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7m봉에서 본 지리산 방향의 조망
"소한(小寒)집에 놀러 왔던 대한(大寒)이 얼어 죽었다."는 옛말이 있다더니, 지난 6일의 소한에도 전국에 한파가 몰려와, 눈이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추위가 제법 매섭게 느껴진다. 이런 소한 추위는 화요일 오전까지 계속되다가 오후에나 풀린다는 예보다. 20일은 소한보다 못한 대한이고, 그런 대한이 지나면, 절기상으로는 겨울도 끝이다. 이제 봄이 멀지않다.
2007년 1월 9일(화).
"화요맥"이 안내하는 진양기맥 8번째 산행일이다. 코스는 『장박마을(2Km)-떡갈재(675m/1.4Km)-967m봉(1.3Km)-황매산(1113m/0.7Km)-1103.5m봉(0.8Km)-993m봉(1.5Km)-삼봉(830m/0.8Km)-730m봉(1.3Km)-구름재』로 도상거리 약 9.8Km이다.
소한 추위와 눈에 대비하여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으나, 오후 들어 추위가 풀리며, 날씨는 바람 한 점 없이 화창하고, 따듯하다. 거기다 눈이 온 뒤라, 시계가 멀리 까지 확 트이니, 황매산 암릉을 걸으면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지리산을 포함하여, 아스라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남강과 진양호까지 조망되고, 발아래 합천호와 멀리 가야산, 수도산 등이 뚜렷이 보인다. 실로 축복 받은 산행이다.
황매산 정상 부근의 무성한 억새, 스릴 있게 이어지는 눈 덮인 암릉길, 그리고 삼봉을 지난 이후의 어려운 마루금 찾기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설산산행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자, 주발대장은 미련 없이, 예정을 단축하여, 구름재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남으로, 남으로 고속도로를 달린다. 수증기를 닦아내고 내다보는 차창 밖은 주말에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다. 달리던 속도를 줄이던 버스가 멈춰 선다. 사고가 난 모양이다. 래커 차와 앰불런스가 노견을 달려간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는 약 15분 후 사고현장을 지난다. 찦차 한 대가 가드레일을 받고, 앞부분이 구겨진 채 뒹굴고 있다. 아마 운전자가 깜박 졸은 모양이다. 산청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린 버스는, 산청읍을 지나고, 59번 국도를 달려, 11시 38분, 지난번 하산했던 장박마을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40) 산행 시작-(12:17) 떡갈재-(12;57) "T자형" 능선, 우-(13:03) 장박마을 갈림길-(13;06) 967m봉-(13:20) 이정표<떡갈재 1.4K>-(13:48) 황매산 정상의 갈림길-(13:52~13:58) 황매봉-(14:02~14:12) 정상 갈림길/휴식-(14:33) 나무 계단길-(14:42) 중봉-(14:55) 이정표 있는 갈림길, 좌-(15:15) 993m봉-(15:23) 돌탑이 있는 봉-(15:42) 909m봉-(15:56) 830m봉-(14:06) 안부 갈림길, 우-(16:25) 박덤 삼거리, 좌-(16:34) 임도 버리고 우측 숲으로-(16:37)- 능선 분기봉, 좌-(16:43) 헬기장-(16:56) 구름재』들머리 37분, 휴식 10분, 마루금 4시간 29분, 총 5시간 1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커다란 "나의 살던 고향" 석비 앞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 40분,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에도 눈이 제법 온 모양이지만, 양지 바른 곳의 눈은 이미 다 녹았고, 시멘트 도로는 말끔하게 제설이 되어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청한 날씨,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마을 외곽을 지난다. 동네 개들이 일제히 환영을 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남서쪽으로 지리산 줄기인 삼봉산이 가깝고, 정면으로 작은 황매산이 아담하다. 작업이 중단된 눈 덮인 터널 공사장을 지나고, 임도를 따라올라, 11시 17분 떡갈재에 도착한다.
떡갈재 마루턱 오른쪽 임도에, 남쪽 방향은 황매산, 동쪽 방향은 하금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고, 남쪽 방향의 임도 쪽으로 빨간 표지기가 걸려 있다. 안성 산지기님은 산행기에서 임도를 따르지 말고, 적당한 곳에서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붙으라고 쓰고 있지만, 발자국을 따라 남쪽 임도를 걸어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합천호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잠시 멈춰 서서 조망을 즐기는데, 앞섰던 대원들이 임도를 따라 다시 내려오고 있다. 아마도 갈수록 임도가 오른쪽 능선과 멀어지자, 임도가 마루금이 아니란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합천호와 금성산(610m)
후미가 선두가 되고, 선두가 후미에서서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왼쪽으로 만만해 보이는 사면의 덤불을 헤치고,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잡목 숲으로 눈 덮인 등산로가 뚜렷하다. 잠시 동안의 알바 후에 비로소 마루금에 올라 선 것이다. 따라서 처음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올라, 능선으로 붙어야 했다. 안성 산지기님도 이점을 지적한 모양이다.
눈 쌓인 마루금이 가팔라진다. 낙엽 위에 쌓인 눈길이 몹시 미끄럽다. 12시 57분 "T자형"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은 하금리로 내려서는 능선이다. 눈 덮인 평탄한 능선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황매산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북쪽 방향으로 멀리 눈 덮인 덕유산 향적봉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에서 본 백두대간과 향적봉
웅장한 황매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1시 4분, 이정표가 있고, 황매산 등산안내도가 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이 장박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등산 안내도에는 현 위치를 너벡이 쉼터라고 표기하고 있다. 합천호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이고, 그 왼쪽으로 가야산이 올돌하다.
황매산 등산안내도
합천호와 가야산
1시 6분, 억새가 무성한 967m봉에 선다. 조망이 기가 막히다. 지리산, 남덕유산, 향적봉, 수도산, 가야산, 금성산 등 사방이 탁 트였다. 류 회장은 원 없이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복 받은 날이라고 즐거워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다.
황매산- 동쪽으로 흐르는 암릉
967m봉을 내려서서 황매산으로 향한다. 무성한 억새 사이로 넓은 눈길이 이어진다. 1시 20분 이정표를 지난다. <황매산 1.3K, 떡갈재 1.4K> 1시 25분, 작은 바위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하고, 억새와 철쭉단지를 지나 황매산으로 오르는 대원들의 뒤를 따른다.
바위에서 본 지리산 방향의 조망
황매산으로 오르는 대원들
황매산 오르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1시 48분,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황매봉 암봉 위에 선 대원들이 보인다. 1시 54분, 황매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남쪽으로 진양호로 이어지는 남강 아련하다. 2시 조금 지나,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서, 점심은 10시 경 버스에서 했음으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다.
갈림길에서 본 황매봉
황매봉에서 뒤돌아 본 이정표 있는 정상
멀리 보이는 남강
황매봉 정상석
가야할 암릉길
약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동쪽으로 뻗은 암릉길을 걷는다. 돌탑들이 서있는 전망대를 지나면서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에 압도되어 발걸음이 더뎌진다. 왼쪽으로는 멀리 백두대간의 웅장한 마루금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역 C자 형으로 진양기맥의 마루금이이어진다. 그 끝에 남강이 반짝인다.
돌탑 너머 가야할 암름길
역 C자형으로 한눈에 들러오는 진양기맥 마루금
눈이 덮여 있지만, 암릉길은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2시 33분, 나무 계단길을 내려서고, 밧줄이 늘어진 급경사 암벽을 오르기도 하며, 두서너 개 암봉을 넘어, 2시 42분, 중봉(1103.5m)에 오른다. 삼각점<산청 23, 1991 재설>과 준, 희가 매달아 놓은 비닐표지기가 눈에 뜨인다. 바로 앞에는 다시 거대한 암봉이 버티고 있다. 이곳이 지형도 상에 한글로 표시된 삼봉인 모양이다. 하지만 조금 더 진행하면, 한자로 표기된 三峰(830m)이 또 있다. 그래서 준, 희 두 양반은 1103.5m봉을 중봉이라고 표기한 모양이다. 지도를 작성하는 분들의 의견은 어떤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
중봉 표지기
중봉 앞에 버티고선 또 다른 암봉
내려다 본 합천군 가회면
지나온 암릉길
중봉에서 보았던 거대한 암봉을 넘어, 2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날개는 황매산 만남의 광장을, 오른쪽 날개는 가회 덕만주차장을 가리키고 있다. 왼쪽 눈 덮인 비탈길로 내려서면서, 전면에 990m봉을 바라본다. 990m봉에서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 내린다. 내리막을 내려서면서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다.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서 본 990m봉
고도 960 정도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봉루리들
3시 15분, 993고지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는 정상, 왼쪽으로 대병면 회양리, 오른쪽으로 가회면 둔내리를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저 앞에 돌탑이 서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3시 23분, 돌탑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돌탑이 있는 봉우리
뒤돌아 본 황매산
돌탑봉에서 본 허굴산
돌탑봉을 내려서니 허물어진 성터가 보인다. 암릉길을 따라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목장터가 펼쳐지고, 저 아래에 푸른 저수지가 보인다. 이윽고 암릉길이 그치고 둥산로는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지더니, 3시 42분, 909m봉을 넘어, 다시 암릉길을 내려선다.
3시 56분, 억새가 무성한 아무 표시도 없는 공지에 이른다. 830m 三峰이다. 능선의 흐름을 보면 오른쪽으로 내려서야할 것 같은데, 박성태 님이나, 안성산지기님은 직진을 하라고 쓰고 있다. 직진하여 조금 내려서니, 과연 표지기들이 보인다. 4시 6분, 안부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 오르막길, 오른쪽 내리막길, 양쪽에 표지기들이 모두 걸려있다. 박성태 님과 안성 산지기님이 알려준 대로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4시 9분, 너른 공지에 이르고. 오른쪽에 무덤이 보인다. 박성태 님은 오른쪽으로 굽어, 앞에 보이는 능선을 타라고 쓰고 있으나, 잡목덩굴이 무성한 오른쪽으로는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없는데, 왼쪽, 임도 쪽에는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임도 쪽으로 걸린 표지기들
이미 4시가 넘은 시각, 오른쪽 덤불을 헤치고 길 없는 산 사면을 치고 오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이다. 다행히 능선도 남쪽으로 뻗은 임도와 나란히 흐르고 있다, 류 회장, 심산 대장과 상의한 후, 임도를 걸어 내린다. 4시 25분,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 선다. <박덤 668고지, 두심마을 2.5K> 안성산지기님이 산행기에서 언급한 이정표다. 반갑다.
박덤 삼거리
삼거리에서 완쪽 임도를 걸어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암봉이 지는 해를 등지고 서 있다. 4시 34분, 길가에 '하산하는 길'이고 쓰인 널판지가 놓여있다. 널판지는 임도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표지기들은 오른쪽 숲으로 우리들을 유도를 한다. 임도를 버리고, 철조망을 넘어, 오른쪽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뚜렷한 등산로가 숲으로 이어진다.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4시 37분,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진달래 군락지를 힘들게 헤집고 나와, 4시 43분 헬기장을 지나고, 우측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이윽고 밤나무 단지를 지나고, 무덤 1기를 지나니, 저 아래 도로변에 서 있는 붉은 색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향해 다시 밤나무 단지를 지나면서, 석양을 받고 서 있는 아름다운 허굴산(681.8m)을 본다. 4시 56분, 2차선 포장도로인 구름재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석양의 허굴산
산행기를 통해 오늘 산행의 길잡이를 해주신, 박성태 님, 안성 산지기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김 여사가 감기기운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산행에 어렵게 참여하더니, 감기가 더 도진 모양이다. 오늘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하루 빨리 쾌차하기를 기원한다. 3주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 선배님도 이제 감기 몸살에서 회복되셨는지 궁금하다. 다음 주에는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2007.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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