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신 분들(사진 크릭하면 커짐)

 

충북 영동군 황간면과 경북 상주시 모동면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주시 모동면이지만, 주 등산로는 주로 영동군 방면에 있으며,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전국 어디에서건 당일로 백화산을 찾을 수 있다.

 

백화산이란 이름은 이 지역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산 전체가 티 없이 맑고 밝다는 뜻이라고 한다. 산 앞을 가로질러 석천(石川)이 흐르는데, 반야사에서 옥동서원까지 장장 6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진다. 석천은 기암절벽들이 둘러 처져있어, 저 유명한 동강의 일부를 빼박은 듯 구절양장으로 흘러, 강원도 심심산골처럼 유현한 멋을 풍기고 있다. 이러한 산이니, 사람의 발길은 진작부터 있어 왔다. 이미 신라 때 고찰 반야사가 산 남쪽 석천계곡 가에 자리를 잡았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백화산!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산이지만, ‘산이 좋은 사람들 산악회가 모객울 하고, 가을국화 님이 등반 대장이라, 일찌감치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해 놓고 보니, 산행일인 29일이 설 명절 연휴기간이 아닌가?. 예약한 것을 취소하기도 그래서, 집 사람에게 이실직고, 설 명절 연휴인지 모르고 산행예약을 했으니, 양지해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다행히 집 사람은 설 명절 당일만 아니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선선히 받아들여준다.

 

201629()

어제가 설 명절이다. 집사람은 1주일 전부터 차례준비로 바쁘다. 큰 며느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고, 둘째 녀석은 아직도 미장가라, 70이 넘은 집사람이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그래도 설 전날, 누님과 제수씨가 와서 전을 부쳐주어 다행이다.

 

설 다음날인데도, 새벽 530분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준다. 순간 산행일이 설날 다음날 인줄 알았을 때 취소를 했어야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710, 서초구청 앞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마지막 경유지 죽전에서 대원들을 태우고 한적한 고속도로를 쾌적하게 달린다. 추석 다음날 이른 아침이다 보니, 쌍방향 차량소통아 모두 원활하다. 산악회 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휴게소에 들러 25분 동안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하여, 942분 반야교 앞에서 대원들을 내려주고, 대원들은 반야교를 건너, 945, 산행을 시작한다.

   반야교를 건너고

 

   반야교를 건너며 본 주행봉

 

 등산로 입구

 

한반도의 산하에 수록된 등산지도에 의하면, <반야교/등산로입구(2.5Km/1시간)-주행봉(암릉구간 2.2Km/1시간10)-부들재(1,5Km/50)-백화산 정상/한성봉(계곡길3.3Km/1시간 30)-반야교로, 도상거리 9.5Km에 산행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이다.

 

등반대장은 산행시간을 5시간 정도로 보고, 250분까지 하산을 완료하여, 3시에 버스가 출발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 달라고 당부한다. 특히 설 명절 귀경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붐빌 터이니, 250분 전이라도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면 서울로 출발하겠다고 부연한다.

   등산지도

 

오늘은 무거운 DSLR 카메라 대신 처음으로 IPAD mini4를 들고 나오고, 혹시나 문제가 있을 때를 대비하여 디카도 따로 준비한다. 디카는 주로 산행기록 용으로, 아이패드는 주변풍광을 담아보려고 한다.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도상거리 9.5Km에 산행시간 5시간이면, 바쁠 것이 없다. 10여분 가까이 이어지던 계단이 끝나고, 산길이 이어진다. 충청도가 식수도 모자를 정도로 가뭄이 심하다고 하더니, 먼지가 풀풀 일 정도로 황량한 산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통나무계단 길

 

   황량한 등산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능선이 가팔라지면서 다시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지고, 949, 주행봉 1.6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이상하다. 830m14분에 올랐다니, 날아 오른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된다. 이정표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하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가파른 계단길이 길게 이어지고, 힘들게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정표

 

   세 번째 계단길

 

이윽고 계단은 끝나지만, 여전히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지고, 안전을 위한 굵은 로프가 등산로를 따라 걸려있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잠시 완만하게 이어지더니, 다시 4번 번째 가파른 계단으로 오르고, 1026, 주행봉 1,5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등산로 주변에 잔설이 보인다.

   가파른 능선길

 

   네 번째 계단

 

  이정표

 

등산로는 참나무가 빽빽한 눈 덮인 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지고, 바람이 거세다. 여기저기서 대원들이 아이젠을 꺼내 신고 있다. 아이젠은 미끄러움을 방지하지만, 무릎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나는 얼음이 아닌, 웬만한 눈길에서는 아이젠을 하지 않는다. 스틱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앞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오르막길에서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눈 덮인 참나무 숲길

 

1050, 등산로는 거리표시가 없는 팔 한 짝이 떨어져 나간 이정표를 지나, 암릉길로 이어지고, 눈앞에 봉우리가 우뚝하다. 1130,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이정표를 만나고, 1133, 정상석이 있는 주행봉(874m)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하여 1시간 48분 만에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 대원 5명이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표

 

   암릉길과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정상석

 

   백화산 정상(한성봉)

 

   지나온 능선과 들머리 방향의 조망

 

  863m

 

1136, 주행봉을 내려서서 정상인 한성봉(933m)으로 향한다. 눈 쌓인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주위에 나무들이 많아, 여전히 아이젠을 하지 않은 채 진행한다. 하여 무릎에 충격은 덜할지 모르지만 진행속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겠다. 이윽고 안부에 내려선 후, 암릉 길로 들어선다. 좌우가 절벽인 좁은 칼날능선이다. 강원도가 아닌, 충청도에도 이런 산이 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행이 암릉에는 눈이 많지 않고, 생각보다 업 다운도 심하지 않은데, 바람도 없어서, 큰 어려움이 없이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칼날 능선에서 뒤돌아본 주행봉

 

저 앞 칼날능선에 앞서 가던 대원 세 사람이 멈춰 서있다. 길이 험해 망설이나? 라고 생각하며 다가가니, 깎아지른 암벽이 길을 막고 있고, 그 너머에서 기다리던 대원이 스틱을 받아 주며, 암벽를 넘는 요령을 알려준다. 우선 암벽 꼭대기를 양 손으로 잡고, 암벽에 오른 후, 암벽에 배를 깔고 몸을 틀어, 반대편으로 내려서라고 한다. 어려운 곳에서 고맙게도 일부러 기다렸다 도와주는 것이다.

    난코스에서 도와주려 나를 기다리는 대원들

 

가리켜 준대로 암벽에 배를 깔고, 몸을 틀지만, 다리가 짧아 좀처럼 반대편 암반에 닿지가 않는다. 기다리던 대원이 배낭을 당겨, 끌어 안 듯 도와주어, 겨우 반대편으로 내려선다.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며, 대원들은 앞서 나가고, 나는 잠시 숨을 돌린 후 이들을 뒤쫓는다.

 

1216, 안부에 내려선 후, 앞을 막는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안전 설비도 없는 짧은 슬랩을 가로 지른다. 만약에 이곳에 눈이 쌓였다면, 슬랩을 가로 지르기가 불가능하여, 되돌아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

 

1220, 양지바른 바위 아래에서 앞선 일행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지나온 칼날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간식을 얻어먹은 후, 걸음이 늦어 먼저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앞서 나간다.

    점심식사를 하는 일행

 

   뒤돌아 본 지나온 칼날능선

 

1240, 전망바위에 올라, 왼쪽 아래 호음리 방향의 골프장과 정산리 마을을 카메라에 담고, 가깝게 보이는 백화산 정상과 저승골 그리고 만경봉 산줄기를 바라본다. 다소 업 다운이 있는 눈 덮인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칼날능선은 모두 지난 모양이다. 110, 775m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눈 쌓인 가파른 우회 길에 로프가 걸려 있어 다행이다. 긴 우회로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식사를 끝낸 일행이 다가온다. 이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걷는다.

    전망바위에서 본 호음리 골프장

 

   정산리 마을

 

   가깝게 보이는 백화산 정상

 

 저승골과 만경봉 산줄기

 

132, 이정표가 있는 부들재를 지난다. 이제 정상까지는 1.5Km50분 정도면 오르겠고, 계곡으로의 하산길이 3.3Km1시간 30분 정도이니, 4시경이면 하산이 가능하겠다. 눈 덮인 가파른 산길, 그리고 위험한 칼날능선으로 인해 250분까지 하산은 애 저녁에 그른 일이고, 앞선 중위 그룹과의 시간 차이도 30분이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어, 별다른 생각 없이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를 꾸벅꾸벅 따라 오른다.

   부들재

 

15분 정도 올랐을 때, 마주 내려오는 앞섰던 대원들을 만난다. 웬일이냐고 묻자, 앞 봉우리에 오르니 정상은 다시 저 앞인데, 이제 하산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한 시간 정도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늦게 하산하여 민폐를 끼칠 수는 없겠기에 부들재에서 계곡으로 탈출하려고 내려선다는 대답이다.

 

이런 대답을 듣고, 완주를 하겠다고 어찌 계속 오를 수가 있겠는가? 정상을 목전에 두고 완주를 포기한다는 것이 무척 아쉽기는 하지만, 늙은이가 늦게 하산하여 다른 대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또한 감내할 수 없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따라 발길을 돌린다. 뒤에서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완주하겠다고 이들과 헤어졌던 양반도 생각을 바꾸어 탈출대열에 합류한다. 158, 부들재에 내려서서, 계곡 하산 길에 대비하여, 비로소 아이젠을 하고 일행을 뒤 따른다.

   다시 부들재로 하산하며 본 주행봉과 지나온 능선

 

하산 길은 임도와 능선 길이 번갈라 교차하며 이어진다. 다시 아이젠을 벋어 챙기고, 빠른 걸음으로 일행 뒤를 쫒는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이 가깝게 보인다. 218,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반야교까지 1.8Km라고 하니, 30분이면 버스에 이를 수 있겠다.

   하산 길

 

   정상

 

 삼거리 이정표,

 

243, 팔각정을 지나고, 반야교를 건너, 255분 경 버스에 도착하지만, 버스 안은 텅 비어있다, 주차장 건너편 식당,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산 주를 마시며,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한발 앞서 하산한 아주머니가 식당에서 나오더니, 식당 안으로 들어오라며, 보온병과 컵라면을 들고 앞장선다.

   반야교를 건너고

 

식당 안에서 함께 탈출한 일행 세 사람과 합석을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47년생인 양반이 아주머니와 부부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주머니도 60대 일 것이고, 또 다른 양반은 54년생이라고 하니 역시 60대 신 중년이겠다. 완주를 포기하더라도, 젊은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당당한 신 중년들이다. 이들은 아이젠도 하지 않고 최후미로 쳐져 뒤 따라오는 나를 무척 걱정했다고 한다. 고마운 분들이다.

    당당한 신 중년

 

4시가 넘었는데도, 등반대장도 아직 하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47년생 양반이 자기 때문에 공연히 서둘러 탈출을 하게 되어 미안하게 됐다며 웃는다. 410분 경, 대장이 하산했다는 소리를 듣고, 버스로 이동하고, 후미가 도착하자, 420분 경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

 

쌓인 눈과 칼날능선으로 예정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음에도, 등반대장은 선두로 내 달리지 않고, 중위그룹을 안전하게 유도하여, 모두가 무사히 하산할 수가 있었고, 후미로 쳐졌던 신 중년들은 하산시간을 맞추려, 완주를 포기하고, 중도 탈출을 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훌륭한 산행인가?

 

백화산! 참으로 멋진 산이다. 다시 한 번 찾아가 <반야교-부들재-백화산 정상-능선따라 하산-반야교> 코스를 택해, 반야사, 편백나무 숲 등을 둘러보는 여유있는 산행을 해보아야겠다.

 

 

(2016. 2. 14.)

 

    백화산 등산안내(사진 크릭하면 커짐)

 

사족 : 산행거리와 산행 소요시간이 자료에 따라 차이가 난다. “백화산 등산안내에 의화면, <반야교(2.2Km/118)-주행봉(3.7Km/130)-한성봉>으로 한성봉까지의 거리가 5,9Km에 소요시간은 248(4시간 8)이다. cf 앞에 게시한 한반도의 산하에 수록된 등산지도에 의하면, 거리는 6.2Km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산행소요 시간을 3시간으로 추정하고 있어, 1시간 이상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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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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