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에서 본 석기봉, 5년 전 사진
산 이름이 특이하다. '민주지산(岷周之山)'의 민(岷)은 산맥을 뜻하고, 주(周)는 두루 혹은 둘레를 뜻한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란 의미겠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 위치한 민주지산(1,241.7m)은 북으로 각호산(1176m), 남동쪽으로 석기봉(1200m)과 삼도봉(1177m)등 1000m가 넘는 준봉들을 거느린 영동의 주산으로 능선의 길이만도 15 km가 넘는 큰 산이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석기봉과 삼도봉을 잇는 능선은 산죽과 진달래 길이다.다른 산의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반해 이곳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있는 것이 특징이다.삼도봉은 충청, 전라, 경상, 삼도의 경계가 되는 봉우리로 백두대간이 지나간다. 삼국시대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산이기도 하다.
산이 높으니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지산 북동쪽의 물한계곡(勿寒溪谷)은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 물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한낮에도 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상류로 오를수록 크고 작은 폭포와 못이 어우러진 명소 중의 명소이다. (이상 '한국의 산천'에서 발췌)
지형도
2009년 5월 23일(토).
뉴 자인안트산악회를 따라 민주지산을 간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참여자들이 많지 않다. 덕분에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편하게 이동한다. 산행코스는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출발, 미나미골을 통해 삼마골재에 오르고, 이어 능선을 따라,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을 거쳐, 쪽새골로 내려서서 주차장에 이른다. 이른바 원점 산행으로 『주차장(0.5Km)-황룡사(3.5Km)-삼마골재(0.9Km)-삼도봉(1,4Km)-석기봉(2.9Km)-민주지산(0.1Km)-쪽새골갈림길(3.2Km)-황룡사(0.5Km)-주차장』으로 도상거리 약 13Km에, 산행시간은 후미기준,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코스다.
구름이 낮게 깔린 잔뜩 흐린 날씨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버스가 9시 30분 경, 옥산 휴게소에 잠시 정차할 때, 뜻밖의 놀라운 뉴스를 듣는다. 비극이다. 버스는 횡간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4번 국도로 내려서서, 김천방향으로 향하다, 910번과 49번 지방도로를 차례로 갈아탄 후 물한계곡으로 향한다.
등반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한 후, 4시간 반의 산행시간을 줄 터이니, 3시 반까지는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선두, 중간, 후미에 대장들을 배치할 터이니, 도중에 힘들다고 생각는 사람들은 적당한 곳에서 탈출하라고 권한다. 세상에! 12Km가 넘는 코스를 4시간 반에 주파하라니, 이건 해도 너무한다. 그 뿐인가? 삼도봉까지는 길이 좋다고 너무 빨리 걷지 말고 천천히 오르라고 충고까지 한다.
산악회 젊은 대장들의 무책임한 말을 순진하게 곧이들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오늘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 하겠다. 초장부터 서둘다 오버 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여성대원 2사람은 힘이 빠져 삼도봉을 지나 바로 탈출하고, 노인 한 분은 점심도 못 먹고 달렸지만, 민주지산을 100 미터 남긴 곳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한다. 선두그룹의 하산시간도 4시를 넘긴다.
11시 16분, 버스는 한천식당 앞 너른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 대원들은 우선 화장실로 뛰어간다. 이어 선두대장을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11시 22분,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길가에 그럴듯해 보이는 식당과 민박집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주차장 도착
나그네 민박집
산행을 시작하여, 주차장 근처의 민주지산 산행안내도를 보는 동안, 대부분의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장승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물한계곡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나니, 대원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후미대장도 사라졌다. 11시 30분, 황룡사 갈림길을 지난다. 2004년 6월,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롤 거쳐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 지친 몸으로 긴 계곡을 내려서는데, 오른쪽에서 목탁소리가 들리고, 향불 냄새가 은은했던 기억이 있어 산행 전에는 가능하면 한 번 들러봐야겠다고 생각 했으나. 이처럼 최후미로 쳐지고, 갈 길이 바쁘다보니, 황룡사를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물한계곡 입구의 장승
돌표지
계곡쪽으로는 계곡수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철책을 쳐놓고, 출입을 금지 시키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편한 길을 걷는다. 11시 34분, 삼도봉 4.4Km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난다. 주차장을 떠난 것이 11시 22분이니, 12분이 지난 시각이다. 아마도 이정표의 거리측정은 이 지점을 황룡사로 보고 시작한 모양이다.
삼도봉 4.4Km
낙엽송이 빽빽한 숲속에서 등산로가 좌우로 갈린다. 등산안내도에 잣나무골이라고 표시된 곳이다. 삼도봉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지름길이다. 팻말이 보인다. 11시 44분, 첫 번째 징검다리로 철책이 끊긴 계곡을 건넌다. 손을 담가 보니, 정말로 물이 차다. 11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잣나무 숲을 지나고, 두 번째 징검다리를 건넌다.
갈림길
잣나무숲
두 번째 징검다리를 건너며 본 계곡
11시 55분, 삼도봉 3.0Km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난다. 30분이 넘게 부리나케 쫓아왔는데도 일행들은 보이지 않는다. 신작로 같은 등산로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리도 없을 터인데, 아마도 앞사람들은 뛰듯이 달린 모양이다. 12시, 석기봉 갈림길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나도 일행들 뒤쫓기를 단념하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걷는다.
석기봉 갈림길
철책 너머 계곡이 깊어지며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계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12시 18분, 삼도봉 2,0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커다란 돌탑을 지나 통나무 오르막길에 이르니 앞에 등산객들이 보인다. 비로소 일행을 따라 잡는다고 생각하고, 가까이 가보니, 배낭도 메지 않은 인근의 산책객들이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계류
통나무 계단길을 오르는 산책객들
12시 44분, 삼마골재에 올라 비로소 후미를 따라 잡는다. 오른쪽의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다가 뒤돌아 삼마골재와 건너편의 1124m봉을 보고, 조금 더 올라서서, 전망바위가 있는 삼도봉 앞 봉우리를 바라본다. 1시 5분, 육중한 시멘트 구조물이 있는 삼도봉 정상에 오르지만, 안개가 짙어 조망은 즐기지는 못한다. 이정표는 민주지산까지의 거리가 4.3Km라고 알려준다.
삼마골재
뒤돌아본 삼마골재와 1124m봉
전망바위가 있는 봉우리
삼도봉 정상
이정표
1시 8분, 헬기장 벤치에 혼자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안개가 짙어 축축한 느낌이 들고 싸늘하게 냉기가 흐른다. 윈드 재킷을 꺼내 입는다. 다른 대원들은 점심식사도 생략한 채, 석기봉을 향해 달려간 모양이다. 조금 지나자 후미대장이 여자대원 두 사람과 함께 모습을 나타낸다. 여자대원 한 사람이 많이 지친 모양이다. 점심을 먹자며 벤치에 걸터앉는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다. 지쳐 보이는 대원은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다며 언짢은 얼굴을 한다. 삼도봉 정상까지의 약 5Km를 2시간도 안되어 올라 왔으니 무리도 아니겠다. 일반인들이 황룡사 입구에서 이곳까지 오르는 데는 대강 2시간 30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를 한 헬기장
후미대장은 식사를 하면 걷지를 못한다고 점심도 거른 채 기다리고 있다. 미안하다. 여자 분들은 안개가 끼어 조망도 없으니, 가까운 곳에서 탈출을 하자고 의견을 모은다. 1시 21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속개한다. 후미대장과 여자 대원 한 사람이 앞서 나가고, 지친 대원과 함께 그들의 뒤를 천천히 따른다. 뚜렷한 등산로가 안개가 짙게 내린 신록사이로 가볍게 오르내린다. 조망은 없지만, 선경에서 노니는 듯, 신선한 느낌이다.
식사 후 출발
1시 41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후미대장과 여자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여자대원 두 사람은 이곳에서 오른쪽 물한계곡으로 탈출을 한다. 석기봉을 500m 남겨 논 지점이다. 이들과 작별을 하고 앞서 나간다. 산죽길이 이어진다. 진달래는 철이 지나 흔적도 없다. 이윽고 여자대원들에게 하산길을 알려주느라고 뒤 쳐졌던 후미대장이 앞서 나간다. 최후미로 다시 쳐져 선경 속을 혼자 터덜터덜 걷는다.
갈림길의 이정표
산죽길
1시 48분, 오른쪽으로 정자가 보인다. 하지만 올라 가 봐야 안개뿐일 터라, 오르기를 생략하고 계속 진행한다. 문득 한줄기 바람이 불며 안개가 흩날린다 싶더니, 정면에 석기봉 정상의 바위들이 희미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1시 49분, 암봉 아래에 있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정표의 현 위치가 석기봉이다. 암릉길은 위험하지 않다. 경사가 있는 곳에는 로프가 드리워져 있어, 눈이나 비가 올 때도 암릉을 지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다.
석기봉이정표
암릉을 내려오는 사람들
석기봉의 암봉 1
석기봉의 암봉 2
암릉길 1
암릉길 2
암봉이나 암릉길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겠는데 안개가 끼어 이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2시 8분, 석기봉 우회로 갈림길을 지난다. 로프가 걸린 암봉을 넘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암릉길이 끝나고, 좁은 능선 사이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싱그러운 신록과 푸른 산죽 밭 속을 산책하듯 가볍게 오르내린다.
아쉽게도 가야할 장대한 능선의 앞부분만 보인다.
석기봉 우회로 표지판
신록의 능선길
능선 하나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본 능선으로 진입하니, 보라!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민주지산이 모습을 보인다. 얄궂은 날씨다. 조망이 좋은 석기봉을 지날 때는 그렇게 짙게 내려 깔렸던 안개가 많이 걷히고, 간간히 햇살마저 비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윈드 재킷을 걸쳤는데도 더운 줄 모르겠다. 잠시 더 진행하니, 나뭇가지 사이로 석기봉과 지나온 능선, 그리고 삼도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민주지산
석기봉과 지나온 능선
푸르름 속으로 좁은 암릉길이 이어진다. 2시 31분,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확 꺾여 내린다. 표지기들이 안내를 한다. 이어 능선안부를 지나고,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니, 이정표가 있는 쪽새골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나이 드신 대원을 만난다. "빠르시네요. 벌써 정상엘 다녀오셨군요." 라고 인사를 하자, "아니에요. 산행시작해서 궁둥짝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죽어라고 쫓아 왔더니, 이젠 더 못가겠어요. 하산하려구요." 아쉽다. 민주지산엘 왔는데 그 민주지산을 100m남겨두고 하산을 해야 하다니....
표지기들의 안내로 오른쪽으로 확 꺾어 내리고
쪽새골 갈림길에서 만난 노인
이정표
다시 혼자서 민주지산으로 향한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마주 내려온다. 선두대장이 앞장을 선 우리 일행이다. "선두그룹인가요?" 라고 물으니, 선두대장이 그렇다며, 민주지산을 다녀 올 거냐고 묻는다. 어처구니가 없다. 목적지 민주지산 정상까지는 5분 거리도 채 안 될 터인데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물었는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쪽새골 갈림길을 지나 4분 만에 정상 조금 못 미친 전망바위에서서 삼도봉,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과 설천면으로 뻗은 또 다른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민주지산이 우리들을 환영하는지, 안개가 걷힌 말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석기봉에서 흘러내리는 멋진 능선
남쪽으로 떨어지는 또 다른 능선, 양지와 음지가 뚜렷하다.
3시 1분,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민주지산 정상에 오른다. 맑은 햇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간식을 들며 조망을 즐기는 대원들이 보인다. 주위가 온통 산이다. 그래서 민주지산이다. 이미 3시가 지난 시각이다. 남으로 희미한 덕유산줄기를 바라보고, 북쪽으로 각호산을 카메라에 담은 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의 대원들
정상석
삼각점
석기봉 오른쪽으로 박석산(1171m) 줄기, 그리고 희미한 덕유산 방향
각호산 방향의 조망
하산길이 붐빈다. 3시 12분, 쪽새골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서서 물한계곡으로 향한다. 이정표는 황룡사까지의 거리가 3,2Km라고 알려준다. 숲이 무성한 능선으로 편안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3시 26분, 등산로에 설치된 삼각점을 지난다. 능선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3시 45분, 임도로 내려서서,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으로 진행한다.
하산길
등산로 위의 삼각점
임도에 내려서고
3시 55분, 왼쪽에서 내려오는 넓은 등산로와 만나는 곳에서 계곡을 건너, 아름다운 계곡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오른쪽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3시 58분, 갈림길을 만나,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4시 2분, 이정표가 있는 잣나무골에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고
멋진 계곡길
잣나무 골, 오를 때는 왼쪽으로 올랐던 곳이다.
철책이 쳐진 계곡길을 따라 내린다. 손을 잡고 걷는 앞선 등산객들의 걸음걸이가 무척 여유가 있어 보인다. 우리 일행은 아니다. 4시 22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식당 앞에 내려선다.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정자에 앉아 산악회가 준비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맛있게 끓인 돼지고기 찌개에 밥을 말아 시장기를 달랜다.
손잡고 걷는 길
하산
식사를 마치고, 식당 옆 계곡으로 내려가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5년 전에는 식당 옆의 장미가 탐스러웠었는데 오늘은 수국이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내고 있다.
5년 전의 장미
수국
대원들이 속속 하산을 한다.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5시 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에 등반대장은 여러분들의 협조로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자신이 예상한 대로 5시 경에, 귀로에 오를 수 있어 무척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2009.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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