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산(甲長山 805.7m)

 

눈꽃 속의 인화초(人花草)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 위치한 갑장산은 이 일대에서 속리산, 구병산, 다음으로 꼽히는 명산이고, 상주 삼악-연악(淵岳) 갑장산(甲長山 805.7m), 노악(露岳) 노음산(露陰山:725m), 석악(石岳) 천봉산(天鳳山:435m) 중 으뜸이다.

 

갑장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정상 부근에 나옹선사가 창건한 갑장사, 그리고 상사바위, 백길 바위, 시루봉, 석문, 나옹바위 등 명소가 많고 상주시내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우리나라 2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날씨가 좋은 날, 정상에 서면, 덕유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조망되고,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낙동강과 상주의 너른 평야가 눈 아래 펼쳐된다.(관련자료 발췌)

 

고려 충렬왕이, 갑장산을 “영남의 으뜸산” 으로 꼽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 정도의 명산이지만, 큰 산줄기에 속하지 않고, 100대 명산에도 들지 못해, 찾아볼 기회가 없던 산이다.

 

2016년 2월 29일(월)

좋은 사람들 산악회를 따라 갑장산을 간다. 옥타브 대장이 리드한다. 출발 전까지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는데, 막상 출발을 하고 보니 36인승 버스에 2자리가 비어있다.

 

7시 15분 정각에 서초구청 앞을 출발한 버스는 마지막 경유지 죽전을 거쳐,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은 온통 하얀 은세계다. 중부지방 일대에 어제부터 내린 눈이 아직도 흩날리고 있다.

 

산악회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8시 25분, 아직도 눈발이 날리는 옥산휴게소로 들어선다. 휴게소의 나무들이 하얀 눈을 무겁게 이고 있다. 하지만 식사 후, 다시 출발한 버스가 청원에서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 접어들고, 상주가 가까워지면서 창밖의 풍광이 바뀐다.

   눈 내리는 옥산 휴게소

 

 하얀 눈을 무겁게 이고 있는 나무들

 

 눈 덮인 산하

 

남상주 IC에서 내린 버스가 3번 국도를 지나, 9시 37분 경 산행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하지만, 이곳에는 눈의 흔적도 없어, 설산산행을 기대했던 대원들의 실망하는 기색이 역연하다.

   산행들머리 도착

 

오늘 산행코스는 아래 개념도와 같다. 옥타브 대장은 산행거리 약 9Km에 통상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정도이지만, 산 위에는 눈이 있을 터이니, 시간을 넉넉히 갖고 안전산행을 하라며, 3시에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모두 하산하면, 3시 이전이라도 바로 출발하겠다고 한다.

  갑장산 등산코스

 

아울러 일찍 하산한 분들은 들머리 옆에 있는 연악산 식당에서 전통적인 칼국수(5,000원)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백숙이나 닭도리탕 등 다른 요리를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말씀해주시면 일괄해서 주문을 하겠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하고, 잠시 주위를 둘러 본 후, 9시 40분, 이정표와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등산로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약 3.7km라고 알려준다.

   주차장 옆 텅 빈 입산통제소

 

 갑장산 등산안내

 

 용흥사 안내 돌 표지와 연악산 식당

 

 산행시작

 

9시 44분, 처사 진주 강씨와 배우자 진주 유씨의 무덤을 지나, 소나무 숲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9시 56분, 주차장에서 0.4Km 떨어진, 갑장산/1번지점, 119표지목을 지난다.

   처사 전주 강씨/ 배 전주 유씨 쌍묘

 

 갑장산/1번지점, 119표지목

 

등산로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등산로 주변에 잔설이 보인다. 10시 04분, 시작 지점(주차장) 0.7Km/갑장산 3.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갑장산 주능선을 본다.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며,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데, 눈앞에 주능선이 가깝다.

   이정표

 

 눈앞에 주능선이 가깝고

 

10시 25분, 119표지목과 이정표가 있는 주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여기서 119표지목의 거리표시와 이정표의 거리표시에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119표지목은 주차장 1.6Km/정상 2.1Km, 이정표는 시작지점 1.2Km/정상 2.5Km라고 각각 표기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하지만 소요된 시간(45분)을 감안하면 119표지목 거리표시가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갑장산/2번지점, 119표지목

 

 이정표

 

갑장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10시 28분, 작은 둔덕에 오르자, 소나무가지에 새집처럼 보이는 낯선 물건이 눈길을 끌고, 내리막길을 내려서며, 11시 방향으로 상산(694m)을 본다.

   특이한 모양의 새집

 

 상산

 

10시 56분, 전망바위에 올라,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저 아래 용흥사/들머리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이어 상산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쌓였던 눈이 얼어 바닥은 빙판인데, 그 위에 잔설이 덮여 무척 미끄럽다.

   전망바위에서 본 조망

 

 전망바위에 선 옥타브대장 부부

 

 상산가는 길

 

10시 42분, 갑장산/3번지점, 119표지목을 지난다. 주차장에서 2.3Km 떨어진 곳이다. 2분 후, 시작지점 2.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지만, 이를 무시한다. 대원들이 하나둘 아이젠을 착용한다. 10시 54분, 갑장산/4번지점, 119표지목(주차장 2.3Km)을 자나고, 이어 10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굴티고개 갈림길을 지난다. 잠시 맑아졌던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고 바람이 거세다. 재킷후드를 모자 위에 뒤집어쓰고, 머프를 당겨 얼굴을 가린다.

   갑장산/3번지점, 119표지목

 

일찌감치 아이젠을 하고 산길을 오르는 대원

 

 굴티고개 갈림길

 

11시 경, 상산아래, 갈림길에 도착한다. 눈발이 휘날린다. 왼쪽은 상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상산을 우회하는 길이다. 이곳에서 비로소 배낭을 벗고, 아이젠을 꺼내 장착한다. 11시 4분, 상산 정상, 암봉에 오른다. 바람이 거세고, 보이는 것은 하얀 상고대뿐이다. 오래 견디지 못하고 바로 내려선다.

   갈림길

 

 상산 정상

 

 정상에서 본 상고대와 얼어붙은 표지기

 

거센 바람을 뚫고 인적이 없는 능선 길을 걷는다. 대원들은 어디선가 바람을 피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11시 9분, 용흥사 2.6Km/갑장사 0.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흩날리는 눈발에 주위의 나무들이 온통 하얗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싶어 뒤를 돌아보니 반갑게도 대원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인적이 끊긴 능선길

 

 이정표

 

 하얗게 눈가루를 뒤집어쓴 나무들

 

 반가운 대원들 모습

 

11시 19분, 정상목과 갑장산/5번지점, 119표지목이 있는 문필봉에 오른다. 붓 끝 같은 봉우리 3개가 나란히 있어, 문필봉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운무에 가려, 그 형태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정상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역시 시계는 제로다. 할일 없이 문필봉을 내려선다. 119표지목이 정상까지 0.8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문필봉

 

 인증사진

 

 바람에 흩날리는 표지기들

 

문필봉을 내려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갑장산 정상을 보고, 11시 24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지도에는 오른쪽 길로 내려서서 상사바위, 갑장사를 들렀다가, 헬기장을 지나 갑장산으로 오르라고 되어 있는데, 앞선 두 사람은 직진하여 바로 갑장산으로 향한다. 오른쪽 길로 내려서야한다고 소리쳐 보지만,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다시 돌아서서 계속 직진한다.

  가까이 보이는 갑장산 정상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직진하는 두 대원

 

혼자 오른쪽 갈림길로 내려선다. 한 두 사람의 발자국만 띄엄띄엄 보일 뿐 많은 사람들이 지난 흔적은 없다. 하지만 간간이 표지기가 보이고, 좁은 오솔길이 실 같이 이어진다. 11시 31분, 양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 사이의 길을 지나고, 이어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문필봉용지터/약수샘 정상 이정표를 만난다.

   하얗게 이어지는 오솔길

 

 양쪽 바위 사잇길

 

이정표

 

 11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잠시 상사바위를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 갑장사로 향하다, 앞서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갑장산에 올랐던 두 사람을 만나 함께 갑장사를 둘러보고 헤어진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얼안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게 될 터이고, 그렇게 되면, 1시도 못 되어 주차장에 이르게 되고, 2시간 이상 일행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갈림길 이정표

 

 상사바위 앞 쉼터

 

상사바위

 

 갑장사

 

11시 41분, 눈 덮인 산죽 사잇길을 지나, 갑장산으로 향한다. 11시 44분, 갑장산 0.4Km를 알리는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고, 목책 길을 지나, 헬기장에서 갑장산을 바라본다. 이럴 수가 있나? 눈발이 날리던 험악한 날씨가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는가?

   산죽 사잇길

 

 이정표

 

 목책 길

 

 헬기장에서 본 갑장산

 

나무 계단을 오른다. 오른쪽 팔각정에서 바람을 피해있던 대원들이 부른다. 하지만 좁은 팔각정에 대원들이 가득한 것 같고, 이 좋은 날씨가 또 언제 변할 줄 모르겠기에 손을 흔들어 주고, 정상으로 향한다. 11시 54분, 아무도 없는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정상을 향해 나무계단을 오르고

 

 정상

 

 갑장산/6번지점, 119표지목(주차장 3.3Km)

 

 삼각점과 돌탑

 

 정상에서 본 설화

 

 정상에서 본 상산과 지나온 길

 

 눈 덮인 갑장산 안내석

 

계단 쪽이 시끌벅적하더니, 팔각정에서 쉬고 있던 일행들이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정상에 오른 이들은 주변 풍광에 환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어 보인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동쪽 절벽 쪽에는 로프 가드레일을 설치해 놓았다. 앞에 눈을 이고 있는 나지막한 암봉이 그림처럼 떠 있고, 그 왼쪽은 천 길 낭떠러지다. 백길 바위라고 짐작한다

  정상에 선 여자대원들

 

 눈앞에 펼쳐진 한 폭의 설화-백길 바위

 

 백길 바위 길

 

 백길 바위 1

 

 백길 바위 2

 

 백길 바위 3

 

백길 바위를 지나 환상적인 목책길을 걷는다. 목책길이 끝나는 곳에 큰 돌탑이 서 있고 그 오른 쪽의 상고대가 한 폭의 그림이다. 여자대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환상의 목책 길

 

 목책 길 끝의 돌탑

 

 대조적인 멋진 색감

 

 미녀 삼총사

 

 옥타브대장 부부

 

 설경

 

갑자기 날씨가 변해 바람이 일고 눈발이 날린다. 커다랗게 솟은 바위 왼쪽으로 나무계단이 이어져 내린다. 지도상에 표기된 나옹바위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다. 12시 13분, 정상 0.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화사한 눈꽃 길을 걷는다. 커다란 암봉 왼쪽 허공에 나무계단이 매달려 오르내린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날릴까 겁이 날 정도다. 오르막 계단 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운무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보인다. 시루봉(777m)인 모양이다.

   나옹바위인가?

 

 이정표

 

 다시 눈발이 날리고, 설화가 화사하다.

 

 허공에 걸린 나무계단 1

 

 나무계단 2

 

 나무계단 3

 

 운무 속의 봉우리

 

12시 21분, 갑장산/7번지점, 119표지목과 돌탑이 있는 곳을 지난다. 시루봉 정상이라고 짐작한다. 눈보라가 심해 정신이 하나도 없고, 운무에 가려 사방이 어둡다. 가시거리도 1~2m가 고작이다. 12시 25분, 석문을 지나고,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낙동, 용포 갈림길을 만나, 직진한다. 이어 두 번째 석문을 거쳐, 전망대처럼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지난다. 또 다시 날씨가 변해, 눈발이 그치고, 사위가 밝아진다.

   시루봉 정상(?)

 

 석문

 

 뒤돌아본 석문,

 

 이정표

 

 눈발이 그치고, 사위가 밝아진다.

 

12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두 번째 낙동, 용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갑장산/8번지점, 119표지목을 만난다. 표지목은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2.7Km라고 알려준다. 바람이 잦으니 제정신이 돌아온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눈길을 산책하듯 편하게 걷는다.

   이정표

 

 119 표지목

 

 하산길 1

 

 하산길 2

 

동행하던 옥타브 대장이, 먼저 내려가 식당에 주문을 해야겠다며, 앞서 달린다. 부인과 함께 뒤로 쳐져, 주위의 풍광을 둘러보며 유장하게 하산을 하는데, 보라!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햇살이 비친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갑장산 주능선이 보인다.

   햇살이 비치는 눈길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갑장산 주능선

 

12시 57분, 이정표, 갑장산/9번지점, 119표지목이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의 팔은 직진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표지기들은 오른쪽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잠시 지도로 확인하고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눈 덮인 갑장산과 시루봉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갈림길 이정표와 119표지목

 

 오른쪽 길에 걸린 표지기들

 

당겨 찍은 눈 덮인 갑장산과 시루봉

 

1시 11분, 용흥사 0.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밝은 햇살, 펑퍼짐한 능선, 그리고 눈밭 속의 젖은 낙엽에서 봄이 느껴진다. 용흥사 갈림길에서 부인은 식당으로 직행하고, 나는 용흥사로 내려선다. 신라 문성왕 원년(829년)에 창건했다는 용흥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절이다. 인적이 없는 조용한 절 경내를 돌아본다.

   이정표

 

 봄이 느껴지는 능선

 

 극락보전

 

 극락보전 안 불상

 

 나한전과 용흥사

 

 5층탑과 백운선원

 

 연악산 용흥사 사적비명

 

잠시 절을 둘러보고 식당으로 향한다. 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귀래정이라는 전통찻집이 보인다. 1시 40분 경, 식당에 도착하여, 옥타브대장이 마련한 자리에서, 산악회의 터줏대감들과 어우러져 하산 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눈다. 귀중한 시간이다.

  귀래정

 

 옥타브대장이 마련한 하산 파티

 

1시간 정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버스에 올라 서울로 출발한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변하는 날씨 속에서, 갑장산 정상부에서 북풍한설(北風寒雪) 한겨울의 정취를 만끽하고, 하산 길 쾌청한 하늘아래에 펼쳐진 산록에서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축복받은 산행이었다.

 

 

(2016.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