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기맥(7) 예동마을-바랑산-소룡산-작은 황매산-떡갈재-장박마을
아담한 작은 황매산
2007년 1월 2일(화).
새해 들어 첫 산행으로 "화요맥"이 안내하는 진양기맥 7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흐뭇하고 대견하다. 지난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영춘지맥, 계방지맥 종주를 성공리에 마치면서, 이제 화요맥이 확실하게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화요맥"은 일반 산악회와는 달리, 기맥이나 지맥종주를 전문으로 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이다.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강 부장의 도움으로, 화요맥의 고정멤버는 이제 20여명에 이른다. 1대간 9정맥을 마쳤거나, 또는 20년~30년간의 산행경력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강 부장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이들 베테랑들은 중지를 모아, 가야할 산행지를 결정하고, 당일 산행구간을 확정하는 등 대원들 스스로가 화요맥을 운영한다. 주발 대장은 어려운 등반대장 역을 선뜻 수락하고, 고래 대장은 자원해서 후미를 담당하여, 화요맥에 기여한다. 그런가 하면, 류 회장은 자신의 비용으로 지형도를 컬러 복사하여 대원들에게 배포한다. 이처럼 모든 회원들이 자신의 장점이나, 특기를 살려 화요맥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
"3월에 진양기맥이 끝나면 다음은 어디를 갈 것인가?" 를 놓고 대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팔공지맥, 영산기맥, 수도지맥 등이 거론되고, 계절의 특성에 맞추어, 연간 산행계획을 세우자는 의견도 나온다. 불원간 연간 산행계획이 나올 것 같다. 이제 고정 멤버가 10명 정도 더 늘면, 강 부장이 바라는 30명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24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짙은 안개를 뚫고, 남으로, 남으로 달린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지만, 오후부터는 갠다는 예보다. 따듯한 버스 안에서 잠시 잠이 든 모양이다. 차창에 서린 물기를 닦아내고 밖을 내다본다. 날씨는 여전히 잔뜩 흐려있고, 버스는 어느덧 대전을 지나고 있다.
인삼랜드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10시가 넘어서자, 도시락을 꺼내 차 안에서 식사를 한다. 시간으로 보면 브런치 타임이지만 아침을 5시 30분경에 먹었으니, 점심을 먹을 때도 됐고, 을씨년스럽게 추운 산에서 서둘러 식사를 하기보다, 따듯한 버스 안에서 느긋하게 하는 식사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함양을 그대로 지나친 버스는, 산청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번 국도로 내려서서 산청읍을 통과하여, 59번 국도로 갈아 탄 후, 한동안 북상하더니, 11시 27분, 지난번에 하산했던 예동마을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7) 예동마을-(11:30) 산행시작-(11:38) 예동고개-(11:44) 임도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2:08~12:11) 바랑산 정상-(12:28) 이정표<바랑산 0.9K>-(12:42) 안부-(13:04) 세이덤 갈림길-(13:18~13:33) 소룡산 정상/중식-(13:38) 헬기장-(14:43) 갈림길, 알바 후 왼쪽-(13:53) 공터-(14:01) 630m봉-(14:15) 밀재-(14:33) 650m봉-(15:03) 갈밭재-(15:54~16:00) 작은 황매산-(16:31) 떡갈재-(17:06) 장박마을』중식시간 15분, 마루금 4시간 46분 , 날머리 35분, 합계 5시간 3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예동마을이 밝은 햇살 속에 평화롭고, 조용하다. 해발고도 500m가 넘는 곳이지만, 고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쩐 일인지 개 짖는 소리도 없다. 지난번 맛있는 김치로 우리들을 환대해 주시던, 34년생 아저씨가 마당을 가로 질러 뛰어나오며, 다시 찾아온 우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예동고개로 오르다 뒤돌아 본 예동마을
11시 30분경,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예동고개로 향한다. 저 앞에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마루금과 예동고개가 보인다. 11시 38분, 예동고개 마루턱에 선다. 왼쪽 임도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억새가 무성한 임도를 걸으며, 정면으로 동네 뒷동산 같이 정겨운 바랑산(796.7m)을 본다. 800m에 가까운 산이 저처럼 낮아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11시 44분,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가파른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예동마을에서 본 마루금과 예동고개
임도를 걸으면서 정면으로 본 바랑산
진달래가 낮게 깔린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앞서 걷던 김 여사가 길을 양보한다. 나 보다 걸음이 빨라, 산행 중에 함께 걸어 본 적이 없는 김 여사다. 1년에 100회 이상 산행을 하는 진짜 산꾼이다. '이상한 일도 다 있네, 후미의 재미를 알았나?' 라고 생각하며, "오늘은 웬일이십니까?" 라고 물으니, 감기가 심해 집에서 쉬고 싶지만, 버스에 썰렁하게 빈자리들이 안쓰러워 무리를 해서 나왔더니, 몸이 무겁다는 대답이다. 남자대원 한 사람이 2미터쯤 떨어져서, 이런 김 여사의 뒤를 꾸준히 따라준다.
12시 7분, 표지기들과 이정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신촌 2.6Km, 소룡산 3.3Km> 여기서 말하는 신촌은 지형도의 신예당마을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돌아, 1분 후, 바랑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석(796.4m)이 있고 조망이 훌륭하다. 아름다운 작은 황매산과 황매산이 바로 눈앞이고, 왼쪽으로 지난번 지났던 철마산이 가깝다. 그리고 그 왼쪽 멀리에는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허공에 떠있다. 그 외에 서북방향으로 매봉산, 동북방향으로 월여산이 보인다.
바랑산 정산의 정상석과 삼각점
철마산
지리산
감악산
12시 11분,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통나무 계단길이 급경사 내리막으로 떨어지더니, 능선이 평탄해 지며, 참나무와 소나무가 공생하는 아름다운 숲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12시28분, <바랑산 0.9Km, 소룡산 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소룡산(巢龍山)을 본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공생하는 아름다운 마루금
안부로 내려서다 본 소룡산
등산로는 다시 통나무 계단길을 통해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2시 39분 <바랑산 1.6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2시 42분, 안부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고도계를 보니, 약 500m 정도다, 바랑산에서 약 300m 정도를 내려선 셈이다.
안부의 이정표
신나게 내려왔으니. 힘 들여 오를 일만 남았다. 소룡산까지 도상거리 약 1.7Km에 고도차가 250여m 정도나 되니, 그 빡센 정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간벌한 나무들을 차곡차곡 쌓아 정리해 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한쪽 팔이 잘려나간 외팔이 이정표를 지나고,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왼쪽으로 시계가 트이며, 와룡리 마을들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바랑산이 웅장하게 솟아있다.
소룡산 가는길- 가파른 계단 오름길
계단 오르기가 힘이 드는지, 오늘 처음 나온, 건장한 여자 대원이 도중에서 멈춰 쉬고 있다. 후미대장이 뒤에 있으니, 걱정 말고, 쉬엄쉬엄 오르라고 이르고 앞서 나간다. 왼쪽으로 거대한 암봉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지며, 조망이 좋다. 북서 방향으로 중유리 마을들이 펼쳐지고, 그 뒤로 감악산이 아름답다.
세이덤
계단길이 더욱 가팔라지며, 로프가 매어져 있다. 1시 4분, 세이덤 갈림길에 이르러, 배낭을 벗어놓고, 동쪽으로 20m 떨어져 있는 세이덤으로 향한다. 안부에 무덤 1기가 월여산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봉분은 많이 낮아졌지만, 자손들이 다녀가는지 봉분이 황량하지는 않다. 1시 6분경, 암봉 위에 선다. 탁 트인 조망이 그만이다. 오르면서 부분부분 보았던 풍광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깨끗하게 보인다. 북서방향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멀다.
바랑산과 소류지
와룡리와 월여산
중유리와 감악산
1시 9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배낭을 지고, 소룡산으로 향한다. 1시 11분, 무덤 1기가 누워있는 전위봉 정상을 넘어선다. 750m고지 정상의 외로운 무덤, 특별한 사연이 있어, 지관의 권유로, 자손들의 발복(發福)을 위해, 용이 살고 있는 무시무시한 봉우리 옆에 터를 잡고 있지만, 지금은 돌보는 후손도 없는지, 억새와 잡풀만이 무성하다. 지척인 소룡산이 이름과는 달리 자그마하게 보인다.
750m고지의 황폐한 무덤
1시 18, 이정표와 2개의 정상석이 있는 소룡산 양지바른 너른 정상에 오른다. 작은 황매산과 황매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 먼저 오른 대원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버스에서 점심을 했지만, 정상주를 마시며, 이사람, 저사람들이 나누어주는 음식으로 새참을 즐긴다.
소룡산 정상석
정상의 이정표
작은 황매산과 황매산,
1시 33분 경, 자리를 털고 일어나, 황매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흐름을 눈 여겨보고, 오른쪽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직진 방향으로도 표지기가 걸려있으나, 마루금 방향은 아니다. 예동마을에서 소룡산까지는 길도 분명하고, 표지기들도 많이 걸려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는데, 소룡산 이후는 딴판으로 길이 험하고, 찾기도 어렵다.
1시 38분 헬기장을 지나고, 2분 후, 커다란 고목이 서 있는 능선에서 등산로는 남서 방향으로 떨어진다. 방향이 이상하다는 느낌에,내려서기를 망설이는데, 아래쪽에서 대원 한사람이 올라오면서, 알바라고 소리친다. 되돌아 헬기장 쪽으로 오르다 보니, 헬기장을 지나,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왼쪽으로 표지기들이 붙어 있다. 이를 보지 못 하고, 무심코 직진하다 마루금을 벗어난 것이다.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못보고, 직진하다가 잠시 알바를 한곳
1시 43분, 왼쪽으로 90도 꺾어, 표지기 아래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왼쪽으로 꺾이고, 오른쪽에 철조망이 보인다. 1시 53분, 넓은 공터를 지나, 임도를 따라 밤나무들이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는 왼쪽으로 완만하게 굽어지는데, 오른쪽으로 능선이 보이고, 길 없는 숲으로 사람이 지난 흔적이 보인다. 임도를 버리고 잡목 숲을 헤집고 나가, 1시 59분, 능선에 오른다. 뚜렷한 등산로가 나타나고, 철조망이 이어진다. 어딘 가에서부터 잠시 마루금을 벗어났다가, 다시 제 길을 찾아 들어선 모양이다.
2시 1분, 630m봉에 올라, 90도 왼쪽으로 돈다. 잡목과 억새에 가려 등산로가 희미한데, 동남쪽으로 황매산이 가깝다. 다시 뚜렷한 철조망 길이 이어진다. 2시 13분, 북동방향으로 56번 도로와 월여산을 바라보고, 2시 15분, 밀재에 도착한다. 산청군 차황면과, 거창군 신원면의 경계가 되는 고개다. "오늘도 좋은 날이 되소서. 신원면 7.4Km" 라고 음각된 작은 석비가 길가에 서 있다.
월여산과 56번 도로
밀재
도로를 건너 임도를 걷다가, 바로 오른쪽의 텅 빈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조금 오르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지나온 소룡산을 뒤돌아본다. 2시 33분, 65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2분 후,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벌목지대를 지나고, 길이 희미해진다. 나침반을 마루금 방향에 맞추고, 길이 끊어지면, 무조건 그 방향으로 전진한다. 왼쪽의 조림 지대를 보며 내려서서, 무덤을 지나자, 등산로는 오른쪽 숲으로 이어지고, 길이 뚜렷해진다. 2시 58분, 산판길로 들어섰다가, 작은 능선을 넘어, 3시 3분, 낙엽이 가득한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갈밭재다.
갈밭재
시멘트 길을 건너, 다시 능선에 오르고, 산판길을 거쳐, 어둑한 송림을 빠져 나오니, 또 진달래 군락지다. 거친 가지를 헤집고 힘들게 오른다. 때때로 억새밭이 이어진다. 아마도 산불이 나서 정상 부분의 숲이 모두 불 타버린 모양이다. 3시 51분, 작은 너덜지대에 올라, 주위의 사진을 찍고, 3시 54분, 작은 황매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이 있다. <843.2m, 무심> 이곳이 합천군, 거창군, 산청군의 3곳의 군계가 만나는 곳인 모양이다. 북서쪽으로 지리산이 조망되고, 황매산이 눈앞에 있으나, 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한다.
너덜지대
작은 황매산 정상석
4시경, 가파른 남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빽빽한 송림 숲속이 어둑하다. 고도가 낮아지며, 이어지던 길이 끊기거나, 갈래 길이 많아 헷갈린다. 무조건 남쪽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을 골라 내려선다. 거친 진달래 군락지를 벗어나니, 시야가 트이며, 황매산이 지척이고, 석양의 지리산이 아름답다. 4시 31분,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떡갈재에 이르러,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는다.
멀리 보이는 석양의 지리산
떡갈재
임도는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터널 공사 현장으로 이어지더니, 마을로 통하는 시멘트 도로로 연결된다. 멀리 우회하는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마을을 향해 직진한다. 계곡을 건너고, 비탈진 사면을 올라, 다시 시멘트 길을 걸어 5시 6분, 버스가 정차해 있는 장박마을에 도착한다. "나의 살던 고향"이라는 돌 비석이 서있다. "내가 사는 고향"이 아니다.
나의 살던 고향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하산주를 즐기고 있다. 막걸리 맛이 시원하다. 이윽고 강 부장이 끓이는 미역 죽이 다 된 모양이다. 대원들은 간이 식탁에 둘러서서 뜨거운 미역 죽으로 추위와 시장기를 함께 달랜다. 강 부장의 음식 솜씨는 알아주어야한다. 감기로 몸이 무거운 김 여사는 그래도 나보다 한 발 앞서 하산을 한다. 뜨거운 죽을 후후 불어가며 먹으면서, "집에서 끙끙 앓는 것 보다, 힘은 들어도 이처럼 나와서 걷는 것이 훨씬 좋다."며 밝게 웃는다.
이윽고 대원들 식사가 끝나고, 강 부장과 주발 대장이 뒷설거지를 한다. 소룡산 오르는 계단길에서 무척 힘들어하던 여자 대원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무장갑을 끼고, 부지런히 뒷설거지를 돕는다. 이미 어두워진 밤하늘에는 동짓달 열나흘 둥근달이, 이런 모습들을 보고, 빙그레 웃고 있다.
동짓달 열나흘 둥근달
5시 5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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