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은 봉화읍에서 동남쪽으로 29km, 안동시에서 동북쪽으로 24Km 떨어진 곳에 사람들의 손때가 묻을까 두려운 듯 다소곳이 숨어있다. 산세는 크지 않으나, 금탑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봉우리 12개와 8개의 동굴 그리고 12개의 대(臺)가 어우러져,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꼽힐 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198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청량산


6.6봉으로 알려진 12개의 기이한 모양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이 바위들은 청송의 주왕산, 영암의 월출산과 더불어 3대 기악(奇岳)으로 꼽힌다.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는 청량산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단양에서 죽령 너머 영주, 다시 봉화읍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에서도 당일산행이 가능해져 연중 인파가 붐비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청량산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 신라시대의 외청량사,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와 독서당,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五馬臺)와 청량산성, 김생이 글씨를 공부하던 김생굴,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한 오산당(청량정사) 등 역사적 유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이상 '한국의 산천' 등에서 발췌)


2009년 5월 28일(목)
뉴 자이안트 산악회를 따라 청량산을 찾는다. "다행히 아직껏 청량산을 가보지 않았다면, 이제 볼 만한 산은 거의 다 보았다고 여겨졌을 때 가시길 바란다." 어느 기자양반의 저널리스틱한 과장이겠지만, 마냥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했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평소 궁금하게 여기던 산이다.

장인봉에서 내려오다 본 청량산 주능선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지나자, 버스 안은 아주머니들로 가득하다. 계모임인지 15명의 단체 손님들도 있어, 버스 안이 왁자지껄 어수선하다.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단양휴게소에 잠시 멈춘 후, 영주 IC에서 내려, 36국도를 타고 봉화로 향하고, 봉화에서 916번 국지도를 거쳐, 35번국도로 진입하여 청량산으로 향한다. 맑은 개울이 도로를 따라 흐른다. 바로 낙동강 상류다. 아름답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해도 멋진 코스가 되겠다.


산악회 회장이 산행코스를 알려준다. 경일봉은 입산이 통제되어 오를 수 없음으로 김생굴에서 바로 자소봉으로 오르고, 하늘다리를 건너 장인봉(870.4m)에 갔다가 삼거리로 되돌아와 청량폭포 쪽으로 하산하라고 한다. 아울러 체력이 달리는 분들은 청량사를 구경하고, 뒤실고개를 거쳐 하늘다리를 건넌 후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알려준다. 산행시간은 4시간이면 충분하니, 3시까지는 하산해 달라고 당부한다. 산행거리 약 6Km, 청량산도립공원안내도의 제 2코스에 해당된다.

낙동강 상류


왼쪽으로 삐쭉 삐쭉 솟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버스는 청량교를 건너, 매표소를 지나고, 11시 15분, 산행기점인 입석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선두대장을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데, 다른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자, 산행들머리는 금방 장바닥이 무색할 정도로 북새통이 된다. 선두대장은 등산안내도 앞에 대원들을 모아 놓고, 다시 한 번 산행코스를 설명한 후, 11시 17분, 앞장서서 나무 계단 길을 오른다.

입석

청량산도립공원안내도


왼쪽으로 철책이 쳐진 등산로가 산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간간이 '추락주의' 팻말이 보인다. 산행시작 후 10분 쯤 지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길 은 청량사로 이어지고, 오른쪽 계단 길은 응진전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곳에서 대원들은 두 패로 나뉜다. 나이 드신 분들은 바로 청량사로 향하고, 대부분의 대원들은 가파른 계단 길을 힘들게 오른다.

붐비는 등산로

갈림길 이정표

뒤돌아 본 갈림길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고 시야가 트이며 골짜기 길이 내려다보인다. 이어 전망바위에 서서 금탑봉(金塔峰) 중턱에 자리 잡은 응진전을 카메라에 담고, 11시 40분, 청량사(淸凉寺)의 부속암자인 응진전(應眞殿)에 도착한다. 앞마당에서 청량산성 방향을 바라본 후, 금탑봉 허리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4분쯤 더 걸어, 총명수에 이른다. 천길 절벽이 상하로 우뚝한 이곳에서 솟는 물을 일찍이 최치원 선생이 마시고 더욱 총명해 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식수로 부적합하니 마시지 말라는 알림판이 보인다.

금탑봉과 응진전

응진전

응진전 앞마당에서 본 청량산성 방향

 

 

총명수


11시 46분, 금탑봉 중턱에 있는 어풍대(御風臺)에 선다. 연화봉과 청량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다. 11시 48분, 청량사와 김생굴 갈림길에 이른다. 우리는 바로 오른쪽 김생굴로 이어지는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을 올랐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니, 왼쪽으로 400m 쯤 떨어져 있는 청량사를 들렀다, 되돌아 김생굴로 향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마도 제대로 된 산악회라면 사전에 필히 귀띔을 해주었어야할 사항이겠다.

어풍대에서 본 연화봉

당겨 찍은 청량사

청량사 뒤로 보이는 왼쪽부터 연적봉, 탁필봉, 보살봉


11시 51분, 경일봉 갈림길을 지나고, 물이 마른 김생폭포를 거쳐, 김생굴에 이른다. 경일봉 중턱에 자리 잡은 자연동굴인 이곳에서 신라의 명필 김생은 10여 년 간, 산을 바라보며 글씨 공부에 매진한 끝에, 청량산의 모습을 본 뜬 독특한 김생필법을 창안했다고 한다.

물 마른 김생폭포

김생굴 1

김생굴 2


절벽이 갈라진 곳에 구름다리가 걸려있다. 히말라야의 설산, 크레바스(crevasse)에 걸린 눈다리를 건너는 기분으로 엉거주춤 구름다리를 건넌다. 간간이 시야가 트이며, 연화봉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의 축륭봉(854.2m)이 뾰족한 모습을 드러낸다. 12시 25분, 자소봉(보살봉)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면 자소봉을 우회하여 탁필봉에 이르고, 오른쪽으로 비탈길로 오르면 자소봉을 들르게 된다. 오른쪽의 자소봉으로 향한다.

구름다리

자소봉 갈림길


자소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철 계단이 마치 하늘로 이어진 듯 아득하게 뻗어있다. 아주머니들은 난간에 매달려 한 계단 한 계단씩 기듯이 오르내린다. 이윽고 정상석과 돌탑, 그리고 망원경 등이 있는 자소봉(845m)의 너른 암반에 오른다. 왼쪽으로 암봉 하나가 뾰족하게 솟아있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머니 세 분이 소나무 아래에서 조망을 즐기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 따지 않은 캔 맥주 두 개가 바위 위에 놓여있다.

자소봉으로 오르는 긴 철 계단

정상석

자소봉


팔라고 하면 실례가 되겠고, 물물교환을 시도하려고 인사를 하자, 가까운 곳에서 온 등산객들이라며 맥주 하나를 선선히 내준다. 꽁꽁 얼려온 맥주다. 녹으라고 내 놓은 것이 눈에 띈 것이다. 얼음이 서걱거리는 맥주를 마시며 답례로 과자와 과일을 내 놓고, 작별을 한다. 암봉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있는 모양인지, 수직 벽에 로프가 걸려 있다. 하지만 산악회의 종이표지판은 왔던 길로 다시 내려서라고 지시를 하고 있다.

자소봉에서 본 축륭봉


가파르고 긴 철 계단을 되짚어내려, 삼거리에 이르러, 탁필봉으로 향한다. 왼쪽으로는 여전히 추락방지용 철책이 따라온다. 길가에 세워 놓은 탁필봉(820m) 정상석을 지난다. 이곳도 봉우리 위로 오르는 길이 없어, 사람들이 이를 수 있는 곳에 정상석을 세워 놓은 모양이다. 이어 연적봉을 오르며 뒤돌아 탁필봉과 자소봉을 카메라에 담고, 전망바위에 서서 가야할 장인봉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연화봉을 굽어본다.

탁필봉 가는 길

탁필봉 정상석

탁필봉(앞)과 자운봉

장인봉


1시 4분, 이정표가 있는 연적고개를 지나고, 6분 후 뒤실고개를 통과하자, 하늘다리가 보인다. 하늘다리는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를 잇는 길이 90m의 국내 최장의 산악현수교량이라고 한다. 봉화군에서 유교문화권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5월에 설치한 것이다, 다리 주위에 많은 인파가 몰려 기념사진을 찍거나,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오지 속에 꼭꼭 숨어있던 명산이 이제는 완전히 관광지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뒤실고개 이정표

하늘다리 1

하늘다리 2

선학봉 1

선학봉 2


선학봉을 넘어 안부에 이르면,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90도로 꺾어져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내려선다. 직진하면 장인봉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청량푹포다. 중위그룹을 인솔하는 여자대장이 한시(漢詩)가 걸린 나무아래에 앉아 쉬면서, 후미대원들의 탈출여부를 묻는다. 직진하여 장인봉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리고

삼거리 이정표


다시 길고 가파른 철 계단을 올라, 1시 40분, 장인봉의 너른 정상(870.4m)에 오른다. 정상석, 돌탑, 삼각점 그리고 청계산도립공원 안내도가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고 안내판의 지시에 따라 전망대로 내려선다. 2분도 못돼 다다른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서둘러 정상으로 되돌아와 정상석 이면에 새겨진 주세붕의 登淸凉頂을 카메라에 담고 그늘로 들어서서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들며 약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장인봉 정상

삼각점

조망 1

조망 2

登淸凉頂


다시 가파르고 긴 철 계단을 내려서서, 2시 6분, 삼거리에 이르러 청량폭포로 향한다. 이정표는 청량폭포까지 1.5Km 알려준다. 내리막길일 터이니 30분 정도면 하산이 가능하겠다. 급경사 통나무 계단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깊은 계곡으로 떨어진다. 20분 쯤 내려서자 산골마을이 나타나고, 막걸리를 판다는 팻말도 보인다. 2시 30분,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나뭇가지에 이황의 한시 還家가 걸려 있다.

깊은 계곡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

산골마을

시멘트 도로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찔레꽃인지 도로변에 하얗게 핀 꽃이 시선을 끈다. 이어 물소리가 들리고 건너편에 청량폭포가 보인다. 2시 38분, 도로에 내려서서, 왼쪽 산마을 식당 앞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배낭을 벗어놓고, 식당으로 들어서서 시원한 지하수로 세수를 한 후, 맥주를 주문한다. 대원들 1/3 정도가 하산한 것 같고, 기사양반은 음식준비에 한창 바쁘다.

도로에 내려서고

청량폭포

산마을 식당


맥주를 마시고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대원들이 속속 하산하고, 음식준비도 다 된 모양이다. 식당으로 돌아와 막걸리를 반주로 산악회가 제공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기사양반이 정성스럽게 끓인 돼지고기찌개가 인기다.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도로를 막듯 버티고 서 있는 암봉이 눈길을 끌고, 길가의 팬션들이 아름답다.

도로에서 본 암봉, 병풍바위인가?

 

예쁜 팬션


오늘은 시간이 충분한데도 청량산엘 와서 청량사도 둘러보지 못한다. 눈 내리는 겨울. 집사람과 함께 내려와서 청량사를 둘러보고, 예쁜 민박집에서 일박하며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즐기고 싶다. 대원들 식사가 모두 끝나자, 버스는 4시 2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5. 3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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