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전나무 숲길

 

가리산(加里山 1,050.9m)은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화촌면, 춘천시 북산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정상 암봉에 오르면 멀리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아련하고, 동서로는 영춘지맥의 준령들이 우쭐우쭐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리산은 정상부위의 3개 암봉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육산이다. 울창한 수림이 환상이고, 특히 5월이면 능선 좌우로 하사하게 펼쳐지는 진달래 꽃길이 장관이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이고, 야생화가 많이 서식하여 자연학습관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 강원도에서 1998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등잔봉에서 본 새득이 봉과 가리산(영춘지맥 산행 시의 사진)

 

20151215()

좋은사람들 산악회를 따라 가리산을 간다. 서울에서 가깝고 산행시간도 5시간이면 충분하니 부담이 없어 좋다, 울창한 산림 속을 걷고, 정상의 암릉을 오르내리는 스릴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등반대장은 가을국화님이다. 무리 없는 산행지 선정과 여유 있는 진행으로 항상 많은 참여자들이 몰려, 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735분 경, 복정역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837분 화양강 휴게소에 도착하여, 9시에 출발하고, 913,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한다.

  화양강 휴게소

 

 가리산 휴양림 주차장의 해병대 가리산전투 전적비와 전차

 

오늘 산행코스는 1, 2 두 가지이다. 참여자들이 코스를 선택하여 산행을 한 후, 이곳으로 원점회귀 한다. 등반대장은 230, 버스가 서울로 출발한다고 공지한다.

 

1코스 : 자연휴양림-합수곡 삼거리-가삽고개-가리산정상-무쇠말재-주차장(7.2Km-3시간 30분 소요)

2코스 : 자연휴양림-등골산-새득이봉- 가삽고개-가리산 정상-석간수샘터-무쇠말재-합수곡 삼거리-주차장(10Km-5시간)

가리산 등산안내도

 

917, 주차장을 나와 등산로 방향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길가, 진달래 군락지에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보인다. 우리민족의 서정이 오롯이 담긴 정다운 시다. 휴양림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을 위한 배려인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

 

 진달래꽃

 

조금 더 진행하자 등산로가 갈린다. 아래 등산로는 1코스, 위 등산로는 2코스로 이어진다. 나는 위 등산로로 들어서서, 922, 가리산자연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잠시 들러 새득이봉 가는 길을 확인하고, 이어 가파른 등산로로 들어선다.

   등산로로 들어서고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황금빛 솔잎이 푹신하게 깔린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멋진 등산코스다. 이어 산막 안내이정표를 지나고, 가파른 전나무 숲길을 후미로 쳐져 천천히 오른다. 등산 시작하자 만나는 빡센 오름길이 힘겹다.

   멋진 전나무 숲길

 

 산막 안내

 

 빡센 전나무 숲길

 

15분 정도 이어지던 전나무 숲이 끝나고, 가파른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늘을 찌르고, 땅에 수북이 쌓인 낙엽은 어제 내린 비로 물기를 머금어, 능선이 온통 황금빛이다. 숨 막히게 아름답다.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부드럽게 이어진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여인의 뒷모습이 숲을 더욱 빛나게 한다.

   참나무 숲 능선

 

 숲과 멋진 조화를 이룬 여인의 뒷모습

 

등산로는 눈앞의 나지막한 둔덕의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초반부터 능선이 빡세서,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를 않는 모양이다. 사면 길의 낙엽에 발목이 묻힐 정도다. 참나무 숲에 이어 낙엽송 숲이 모습을 보인다.

  오른쪽 사면 길

 

956, 사면길과 능선이 만나는 곳에 가리산 2-1 지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개념도를 보니, 30분 넘게 걸었는데도, 주능선까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다. 등산로는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울창한 숲이 온통 황금빛으로 아름답다.

   가리산 2-1 지점

 

 부드러운 왼쪽 사면 길

 

 황금빛 숲길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지며 가파른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울창한 낙엽송 숲, 부드럽게 내린 안개로 숲속이 한층 신비롭게 느껴진다. 흐린 날씨라, 조망은 포기하여야 하겠지만, 안개가 내린 숲의 신비로움이 전망을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상해주고도 남는 느낌이다.

   안개와 통나무 계단

 

 낙엽송 숲

 

1025, 주능선에 오른다. 이정표는 가리산 3.50Km, 등골산 0.90Km”라고 알려준다. 산악회가 나눠준 등산도에는 등골산(883.4m)을 다녀오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안개가 끼어 등골산에서 조망을 즐길 수가 없어서인지, 등골산으로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늙은이 혼자서 다녀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 포기한다.

   주능선 삼거리 이정표

 

 가리산 2-2 지점 안내판

 

 주능선으로 진입하는 대원

 

가리산을 향해 아름다운 능선 길을 유장하게 걷는다. 20069, 영춘지맥을 하면서 걸었던 길이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걷는 길에서 새롭게 만나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낮 설지만, 고산 능선 길의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이 한결같다.

   밑동만 남은 고사목-강풍에 찢긴 중동의 상흔이 역력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과 나목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뒤엎어놓은 산릉

 

 그늘진 길에 남아 있는 잔설

 

1043,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는 새득이봉(937m)에 이른다. 원동고개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이다, 이정표는 가리산까지 남은 거리가 2.2km, 원동고개 4.0Km라고 알려준다. 새득이봉을 지나 진달래능선 길을 걷는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5월이면 장관이겠다.

   이정표와 가리산 2-3 지점 안내판

 

진달래 길

 

 진달래 길을 지나는 후미구릅

 

1055, 이정표와 등산안내도 등이 있는 가삽고개에 이른다. 이제 가리산까지 남은 거리는 0.9Km. 잎을 다 떨어뜨린 앙상한 마무들이 하늘을 향해 발 돋음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가삽고개

 

 유장하게 진행하는 후미그룹

 

 나무 1

 

 나무 2

 

 나무 3

 

문득 대학에 입학했던 때인 1961, 대학신문에 실렸던 시가 생각나, 중얼중얼 암송하며 걷는다.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농과대학 2학년 여학생의 시다. 당선작은 까맣게 잊었는데, 이상하게도 가작으로 뽑힌 시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기 도(祈 禱)

 

숲에 들어서면

나무같이 되고픈 기도가 있습니다.

가난한 것들끼리 외로운 것들끼리

울타리 없는 마을에서

영혼들이 서식(棲息)하는

가난한 인간의 나무에의 기도.

 

주여 !

시월의 능금 알이나

잔잔히 고개 숙인 폐원(閉院)의 시든 꽃의 자세도

기다림과 내일에 있게 하는

당신의 뜻이오니

저희들 인간들도

기다리는 과목(果木)이 되게 하시고

 

웃옷을 벗듯 구각(舊殼)을 벗어

고독(孤獨)을 스스러워하지 않고

외로움을 외로움대로 있게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내 살아간다는 것이

숲에 들어서면

나무같이 되고픔을 이루어 주소서

흐린 내 눈에

내일을 드리워 주소서.

   

113, ‘가리산 1-6’지점에 이른다. 왼쪽 휴양림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삼거리 지점이다. 안개 속에 가리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이제는 버섯들의 삶의 터전이 된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가리산이 가까워지면서 북쪽 사면의 잔설이 하얗다.

가리산 1-6지점 

 

 삼거리

 

 고사목과 버섯

 

 가리산이 가깝다.

 

1114, 이정표, 안내판 등이 있는 소양호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 세워진 한 천자 이야기안내판에 의하면, 우리들이 2시간 가까이 걸은 이곳까지의 산행거리는 5.1Km라고 한다.

   소양호 갈림길

 

 가리산 1-7지점

 

 한 천자 이야기

 

 눈 덮인 가리산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1120, 이정표와 안내판 등이 있는 가리산 1-8’지점에 이른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던 등반대장, 가을국화남이 벌써 오느냐고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1코스를 택한 등반대장은 후미를 보면서 뒤로 쳐졌던 모양이다. 우리들도 이곳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한다.

   가리산 1-8지점, 등반대장이 혼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안내도-현 위치와 3개의 암봉 위치 그리고 노약자 등반 삼가 표시

 

 사면 길의 안전시설

 

안전시설에 의지하여 가파른 암릉을 조심조심 오르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안개 낀 자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1135, 가리산 1-9 지점에 이르러, 정면에 우뚝 솟은 1봉을 건너다보고, 오른쪽의 2봉에 올라, 1봉과 큰 바위 얼굴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3봉으로 향한다.

   지나온 능선

 

 가리산 1-9지점

 

 2봉에서 본 11

 

 2봉에서 본 12

 

 큰 바위 얼굴

 

 1봉 오르다 뒤돌아 본 큰 바위 얼굴

 

눈 덮인 암릉을 조심조심 이동한다. 1142, 3봉에 올라 2봉과 1봉을 카메라에 담고, 2봉으로 돌아가는 도중, 2봉과 3봉 사이에 있는 암봉에 잠시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3봉 가는 길

 

 3

 

 전망바위, 2(), 1

 

 2봉과 1, 그리고 설화

 

 상고대

 

 수빙 1

 

 수빙 2

 

1152, 1봉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이윽고 안부에 내려섰다, 눈 덮인 가파른 암릉을 힘겹게 오른다. 젊은 대원 한 분이 줄곧 후미를 보면서 대원들의 안전한 산행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마도 1코스를 택한 가을국화님이 2코스의 후미를 부탁한 모양이다.

1봉 가는 길 1

 

 1봉 가는 길 2 2코스 자원봉사 후미대장

 

 1봉 가는 길 3 임릉 오름 길

 

 1봉 가는 길 4 후미대장이 찍은 암릉을 오르는 내 모습

 

122, 1봉 정상에 올라, 정상석과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는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짙어 조망은 제로다. 정상 바로 아래, 바람을 피 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가을국화님을 비롯한 대원들이 간식을 들고 있다. 합석하여 선채로 잠시 정상주를 마시고, 행동식으로 점심을 때운다.

   가리산 정상 1

 

 최후미로 정상에 오르는 2코스 후미대장

 

 정상석

 

 삼각점

 

 선채로 점심을 때우는 대원들

 

1220, 운무 속에 의미하게 보이는 경춘지맥 물안리봉 방향을 카메라에 담고 하산을 시작한다. 안전시설이 갖추어진 급경사 암릉길이다. 1234, 이정표가 있는 가리산 1-10지점에서 바로 휴양림 방향으로 진행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가 유난히 검다.

   물안리봉 방향의 조망

 

 하산길 1

 

 하산길 2

 

 하산길 3

 

 하산길 4

 

 가리산 1-10지점

 

 이정표

 

1239, 이정표가 있는 가리산 1-11지점에 내려선다. 이정표에 의하면, 가리산 정상에서 300m 떨어진 곳이다. 이정표 옆에, 가리산 야시대리 코스 안내도가 보인다. 하지만 이 안내도의 구간별 거리 표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 휴양림-새득이봉-은주사 갈림길 ; 5.1Km cf 4.4km)

   가리산 1-11지점

 

 이정표

 

 야시대리 코스 안내도

 

 야시대리 갈림길 이정표

 

유난히 검은 색을 띤, 부엽토 등산로를 따라 0.9Km 떨어진 무쇠말재로 향하다, 뒤돌아 가리산 정상 부위의 실루엣을 카메라에 담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유장하게 걷는다. 바람이 인다. 고사목 등걸로 쉼터를 만든 곳을 보고, 그 앞의 나지막한 둔덕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돌 많은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유난히 검은 등산로

 

 뒤돌아 본 가리산

 

 고사목 등걸 쉼터

 

 돌 많은 내리막길

 

1253, 이정표가 있는 무쇠말재에 이른다. ‘가리산 1-12 지점이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급히 굽어져,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등산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가드레일이 처져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낙엽송 숲으로 검은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15, ‘가리산 1-13 지점을 지나, 연리목을 만난다.

   무쇠말재

 

 하산길

 

 울창한 낙엽송 숯

 

 가리산 1-13 지점

 

 연리목

 

 연리목 안내문

 

124분 계곡으로 내려서고, 3분 후,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있는 합수점에 이른다. 이제 휴양림까지 남은 거리는 1.2Km. 기분 좋은 휴양림 길을 따라 걷는다. 휴양림 안내문을 만나고, 이어 134, 모노레일 공사장을 지난다.

   계곡

 

 합수목 기점

 

 가삽고개 오르는 길

 

 기분 좋은 길

 

 안내문

 

 모노레일

 

136, 시멘트 길을 따라 내린다. 왼쪽에 비둘기산장이 보이고, 이어 오른쪽의 휴양림 안내판과 딱따구리산장을 차례로 지나 아스팔트도로를 터덜터덜 걸어내린다. 142, 휴양림문화회관을 지나고, 건강 지압로를 거쳐, 가리산 휴양림 돌 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145,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둘기산장

 

 휴양림 안내문

 

 딱따구리 산장

 

 산림 문화 휴양관

 

 건강 지압로

 

 돌 표지

 

버스에 배낭을 벗어 놓고, 보온병과 컵라면을 들고 나와, 주차장 벤치에 앉아, 컵 라면을 먹으며 일행들의 하산을 기다린다. 이윽고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버스는 230,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5. 12.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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