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조
팔공지맥(8) : 군사도로-군부대 우회-비로봉-서봉-파계봉-한티재


2. 팔공산(八公山)

비로봉과 동봉

 

대구 팔공산은 대구광역시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산세가 서울의 북한산과 흡사하다. 산을 다녔다는 산꾼들이라면 아마도 여러 차례 찾았을 명산이다. 서울에서 살아, 북한산은 자주 찾은 편이지만, 팔공산은 처음 가 본다. 동봉에서부터 관봉까지 이른바 팔봉산맥의 절반 정도를 둘러 본 것이지만, 그 우람한 산세에 압도된다.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여, 북한산과 팔공산을 간단히 비교 하며, 팔공산에 압도된 느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 지를 확인해본다.


1. 공원 지정 : 팔공산 도립공원 지정 1980년, 북한산 국립공원 지정 1983년.

2. 공원 면적 : 팔공산 도립공원 약 95.7Km², 북한산 국립공원 약 78.5Km²

3. 최고 높이 : 팔공산 비로봉 1,192.9m, 북한산 백운대 836.5m.

4. 주능선 길이 : 팔공산; 한티재-파계봉-서봉-비로봉-동봉-관봉, 약 9시간. 북한산; 비봉능선-북한산 주능선-포대능선-사패산 능선, 약 6시간


산을 숫자로 비교할 것은 못 되지만, 막상 비교를 해 보니, 큰 차이가 난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제일로 생각했던 서울 촌놈이 비로소 세상이 넓다는 걸 실감한다.

가야할 주능선

 

2005년 12월 3일(토).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건조기 한 달 동안, 전국 대부분의 산들은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잇따른 산불로 피해가 심한 강원도 지역은 감시가 더욱 철저하여, 그쪽 산들의 등산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산정산악회는 몇 안 되는 입산 가능 지역 중, 대구 팔공산을 토요 산행지로 선정한다.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가 볼 기회가 없었던 팔공산, 좋은 기회다 싶어, 참여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동화사-동봉-염불봉-신령재-관봉(갓바위봉)-갓바위주차장>으로, 도상거리 약 14Km,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5~25 동화사 도착, 출발-11:29 부도암-11:39 이정표<동화사 1.2K, 염불암 700m, 탑골정상 800m>-11;55 능선마루-12;39 이정표<스카이라인 1.4K, 염불암 700m, 동봉 800m>-12;53 이정표<동화사 3.3K, 동봉 300m>-13:05~13:30 동봉, 중식 후 출발-13:41 염불봉-14:06 이정표<동봉 700m, 갓바위6.5K>-14:48 신령재-15:13 팔공약수터 갈림-15;55 능선재-16:18 인봉-16;53 관봉-17:15 관암사-17:30 갓바위 주차장>> 점심시간 25분포함, 총 6시간 1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뒤돌아 본 주능선

6시 30분 경, 집을 나서니, 날씨가 제법 춥다. 7시 10분, 서초 구민회관 앞에 도착한다. 늘소 대원도 팔공산을 간다고 나와 있다. 7시 20분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는 심천 대원이 타고 있다. 복정역에서 단체 회원들이 오르자, 버스는 거의 만원이다.


정 대장이 인사를 하고, 버스 진행경로를 설명한다.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 접어들고,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 바꿔 탄 후, 김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북대구 인터체인지에서 내린다고 한다. 문경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할 예정이니 그 때까지 조용히 휴식을 취하라고 권한다.


백두대간을 하는 동안은, 대간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2년 가까이 감기도 얼씬 않더니만, 며칠 전부터 목감기로 몸이 무거운데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얼었던 몸이, 따듯한 버스에서 풀리며, 노근 해진다. 어느 사이에 잠이 든다. 갈 길이 멀다고, 문경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정 대장이 오늘 코스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북대구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11시 15분, 동화사 휴게소 앞에 도착, 대원들이 하차한다. 버스에서 내려, 북쪽으로 보이는 팔공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 대장이 가까이 오더니, 동화사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길 건너 동화사를 둘러보라고 권한다.

버스에서 내려 본 서봉과 동봉

대부분의 대원들이 바로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혼자서 길을 건너 내려서서, 대구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온 동화사(桐華寺)로 들어선다. 웅장한 팔공산 능선을 배경으로 넓은 터에 동화사의 많은 전각들이 배치돼 있다. 꽤 큰 사찰이다. 봉서루, 종루, 설법전 등을 둘러보는데 심천 대원이 다가온다.

동화사 - 정면의 전각은 봉서루

심천 대원은 대구 출신이지만. 오랜만에 동화사에 와 본다고 한다. 대웅전을 보고, 법화당을 거쳐 서둘러 절을 빠져나온다. 다시 입구에서 절 전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버스에서 내린 곳에 오니, 롱 다리 심천 대원은 벌써 저 만큼 앞서 걷는다.

아름다운 등로

아름드리 노송들이 늘어선 아름다운 길을 서둘러 걷는다. 앞에 부도암(浮屠庵)이란 돌 표지가 서있고, 높게 돌담을 두른 암자가 길 왼쪽에 있다. 암자 뒤로 서봉이 뾰족하게 보인다. 부도암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로 내려서니 심천 대원의 모습은 이미 간 곳이 없다.

부도암

 

이제 최후미로 쳐져, 서둘러 걷는다. 11시 39분 이정표 앞에 선다. <염불암 700m, 동화사 1.2K, 탑골정상 800m>, 탑골정상 쪽을 가리키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길 위에 놓여있다. 팔공산 안내도에도 그렇고, 정 대장의 설명에도 염불암을 지나, 동봉으로 오른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산정 산악회 리본을 배낭에 단 대원 한 사람도 이상했던지,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탑골정상 쪽으로 오른다. 염불암 쪽으로 진행하던 나도 자신이 없어져, 이정표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와, 앞선 대원을 뒤쫓는다.

갈림길 이정표

등산로는 물이 마른 작은 개울을 건너, 왼쪽 산 사면으로 기어오른다. 넓은 등산로다. 마침 지나가는 등산객이 있어 다시 길을 확인하고, 서둘러 경사가 심한 사면을 오른다. 저 앞에 단체로 참여한 대원들이 보인다. 11시 55분 능선마루에 오른다. 왼쪽으로는 멀리 케이블 카 승강장이 보이고, 오른 쪽은 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능선마루에서 본 케이블카 승강장

능선은 경사가 급해지며, 간간히 암릉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12시 14분 바위전망대 위에 선다. 오른쪽으로 군사 시설물이 있는 비로봉에서 동봉, 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엄하고, 병풍바위라고 짐작되는 암벽이 희게 솟아 있다. 팔공산 안내도를 꺼내 하나하나 확인해 본다.


12시 21분 다시 전망이 좋은 곳에 선다. 왼쪽으로 서봉이 뚜렷이 보이고, 서봉에서 흘러내리는 너덜지대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 쪽으로는 염불봉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그 아래로 염불암이 아득하다. 12시 39분 이정표을 지난다. <스카이 라인 1.4K, 동봉 800m, 염불암 700m> 스카이 라인과 동봉은 같은 능선 위에 있고, 염불암 방향은 오른쪽 골짜기를 가르친다. 염불암에서 오르는 가파른 지름길인 모양이다.

염불암 갈림길 이정표

 

동봉

염불봉과 염불암

12시 53분, 동화사 3.3Km, 동봉 300m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그러고 보면, 오르막 3.3Km를 약 1시간 30분 만에 오른 셈이다. 늦은 진행은 아니다. 군사 시설물이 있는 비로봉 정상과, 서봉을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고 1시 5분 동봉 정상에 오른다.

비로봉- 홍대장 사진

서봉

동봉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한 면에는 팔공산, 다른 면에는 동봉이라고 음각된 정상석 앞 에서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정표가 서 있다. <서봉 1.1K, 파계재 6.2K, 신평재 2.7K, 갓바위 7.2K>. 바람이 심해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 아래로 내려선다.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을 들고 있다. 산정 산악회에서 온 단체 손님들도 눈에 뜨인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 도시락을 푼다.

동봉 정상석 - 홍대장 사진

춥고, 바람도 여전하다. 숟가락을 쥔 손이 곱다. 칵테일로 반주를 하고, 더운 국에 밥을 말아, 맛이고, 뭐고, 느낄 틈도 없이 후다닥 먹어치운다. 보온병에서 더운 커피를 한 잔 따라 마시고 서둘러 다시 배낭을 챙긴다. 단체로 온 대원들도 출발 차비를 한다. 이들을 뒤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을 시작하고 바로 전망이 좋은 바위에 선다. 바로 눈 아래 염불봉이, 그리고 오른쪽으로 병풍바위, 그 뒤로 암릉이 굽이굽이 이어져 C자를 그리며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그 끝에 인봉(852m)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팔공산 컨트리클럽이 멀리 보인다. 실로 장관이다. 사진을 찍고 암릉길을 내려선다. 앞섰던 단체 대원들은 우회로로 내려섰는지 보이지 않는다.

가야할 C자 모양의 능선 - 오른쪽으로 인봉, 그 아래 골프장이 보인다.

능선길

북쪽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목감기로 바람에 목이 나출되지 않도록, 방풍재킷의 모자를 등산모 위로 뒤집어쓰고, 목 부위를 여미니, 머리 움직임이 둔해진다. 강한 바람 속에서도 능선에서 보는 조망을 놓치기가 싫어, 우회로로 내려서지 않고, 계속 암릉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면서 사진을 찍는다. 염불봉을 지나 내리막을 거쳐, 다시 암릉길을 오른다.


암릉길은 크게 위험한 길은 아니지만, 바람이 심하여 정신이 없고, 조심조심 움직이다 보니 진행 속도가 무척 떨어지는 것 같다. 암릉길을 포기하고, 왼쪽 우회로로 내려선다. 동봉 오를 때 최후미로 쳐져 보이지 않던, 젊은 남녀 대원이 뒤 따라온다. 암릉길을 걷느라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걷는다.


2시 6분 이정표를 지난다. <동봉 700m, 갓바위 6.5Km>. 능선길을 타느라 36분 동안에700m를 걸은 셈이다. 몇 차례 우회로를 지나고 2시 49분 신령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동봉 2.7K, 갓바위 4.5K>. 신령재를 지나 앞 사면을 오르면서 뒤돌아 지나온 길을 카메라에 담는다. 3시에 <정상 등산로 48번>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인봉을 거쳐 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인봉 오른쪽으로 멀리 노적봉도 보인다. 이제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신령재 이정표

신령재

인봉과 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등산로는 완연한 육산으로 변하고, 등산로 주위에 억새가 무성하다. 동북 방향으로 홀로 떨어져 우뚝 솟아 있는 암봉이 보인다. 지도를 보고, 993봉 이라고 짐작한다. 팔공산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 전망대 위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눈 아래 팔공산 골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동북방향으로 본 암봉

뒤돌아 본 북쪽 조망

팔공산 골프장

작은 봉우리를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 3시 55분 능성재에 도착 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동봉 6K, 갓바위 1.8K> 동봉 6Km라는 거리는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수정해 놓은 거리다. 갓바위와 약사암이 뚜렷이 보인다. 갓바위까지 남은거리가 1.8Km 라면, 30분 거리가 아닌가? 갓바위 주차장까지 5시면 도착할 수 있겠다고 계산한다

능성재

능성재를 지나자, 곳곳에 암봉이 앞을 막고,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한다. 4시 23분 갓바위 1.2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전망 좋은 너른 바위 위에 선다. 암봉들이 앞을 막고, 우회로로 돌아오느라 약 30분 만에 겨우 600m를 전진한 셈이다. 887m 높이의 인봉이 바로 오른쪽에 높이 솟아있다. 인봉을 우회하고, 갓바위로 이어진 능선을 걷는다. 갓바위 직전에서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지시한다.

관봉과 약사암

관봉에서 동남쪽으로 흐르는 능선

왼쪽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오른쪽으로 약사암으로 이어지는 계단길을 오른다. 여자 등산객 한명이 약사암 쪽에서 내려오다가, 내 배낭에 매단 산정산악회 리본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이 길로 내려가면 삿갓봉 주차장이 맞나요?"고 묻는다. 우리 대원이다.
"아니죠, 이리로 내려서면, 방향이 틀려요. 반대 방향이지요. 갓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해요. 정 대장도 그렇게 설명했잖아요?"


여자 대원은 갓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이 길로 내려오는 길이라며, 반신반의한 얼굴로 뒤를 따른다. 약사암 칠성각을 지나, 4시 53분 약사여래상을 모신 갓바위에 도착한다. 벌써 사방이 어둑어둑한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참배객들이 소원을 빌고 있다. 여자대원에게 오른쪽으로 하산하는 방향을 알려주고, 약사여래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약사여래좌상

갓바위 샘에서 물을 마시고 하산한다. 여자대원은 앞서 내려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예정 시간보다 하산이 늦어져, 서둘러 계단길을 내려선다. 5시 15분 관암사를 잠시 둘러보고, 어두워지는 계곡길을 서둘러 달린다. 5시 30분 주차장 앞 식당을 지난다. 정 대장이 수고했다고 반갑게 맞는다. 식당에 들러 캔 맥주를 사들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텅 비었다. 먼저 내려온 대원들이 식사를 하느라 주위의 식당으로 흩어진 모양이다.

관음사

배낭을 내려놓고, 맥주를 산 식당으로 돌아와, 식사를 주문한다. 식당에 있던 선두대장이 버스는 6시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단체 팀이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젊은 남녀가 도착하자, 버스는 6시 1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충주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고속도로를 무섭게 달려, 9시 50분 경, 양재역에 도착한다. 서울에는 소복소복 눈이 내리고 있다.

 


(2005. 12. 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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