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9봉


2008년 5월 6일(화).

무주공산과 함께하는 호남정맥 종주에서 빠뜨렸던 망대봉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추령(380m/3,2Km)-435m봉(2.8Km)-두들(410m/1.2Km)- 망대봉(556m/1Km)-개운치(340m)』로 도상거리 약 8.2K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센트럴 시티, 호남선 매표소 앞에서 7시에 송현 선배와 심산대원을 만나, 7시 20분 발 정읍 행 버스표를 산다. 차비는 보통이 12,600원이다. 왕복이면25,200원(우등은 37,000원)이니 산악회의 회비 30,000원이 비싼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버스는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푸른 산과 들을 가로 지른다.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이다. 온 세상이 푸르다. 푸르름 속에 내려 비치는 강한 햇빛,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하얗게 핀 아카시아 꽃에서 더위가 느껴진다. 계절이 한 달 정도는 빨라진 것 같다.


분수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여산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했던 버스는 10시 30분 경, 정읍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매표소로 가서 창구 아가씨에게 개운치 가는 버스시간을 묻는다. 아가씨는 무뚝뚝한 얼굴로,


"몰라요."라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어이가 없어 다시 묻는다.

 

"추령에서 정읍으로 오는 버스시간 좀 알 수 없나요?

 

"몰라요."

여산 휴게소의 분수


정읍에 대한 인상이 확 구겨진다. 정읍의 창구에 해당하는 버스터미널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언지도 모르는 이런 무뚝뚝한 아가씨를 앉혀 놓은 정읍 사람들의 무신경이 느껴지는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개운치 가는 버스는 오전에는 없고, 10시 50분에 순창 가는 버스가 추령을 지난다고 알려준다.


추령에서 개운치로 역코스를 취하기로 하고, 10시 50분 발, 순천행 버스를 탄다. 버스는 49번 국도를 달려, 낮 익은 내장지를 지나 구불구불 산길을 오른다. 이윽고 고개마루턱을 지나고 버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자, 버스 편을 알려 주던 아주머니가 추령을 넘었다고 소리치며 버스를 멈추게 한다. 고마운 아주머니 덕에 추령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버스를 내린다. 무뚝뚝한 아가씨와는 대조적으로 무척 고마운 아주머니다.

복흥면 관광안내도


추령 고개마루턱으로 향한다. 복흥면 관광안내도를 들여다보고, 추령 장승촌을 카메라에 담은 후, 11시 34분, 고개마루턱에 이르러, 오른쪽에 걸린 표지기들의 안내로 돌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왼쪽으로 김오현(金五鉉) 공의 선덕비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4) 추령/산행시작-(11:40) 갈림길, 좌-(11:44) 전망대-(11:48) 첫 "도근점" 삼각점-(11:55) 암릉길-(11;57) 능선, 왼쪽우회-(11:59) 갈림길, 좌-(12:16) 갈림길, 직진-(12:21~12:43) 송곳바위 정상/중식-(12:47) 바위벼랑-(12:58) 우회길 만남-(13:02) 안부-(13:14) 능선분기봉, 좌-(13:27) 복용재-(13;28) 갈림길, 우-(13;31) 갈림길, 좌-(13:33) 무덤 있는 공터-(13:39) 묘 1기-(13:42) 435m봉, 좌-(13:55) 사거리안부, 직진-(13:58) 갈림길, 좌-(14:11) 506m봉-(14:18) 여사목-(14:23) 봉, 오른쪽 우회-(14:24) 갈림길, 우-(14:29) 갈림길, 우-14:36) 이장터-(14:44) 무덤 있는 안부-(!4:45)-갈림길, 우-( 14;48) 갈림길, 좌-(14:50) 안부-(14:58) 두들재-(14:59) 도로변 헬기장-(15:18) 망대봉 중계소 안내판-(15:20) 부대정문-(15:32) 525m봉-(15:37) 491m봉(H)-(15:45) 개운치』중식시간 22분 포함, 총 4시간 1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햇빛이 밝게 비치는 5월의 맑은 날씨다. 바람이 솔솔 불어 생각보다 덥지가 않고, 시계도 멀리까지 트여 등산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40분,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면서 등산로는 임도처럼 넓어진다. 11시 44분,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등 내장산의 연봉들이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오른쪽으로 가야할 송곳바위가 험상궂게 버티고 있다.

내장산 연봉들

송곳바위


등산로도 뚜렷하고 방향도 맞는다. 고도도 400m대에서 서서히 높아지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마루금인데, 무슨 까닭인지 30분 가까이 걸었는데도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불안하다. 11시 48분, 뜻밖의 곳에서 측면에 "도근점"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삼각점을 만난다. 보통 삼각점과는 다른 이런 삼각점들을 이후 여러 차례 대한다. 암릉길을 걷는다. 다시 시야가 트이며 내장저수지, 추령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내려다보이고, 내장산 의 연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도근점" 삼각점 - 여러 차례 만난다.

암릉길을 오르고

내장지와 산길

내장산 연봉


11시 57분,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사면으로 이어지더니, 2분 후 본 능선으로 진입하여 왼쪽으로 달린다. 반대편에서 올 때는, 당연히 많은 표지기들이 걸려있어야 하는, 갈림길인데도 표지기가 하나도 없다. 이상하다. 내장산 국립공원이 가까워, 누군가가 표지기들을 모두 정리했단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사면길 지나 본 능선 진입


12시,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장군봉을 가까이 보고, 시든 산죽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12시 16분,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은 사면길이고, 직진하는 길이 송곳바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인데 그곳에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가까이 본 장군봉

송곳바위 오름길의 출입금지 안내판


잠시 일행을 기다렸다 함께 직진길을 오른다. 12시 21분, 송곳바위 정상(573m)에 이른다. 이름과는 달리 암봉이 아닌 육산의 좁은 정상에는 아무표지도 없고, "내무부"라고 쓰인 시멘트 말뚝만 보인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도 없는데.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일행은 배낭을 벗어 놓고 점심상을 펼친다.

송곳바위 정상


12시 43분, 식사를 마치고, 낙엽이 깔린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송곳바위를 내려선다. 최근에는 사람들 왕래가 전혀 없어 보이는 희미한 등산로가 산죽 밭 사이로 이어지더니 문득 가파른 바위벼랑에 이른다. 바위틈새와 나무 등걸을 잡고, 절벽 길을 위태롭게 내려선다. 다리가 짧아 바닥에 닿지 않은 곳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린다. 이끼 낀 바위를 디디며 트래버스를 해야 하는 곳도 두어군데 지난다. 10여분 동안을 어렵사리 내려서서, 12시 58분, 우회 길과 만난다. 우리들이 내려선 절벽 쪽으로는 역시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희미한 산죽밭 길

절벽 위에서 본 내장산 입구와 서래봉

절벽길


1시 2분, 안부에 내려서고, 왼쪽 철조망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뒤돌아 지나온 송곳바위를 보고, 120도 방향으로 저수지와 멀리 백방산(660m)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속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다시 "도근점" 삼각점이 있는 곳에 이르러, 왼쪽 철조망 너머 바위위에 세워 놓은 폴대를 보고, 이어 산죽밭과 잡목 사이의 급경사 오르막길을 올라, 1시 14분, 고도 약 550m 정도의 능선분기봉에 선 후, 왼쪽 내리막길로 달려 내린다. 오른쪽은 백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이곳에도 표지기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뒤돌아 본 송곳바위

 

저수지와 그 너머 멀리 백방산


왼쪽으로 여전히 철조망이 따라 온다. 1시 27분, 복용재를 지나고, 1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1시 30분, 모처럼 권혁진 씨의 표지기를 반갑게 만나고, 철조망을 건너,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무덤이 있는 공터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철조망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39분, 무덤 1기를 지나고, 3분 후, 표지기도 없는 435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복용재

435m봉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1시 47분, 백걸회 표지기를 만나고, 1시 55분, 무덤 1기가 있는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한다. 이어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경사가 급해지며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위에 올라 남쪽으로 송곳바위 등 지나온 능선과 230도 방향으로 내장산 장군봉을 보고, 2시 11분, 표지기들이 걸린 506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지나온 능선

송곳바위

장군봉과 연자봉

표지기들이 보이는 502m봉


완만한 내리막길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길게 이어진다. 4시 18분, 여시목에 내려서서, 20도 방향으로 마을과 망대봉의 통신탑을 보고, 초지를 가로질러 대나무 밭으로 들어선다. 대나무밭을 지나 능선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다시 망산마을과 망대봉을 본다.

여시목

대나무밭

망산마을과 망대봉


2시 23분, 봉우리 하나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1분 후, 왼쪽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그러다 보니 무심히 걷다가 마루금인 462m봉을 우회하여 지나친 것이다. 2시 29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다시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2시 36분, 최근에 이장한 듯 한 빈 묏자리를 지나고, 4분 후, 철조망을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올라, 무덤이 있는 사거리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봉 오른쪽 우회

무덤이 있는 사거리 안부


2시 45분, 갈림길에 이른다. 뚜렷한 오른쪽 길 쪽으로 표지기가 보이지만, 방향이 이상하다, 왼쪽 길은 북쪽으로 이어져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길이 희미하다. 일행들과 잠시 의견을 나누고, 지형도를 자세히 살핀 후, 오른쪽 길을 택하여 진행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왼쪽으로 굽어지며 제 방향을 찾는다.

갈림길에서 독도를 하고


2시 56분, 두둘재를 지나, 시멘트도로에 올라서고, 도로변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망대봉을 우러른다. 이어 유장하게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는다. 능선이 왼쪽으로 따라온다. 두 차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지만, 다시 시멘트도로로 내려서게 되니, 구지 능선을 타지 않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오른쪽으로 내장산을 바라본다.

두들재

헬기장에서 본 망대봉

시멘트도로를 계속 따라 오르고

도로에서 본 송곳바위(좌)

내장산 연봉들, 장군봉(좌)과 망해봉(우)


3시 18분, 도로가 왼쪽으로 굽어, 부대 정문으로 향하는 곳에 망대봉 중계소 입간판이 보이고, 부대정문에 이르러 오른쪽 철책을 따라 망대봉 정상을 우회하며, 오른쪽으로 29번 국도가 지나가는 방산리 일대를 굽어본다. 우회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며, 이번에는 저 아래로 개운치가 내려다보인다.

망대봉 중계소

부대정문

철책길

29번 국도와 방산리

내려다 본 개운리

철책길을 버리고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 내린다. 3시 32분,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고도 약 525m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3시 37분, 491m봉의 폐 헬기장을 지나 좁은 능선길을 걸으며 왼쪽으로 부전지와 백석마을을 굽어본다. 3시 45분, 29번 국도에 내려선다. 낮이 익은 개운치다.

525m봉

개운치


개운리 버스 정류장에서 쌍치 개인택시에 전화를 한다. 정읍까지 택시 요금이 23,000원이라는 대답이다. 서울서 알아가지고 간 정읍택시 회사에 전화를 한다. 메타 요금을 받는데, 15,000원이 못 나올 것 같다는 대답이다. 택시를 기다리며 지난번에도 신세를 졌던 농가를 찾아가 수돗물을 빌어 세수를 한다. 4시 10분 경, 택시가 도착하고 정읍이 가까워지자, 택시기사에게 버스터미널 근방의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식집은 터미널에서 가깝고, 고기 집은 택시요금이 2,000원 정도 나올 것이라는 대답이다.


4시 30분, 택시요금 12,000원을 지불하고, 비원(秘苑)이라는 한정식 집으로 들어선다. 어중 쩡한 시간이라 손님도 없고, 마주 나온 아주머니가 낮에는 1인당 15,000원, 저녁에는 25,000원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난처해한다. 15,000원짜리로 부탁한다고 밀고 들어선다.


약 20가지 정도의 정갈한 반찬들이 맛도 깔끔하다. 이 집 장맛이 괜찮다고 송 선배가 간결하게 코멘트 한다. 역시 음식의 고장이다. 식사를 마치고, 7시 차로 서울을 향한다.

 


(2008. 5. 8.)









at 05/03/2011 04:12 pm comment

산사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같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건강하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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