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여봉 전망바위에서 본 파노라마


2008년 4월 26일(토).

무주공산과 함께 호남정맥 대각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곡두재(280m/2.6Km)-감상굴재(318m/1.2Km)-대각산(520m/3.8Km)-도장봉(459m/4.4Km)-생화산(526m)-생여봉(520m)(0.7KM)-밀재(352m)』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2.7Km이다.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느라 3주 정도 산행을 못했더니 몸이 무겁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여유가 없어졌는지 복잡한 전철역에서 사람들과 부딪기는 것이 무척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주 2회 산행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리듬이 깨져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더 큰 이유는 한동안 산의 기(氣)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느끼건 못 느끼건 산이 우리에게 미치는 정신적, 육체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다.


산행지의 오늘 강수확률은 오전에 70%, 오후에는 차차 갠다는 예보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오늘 참여인원 수는 평소보다 적어, 30명이 채 못 된다. 버스가 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밖에는 비가 내려 분위기 가라앉고, 어두운 편이지만, 비영리 동호인들의 모임인 무주공산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앞자리에 앉은 고모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지난번 산행의 뒷이야기들이 무성하게 이어진다.


오늘 구간의 마루금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도계를 따라 이어지고, 고개가 많은 것이 특색이다. 곡두재. 감상굴재, 칠립마을고개, 강두마을고개, 분덕재, 필재 등이 전라남도와 북도를 넘나들던 고개들이다, 대각산 오를 때 한번 가파르고, 필재로 내려서기 전 520m 암봉을 오르기에 진이 빠진다. 그 외는 비교적 가벼운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호젓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버스가 산행들머리 곡두재로 접근하기 위해 49번 국지도를 타고 순창군 반월리로 들어선다. 비는 내리지 않고, 이미 내린 비도 많지 않은 지 도로에는 물기가 없다. 10시 29분, 버스는 덕흥마을 도로변에 대원들을 내려주고, 대원들은 도로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르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빗물이 가득한 논에 산 그림자가 비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9) 덕흥마을/산행시작-(10:34) 곡두재-(10:39) 첫봉-(10:42) 무덤 3기/십자로 안부-(10:58) 439m 분기봉, 우-(11:06) 가족묘, 5기-(11:08) 이천서씨와 두 부인 묘-(11:10)-시멘트도로-(11:15) 임도-(11:20) 감상굴재-(11:24) 강선마을 입구/신회회관-(11:28) 묘1기-(11:32) 벌목지대-(11:35) 안동장씨 합장묘-(11:53~11:54) 대각산 정상-(12;03) 봉-(12:10) 안부-(12:11~12:26) 간식-(12:27) 칠립마을고개/임도-(12:28) 왼쪽 숲으로-(12:30) 임도/오른쪽 숲으로-(12:37) 창두마을고개-(12:42) 천안진씨 묘-(12:47) T자, 우-(12:54) 벌목지대-(12:55) 왼쪽 숲으로-(13:00) 임도, 좌-(13:02) 갈림길, 우-(13:05) 대나무밭길-(13:06) 갈림길, 좌-(13:09) 안부사거리, 직진-(13:16) 보호수/느티나무-(13:22) 임도-(13:35) 알바 후 마루금 진입-(13:37) 갈림길, 우-(13:41) 도장봉, 좌-(13:46) 전망 좋은 묘-(13:54) 안부 사거리-(14:02) 526m분기봉, 우-(14:07) 경주최씨 묘-(14:20~14:23) 생화산-(14:31) 갈림길-(14:32) 대나무 숲 안부-(14:38) 봉, 좌-(14:40) 은행나무 묘목 안부-(14:44) 향목탕재-(14:47) 가족묘-(14:48) 갈림길, 우-(14:55) 울산김씨묘-(14:57) 삼거리 안부, 우-(15:00) 금녕김씨 묘-(15:02) 폐묘가 있는 안부-(15:03) 갈림길, 우-(15:04) 임도, 좌-(15:10) 창녕조씨 묘-(15:20) 봉, 왼쪽 우회-(15:22) 안부-(15:36) T자, 우-(15:37~15:42) 전망바위-(15:43) 생여봉-(15:47) 전망대-(15:54) 가족묘-(15:57) 필재』간식 15분, 알바 10분 포함, 총 5시간 2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임도를 5분쯤 걸어올라 곡두재에 이른다. 어느 새 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신록이 그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푸르름 속을 걷는 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곡두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내장산이고, 오늘 산행코스는 왼쪽이다. 싱그러운 송림 숲, 등산로를 덮은 물기 머금은 솔잎이 더욱 정갈하고, 서기 어린 공기냄새가 상큼하다. 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여!

신록 속을 걷는 행복한 대원들


완만한 오름길을 약 5분 쯤 걸어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고 무덤 3기가 나란히 있는 내리막을 거쳐 10시 42분 안부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정밀(靜謐)한 숲속길이 이어진다.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왼쪽으로 마을이 멀지 않은지,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가깝다.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진다.

사거리 안부


다시 묘가 있는 봉우리 하나를 넘고, 10시 58분 439m봉에 오른다. 왼쪽으로 뚜렷한 길이 보이나, 땅바닥에 놓인 산악회 표지가 오른쪽의 희미한 길로 인도한다.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11시 6분, 5기의 봉분이 모여 있는 가족묘를 지나고, 2분 후, 이천 서씨가 두 부인과 나란히 누어있는 묘역을 지나, 11시 10분,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서 건너편 산길로 들어선다.

이천 서씨가 건너편 옥녀봉을 바라보며 두 부인과 나란히 누어있다.


이어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임도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저 아래 감상굴재가 내려다보이고 시멘트 도로 위를 걷는 대원의 뒷모습이 한가롭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서며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11시 21분 보수중인 강선정(降仙亭) 을 지나 강선마을 표지석과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교통 표지판이 있는 도로에 올라서서 오른쪽의 선화회관으로 향한다.

내려다 본 감상굴재

강선마을 입구 돌 표지석


유황오리, 토끼탕 전문이라는 선화회관은 영업을 하는지 차량 두 어 대가 마당에 서있다. 선화회관의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른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북쪽으로 도집봉으로 짐작되는 특이한 모양의 산봉우리가 시선을 끈다. 11시 28분, 정원석으로 조경을 한 잘 손질된 묘역에 올라 뒤돌아 웅장한 내장산 줄기를 바라본다.

강선회관

당겨 찍은 도집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

돌로 조경을 한 묘

묘역에서 본 내장산 줄기


묘역 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벌목을 하여 넓은 임도를 만들고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11시 35분, 인동 장씨 합장묘를 지난다. 7분 후 조성 중인 임도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왼쪽 희미한 산길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커다란 고사목을 지나, 11시 53분 대각산 정상에 오른다. 좁은 공터에 삼각점이 있고, 주위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뒤 따라 오른 부회장님이 야생 돌배 꽃이라고 이름을 알려준다, 북서쪽으로 내장산 줄기가 웅장하다.

나무들을 베고 임도를 만드는 가파른 오르막

대각산 정상의 삼각점

돌배 꽃

 

대각산을 내려서서 완만한 능선길을 걷는다. 12시 3분, 약 52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긴 내리막이다, 8분 후, 푸른 초지를 이룬 안부를 지나 고개 하나를 넘고, 12시 10분, 붉은 연산홍으로 곱게 단장한 묘역에 이르니 대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송 선배, 심산대원과 함께 묘 옆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들며 약 15분간 휴식을 취한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

대각산과 거의 같은 높이의 봉우리

푸른 초지 안부

묘역의 연산홍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12시 25분, 서둘러 무덤가를 떠난다. 2분 후 시멘트 도로가 지나가는 칠립마을 고개를 건너 임도로 들어서고, 다시 2분 후 표지기를 따라 산길로 들어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임도로 내려서선다. 이번에는 오른쪽 숲에 표지기가 보인다. 희미한 길을 따라 잡목 숲을 헤집고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내리막길에서 뒤돌아 대각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칠립마을 고개

뒤돌아 본 대각산(오른쪽 봉우리)


12시 37분, 강두마을 고개에 내려서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강두마을이 보이고,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황토색 밭을 갈고 있다. 시멘트도로를 버리고 임도를 오르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밭으로 들어서고, 천안 진공묘가 있는 곳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약 5분 쯤 급경사를 치고 올라 T자 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송림과 잡목 숲 사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강두마을 고개

밭을 지나고


12시 54분, 도로를 내고 있는 벌목지대로 나와 도로를 따라 걷다, 1분 후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서서 한동안 잡목에 시달린 후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저 앞에 촌노(村老) 한분이 걸어간다. 다가가 앞에 보이는 산 이름을 묻으니, 산 이름은 없고 밀재 앞의 봉우리라고 한다. 아마도 520m 암봉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목적지가 가깝다고 착각을 한다.

벌목지대- 도로공사 중

농부에게 산 이름을 물은 봉우리


1시 2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아름다운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 과연 담양군에 들어섰다는 실감이 난다. 이어 갈림길을 만나, 왼쪽 숲으로 들어서고, 1시 9분,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장성호를 굽어본다.

대나무 숲

장성호


1시 15분, 순창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 어은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고 마루금은 직진이다. 산책로 같이 너른 임도를 걷는다.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임도로 들어서서 길을 막은 소나무를 잠시 돌아보고 너른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안내판


능선이 왼쪽으로 따라온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담양군 증평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정북 방향으로 내장산 줄기가 힘차게 흐른다. 임도가 가팔라지더니 고개 마루턱에 올라,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능선과 멀어진다. 이상하다. 우회로가 아닌 모양이다. 등로를 이탈한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표지기도 보지 못했잖은가?

담양군 증평리 마을


뒤돌아 온 길을 다시 내려선다. 약 5분 쯤 지나자, 오른쪽(올라 올 때는 왼쪽) 능선 쪽으로 표지기들이 보이고, 저 앞에 길을 막고 쓰러져있는 소나무가 보인다. 올라 올 때 쓰러진 소나무에 신경을 쓰느라, 표지기를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다. 덕분에 약 10분 동안 알바를 한 것이다. 1시 35분, 숲길로 들어서고, 2분 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오르막길을 올라, 1시 41분, 도장봉에 오른다. 좁은 정상에 표지기들이 요란하고, 정상표지판이 여러 매 걸려있다.

도장봉


도장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1시 46분, 대원들이 모여 조망을 즐기고 있는 너른 묘역에 이른다. 송 선배와 심산대원은 이미 앞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2000년 초, 백두대간을 종주를 할 때, 송 선배는 선두를 달리던 준족이었다고 한다. 70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발걸음이 빠르다. 묘역에서 남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일행의 뒤를 쫓는다.

묘역에서 본 남쪽 조망


거친 잡목 숲을 지나고 울창한 낙엽송 숲을 걷는다. 신록이 아름다운 안부를 거쳐 한동안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고, 2시 2분, 고도 약 470m정도 되는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확 꺾어 내린다. 5분 후, 경주 최씨 묘가 있는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2시 20분, 능선분기봉인 생화산 정상(526m)에 오른다. 쇠락한 무덤 1기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비닐 정상표지판이 바람에 흩날린다.

울창한 낙엽송길

생화산 정상

비닐 정상 표지


생화산에서 남쪽으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본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제부터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이어진다. 이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대나무 숲 안부, 은행나무 묘목 안부를 차례로 지난 후,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는 향목탕재에 이른다. 대원들 한 무리가 쉬고 있다.

생화산에서 본 남쪽 조망

은행나무 묘목 안부

향목당재의 정자나무


직진하여 산판길로 들어선다. 가족 묘을 지나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는 능선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덕분에 봉우리 두 개를 힘 안들이고 편하게 통과한다. 이후 여러 차례 묘를 지나고 갈림길에 이르지만, 요소요소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어 등로를 이탈할 위험은 없다. 3시 5분,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임도는 창녕 조씨 묘로 이어지고, 묘 앞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산판길로 변한다. 앞에 보이는 커다란 봉우리를 다시 널널하게 왼쪽으로 우회하고, 3시 22분,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깎아지른 암봉이 보인다. 돌 많은 급경사 오르막을 지그재그로 돌며 힘들게 오른다. 3시 36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 전망바위로 향한다.

전망바위


3시 37분, 전망바위에 오른다. 삼면이 시원하게 트인 멋진 전망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오르기가 힘들 정도로 아래는 천야만야한 낭떨어지다. 약 5분간 전망바위에 머물며 탁 트인 조망을 즐긴다. 지도에 생여봉이라고 표기된 520m봉으로 이동한다. 마모가 심해 판독이 어려운 삼각점과 쇠락한 무덤 2기가 보이고, 한 귀퉁이에 철 지난 철쭉이 외롭다.

340도 방향

220도 방향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능선

광암지와 광암리

생여봉 정상


생여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3시 47분, 또 하나의 전망바위를 지나며 남쪽과 서쪽 방향을 굽어보고, 10분 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밀재에 내려선다. 고개 양 방향으로 교통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한쪽은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다른 한쪽은 전라남도 담양군 원산면이라고 쓰여 져 있다.

밀재

교통 표지판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뒤풀이 장으로 내려선다. 회장님이 반색을 하며 자리를 잡아 주고 막걸리를 권한다. 산에서 채취했다는 두릅이 별미고, 얼갈이 김치가 시원하다. 이어서 내 주는 장터국밥이 오랜만이다. 무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소고기로 맛을 내어 정성들여 끓인 제대로 된 국밥이다,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한 국물을 마시니 추위가 가신다. 포식을 하고 차례로 하산하는 대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일어선다. 고개 마루턱을 감돌아 흐르는 바람으로 손이 곱을 정도로 춥다. 한동안 고개 주위를 둘러 본 후, 버스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한다.


대원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5시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4.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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