 무성한 임도가 이어진다. 한동안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니 사유지 팻말이 보이고 분위기가 이상하다. 왼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오른쪽에 능선이 보인다. 알바가 분명하다.

뒤돌아본 수양산

시멘트도로 끝.


서둘러 시멘트도로가 끝난 지점으로 되돌아와 논을 왼쪽에 두고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무성한 잡초를 밟으며 정면에 보이는 능선으로 향한다. 조금 지나니 나뭇가지에 붉은 표지기가 보인다. 반갑다. 약 6분 동안 알바를 한 셈이다. 3시 31분,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능선길로 들어선다.

능선진입


아름다운 송림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3시 39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거친 벌목지대에 가파른 등산로가 희미하게 이어진다. 벌목지대라 표지기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루금 방향을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서쪽으로 진행한다. 4시 1분, 전망바위에 서서 수양산을 바라보며 현재 위치를 확인한다. 정상이 가까운데도 잡목 숲 사이로 등산로는 여전히 가파르다. 4시 6분, 국수봉(國守峰) 정상(537.6m)에 오른다. 잡목이 빽빽한 좁은 공간에 삼각점, 무인산불 감시탑, 정상표지가 보인다.

벌목지대와 국수봉

수양산

삼각점

정상표지


잡목을 헤치고 1분 쯤 지나니 또 하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아마도 산불감시탑은 이 표지판 부착 후에 만들어지고, 그 후에 다른 사람이 감시탑에 표지판을 걸은 모양이다. 뒤돌아 산불감시탑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의 급경사, 몹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또 하나의 정상표지

산불감시탑


4시 11분, 능선분기봉인 암봉에 선다. 정면으로 월봉산이 뾰족하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4시 15분, 통정대부 인동장씨 합장묘를 지나고 임도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다,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철조망이 따라오기 시작한다. 흑염소목장 철조망이다.

능선분기봉에서 본 월봉산

안동 장씨 합장묘

임도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철조망길


환상적인 임도길이 이어진다. 임도가 넓어지며 왼쪽 나지막한 봉우리 앞에서 끊어진다. 등산로는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들어서고,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굽더니, 결국 임도 끝으로 나온다. 4시 30분, 철망문을 통해 목장 안으로 들어선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는다. 내려서는 길이 너무 오른쪽으로 쳐지고, 골짜기로 내려서는 느낌이다. 다시 봉우리로 되돌아와 찬찬히 지세를 살핀다.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외길이다. 확신은 없지만,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4시 37분 임도로 내려선다.

환상적인 임도

122 등산로는 오른쪽 절개지로

철망문으로 들어서고

임도


4시 38분, 반가운 표지기를 만나,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고도 약 38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직진하여 내려선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목장과 작별을 하고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 4시 55분 전망바위에 오른다. 유천리 넓은 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조망길

전망바위에서 본 양천리 방향의 조망.


뚜렷한 길을 따라 두 서너 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지루하게 오르내린다. 5시 28분, 행글라이더 봉에 올라, 유천리를 굽어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마지막 간식을 먹어 치운다. 5시 46분, 텅 빈 행글라이더 장에 도착하여 유천지를 굽어보고, 하산을 서둔다. 5시 50분,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노가리재에 도착한다. 대원 한 분이 기다리고 있다가, 고개 너머에 있는 버스로 안내를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

행글라이더 봉

행글라이더 장

유천지

노가리재


버스는 약 15분쯤 달려 선돌마을에 도착한다. 정자나무 아래 뒤풀이 자리에 참여하여 식사를 마치고, 기사양반의 배려로 노인정 앞 수돗가로 내려가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비로소 날아갈 듯 살 것 같다. 버스는 7시가 채 못 되어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목적산행이란 핑계로 지난 두 구간에서 잇달아 무리를 하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 다음 구간부터는 구간거리가 짧아져 다행이다.

 


(2008.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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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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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일산 암봉과 암릉길


2008년 7월 12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서암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방축재(24번국도/!54m/2.5Km)-316.9m봉(1Km)-88도로(1.5Km)-봉황산(235.6m/2.5Km)-서암산(456m/1Km)-서흥고개(3Km)-괘일산(446m/1.8Km)-무이산(305/2.2Km)-과치재(15번국도/130m)』로 도상거리는 약 15.5Km이다.


오늘 구간은 여러 면에서 흥미가 있는 곳이다. 2Km 정도의 거리에서 88고속도로가 마루금을 세 차례나 관통하는가 하면, 호남정맥 중 가장 낮은 지역으로, 도착지점인 과치재의 해발고도는 130m에 불과하다. 아울러 설산 갈림길을 지나면서 마루금은 완전히 전남지역으로 진입하여 한동안 남진을 하다, 사자산에 이르러, 남해바다를 끼고 동진을 하며, 정맥의 진수를 보여준다.


산행코스도 자신의 취향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3~4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을 할 수 있는 편한 곳이다. 316.9m봉을 스킵하고, 88고속도로를 2Km 정도 계속 따라 걷다, 상늑곡 마을을 지나, 마루금으로 들어서거나, 그 전에 늑곡 마을로 들어서서 도로를 따라 걷다. 이목마을이나 일목마을에서 마루금에 진입하는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장마철이다. 고기압의 발달로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흐린 날씨에 전국적으로 5~20미리의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다. 하지만 예보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또 한 번 기상청이 곤욕을 치른다. 산행지에도 소나기성 폭우가 한 시간 가까이 쏟아져, 더위를 식혀준 것은 좋은데, 비가 그치고 나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돼 버린다. 폭염과의 싸움이다. 탈진을 막기 위해 네 차례나 휴식을 취하고, 두 차례 식염을 섭취한다.


30명 가까운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담양으로 들어서서 가로수가 멋진 옛날 국도를 달려, 10시 46분, 순창 8Km를 알리는 교통표지판 앞, 도로변에 정차한다.

방축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6) 방축재/산행시작-(10:57) 삼거리, 우-(11:00) 88고속도로-(11:10) 안개 잦은 지역 입간판-(11:17) 지하도-(11:19) 산신지위 돌표지-(11:48) 316.8m봉 정상-(12:01) 안부 사거리, 좌-(12:03) 소로, 오른쪽 철조망-(12:07) 88고속도로-(12:15) 절개지 위, 좌-(12:21) 임도-(12:22) 임도 삼거리, 우-(12:23) 평산신씨 묘-(12:25) 삼포-(12:28~12:36) 휴식 1-(12:39) 이목고개-(12:48) 갈림길, 우/삼거리, 좌-(12:50) 안부-(13:00~13:01) 봉황산 정상-(13:09) 전주이씨 묘 외-(13:18) 봉, 우-(13:21) 임도-(13:31) 갈림길, 우-(13:34) 일목고개-(14:46) 상실고개. 좌-(13:50) 상실마을-(13:52) 송지농원-(13:56) 복숭아밭길-(13:59) 5 갈래길, 우-(14:09) T자, 좌-(14:16~14:26) 휴식 2-(14:29~14:30) 산불감시초소 봉-(14:33) 갈림길, 좌-(14:55~15:00) 임도/건물/휴식 3-(15:06) 서흥고개-(15:18) 봉, 직진-(15:27) 갈림길-(15:28) 민치 좌-(15;38)갈림길, 좌/오른쪽에 철조망-(15:52) 봉, 우-(15:54) 송전탑-(15:55) 안부-(16:02) T자, 우-(16:04) 설산 분기봉-(15:05) 임도-(16:12) 봉, 좌-(16:40~16:41) 괘일산 정상-(17;10) 갈림길, 좌-(17:19) 임도-(17:23) 사거리, 직진-(17:41) 우이산 정상-(17:48) 안부, 직진-(17:51) T자, 좌-(18;07) 270m봉/ 5분 휴식-(18:16) 200m봉-(18;27) 240m봉-(18;30) 분기봉, 우-(18;42) 과치재』 휴식 28분 포함, 총 7시간 5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5Km"라고 쓰인 입간판 앞, 시멘트도로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흐린 날씨다. 습도가 높아 무덥다. 시멘트 길은 곧 임도로 변하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땀이 줄줄 흐른다. 동쪽으로 아미산(515.1m)이 뭉뚝하고, 북쪽으로는 덕진봉이 가깝다.

아미산

덕진봉


아름다운 임도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낡은 철조망이 따라온다. 이어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무덤을 지나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니, 차 소리가 가깝다. 11시, 88고속도로로 내려서서 갓길을 따라 걷는다. 중앙분리대도 없는 한적한 2차선 고속도로다. 길 건너편에 보이는 나지막한 능선이 마루금이지만, 곧 다시 건너오게 되니, 그냥 도로를 따라 걷는다.

고속도로를 따라 걷고


약 500m 진행하여, "안개 잦은 지역, 운행주의"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316.9m봉 진입로를 찾아야 하는데, 모든 대원들이 선두를 따라 계속 고속도로를 걷는다. 산악회에서는 처음부터 고지산을 버릴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11시 16분, 316.9m봉을 카메라에 담는데, 임헌일 대원과 장희익 대원이 되돌아오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고지산에 오르려고 진입로를 찾아간다고 한다. '코앞에 봉우리가 있는데, 적당한 곳에서 치고 오르면 됐지, 뭣 하러 온 길을 되돌아가나?  라고 생각하며 1분 쯤, 더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고속도로 지하통로가 보이고, 회장님과 송 선배, 심산대원이 가드레일을 넘어 지하통로로 내려서고 있다.

318.9m봉


나도 이들을 따라 지하통로로 내려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들은 지하도를 건너 바로 늑곡 마을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할 수 없이 혼자서 반대편 318.9m봉으로 향한다. 풀이 무성한 임도를 따라 오른다. 회장님을 앞질러 선두를 달리던 대원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지하통로 쪽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임도가 가팔라진다. 이어 김해김씨 삼현공파 신위와 산신지위(山神之位) 표지석이 있는 묘역에서 늑곡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와 서암산을 보고, 그 오른쪽으로 봉황산을 지나 서암산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는다.

묘로 이어지는 오르막길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와 서암산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마루금


318.9m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있는 묘로 이어지는 산소 길을 이리저리 따라 오르다. 11시 42분 경, 고지산에서 내려오는 마루금을 만나, 11시 48분, 정상에 오르지만 삼각점이 보이지 않는다. 삼각점을 찾아 잡목을 헤집고 나아가는데 인기척이 나더니, 임헌일 대원과 장희익 대원이 모습을 보이고, 아울러 풀 속에 숨어 있는 삼각점을 발견한다. 두 양반은 고속도로를 되돌아가, 진입로를 찾은 후, 마루금을 통해 정상에 올랐지만, 나는 산소 길을 이리저리 돌아, 역으로 정상에 올라 이들을 만난 것이다. 여하튼 반갑다.

318.9m봉

삼각점


봉우리를 내려선다. 비탈길을 달려 내려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소로를 따라 내려, 12시 7분, 텅빈 고속도로에 서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절개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15분, 다시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주능선으로 진입하여 너른 공지를 지나고, 시원하게 뚫린 임도로 들어선다. "탕~" 갑자기 한발의 총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린다. 관광객을 총살한 북한 초소병의 총소리가 연상되어 오싹 몸서리가 쳐진다.

다시 내려선 고속도로

임도


12시 22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바로 만나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평산신씨 합장묘를 지나고, 왼쪽에서 올라오는 임도로 들어서서, 삼밭이 있는 오른쪽 오르막으로 오른다. 12시 27분, 삼밭을 버리고 오른쪽 대나무 숲을 지나, 밭으로 나온다. 무지 덥다. 땀이 줄줄 흐른다. 배낭을 벗고 대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식염 두 알을 섭취한다.

삼밭을 오르고

대나무 숲을 지나,


12시 39분,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이목고개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이후 두 차례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표지기의 안내를 받는다.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고, 약 3분간을 가파르게 오르니, 삼각점과 정상 표지판이 있는 너른 공터, 봉황산 정상(235.6m) 이다. 고지산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삼각점

정상 표지판


전주이씨 합장묘 등 4기의 묘가 모여 있는 묘역을 지나. 하늘을 가린 잡목 오르막길을 오른다.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다. 땀에 젖은 바짓가랑이가 무겁게 느껴진다. 등산로는 동쪽으로 오르고,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고비산(462.9m)이 예쁜 모습을 보인다. 1시 18분, 작은 봉우리에 오르고,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아름다운 임도에 이른다.

하늘 가린 잡목 숲

고비산

아름다운 임도


아름다운 숲길이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더위도 잊은 채, 텅 빈 머리로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걷는다. 어린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노송과 대나무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대나무 숲은 한낮인데도 어둑하다. 1시 31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5분 후, 면장 진판수의 공적비가 있는 일목고개에 내려선다. 2차선 포장도로다. 전북 순창군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단풍터널 길

대나무 숲 1

대나무 숲 2

면장 공적비

일목고개


도로를 건너, 도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는 시멘트길을 걷는다. 햇살이 따갑다. 언덕에 올라서니, 정면으로 서암산이 우뚝하다. 왼쪽이 서암산이고, 오른쪽 뾰족봉은 430m봉이다. 아름다운 산판길이 이어진다. 다시 한차례 대나무 숲을 지나고, 1시 46분, 상실고개에 이르러, 왼쪽의 오솔길을 따라 상실마을로 들어선다.

시멘트길을 오르고

서암산(좌)과 430m봉

아름다운 산판길

상실고개

상실마을


마을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갈림길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송지농원 앞에서 왼쪽으로 굽어, 복숭아 밭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른다. 붉게 익은 복숭아, 봉지로 싸놓은 복숭아... 아마도 수확할 때가 된 모양이다.

송지농원

수확을 기다리는 복숭아

복숭아밭길


1시 59분, 복숭아밭이 끝나는 5갈래 길에 이르러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서암산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10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며, 고지산,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코가 닿을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2시 16분, 정상이 가깝다고 느끼면서도 더위를 못 이겨, 나무그늘에 앉아, 우뚝한 고지산, 지나온 능선, 그리고 눈 아래 질펀한 평야를 내려다보며 간식을 들며 약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300m대의 고지산이 올돌하다. 이 자리에서 보니 빼 먹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산이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휴식하며 바라본 조망


휴식을 끝내고 3분 더 오르니, 산불감시초소 봉이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앞에서 두런두런 인기척이 들리더니, 앞섰던 두 대원이 내려온다. 마루금에서 벗어난 서암산 정상을 다녀온다고 한다. 서암산까지는 길도 험하고 왕복 20분 쯤 걸렸다고 한다.

산불감시초소

20도 방향

340도 방향의 고지산과 왼쪽 마루금


오늘 같은 날은 마루금만이라도 제대로 밟으면 그 것으로 족하다. 이 더위에 20분이라니....조금 더 진행하다 표지기도 없는 왼쪽 하산 길에 이르러, 미련 없이 하산을 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희미한 길이 끊겼다 이어졌다한다. 표지기도 눈에 뜨이지 않아, 마루금 진행 방향과 능선 생김새를 보며 저 아래 보이는 건물을 향해 무조건 달려 내린다. 2시 50분, 임도에 내려서서 건물로 다가간다. 문이 잠겨 있는 컨테이너식 간이건물이다. 건물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쉰다. 오늘 세 번 째 휴식이다.

임도 변의 가건물


2시 55분,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숲길로 들어서고, 숲을 벗어나 남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화봉산이 보인다. 3시 6분, 서흥고개에 이르니, 발 빠른 두 사람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혼자다. 3시 18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이름 모르는 새소리가 청아하다. 가벼운 오르내림은 있으나 비교적 평탄한 오솔길이 한동안 계속 된다. 3시 28분, 안부에 이른다. 지형도에 표기된 민치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진행한다.

화봉산

서흥고개


민치를 지나서 앞 봉우리로 오르던 등산로가 사면 임도로 이어지고 조금 더 지나니 오른쪽으로 낡은 철조망이 따라온다. 3시 50분, 사면길이 끝나 본 능선으로 진입하고, 2분 후,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송전탑을 지난다. 이어 표지기들이 요란한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본능선 진입

표지기들의 집합


4시 2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커다란 바위 앞에 이른다. 가까이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4시 4분, 능선분기봉에 선다. 왼쪽은 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마루금은 오른쪽이다.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임도로 내려선다. 차량들이 보이고, 피서를 나왔는지, 사람들이 임도 끝에 자리를 펴고 모여 있다. 임도를 건너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능선 분기봉에서 본 설산

임도 끝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


괘일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뚜렷하고 간간이 이어지는 송림이 아름답다. 4시 12분, 봉우리 하나를 넘어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본격적으로 괘일산 오르막 능선을 오르며 전망바위에서서 멋진 조망을 즐긴다. 오늘구간의 백미다. 헌데 하늘이 심술을 부린다. 먼데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고, 하늘이 컴컴해지는 것이 날씨가 요상하다. 이윽고 빗방울이 후득후득 떨어진다. 방수 재킷을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4시 40분경, 괘일산 정상에 선다. 비는 폭우로 변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더위가 가신 것은 좋지만, 이 좋은 조망에 훼방을 놓다니...억울해서라도, 설산, 괘일산 코스를 잡아, 다시 한 번 와 봐야겠다.

가까이 본 괘일산 정상

설옥리 방향의 조망

설산

아쉽지만 비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4시 57분, 겨우 암릉을 벗어난다. 비는 여전히 쏟아진다. 등산로로 빗물이 개울처럼 흘러내린다. 길은 미끄럽고,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를 방해한다. 엉금엄금 기듯이 내려선다. 5시 10분, 정면이 확 트인 갈림길에 이른다. 정면의 완만한 내리막 암릉에는 빗물이 줄줄이 흘러내려 사람들 발자국 찾기 어렵고, 왼쪽은 돌파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잡목 숲이다. 표지기도 보이지 않는다.

암릉길을 벗어나 뒤 돌아 본 암봉


할 수 없이 나침반의 방향을 마루금에 맞추어 놓고, 왼쪽 잡목 숲을 돌파한다. 잡목 숲을 벗어나니, 다행이 암봉을 우회하는 사면길이 이어지고, 표지기가 눈에 뜨인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왼쪽으로 진행하여 임도에 내려서고, 사거리 갈림길에 이르러, 희미한 길을 따라 무이산으로 오른다. 비는 언제 그쳤는지도 모르게 그치고 햇빛이 비친다. 5시 54분, 무이산 정상에 오르지만,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한다.

무이산 정상


5시 58분,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하고, 3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6시 7분, 270m봉에 오른다. 배낭을 벗어놓고, 전화기를 꺼내, 기다리고 있을 산악회에 현 위치를 알리느라 전화를 해 보지만 받지를 않는다. 조금 남은 술을 모두 비우고 다시 힘을 낸다. 이어 작은 봉우리 2개를 힘들게 넘고, 6시 30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내려 6시 42분,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과치재에 이른다.

270m봉

과치재


총무님이 주유소로 안내하여 몸을 씻게 해주고 시원한 음료수를 챙겨준다. 7시가 조금 넘어 버스에 오르니, 이번에는 부회장님이 막걸리와 식사를 가져다준다. 버스는 바로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7. 1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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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와 추월산 능선


2008년 6월 14일(토).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 치재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천치재(347m/3,2Km)-치재산(591m/2.3Km)-용추봉(580m/1.4Km)-오정자재(250m)』도상거리 약 6.9m, 마루금은 전라북도 순창군과 전라남도 담양군의 경계를 지난다. 거리도 짧고 고도차도 심하지 않은 편이라 모든 대원들이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긴다.


6월 중순, 점차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하얗게 핀 밤꽃이 지천이다. 흐린 날씨에 간간히 햇님이 얼굴을 보이는 그런 날씨다. 기온은 높은 편이지만 시원한 송림구간이 많고 바람도 알맞게 불어주어 생각보다 더위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안부의 울창한 잡목들이 점차 호남정맥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아직은 견딜만하고, 용추봉에서의 탁 트인 조망, 칼날 암릉길을 걸으면서 본 아름다운 풍광은 가히 오늘 산행의 백미라 하겠다.


산행시간이 짧아 귀경길에 여유가 있는 이런 기회를 헛되이 놓칠 회장님이 아니다. 30명이 넘는 대원들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하게 준비한 돼지목살, 연한 열무와 얼거리 배추 그리고 오이를 넣고 담근 보기만 해도 시원한 열무김치, 일부러 점봉산까지 가서 따온 산나물, 후식으로 나온 달고 시원한 수박 등 정성이 담긴 음식이 푸짐하다. 가까운 계곡에서 땀을 씻고 나온 대원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야유회라도 나온 듯, 화기애애하게 뒤풀이를 즐긴다.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7) 천치재/산행시작-(10:37) 봉, 약 410, 직진-(10;38) 임도-(10:40) 왼쪽 산길-(10:44) 임도-(10:47) 왼쪽 절개지-(10:55) T자, 좌-(10:57) 갈림길, 우-(11:03) 잡목 안부-(11:08) 490m봉-(11:23) 532.7m봉(H)-(11:27) 안부-(11:30) 암릉 오름길-(11:31) 봉, 약 540, 직진-(11:33) 가마골 임도-(11:55) 치재산 정상, 좌-(12:10) 임도-(12:13) 임도 삼거리 안부-(12:23) 폐 헬기장-(12:34) 능선분기, 좌-(12:55) 봉, 우-(13:00~13:23) 용추봉 정상/간식-(13:32) 봉, 약 510-(13:37) 안부-(13:46) 임도/왼쪽 능선-(13:55) 성터 봉-(13:58) 590.4m봉-(14:02) 암릉-(14:13) 암봉, 왼쪽우회/칼날암릉-(14:20) 암릉 끝-(14:37) 봉, 약 360-(14:35) 갈림길, 좌-(14:41) 방화로-(14:44) 밤나무 단지-(14:46) 갈림길, 우-(14:56) 암릉길-(14:59) 330m봉-(15:00) 송전탑-(15:04) 염소농장-(15:08) 오정자재-(15:15) 버스』간식 23분, 마루금 4시간 18분, 날머리 7분, 총 4시간 4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27분 경 버스는 천치재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대원들은 도로를 건너 임도로 들어서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어 왼쪽에 보이는 무덤과 사유지 입산 금지를 알리는 경고판 사이를 걸어올라, 무덤 뒤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송림 사이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천치재

왼쪽 무덤 지나 마루금으로

마루금 진입


10시 43분,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 직진하고, 이어 임도에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표지기의 안내로 경고판이 걸려 있는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빽빽한 잡목 숲을 지나고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진다. 한줄기 청풍이 땀을 식혀준다. 10시 44분, 다시 임도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보리암봉에서 심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일자(一字)로 늘어서있다.

왼쪽 산길로

다시 임도로

보리암봉, 심적산 능선


10시 47분, 왼쪽 절개지를 올라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나란히 누운 4기의 묘지 가운데를 통과하고, 쇠락한 무덤 2기를 지나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굽어, 10시 56분, 490m봉에 오르고 잠시 부드럽고 완만한 산책길을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왼쪽 절개지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잡목 숲을 헤치고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길가 여기저기에 산딸기들이 눈에 뜨인다. 열매가 작고 색깔이 시원치 않아 무심히 지나치다 문득 하나를 따 먹어보니 무척 달다. 잠시 멈춰 서서 열심히 따 먹는다. 호젓한 길이 완만하게 오르내린다.

보기보다 당도가 짙은 산딸기


급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약 4분 정도 허위허위 올라, 11시 23분, 532.7m봉의 헬기장을 가로 지른다. 한동안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고도 약 480m 정도의 안부에 내려선 후, 암릉길을 오르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 가마골 안부 임도에 내려선다.

532.7m봉

암릉길

가마골 안부 임도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능선이 좁아지면서 좌우로 간간이 시야가 트이며, 북서쪽으로 지나온 호남정맥능선이, 그리고 남서쪽으로 추월산 능선이 보인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오르막길이 가팔라지고. 11시 55분, 치재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이정표와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조망이 좋은 곳이라는데 지금은 나무에 가려 겨우 정북 방향으로 양신리 일대가 내려다보일 뿐이다.

340도 방향의 정맥 능선

치재산 정상

정북 방향의 양신리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 가마골이 무척 깊어 보인다. 6.25때 이현상이 이끄는 남부군이 이곳 가마골에 노령지구사령부를 세우고 3개 병단이 주둔하면서 탄약제조창과 군사학교, 인민학교, 정치보위학교 및 정미소까지 설치해 놓고 5년 동안 유격활동을 벌였던 곳이다. 약 15분 정도를 달려 오른쪽 피젯골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선다. 170m 정도의 고도를 순식간에 까먹은 것이다.

임도


12시 13분, 임도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 건너편에 보이는 표지기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나뭇가지 사이로 치재산을 보고, 12시 23분, 잡초가 무성한 폐 헬기장을 지난다. 묵은 임도가 능선 오른쪽 사면을 자르고 이어진다.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추월산 능선과 치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추월산 능선과 치재산


12시 34분, 능선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안부를 지나 산죽 밭을 오른다. 바람이 시원한 능선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을 지나치며 술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봉우리 하나를 넘은 후, 1시 용추봉 정상(580m)에 오른다. 정상표지판이 있는 사방이 탁 트인 너른 헬기장이다. 정상주와 간식을 들면서 사방을 둘러본다. 대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목표가 되는 산들을 찾으며 함께 지도공부를 한다. 1시23분, 용추봉을 내려선다.

산죽밭을 오르고

용추봉 정상

치재산

280도 방향

양신리 방향

세자봉

여분산

남쪽 조망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1시37분, 안부에 내려서고 이후 가벼운 오르내림을 거쳐 점차 고도를 낮춘다. 1시 46분, 잡초가 무성한 임도에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바로 왼쪽 산길로 들어서서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55분, 성처럼 돌을 둘러놓은 너른 봉우리를 지나고, 3분 후, 삼각점이 있는 508.4m봉에 오른다.

임도에 내려서고

성터 봉

508.4m봉의 삼각점


2시 4분, 암릉지대에 이른다. 왼쪽은 절벽이다. 동남쪽으로 월정저수지와 월정리가 내려다보인다. 2시 13분,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좌우가 절벽인 칼날 암릉길을 걷는다. 정면과 좌우로 굽어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2시 20분, 암릉길이 끝나고 잠시 산책로가 이어지더니, 능선이 좁아지며 한동안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철조망이 따라 온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월정리 마을

암봉 왼쪽 우회

칼날 암릉길

담양호

동남방향의 조망

793번 도로


2시 34분, 약 360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이어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 작은 봉우리 위에서니, 너른 밤나무 단지와 가야할 능성이 내려다보인다. 이어 등산로는 잡초가 무성한 방화로로 이어지고, 밤나무단지를 거쳐 임도로 내려선다. 2시 26분, 갈림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직진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봉 360

가야할 능선

방화로

밤나무 단지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등산로는 암릉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깎아지은 절벽으로 저 아래 오정자재로 오르는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는 전기가 흐른다는 철책이 따라온다. 3시, 송전탑을 통과하고, 염소 농장을 지나, 양쪽 철조망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3시 8분, 오정자재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놓인 종이 표지판이 오른쪽으로 500m 정도 내려서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도로를 따라 7분 정도 내려서 골짜기 옆, 노견에 주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암릉길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도로

염소농장

오정자재

뒤풀이 준비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우선 회장님이 따라주는 시원한 막걸리를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 킨 후 골짜기로 내려가서 땀을 씻는다. 이어 산악회가 마련한 술과 푸짐한 음식으로 흥겨운 뒤풀이 잔치가 두 시간 가깝게 이어진다.


버스는 5시 10 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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