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봉에서 본 신록의 장군봉(좌)과 신선봉

망해봉에서 본 눈 덮인 장군봉(좌)과 신선봉


내장산하면 단풍이고, 단풍하면 내장산이다. 하지만 신록의 내장산, 눈 덮인 내장산은 또 어떤가? 신록의 내장산을 노래한 시인은 아직 찾지 못했으나, 노산(鷺山)은 겨울의 내장산을 이렇게 노래한다. 

 

내장산 골짜구니 돌례 위에,

불타는 가을단풍 자랑 말아라.

신성봉 등 너머로 눈 퍼붓는 날 .

바지림 푸른 숲 사이, 눈꽃이 더 좋구나.


2008년 5월 10일(토)

무주공산 산악회의 안내로 호남정맥의 내장산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추령(2Km)-장군봉(1.2Km)-연자봉(0.5Km)-신선봉(0.6Km)-까치봉(1.5Km)-소죽염재(1Km)-순창새재(2Km)-백암산(0.5Km)-도집산(2.5Km)-곡두재』로 도상거리 약 11.8Km이다.


맑게 갠 하늘, 투명한 햇살, 탁 트인 시계(視界), 알맞게 불어주는 청풍(淸風)... 이처럼 아름다운 5월에, 신록의 내장산을 걷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게다가 뜻밖의 대학동창들과의 만남, 그리고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의 박 회장과의 해후는 더 없는 반가움인데, "마리아 님", "방장 님"을 확인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국립공원의 뚜렷한 등산로, 요소요소에 마련된 이정표에도 불구하고, 표지기에 익숙한 대원들은, 경방기간 중 공원에서 표지기들을 모조리 철거한 덕분에, 등로를 이탈하여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가지각색의 방법을 동원하여 하산지점으로 집결한다. 119구조대를 동원하는 대원, 겸연쩍은 얼굴로 봉고차에서 내리는 대원들, 다음 구간을 진행하다 되돌아오는 대원들.....하지만 하산지점에 모두 무탈하게 모이는 것을 보면, 대단한 저력을 지닌 대원들임에 틀림이 없다.

버스는 만원이다. 정맥산행을 하는 다른 산악회에서는 많아야 25명 정도의 대원들을 모으는 것이 고작이라, 비싸진 기름 값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유독 무주공산만은 항상 버스가 만원이다. 비결이 무엇인가? 다른 산악회에 그 노하우를 팔아, 산악재벌이 될 생각은 없는가? 버스는 탄천 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 붐비는 고속도로를 내쳐달려, 10시 35분, 추령 주차장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5) 추령/산행시작-(10:38) 국립공원 시멘트 말뚝-(10:44) 가족묘-(10:45)전망바위-(10:54) 산림박물관 갈림길-(10:57) 봉,약 460m-(11:00) 안부-(11:08) 유군치-(11:11) 이정표<추령 2.1Km>-(11:33) T자, 우-(11:36~11:38) 장군봉 -(11:45) 안부-(11:55) 철 계단-(11:59) 절벽길-(12:08) 연자봉 -(12:22) 금선계곡안부-(12:24) 갈림길, 좌-(12:35) 갈림길, 우-(12:36~12:38) 신선봉-(12:38~12:55) 중식-(13:02) 추락위험 팻말-(13:17) 헬기장-(13:20) 까치봉 갈림길-(11:26) 안부-(13:31) 까치봉-(13:40) 까치봉 갈림길-(13:45) 안부-(13:51) 바위쉼터-(13:53) 봉, 좌-(13:58)이정표<소등근재0.96Km>-(14:01)이정표<소등근재 0.9Km>-(14:04) 암릉, 왼쪽 우회-(14:08) 전망바위-(14:20) 긴급 중계기-(14:24) 소등근재-914:29) 이정표<순창새재 0.6Km>.-(14:40) 순창새재-(14:53) 갈림길, 우-(14:56) 봉, 우-(14:48) 이정표<상장봉 1.4Km>-915:02) 봉, 약 620m, 우-(15;06) 이정표<상장봉 0.9Km>-(15:13) 바위, 왼쪽우회-(15:20) 능선안부, 급오름 시작-(15:30~15:32) 전망바위-(15;33~15:36) 상왕봉-(15:40) 이정표<구암사2.6Km>-(15:44) 갈림길, 우-(15:51) 도집산-(15:55) 갈림길, 직진-(16:00) 노송전망대-(16:12) 헬기장-(16:16) 사거리 안부, 이정표-(16:24)봉, 약 690m, 직진-(16;31) 봉, 약 730m, 좌-(16:40) 갈림길, 우-(16:45) 갈림길, 좌-(16;51) 갈림길, 좌-(16:55) 임도-(15:58) 임도 갈림길, 우-(17:07) 묘 3기-(17:08) 왼쪽 숲으로-(17:09) 안부, 왼쪽 임도-(17:14) 버스』중식 17분 포함, 총 6시간 3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경방기간이 끝났기 때문인지 주차장 끝에 있는 철책 문이 우리일행을 환영하듯 활짝 열려 있다. 철책 문을 통과하여 능선으로 진입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신록 속으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5월의 공기 냄새가 상큼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 내리는 햇살이 화사하다. 길가에 국립공원 표지말뚝이 보이고, 5~6기의 가족묘를 지난다.

철책 문을 지나고

10시 45분, 암릉길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송곳바위가 가깝다. 뚜렷한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꾸준히 고도를 높여간다. 10시 54분, 왼쪽 산림박물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등로 이탈이 걱정된다던 왼쪽 등산로는 공원 측에서 통나무로 막아 놓았다.

전망바위

 

송곳바위

 

10시 57분, 고도 약 460m 정도의 국립공원 시멘트말뚝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장군봉 등 아름다운 내장산의 연봉들을 바라보고 유현한 먹뱅이골과 원적계곡을 굽어본다. 이어 왼쪽 가파른 길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바로 유군치(留軍峙)다.

유군치는 북쪽의 내장사와 남쪽의 백양사를 연결하는 너른 고개로 해설판, 등산 안내판 등이 보인다. 안내판은 임진왜란 때 승병장 희묵대사가 순창에 주둔하고 있던 왜군들을 이곳으로 유인하여 크게 물리친 사실이 있어 유군치라고 부른다는 유래를 알려준다.

서래봉

불출봉과 망해봉

장군봉

유군치

11시 10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장군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올라야 할 고도차는 약 250m 정도다. 통나무 계단 길, 산죽 길, 암릉 길을 지나며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11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다, 마지막으로 한 차례 더 급해지더니, 11시 36분, 장군봉 정상(696m)에 이른다.

통나무길

T자 능선의 이정표

장군봉 정상-뒤로 불출봉, 망해봉, 까치봉이 보인다.


장군봉 정상은 넓은 공터다. 희목대사가 왜병들과 이곳에서 싸웠다고 해서 장군봉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안내판, 등산안내도, 이정표<유군치 1.0Km> 등이 보인다. 잠시 장군봉에 머물며 주위의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장군봉에서 본 서래봉과 그 뒤로 칠보산 줄기

불출봉

신선봉, 까치봉, 망해봉

반월리 방향의 조망


장군봉을 지나 연자봉에 이르는 도상거리 약 1.2Km에는 암릉구간이 군데군데 있어 철 계단을 오르고, 절벽 길을 걸으며 주위의 풍광을 둘러본다. 온통 연초록으로 뒤덮인 내장산,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들과 깊은 계곡, 그리고 이름 모를 하얀 꽃을 지나치며, 그 아름다움에 취한다. 12시 8분, "풍수지리상 서래봉 아래 위치한 벽련암을 연소(燕巢:제비의 보금자리)라 부르는데, 이 봉우리와 벽련암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연자봉(675m)이라고 부른다." 라는 안내판과 등산 안내도가 있는 연자봉에 오른다. 암봉이다.

절벽길- 뒤로 보이는 연자봉

뒤돌아 본 장군봉

서래봉과 백련암

신선봉

연자봉

이름 모를 하얀 꽃

연자봉 정상


가파른 나무계단 길을 달려 내리고,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하여, 12시 22분, 너른 금선계곡안부에 이른다. 이곳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금선계곡에서 올라 온 일반등산객들로 붐빈다. 직진하여 신선봉 오르막길을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진 길은 "탐방로 아님"이란 팻말로 막혀있어, 왼쪽 우회로를 따라 진행한다. 점차 경사가 가팔라지며 너덜지대를 지난다.

가파른 나무계단 길

금선계곡 안부


12시 35분,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등산로가 넓어지더니, 1분 후, 너른 헬기장인 신선봉 정상(764m)에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삼각점 안내문, 정상 안내판, 등산안내도, 그리고 이정표가 있고 서래봉과 불출봉이 가깝게 보인다. 넓은 정상에 조망도 좋고, 점심시간이라 이곳에서 점심을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햇볕을 가려줄 그늘 한 조각이 없이 열린 공간이라, 정상을 내려선 나무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신선봉 정상

삼각점

신선봉 안내

가까이 보이는 서래봉, 불출봉


12시 55분,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식사 후이지만, 까치봉을 다녀올 욕심으로 일행들을 뒤로 남기고 앞서 나간다. 1시 2분, "추락위험" 알림판을 지나고, 능선을 걸으며 뒤돌아 신선봉을 바라본다. 3시 17분, 헬기장을 지나고, 3분 후, 이정표가 있는 까치봉 갈림길에 이르러, 직진하여 까치봉으로 향한다.

뒤돌아 본 신선봉

까치봉 갈림길의 이정표


까치봉 가는 길은 암릉길이다. 스릴이 있고 조망이 좋다. 한차례 안부로 깊게 떨어졌다, 가파른 암릉길을 타고 오른다. 1시 31분, 까치봉 정상(717m), 암봉에 오른다. "내장산 서쪽 중심부에 2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봉우리의 형상이 까치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까치봉이라 한다. 내장산 제2봉으로 백암산을 연결하는 주봉이며, 내장 9봉이 까지봉을 중심으로 대체로 동쪽을 향해 이어지면서 말굽형을 이루고 있다." 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까치봉 가는 길

용산저수지와 용산동

금선계곡, 서래봉, 그리고 그 뒤로 호남정맥 줄기

가까이 본 까치봉

입암산, 방장산 방향

까치봉 정상


1시 40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소등근재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5분 후 안부를 지나고, 이어 길가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대원들을 지나친다. 대원들이 친절하게 커피를 권한다. 고맙게 받아 마시고, 다시 혼자서 앞서 나간다. 날등길을 걷는다.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1시 58분, 소등근재 0.96Km를 알리는 이정표을 지난다. 개념도에 나온 소죽염재와는 다른 이름이다. 2시1분, 안부에 내려선다. 소등근재 0.9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길가 바위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이정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2시 4분, 암릉길이 바위사면으로 이어지고 모처럼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들을 본다. 2시 8분, 전망바위에 서서 140도 방향으로 반월리를 굽어보고, 이어 능선을 달리면서 왼쪽으로 가야할 백암산 줄기를 바라본다. 2시 20분, 긴급 중계기를 지나고, 1분 후, 소등근재 0.14Km를 알리는 119구조대 말뚝을 지나, 2시 24분,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선다.

뒤돌아 본 바위 사면길

 

물 흐르는 계곡


뚜렷한 길을 따라 방향도 수시로 확인하고, 산악회 표지판도 확인하면서 진행했는데 물길로 내려서다니 황당하다.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이는 것을 보면 등로를 이탈한 것이 분명하다. 계곡에는 주도식 씨의 추모 동판,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소죽염재라는 지명은 보이지도 않고, 이곳 소등근재를 거쳐 순창새재로 진행하는 길이 명시되어 있다.

주도식 씨 추모동판

등산안내도


잠시 동안 망설인다. 원점 회귀하여 마루금을 찾을 것인가? 잘 못된 길이지만 이 길을 통해 순창새재로 갈 것인가? 까치봉을 다녀오느라 후미로 쳐진데다, 산행을 시작한지 이미 4시간이 가깝다. 마루금을 찾느라 혼자 헤매다보면 하산이 늦어져 자칫 민폐를 끼칠 위험이 크다.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순창새재로 향한다. 2시 29분, 순창새재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정표


계곡을 따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며 능선이 가까워진다. 2시 40분, 순창새재에 이른다. 이정표, 등산안내도가 보이고, 오른쪽 능선에 "등산로 아님" 팻말이 세워져 있다. 우회한 마루금 능선이 분명하다. 왼쪽의 신작로처럼 넓을 길을 따라 상왕봉(象王峰)으로 향한다. 산죽과 잡목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2시 56분,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2분 후, 상왕봉 1.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순창새재

 

등산로가 점차 가팔라진다. 3시 2분, 고도 약 670m봉에 오르고, 이어 오른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3시 6분, 상왕봉 0.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능선 안부에 내려섰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3시 30분, 전망바위 위에 선다. 사방이 확 트여 조금 떨어진 상왕봉 정상 보다 조망이 더 훌륭하다.

전망바위에서 본 방장산 방향

대가마을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상왕봉으로 향한다.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구급함이 있는 쪽으로 진행하여 상왕봉 정상에 선다. 바위 정상에는 등산안내판이 있을 뿐, 별다른 표지가 없다.

구급함

상왕봉 정상

상왕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능선


직진하여 앞에 보이는 전망바위에 서서 가인봉, 월봉산줄기를 잠시 바라본 후, 3시 40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되돌아와 구암사 방향의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3시 44분, 갈림길에서 산악회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5분 후, 도집산 암봉 아래에 이르러, 우회로를 버리고 왼쪽 암릉길을 오르며, 상왕봉을 돌아본다. 이어 3시 51분, 정상(710m)에 올라, 서쪽으로 입암산, 방장산 등 영산기맥의 장쾌한 흐름을 보고, 암봉을 내려서며 왼쪽으로 내장산 연봉들을 본다.

가인봉, 월봉산

이정표

도집산 암봉

뒤돌아본 상왕봉


3시 55분, 암릉길을 내려서서 우회로와 만난다. 4시, 노송이 아름다운 전망대를 지나고, 산죽밭길을 올라, 4시 11분, 헬기장에 이른다. 주 등산로는 오른쪽의 백학봉, 백양사로 이어지는데, 왼쪽 나뭇가지에 산악회 표지기가 걸려 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노송 전망대

헬기장


4시 16분,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이 있는 사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은 구암사, 오른쪽은 백학봉으로 가는 길이다 마루금은 직진인데, 출입 금지판이 막아선다. 무시하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로 들어선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4시 24분, 고도 약 69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직진하여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백양사 골짜기와 장성호를 굽어본다.
 

당겨 찍은 장성호


키를 넘는 산죽 밭을 지나고 날등길을 걸어 4시 31분, 730m 정도의 봉우리에 서서 동쪽으로 반월리의 질펀한 논을 굽어본다. 봉우리를 내려서며 사진을 찍으려니, 배터리가 다 됐다는 신호가 뜬다. 배낭을 벗어, 배터리를 교환하고, 물을 마시는데, 여자대원 한 분이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호젓한 산길을 여자 혼자 걷다니?  겁도 없네....',라고 생각하며,

 

"어서 오세요. 호젓한 산길에 여자 혼자 무섭지 않아요."라고 물으니,

 

"내가 여자처럼 보여요?"라고 반문하며 지나친다.


서둘러 배낭을 메고 뒤를 따른다. 여자대원 걸음이 무척 빠르다. 다행히 험한 암릉 내리막길에서 주춤하는 사이에 따라 붙기는 했지만, 조심조심 암릉길을 내려서고 나니 어느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장 님"이시다. 진짜 여자 산꾼을 만나 무척 반갑다.

반월리


가파르고 험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4시 40분, 산악회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 부드러운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백양사 골짜기가 보인다. 4시 45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 내리막으로 진행하며 다시 반월리를 굽어보고, 모처럼 표지기를 반갑게 만난 후, 조금 지나니 길이 좌우로 갈린다. 방향은 오른쪽이 맞는데, 그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백양사 골짜기


역주행하는 기분으로 왼쪽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니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오른쪽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을 넘어, 임도로 내려서자 왼쪽으로 철조망이 따라온다. 개념도에 밤나무 밭으로 표시된 곳인 모양이다. 뒤돌아 가파르게 내려섰던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고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가파르게 내려섰던 봉우리

임도를 따라 걷고,


4시 58분, 넓은 밭이 앞을 막고, 임도가 좌우로 갈리는 갈림길에 이른다. 밭 너머로 멀리 차량들이 다니는 도로가 보인다. 오른 쪽 임도 나뭇가지에 산악회 표지기가 걸려있다. 이제 다 내로 온 거다. 물을 마시며 잠시 마을 주위를 둘러 본 후 오른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이어 묘 3기를 지나, 산악회 표지기를 따라 왼쪽 숲으로 들어서고, 5시 9분,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 임도를 따라 내려서니, 저 아래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5시 14분, 시멘트 도로변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버스 옆 뒤풀이 장소로 끼어든다.

넓은 밭-임도가 좌우로 갈린다.

산악회 버스


회장님이 반갑게 맞으며, 즉석 더덕 주를 한 컵 가득이 따라주고, 젊은 대원 한 분이 시원한 열무김치에 밥을 말아 가져다준다. 먼저 하산한 심산대원 등 대학동창들과 함께 하산 주를 즐기며 식사를 한다. 오늘의 특별 메뉴인 회가 더덕 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알바를 한 대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속속 도착한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다 보니 저쪽에 낮 익은 얼굴이 보인다. 박수복 회장이다. 오랜만에 실로 반가운 만남이다. 송 선배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옛 동료들의 소식을 서로 묻는다.


대원들이 모두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6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경 버스 안이 왁자지껄 소란하다. 알바를 한 이유들을 서로 분석하며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무사히 하산을 하고 나면, 괴로웠던 알바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산행은 즐겁다.


(2008. 5. 1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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