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산과 멀리 소백산 줄기
호남정맥을 당일산행으로 안내하는 산악회가 갑자기 산행지를 변경하는 바람에 이번 주말산행에 차질이 생긴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눈꽃산행을 해보자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호남정맥을 버리고 태백 쪽의 백두대간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이야기이다. 동호인들 모임의 산악회라더니 들러리로 참여한 비회원들의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정회원들만의 의견에 따라 쉽게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고약한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주말산행은 어쩐다? 변경된 산행지로 따라 나설 생각은 애저녁에 없고, 이제는 주말산행이 생활화된 터라 집안에서 무료하게 뒹굴고 싶지도 않다. 금북정맥 14번째 구간을 가볼 생각으로 심산(深山)대원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요즈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당분간은 근신을 하겠다는 대답이다. 혼자라도 나서보겠다고 교통편을 조사하고, 현지의 눈 쌓인 상태를 문의하는 등 수선을 떠는 것을 보던 집사람이 강하게 반대를 한다. 눈 쌓인 겨울 산의 단독산행은 절대로 허용하지 못 하겠다며, 답답하면 청계산이나 한 바퀴 돌고 오라고 권한다.
말인 즉 옳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구지 집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을 부릴 생각도 없어 금북정맥 단독산행도 쉽게 단념해 버린다. 어떻게 한다? 궁리 끝에 산정산악회 홈 페이지에 들어가 본다. 산정의 가이드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터라 내게는 친정같이 편하고 허물이 없는 산악회다. 백덕산을 안내한다는 내용이 눈에 뜨인다. 지난해에도 가보려고 예약까지 했으나, 백덕산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아려지지 않은 까닭에 성원미달로 취소된 적이 있던 산이다. 전화를 해보니 예정대로 산행을 한다기에 서둘러 예약을 한다.
백덕산은 강원도의 영월군, 평창군, 횡성군에 걸쳐 있는 높이 1,350.1m의 산으로 3개 군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산림청은 이 산을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영춘지맥의 태기산에서 남쪽 양구두미재 쪽으로 분기한 산줄기인 백덕지맥의 주산인 백덕산은 능선의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바위들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가하면, 계곡에는 태고적 원시림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크고 작은 폭포, 소(沼)그리고 담(潭)이 수없이 이어진 계곡은 10월 중순에서 말경까지 단풍이 아름답고, 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으로 곳곳에 설화가 만발한다.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단위의 등산으로도 알맞은 곳이다. 정상에 서면 동북방향으로 가리왕산과 오대산의 산군들이 물결치고, 남쪽으로는 소백산의 고운 산줄기가, 서쪽으로는 치악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상 자료 발췌)
오대산, 가리왕산 방향
치악산 방향
백덕산 산행은 흔히 42번국도 상에 있는 문재터널해발 800m에서 시작한다. 오늘코스는 문재-주능선-사자산(1181m)-당재-삼거리-백덕산(1350.1m)-묵골재-묵골』로 산행거리는 약 13Km에 산악회에서 보는 산행 소요시간은 약 5시간 정도다.
개념도(펌)
2008년 1월 26일(토).
7시 15분, 서초구청 시민회관 앞은 산악회 버스들이 뒤엉켜 움직이지를 못하고, 버스를 찾아 이리저리 몰리는 등산객들로 아수라장이다. 주초에 내린 많은 눈으로 눈꽃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한여행사 버스가 다가온다. 도로로 뛰어나가 버스에 이르니, 산정산악회 버스이기는 한데 백덕산이 아니라 덕유산 행이다. 등반대장은 백두대간을 할 때 몇 차례 만났던 낮 익은 대장님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백덕산 행 버스 있는 곳을 물으니, 앞서 갔을 거라고 알려준다. 앞으로 달려 나간다. 주차장 입구 도로 변에서, 산정산악회 버스 2대를 만난다. 하지만 하나는 선자령,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 행이다. 버스에 다가가서 백덕산 행 버스를 물으니, 뒤에서 온다는 대답이다. 이번에는 다시 뒤로 뛰어가 본다. 또 산정산악회 버스가 다가오지만 이번에는 태백산 행이다.
이처럼 버스를 찾아 우왕좌왕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덕유산 행 등반대장이다. 일부러 찾아다닌 모양이다. 백덕산 행 버스는 주차장에 있다고 알려주고 급히 뛰어 돌아간다. 고맙다고 인사를 할 사이도 없다. 주차장에서 산악회 버스를 찾아 오르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총무님이 막 전화를 걸던 참이다. 내 뒤로도 서너 사람이 겨우 버스를 찾아 오르고, 버스가 주차장을 출발한 것은 예정보다 20분이나 늦은 7시 40분경이다.
복정역에서도 많은 등산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자 등산객들이 줄지어 버스에 오른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젊은 등산객들이 많다. 정맥이나 지맥을 하는 산꾼들은 나이가 많은 편인데, 명산에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모양이다. 버스는 만원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에 수증기가 어릴 뿐, 성에도 끼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풀렸다. 눈을 찾아 강원도로 향하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주에 들어서자 버스가 노견에 잠시 정차하고, 홍준호 대장이 버스에 오른다. 오늘 산행의 등반대장이다. 반갑다.
버스가 문막에 접근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교통상황판에는 강천터널부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정체된다고 알려준다. 양재를 출발한지 두 시간이 넘어 겨우 새말IC를 빠져나와 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새말 휴게소에 20분간 정차한다.
버스가 휴게소를 출발하여 42번 국도를 달리자 홍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개요를 설명한 후, 하산하여 먹골 부녀회관에서 식사를 하고, 4시 30분 경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10시 33분, 버스는 문재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들머리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3) 문재-(10:35) 산행시작-(10:46) 임도-(10:58) T자, 우-(11:04) 925m봉-(11;24~11:28) 헬기장-(11:52) 사자산 갈림길-(11:54) 사자산-(12:22~12:41) 전망바위/식사-(12;49)당재-(13:43) 삼거리-(13;59~14:15) 백덕산 정상-(14; 29) 삼거리-(14:39) 헬기장-(14:28) 묵골재-(15:09) 안부 사거리-(15:17) 임도-(15:45) 먹골 부녀회관』으로 중식 및 간식시간 약 30분 포함, 총 5시간 1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산행준비에 바쁘다. 10시 35분, 준비를 마지고 산행을 시작한다. 약 20~30Cm 정도 쌓인 눈 위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뚜렷한 길이 나 있어 눈길 행보가 생각보다 수월하다. 파랗게 갠 하늘에 하얀 눈, 비교적 따듯한 날씨에 바람도 없지만, 눈에서 방출되는 냉기에 산속은 싸늘하다.
출발 전 산행준비
10시 46분, 임도에 올라 왼쪽으로 1분 정도 진행하다, 표지기의 안내에 따라 오른쪽 잣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점차 경사가 가팔라지며 큰 바위를 지나고, 10시 58분,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6분 후 925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지만, 눈에 덮여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만 요란하게 걸려 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임도
오른쪽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고
T자 능선에서 표지기를 다는 홍 대장
925m봉의 표지기들
눈 쌓은 넓은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것이 고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1시 24분, 너른 헬기장인 1005m봉에 오른다. 탁 트인 조망이 환상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멋진 조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붐빈다.
넓고 완만한 능선에서 고산 분위기가 느껴지고
안흥과 멀리 치악산
북쪽 방향의 오봉산
20도 방향의 조망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흰 눈으로 분단장을 한 거목들이 아름답다. 11시 52분, 이정표가 있는 사자산 갈림길에 이른다. 사자산 방향으로 1분 정도 진행하니 정상표지판이 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잡목에 가려 조망도 별로다.
눈이 얹힌 거목
갈림길 이정표 1
사자산 정상 표지
갈림길 이정표 2
삼거리로 되돌아와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백암산 쌍봉이 보인다.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에 오르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며 내려선다. 등산로 오른쪽으로 절벽 끝에 전망대가 위태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다시 능선으로 되돌아와 서남쪽 방향의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암릉을 왼쪽(북쪽 사면)으로 우회하고
전망대에서 본 백덕산
아스라이 보이는 소백산 줄기
남쪽 조망
남서방향의 조망
점심식사를 하고 비로소 아이젠을 착용한 후 미끄러운 우회길을 달려 내린다. 12시 49분 이정표가 있는 당재를 지나고, 1시 4분, 1145m봉을 거쳐, 1시 12분, 운교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와 돌표지가 보인다. 암릉이 끝나고 참나무가 울창한 너른 오르막 능선이 이어진다. 넉넉한 능선 곳곳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즐기는 등산객들이 눈에 뜨인다.
당재
운교 삼거리 이정표
운교 삼거리의 돌표지
너르고 완만한 참나무 숲 능선
1시 43분, 백덕산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가 점차 가팔라지며 눈 덮인 바위사이로 이어지고, 1시 59분, 백덕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정상은 등산객들로 가득하다. 등산객들의 다리 사이로 겨우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탁 트인 조망을 즐긴다. 맑은 날씨에 비교적 가시거리도 멀어 더 없이 좋은 조망이다.
백덕산 정상석
동쪽 조망
동남 방향
남쪽 방향
또 하나 백암산 정상인 건너편 봉우리
320도 방향
치악산 방향
정상 한 귀퉁이 바위 끝에 앉아 정상주를 두어 모금 마시고, 간식을 취한다. 마침 총무님이 가까이 있어, 산정산악회의 근황을 듣는다. 대장님들도 많이 늘고 무척 바빠졌다며. 오늘도 버스를 7대나 동원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좁은 정상에 등산객들이 계속 밀려들고. 2시 15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급한 내리막을 지나 2시 29분, 삼거리에 이르고 이어 오른쪽 능선으로 진행하여, 10분 후, 통신시설과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역시 조망이 좋은 곳이다. 뒤돌아 백덕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산 길에 멋진 아치도 지나고
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헬기장
헬기장의 이정표
백덕산
호젓한 눈길을 달려 내린다. 공명호씨의 추모 동판을 지나고, 2시 58분, 묵골재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3시 9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2Km 떨어진 묵골로 향한다. 마을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들꽃 가든이 보이고 저 아래 주차장에 버스들이 서있다. 3시 45분 경, 부녀회관으로 들어서서 식사를 한다. 돼지고기를 넣은 두부찌개, 콩나물, 묵은지, 양미리 조림 등 제대로 된 식사다. 총무님이 찹쌀막걸리 한 병을 가져다준다. 고맙다.
추모동판
묵골재
안부 사거리
묵골로 향하는 등산객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휴식을 취한다. 주차장에는 산악회 버스가 5~6대 주차하고 있다. 아마도 300여명 정도의 등산객들이 오늘 백덕산을 찾은 모양이다. 태백산에 몰린 인파를 생각하면, 오늘 백덕산을 찾은 분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후미 팀이 식사를 마치고 도착한다. 버스는 4시 5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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