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차창 밖으로 본 금강과 천태산
충북 영동군 양산면,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위치한 천태산(714.7m)은 암벽등반기술이 없는 사람도 암벽등반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산 곳곳에 짤막하고도 스릴감 넘치는 암릉이 산재해 있고, 밧줄이 설치돼 있어, 그간 많은 등산객들이 애용해 왔다. 자궁형의 안온한 분위기가 온산을 푸근히 덮고 있는 데다 가는 곳마다 조망 또한 뛰어나 비록 크기는 작지만 가을맞이 암릉 산행지로는 최고라 할 것이다.
암릉길
천태산에는 이곳 토박이인 배상우씨(금호약방 주인)가 다듬어 놓은 등산로가 크게 보아 네 가닥이 나 있다. 영국사 신도이기도 한 배씨는 A,B,C,D 네 개로 코스를 구분, 곳곳에 팻말을 써 붙이거나 굵직한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천태산 등산안내도
A코스는 천태산 최북단의 바윗길로 정상까지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코스다. 영국사 앞에서 북동쪽으로 천태산의 북릉을 향해 20분 이상 걷노라면 약간 험준한 편인 이 코스가 나타난다. 큼직한 암릉이 우선 가로막고 나서는데, 왼쪽은 경사가 70도가 넘는 암릉코스로서 짜릿한 맛을 좋아하는 이는 이 암릉으로 밧줄을 잡고 오르면 된다. 팔 힘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오른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한편 이 암릉코스는 곳곳에 바위가 부스러져 있어 미끄러지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A코스로 주능선에 오른 뒤 정상은 오른쪽(서쪽)으로 조금 나아가야 한다. 영국사에서 이곳 정상까지는 약 1시간30분쯤 걸린다.
75m 암벽등산로
일단 정상에 오른 뒤 하산길은 대개 정상 남동쪽 능선길을 따라 하게 된다. 이 능선길이 바로 D코스로서, 특히 정상능선 2분의 1 지점부터 남고개까지의 구간이 크게 험하지도 않으면서 주변 경관이 매우 뛰어난 멋진 암릉길이다. 일단 남고개로 내려서다가 중간의 '영국사 방면'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영국사로 되돌아가도록 한다. 이곳에서 영국사까지는 30분쯤 걸리며, 총 산행시간은 4시간이면 충분하다.
D코스 암릉길
충북의 설악산으로 불려 질 만큼 경관이 아름답고,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한 영국사와 수령이 약 500년 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3층 석탑(보물 제533호),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등의 유적이 유명하여 산림청은 천태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영국사 삼층석탑
2009년 9월 13일(일).
청지산악회에서 천태산을 안내한다. 생소한 이름의 산악회라 전화를 해보니, 한 달에 두 번 정기산행을 하는 동호인 모임의 산악회인데, 비회원도 참여가 가능하다며, 신청을 받는다. 회비는 20,000원. 7시 선릉 입구에서 버스에 오른다. 시내 경유지를 모두 경유하고, 버스가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버스 안은 거의 만석이다. 오늘 참여인원이 41명이라고 한다. 모두 회원들이고, 비회원은 나를 포함해 모구 4명뿐이다. 총무는 잘 왔다며 인사를 시킨다. 아침대용으로 시루떡을 나눠준다.
발족한지 18년, 오늘산행이 404차 산행이라고 한다. 여자회원들이 많아 분위기가 좋고, 4~5시간 정도의 무리 없는 산행을 위주로 하는 모양이다. 비영리라 회비가 저렴한 편이고, 부족분은 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이 부담 한다고 한다. 여자회원들이 돌아가며 음식준비를 하여 뒤풀이 자리가 푸짐하다. 청지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두 가지 대답이 나온다. 청지(淸地)와 청지(靑志)다.
음성휴게소에서 잠시 머물었던 버스가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아침 안개가 걷히며 차창 밖으로 황금빛 들판이 펼쳐진다. 버스는 금산IC에서 고속고로를 버리고 68번 국지도로 들어서서 금강을 지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금강이 아름답다. 버스는 호탄리에서 501번 지방도로로 들어서고, 10시 44분, 천태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너른 주차장에는 대형버스와 승용차들이 가득하다.
금강
주차장
화장실을 다녀온 대원들이 모여 선두대장을 따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10시 50분,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입장료 1,000원은 각자가 지불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A코스로 정상에 오르고 D코스로 하산한다. 하늘을 덮은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다. 울산 산악회, 대구 산악회 등 지방에서 온 등산객들이 줄지어 산책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 공지에 지천으로 깔린 큰금계국 노란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천태산지도
매표소
산책로
10시 56분, ‘충북의 설악/천태산 계곡’ 돌 표지를 지난다. 천태산이 아름다운 산임에는 틀림없지만 설악에 비교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어쨌거나 비유에는 오류가 따른다고 했으니, 애교로 받아주면 되겠다.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오른쪽의 계곡물은 투명하게 맑지만, 산 덩치가 작아서인지, 수량은 빈약하다. 하지만 계곡의 나무를 보면 비가 올 때의 계곡물은 제법 많이 불어나는 모양이다.
‘충북의 설악/천태산 계곡’ 돌 표지
계곡길
계곡 물가의 나무
11시 1분, 영국사와 남고개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영국사 쪽으로 향하여, 1분 후 삼신할멈 바위를 지나고, 이어 돌계단길을 오른다. 11시 6분, 오른쪽 전망바위에 올라, 20도 방향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발아래 보이는 밤송이가 아직은 작아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삼단폭포를 지난다. 역시 수량이 적어 볼품은 없다.
이정표
삼신할멈바위
삼단폭포
선로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올라 나지막한 고개에 이른다. 음료수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길은 망탑 가는 길이다. 망탑은 하산할 때 들러보기로 하고 직진하여 내려선다. 길가 오른쪽 철조망에 다닥다닥 걸린 표지기들이 보기가 흉하다. 천태산에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떼어다 모은 것이라고 한다. 무슨 의미일까? 이처럼 많은 산악회나 산꾼들이 다녀갔다는 자랑인가? 아니면 무절제한 표지기의 부착이 자연경관을 해치는 또 하나의 공해라는 점을 고발하고자 의도인가?
간이매점
망탑 가는 길
표지기들의 무덤
영국사가 가깝다. 오른쪽 길가의 검정차일 아래에 사람들이 바글댄다. 마침 점심때라 절에서 등산객들에게 국수보시를 하고 있는 현장이다.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영국사 은행나무 앞에 선다. 안내판에는 높이 31m, 가슴 높이의 나무둘레 11m에 수령은 약 1,0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카메라에 담고, 영국사로 향한다.
용국사 은행나무
절 입구 풍경
만세루(萬歲樓)를 지나 대웅전 경내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보물 533호인 영국사 삼층석탑이 보이고 한 그루 보리수가 청정하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1호인 석가여래 좌상을 모신 대웅전은 조선중기 이후의 건물로 고종 30년(1823년)과 1824년에 중수하고, 1980년에 해체 복원하여 지금에 이른다. 이절은 원각국사(圓覺國師)가 법흥왕 14년(527년) 또는 문무왕 8년(667년)에 창건했다고도 하지만 믿기 어렵다.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大覺國師)가 국청사(國淸寺)라 했으나, 공민왕이 난을 피하여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였음으로 영국사라(寧國寺)했다고 한다. 삼층석탑은 신라 말(10세기경)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재료는 화강암이다. (이상 안내판에서 발췌)
만세루
대웅전
삼층탑과 보리수
11시 24분, 영국사를 나와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 2분 후 천태산 A코스 입구에 이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1,370m라고 알려준다. 계단을 지나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개설자’ 배상우씨의 안산, 즐산을 기원하는 팻말을 지나고, 조금 더 오르니 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이 보인다, 고마운 마음으로 안내도 한매를 꺼내 챙긴다.
A코스 입구
등산로 개설자 배상우씨의 환영사
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
11시 30분, 정상 1,2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등산로가 점차 가팔라지며 암릉길이 이어진다. 11시 34분, 첫 번째 로프가 드리워진 암릉에 이른다. 로프를 잡지 않고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암릉길이다. 11시 44분, 위험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등산객들 중 2/3 정도가 왼쪽 우회로로 들어서고, 나머지 1/3이 두 번째 로프가 걸린 암릉에 도전한다. 첫 번째보다는 조금 더 가파르고 길지만 역시 무난한 코스다. 암릉을 오르다 중간 참에서 옥새봉(505m)와 그 왼쪽 뒤로 갈기산(585m)을 바라보고, 영국사와 지나온 길을 굽어본 후, 20도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첫 번째 로프 길
위험지구 갈림길
두 번째 로프길
옥새봉, 갈기산, 영국사, 그리고 지나온 길
20도 방향의 조망
11시 55분, 두 번째 로프 길을 지나고, 11시 58분, 천태산의 명물, 75m 암벽등산로 앞에 선다. 우회로 표시와 경고판이 보이고 차례를 기다리는 대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75m 암벽등산로는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가파른 슬랩, 몇 군데 발 딛을 곳이 파져 있지만, 가파른데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 암벽이 미끄러워 발 붙이가 어렵다. 첫 구간은 한사람씩 통과한다.
경고문
젊은 여자 4명 앞서 오른다. 2명은 발 움직임과 팔 움직임이 균형을 이루어 어렵지 않게 오르고, 세 번째 여자는 발은 미끄러지지만 팔 힘이 있어 로프에 매달려 올라갔는데, 네 번째 여자는 왼쪽 다리가 미끄러지자 몸이 돌며 로프에 매달렸다 포기하고 내려서서 오른쪽 우회로로 향한다.
첫 구간의 미끄러운 슬랩
두 번째 구간은 절벽 위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암릉이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로프가 있어 왼쪽 절벽을 겁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은 경사가 다시 급해지지만 길게 이어진 크랙을 따라 오르게 되어 발 놓기가 편하다. 세 번째 구간을 올라 주위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두 번째 구간
세 번째 구간
가선리 방향의 조망
80도 방향
세 번째 구간이 끝나는 곳에 버티고 선 커다란 바위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역시 로프가 걸려있다. 로프를 잡고 능선위로 오르면, 75m 암벽 우회로와 만난다. 다시 로프가 걸린 암릉을 지나 12시 18분, ‘119구조지점 천태산 3’ 팻말이 있는, 우회한 바위 위에서 한동안 조망을 즐긴 후, 정상으로 향한다.
우회로
안전하산로, 암벽하산로 갈림길
전망바위에서 본 천태산
옥새봉과 그 뒤로 천앙봉
20도 방향
다시 로프가 걸린 좁을 암릉길을 지나고, 12시 39분, T자 능선에 오른다. 이정표 앞에서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성업 중이다. 몇 개 안 남았다는 소리에 끌려 한 개를 사들고(2000원) 오른 쪽 정상을 향해 안부로 내려선다. 12시 48분, 인파로 붐비는 천태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만을 카메라에 담을 방법이 없다. 정상석과 모르는 사람들을 함께 찍는다. 등산로 개설자가 방명록 함을 설치해 놓고, 옆면에 나옹선사의 ‘바람같이 물같이’를 실어 놓았다.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고 있다.
삼거리
천태산 정상
삼각점
정상석(이면)
방명록 함의 ‘바람같이 물같이’
12시 56분, 등산객들로 붐비는 삼거리로 되돌아와 D코스를 따라 내리다, 1시 2분, 비교적 덜 붐비는 공터에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약 20분 동안 점심식사를 한 후, 산행을 속개한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내린다. 1시 27분, 로프가 걸린 암릉을 내려서고, 전망바위에 서서 남쪽 방향의 산세를 조망한다.
삼거리의 인파
전망바위에서 본 남쪽조망
1시 36분, 헬기장릏 지나고, 이어 잇달아 만나는 B코스, C코스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D코스로 진행한다. 작은 둔덕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서다, 다시 전망이 좋은 바위에 서서, 뒤돌아 천태산을 우러르고. 140도 방향으로 옥새봉을 가까이 본다. 옥새봉 뒤로는 멀리 덕유산줄기가 하늘금을 긋고 있다.
폐쇠된 B코스 갈림길
C코스 하산로
뒤돌아 본 천태산
140도 방향의 조망, 옥새봉이 가깝고, 멀리 덕유산
암릉길이 이어진다. 1시 53분, 영국사 1,5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로프가 걸린 암릉을 내려선다. 2시, 전망바위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정면으로 채석장을 굽어본다.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좁게 이어지는 나무 계단길을 따라 내린다. 침목을 잘라 좁은 계단을 만들었다. 보기도 좋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 공감을 한다.
로프가 걸린 내리막 암릉
전망석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채석장
좁은 나무계단길
2시 12분, 남고개에 이른다. 이정표와 옥새봉 등산로가 폐쇄되어 출입을 금지한다는 알림판이 있다. 육조골 방향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표지기도 보이지만 가지 말라는 옥새봉으로 이어지는 길 같아, 직진하여 영국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2시 34분, 영국사에 내려서고, 2시 39분, 망탑 갈림길에서 오른쪽 망탑봉으로 향한다.
남고개
알림판
이정표
2시 41분, 삼단폭포 위를 다리로 건너고, 흔들바위인 상어바위가 있는 곳에서 천태산 암릉을 바라본 후,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삼층석탑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암릉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선다. 2시 54분, 진주폭포 위 맑은 물로 세수를 하고 몸의 땀을 닦아낸 후, 쇠줄이 드리워진 가파른 암반을 내려선다.
삼단폭포 위 다리
상어바위
천태산 암릉
망탑봉 삼층석탑
진주폭포 상단
3시 7분, 영국사 갈림길을 지나고 3시 15분, 주차장에 이른다. 이윽고 대원들이 하산하자, 뒤풀이 자리가 마련되고, 족발, 참치 등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다. 이달 초에 혼사가 있었던 회원이 준비한 음식이라고 한다. 막걸리잔, 소주잔이 돌고, 여기저기서 ‘위하여’ 소리가 요란하다.
뒤풀이
족발과 막걸리
4시 15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금강변의 산들이 온통 바위산이다. 강과 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산과 강
추석이 가까워 성묘객들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서울에 도착한다.
(200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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