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로록과 소노 아야코

 

소노 아야코(曾野綾)1931년 도쿄에서 출생한 여류 소설가이다. 그녀는 서른일곱 살 생일을 맞이한 날에, 노년에 경계해야 할 것들을 꼭 써보겠다고 마음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게으름 피우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197110월 유럽여행길에서 아우슈비츠에 들렀다, 엄청난 충격을 받고, 다음 달부터 서둘러 노트에 메모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210월에 출판되어 일본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던 계노록(戒老錄)311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 엄격한 자기관리(きびしさによる救濟)에서는 노년에 대비하기 위한 중, 장년기의 자기관리, 마음가짐 등에 관하여 29개 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고,

 

두 번째 장, 생의 한 가운데서(のさなかで)에서는 노인이 되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67개 항목에 걸쳐 나열하고,

 

세 번째 장, 죽음에 익숙하고 친숙하게(しむ)에서는 죽음을 맞을 준비 등에 관한 사항을 21개 항목으로 정리하고 있다.

 

오늘은 생의 한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들을 발췌하여 정리한다. 이처럼 발췌하여 정리하는 이유는, 블로그에 올려놓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노인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 친구들은 한 사람 두 사람 줄어든다. 설혹 살아 있더라도 건강이 나빠 함께 지낼 수 없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아무도 없어도 낮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 수 있을 정도로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노인은 매사에 감사할 줄을 알아야 한다.

감사의 표현이 있는 곳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신기하게 밝은 빛이 비치게 마련이다. 축복받은 노후를 위해, 오직 한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한,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으며, 몸도 움직일 수 없어, 대소변도 못 가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는 엄연한 인간이며, 아름답고 참다운 노년과 죽음을 체험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힐 것.

새로운 기계의 사용방법을 알 수가 없다. 몇 번씩 설명을 듣고, 여러 차례 설명서를 읽어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여겨진다. 하여 그런 새 기계를 사용하기보다는 약간 불편하더라도 지금 상태가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징후는 젊은 사람에게도 있으나, 심리적 노화와 상당히 비례하는 것 같다.

 

교통이 혼잡한 시간대에는 이동하지 말 것.

노인이 러시아워의 혼잡한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할 경우는 흔치 않다. 교통이 혼잡한 시간대에는 외출을 삼가 하여,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짐을 들고 다니지 말 것.

외출이나 여행을 할 때 노인은 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동행자가 없으면 자신이 피곤해지고, 동행자가 있으면 동행자에게 폐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을 쓸 것.

노인이 되면 노인 특유의 냄새가 난다. 따라서 항상 향수를 휴대하여, 극히 소량씩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불결한 것에 태연한 사람들이 꽤 있다. 자주 씻을 것.

청결하게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동시에 주위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하다. 그러므로 내의는 매일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씩, 침구나 잠옷 등은 날을 정해서 더럽게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세탁하여야 한다.

 

화장실을 사용 할 때에는 문을 꼭 잠그고, 무릎을 가지런히 하고 변기에 앉을 것.

나이가 들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무릎을 벌리고 변기에 앉거나, 문을 꼭 잠그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노화의 증조다. 이는 정신상태의 해이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주의해야 한다.

 

죽기 전에 자신의 물건들을 모두 줄여 나갈 것.

어렵지만 일기나 사진 등 자식들이 꼭 남겨 달라고 하지 않은 것들은 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즈음부터는 조금씩 처분해 가면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재산도 마찬가지다. 아무 생각 없이 남긴 재산은 종종 유족들을 번거롭고 힘들게 한다.

 

친구가 먼저 죽더라도 태연할 것.

친구가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은(남편이 먼저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 늘 사전에 마음속으로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막상 닥친 운명에 대해 마음의 각오가 서게 된다. ‘드디어 헤어지게 되는 구나.’라고 한탄하기보다 몇 십 년 동안 즐겁게 지내주어 고마웠어.’라고 감사해 한다.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않고 뛰지 않는다.

노인의 갖가지 심신의 사고는 서두르는데서 일어난다. 이만큼 살아왔는데 여기서 무얼 더 서두를게 있겠는가? 노인이란 한 걸음 한걸음 걸어 나가면서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나가 예술가다. 노인이 되어 시를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무엇이든 느긋하게 하고, 느릴수록 좋다.

 

매일 적당한 운동을 일과로 할 것.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각 부위가 퇴화되는 현상이 노년의 서글픔이다. 신체의 퇴화를 저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평소에 가구나 구두, 기계류의 손질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처럼 항상 몸을 단련하는 것이다.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듯,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알맞은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은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어도 좋다.

여행만큼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도 없다. 낮선 땅에서 낮선 사람들을 만나고 낮선 음식을 먹는 것은 언제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노년의 무미건조한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여행은 많이 할수록 좋다.

 

외국에서 여행을 하다 죽더라도 자필의 화장 승낙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어느 나라에서이건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주고, 항공회사가 싼 가격으로 본국으로 운송해 준다. 여행지에서 죽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관혼상제, 병문안 등의 외출은 일정시기부터 결례할 것.

평소에는 하지 않던 정장차림의 외출은 노인에게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게 되고, 그로인해 자칫 병을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은 사람, 결혼하는 사람, 병든 사람을 위해 마음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이다. 가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과는 어디에 있던지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법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기를 것.

젊은이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활동할 시간이 많겠지만, 노인에게는 지나치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022. 2.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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