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6) : 구절재-용태봉-옥촉봉-굴재-고당산-개운치

 

용태봉(500m)에서 보는 김제평야

2008년 3월 8일(화)

무주공산의 안내로 호남정맥을 간다. 코스는 『구절재(230m)-장군봉갈림길-소장봉(428m)-용태봉(500m)-국사봉갈림길-옥촉봉(553m)-굴재(310m)-고당산(640m)-개운치(340m)』로 마루금은 정읍시 칠보면과 산내면 및 쌍치면의 경계를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진다. 도상거리 약 11.8Km.

경칩이 지난 지 사흘. 먼 산은 아직도 흰 눈을 이고 있지만, 가까게 보이는 마을의 전답과 주변 산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방풍재킷을 입은 채 산행을 시작한 대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긴다. 붉은 빛을 띤 복분자 밭에서 노부부가 밭을 돌보고 있다. 따듯하게 느껴지는 맑은 봄 날씨다.

구절재에서 장군봉갈림길까지, 그리고 굴재에서 고당산에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고, 진행방향과 등산로가 뚜렷하여 알바를 할 위험도 없다. 고도 500m인 용태봉에서 점심을 즐기며 굽어본 광활한 김해평야, 그리고 고당산에서 조망하는 내장산과 동남쪽으로 보이는 멋진 산줄기들이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오늘도 만석이다. 좁은 좌석이 몹시 불편해도 마음은 편하다. 요즘 정맥이나 지맥을 안내하는 산악회들은 고작 20명 내외의 대원들을 확보하기도 힘겹다. 버스 안에 공간이 넉넉해서 좋기는 한데, 언제 산행이 중단될지 몰라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무주공산이 이처럼 많은 대원들을 동원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궁금하다.

 

산은 의연하고 둔중(鈍重)하다. 산이 서두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산은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냉엄하지만,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포용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산에서 조바심을 하고 서두른다. 선두질을 하고, 산에서 달린다. 이런 일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무주공산에는 여유가 있어 좋다.

대원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선다. 허용된 시간은 20분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산악회들이 불문율로 적용하는 기준이다. 20분의 식사시간이 짧다는 불평은 여지없이 묵살된다. 아마도 여기서 조바심과 서두름의 기원(起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무주공산이 이 관행을 깨고 아침 식사시간을 30분 정도 허용하면 어떨까? 하면, 무주공산은 이후 버스 두 대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0) 구절재 도착/ 산행시작-(10:04) 효자 안씨 묘-(10:07) 송전탑-(10:16) 봉, 좌-(10:20) 안부-(10:28) 진주최씨 합장묘-(10:30) 능선 우측우회-(10:32) 안부사거리-(10:35) 여산송씨 묘-(10;39) 장군봉 갈림길,좌-(10;48) 묘봉, 좌-(11:03) 미리재-(11:06) 38번 송전탑-(11:09) 봉, 우측우회-(11:17) 336.7m봉-(11:35) 소장봉, 좌-(11:44) 사적골재-(11:49) 시멘트도로-(11:55) 왼쪽 절개지-(12:05~12:25) 용태봉/중식-(12:36) 봉, 우-(12:43) 안부-(12:48) 봉-(12:53) 봉-(12:55) 봉, 우측우회-(13:07) 국사봉 갈림길-(13:20) T자, 좌-(13:30) 옥촉봉-(13:36) 김해김씨 묘-(13:37) 갈림길, 직진-(13:51) 국가유공자 정씨 묘-(13:54) 굴재-(13:56) 임도-(14:20) 갈림길, 직진-(14:24) 528m봉, 좌-(14:45~14:48) 고당산 정상-(14:51) 헬기장-(15'03) 봉, 좌측우회-(15:05) 묘 1기-(15:11) 618m봉, 직진-(15:23) 개운치』중식 20분 포함, 총 5시간 2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정각, 버스는 구절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내면 경계석을 오른쪽에 끼고 밭을 가로 질러 무덤 뒤 능선으로 붙는다. 밭은 파랗고, 봉분의 잔디는 금빛이다. 10시 4분, 종이품 자헌대부 벼슬을 추증 받은(孝子/贈資憲大夫議政府參政) 효자 안 씨의 합장묘를 지나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어 송전탑을 지나면서 등산로가 가팔라지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잇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개를 넘고, 10시 28분, 진주최씨 합장묘를 지난 후,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사면 길은 땅이 얼어 미끄럽다.

산행시작

우측 사면 길

10시 32분, 또 다른 진주최씨의 합장묘가 있는 안부사거리에 이른다, 윗허궁실 마을로 이어지는 왼쪽길이 뚜렷하다. 10시 35분 여산송씨 묘를 지나고, 4분 후, 장군봉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으로 바싹 꺾어 내린다. 큰 굴곡이 없는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진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며 진행한다. 340도 방향으로 칠보읍 방향의 풍광이 그림 같고, 뒤돌아 본 왕자산 쪽의 산줄기가 당당하다. 10시 48분, 묘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진주최씨 묘

장군봉 갈림길

칠보읍조망

160도 방향의 허궁실 마을

한동안 잡목 넝쿨지대를 지난다. 등산로는 다시 송림으로 들어서고, 가파른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잠시 시야가 트이며 동북방향으로 지나온 왕자산과 439m봉이 보인다. 반갑다. 등산로가 안부로 떨어지며 정면에 가야할 336.7m봉이 버티고 있다. 11시 3분, 안부사거리인 미리재에 내려선다. 정면의 잡목넝쿨이 거칠다. 오른쪽으로 두어 걸음 이동하니,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지나온 왕자산(우)과 439m봉(좌)

송림 내리막에서 방향을 확인하는 현 사장

가야할 336.7m봉

11시 06분, 38번 송전탑을 지나고, 등산로는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칠보면이 아름답다. 다시 능선으로 오르고, 가파른 송림을 지나, 11시 19분, 삼각점이 있는 336.7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눈앞에 가야할 소장봉(428m)이 부드럽다. 능선 안부를 지나 길은 다시 가팔라지고, 11시 35분 소장봉에서 왼쪽으로 달려 내린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저 아래로 사적골재의 시멘트도로와 오른쪽에 우뚝 솟은 용태봉(500m)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본 칠보면

336.7m봉의 삼각점

부드럽게 보이는 소장봉

사적골재와 용태봉

11시 44분,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서 잠시 소장봉을 돌아보고, 오른쪽 밤나무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에 보이는 커다란 기와집이 영화정사(精舍) 인 모양이다. 잠시 후 숲을 벗어나 시멘트도로에 내려서고, 도로를 따라 걷다가, 왼쪽 숲으로 진행하여 묘 1기를 지난 후, 다시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변에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뒤돌아 본 소장봉

밤나무 밭을 지나 숲으로

도로변의 멋진 소나무

다시 시멘트도로로

11시 55분, 시멘트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표지기들의 안내를 받아 왼쪽 절개지를 오른다. 드믄드믄 잔설이 남아있는 급경사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 12시 5분, 용태봉(500m)에 이른다. 무덤가에서 앞서 올라온 대원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송 선배와 오늘 비로소 힘들게 참여한 심산(深山)대원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멘트도로 버리고 왼쪽 절개지로

용태봉 정상

점심식사를 하며 눈 아래 펼쳐진 넓은 김제평야를 굽어본다. 농업이 주였던 이조시대에는 이곳이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지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인구가 2천만에 육박하고,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인들에게 귀한 쌀을 수탈당하게 되자,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이 녹두장군 전봉준을 중심으로 일제히 봉기한 것이 동학혁명이 아닌가? 지금 우리는 그 현장을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제 백성을 먹이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망하는 법. 동학란 이후 조선은 급속히 멸망한다.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변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김제평야

약 20분 동안 식사를 즐기고, 12시 25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국사봉 갈림길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가 오른쪽으로 보이는데 등산로는 왼쪽 봉우리로 향한다. 12시 36분, 그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꺾어 내리자 비로소 등산로는 다시 남서쪽으로 향한다. 무성한 산죽 밭을 지나고 내리막이 가팔라지더니, 12시 43분, 안부사거리에 내려선다.

안부사거리

직진하여 급한 오르막을 올라, 봉 하나를 넘고, 무성한 산죽 밭을 지나 다시 봉우리를 넘는다. 12시 55분, 이번에는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다시 광활한 김제평야를 굽어 본 후, 1시 3분, 능선에 진입하여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1시 7분, 삼각점이 있는 국사봉 분기점에 오른다. 봉우리 같지 않게 펑퍼짐한 곳이다.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면 국사봉인데, 길도 보이지 않고 표지기도 없다. 마루금은 오른쪽이다.

무성한 산죽 밭

김제평야

국사봉 분기점의 삼각점

참나무 사이로 평탄하게 이어지던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옥촉봉이 뾰족하다. 1시15분,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5분 후, T자 갈림길에서 왼쪽 날등길로 진행하여, 1시 30분, 고도 553m인 옥촉봉에 오른다. 정상에는 표지기와 곰 & 백곰2의 비닐정상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가야할 고당산이 커다랗게 보인다.

옥촉봉, 정면에 고당산이 보인다.

봉우리를 왼쪽으로 내려선다. 1시 36분, 김해김씨의 쌍묘를 지나고,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다시 능선에 올라 잡목넝쿨을 지나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수정저수지의 푸른 물을 본다. 1시 51분, 송림 숲을 벗어나, 국가 유공자 정직성씨 묘역에 이르자 고당산이 홀연히 깨끗한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유공공자 정씨의 묘

전모를 보이는 고당산

11시 54분, 굴재에 내려선다. 왼쪽으로 평화로운 오룡마을에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늙은 농부 부부가 복분자 밭에 나와 밭을 돌보고 있다. 복분자 밭을 지나 도로를 건너고 임도로 들어선다. 산판길 같이 뚜렷한 길이 벌목한 능선으로 길고 곧바르게 이어진다. 내려 쪼이는 햇볕이 벌써 덥게 느껴진다. 비탈길을 천천히 오르다 뒤돌아 평화로운 학선리와 국사봉에서 흘러내리는 힘찬 산줄기를 바라본다.

굴재

복분자 밭

벌목 능선길

학선리와 국사봉 방향

왼쪽으로 고당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2시 20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능선을 오르고, 2시 24분, 묘가 있는 528m에서, 왼쪽으로 굽어 고당산 정상으로 향한다. 돌이 많은 좁은 날등길이 이어진다. 비교적 완만한 바위지대와 산죽밭을 지난 후,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이어 묘 1기가 자리 잡고 있는 넓은 고당산 정상(639.7m)에 오른다. 삼각점<정읍 816, 1984 재설>과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고당산(칠보산)정상 표지봉이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고당산

528m봉

날등길

고당산 정상

정상 표지기봉

내장산

160도 방향의 조망

정상에서 내장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군봉,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서래봉이 두루 식별된다. 내장산 왼쪽, 160도 방향으로도 산세가 첩첩하다. 아마도 강천산 방향이 아닌가 짐작한다. 한동안 정상에서 머물다 아쉽게 내려선다. 2시 51분, 헬기장에 이르러 다시 빼어난 주위경관을 즐긴다.

헬기장

헬기장에서 본 320도 방향

260도

하산길이다. 좁은 능선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왼쪽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국사봉 갈림봉과 그 오른쪽의 뾰족한 옥촉봉을 반갑게 바라본다. 3시 5분, 묘 1기를 지나고 3시 11분, 618m봉에 올라 직진하여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저 아래에 21번 국도와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이어 푸른 대나무 숲을 통과하고, 3시 23분 개운치에 내려선다.

뒤돌아 본 국사봉 분기점과 옥촉봉

대나무 숲

개운치 1

개운치 2

개운치 3

버스에 도착하자 대원 한 분이 막걸리를 따라주며 웅어회를 안주로 권한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막걸리 한잔, 시장할 때 맛보는 웅어회, 가히 별미다. 이어 회장님이 반갑게 달려오더니, 역시 막걸리와 안주를 권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무주공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양이다.

뒤풀이

푸짐한 술과 안주로 뒤풀이 자리가 흥겹다. 얼큰하게 취기가 돈 후에 먹는 컵라면 맛도 일품이다. 한 시간이 넘게 흥겨운 시간이 흐르고, 4시 4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