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산에서 본 황매산과 허굴산

 

2007년 1월 16일(화).

"화요맥"과 함께 진양기맥 9번째 구간을 산행하는 날이다. 코스는『구름재(1.5Km)-두심삼거리l(2.2Km)-삼두마을고개(1.6Km)-476m봉(2.7Km)-장중령(1.0Km)-철마산(1.6Km)-마당재(1.3Km)-공암리고개』까지 마루금을 걷고, 공암리 마을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1.4Km에, 공암리 마을까지의 날머리를 감안하면, 부지런히 걸어야할 구간이다.


출발지인 선능역에 10여명의 대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새벽에는 여전히 쌀쌀하다. 어쩐 일인지 7시가 다 되어도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대원 한 사람이 강 운영위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늦잠을 자다 일어나, 한 15분 정도 늦겠다는 대답이라고 한다.


15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화가 난 대원 한 사람이 말도 안 된다며, 돌아가겠다고 하자, 여러 대원들이 조금 더 기다려보자며 만류한다. 천호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발대장에게 전화를 해본다. 그 곳에도 10여명의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고, 버스가 오는 중이니, 조금 더 기다리자는 반응이다.


이윽고 평소보다 거의 한 시간 가깝게 늦어서 버스가 도착하고, 추위에 떨던 대원들은 말없이 버스에 오른다. 잠실역과 천호역에서도 기다리던 대원들이 승차한다. 고정멤버 20여명에 새로운 얼굴들도 보인다. 기다리다 되돌아 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대원들이 모두 올라, 자리를 잡자, 강 위원장은 늦잠을 자다 늦었다며 백배사죄를 한다.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기상상태나, 비행기의 정비 상황에 따라, 출발이 2~3시간씩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승객들은 큰 불평 없이 잠자코, 기다린다. 의자가 모자라면,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잘도 기다린다. 우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런 기다림이 어째서 이들에게는 가능한가? 신뢰- 항공사와 고객 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개xxx, 대기업이라고 횡포 부리고 자빠졌네."라고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를 할 것이다.


평소의 강 위원장에 대한 대원들의 신뢰, 이 신뢰가 바탕이 되어, 고정멤버들이 참고 기다려주고, 이를 본 새로운 분들도 함께 있어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주말에 이어, 어제도 주왕산엘 다녀왔다는 강 위원장이 너무 피곤하여, 자기도 모르게 늦잠을 잔 상황을 이해하고, 피곤한데도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가 사고라도 나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식사를 위해 휴게소에서 정차하는 시간도 15분으로 단축하고, 지방도로로 들어서자, 류 회장이 지도를 펼쳐들고, 조수석에 앉아, 들머리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로 유도한다. 12시 1분, 버스는 구름재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도로를 건너, 표지기가 붙어 있는 임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주 산행시작이 11시 40분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이 늦은 것도 아니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2:01) 모래재 도착, 산행시작-(12:20) 시멘트도로-(12:33) 두심 삼거리-(12:59) 480m봉-(13:23) 490m봉-(13;40~13:45) 1041지방도로/ 간식-(14:14) 460m봉-(14:29) 2차선 아스팔트도로-(14:46) 474m봉-(15:52) 요천골재-(16:00) 장중령-(16:32) 철마산 정상-(16:42) 능선 분기봉, 좌-(16:46) 갈림길, 좌-(17:11) 마당재-(17:18) 310m봉-(17:45) 공암리 고개-(18:20) 공암리 마을/버스』 마루금 약 5시간 44분, 날머리 35분, 합계 6시간 1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임도를 따라 2분쯤 걷다가 왼쪽으로 너른 공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공지에서 뒤돌아 본 모산재 암봉이 우람하고, 그 아래로 장암사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잔뜩 흐린 날씨라 먼 곳의 시계는 불량하다. 철쭉과 잡목들이 뒤엉킨 숲을 지나 밤나무 단지로 들어선다.

모산재 암봉과 장안사


밤나무 단지의 왼쪽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가야할 능선과 자굴산이 조망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며, 왼쪽으로 허굴산을 보고, 봉우리를 내려서서, 표지기를 따라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철조망이 이어진다.

밤나무 단지에서 본 가야할 능선과 오른쪽의 자굴산

왼쪽으로 보이는 허굴산

표지기와 철조망이 이어지는 너른 길로 직진한다.


12시 20분,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걷다가, 1분 후, 연안이씨 묘동입구(延安李氏 墓洞入口)에서 오른쪽 산판길로 접어든다. 등산로는 밤나무단지를 지나 숲속으로 이어져 작은 봉우리에 이르고,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시멘트도로와 산판길을 거치더니, 12시 33분, 황매산 만남의 광장이 있는 두심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 한 모퉁이에 고려말, 만은 홍재선생이 은거하던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두심마을 유래비가 서 있다.

연안이씨 묘동입구 안내석

두심마을 유래비


12시 36분, 도로를 건너, 울타리 없는 외딴집을 왼쪽으로 끼고, 밤나무단지로 이어지는 산판길을 따라 오르다, 12시 41분, 표지기가 달려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치고 올라 능선에 붙는다, 등산로는 철쭉과 잡목사이로 이어지고, 12시 59분, 480m봉에 오른다. 제법 큰 돌들이 드문드문 박힌 정상에는 벌목하고 버린 잔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표지기를 따라 산판길을 버리고, 왼쪽 과수원을 치고 오르고


480m봉을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이어 과수원 사이로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490m봉으로 향한다. 이윽고 과수원이 그치고, 가파른 잡목능선이 이어지며, 왼쪽으로 보이는 송정마을과 작은 암산이 아름답다. 1시 23분, 커다란 바위로 뒤덮인 490m봉 정상에 오른다. 북서쪽으로 상두실 마을과 황매산 능선이 보이고, 서쪽으로 모삼재 암봉이 조망된다. 남서쪽에 커다란 바위가 솟아있고, 그 왼쪽으로 산두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큰 바위 위에 대원 한 사람이 우뚝 서 있다.

490m봉 정상

송정마을과 암산

 

상두실 마을과 모삼재

삼두마을과 큰바위

큰 바위에 우뚝 선 대원


1시 26분, 큰 바위에 올라 잠시 주위를 조망하고, 바위에서 내려서서, 왼쪽(큰 바위 오르기 전의 진행방향에서는 오른쪽) 사면을 타고내리다가,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는 왼쪽 능선을 지나, 1시 40분, 1041 지방도로인 2차선 도로에 내려선다. 후미일행은 도로변 옹벽에 걸터앉아, 심산대장이 가져온 빵으로 간식을 즐기며, 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바위에서 내려다본 1041 지방도로와 가야할 능선


1시 45분, 도로를 건너, 묘목을 듬성듬성 식재한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잡목 숲으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길 없는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날씨가 잔뜩 흐려져 있더니, 희끗희끗 눈발이 가볍게 날린다. 철쭉단지를 헤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시 54분, 작은 봉우리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묘가 여러 개 모셔진 너른 공지가 나온다. 왼쪽 능선길이 마루금인가? 판단이 어렵다. 양쪽으로 척후대를 파견한다. 오른쪽 숲에서 아군(표지기) 발견 신호가 온다.

 

묘가 여러 기 모여 있는 너른 공터- 어디로 가나?

 

울창한 송림 숲을 지나, 2시에 만난 갈림길에서는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돌고, 2시 3분에는 산판길을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철쭉단지를 헤집고,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2시 14분, 46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시멘트 도로를 건너고, 왼쪽 산길로 들어섰다가, 절개지를 타고 내려, 2시 29분, 산두마을로 이어지는 2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내려선다. (시멘트도로를 왼쪽으로 타고 계속 내려와도, 도로에 내려선다.)

산두마을로 이어지는 2차선 아스팔트도로


도로를 건너, 왼쪽 절개지 위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능선에 오르고, 2시 46분, 474m봉을 거쳐, 2시 52분, 46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작은 봉우리를 넘고,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간벌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벼려져, 걸음을 방해한다. 이런 벌목지대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니, 뚜렷한 등산로가 왼쪽 봉우리를 우회한다.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길안내를 하는 표지기들


봉우리를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남쪽으로 이어지고, 왼쪽에 보이는 능선이 멀어지는 느낌이다. 즉시 등산로를 버리고, 길 없는 사면의 잡목을 뚫고, 능선에 오른다. 다행히 왼쪽으로 표지기가 보인다. 잠시 마루금을 벗어났던 모양이다. 3시 35분, 무덤 1기를 지나고, 3시 46분 다시 무덤을 만난 곳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3시 50분, 양쪽으로 샛길이 희미한 용천골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 후, 숲속의 외로운 무덤을 내려서니, 뚜렷한 등산로가 앞을 지나간다. 등산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4시에 비포장도로인 장중령에 이른다.

장중령에서 독도를 하는 심산대장


도로를 건너, 산판길을 따르다,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첫 번째 봉우리는 우회하고, 두 번째 봉을 지나, 4시 23분 세 번째 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니, 정면에 철마산이 막아선다. 4시 32분, 암봉인 철마산 정상 위에 선다. 준, 희의 하얀 표지판이 걸려있고, 북서 방향으로 황매산이 누런빛을 띠고 누워있다. 감기가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힘들게 참여한 김 여사가 이런 조망을 보고, "황매산에 철쭉이 폈네."라며 좋아한다.

철마산 정상

철마산에서 본 황매산


4시 39분, 억새가 우거진 철마산 동봉을 지나, 4시 42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4시 5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니, 참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가 뚜렷하다. 5시 11분 마당재에 내려서고, 5시 18분, 310m봉를 지나, 북쪽 방향으로 나침반을 맞추어 놓고, 거친 잡목 숲, 철쭉단지를 돌파한다.


5시 26분, 잡초가 무성한 안부로 내려서면서, 좌우로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공암리 고개로 이어지는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는 지나온 철마산이 뚜렷하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왼쪽 능선을 타고 올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잡목 숲을 헤치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을 따라 달린다.

공암리 고개로 오르는 고개가 보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철마산


5시 45분, 잡목 숲을 벗어나자, 시야가 트이며, 공암리 고개가 내려다보인다. 라이트를 켜고 도로를 따라 올라오던 승용차가 고개 위에서 멈추어 선다. 알바를 하여 하허동 쪽으로 하산했던 대원이 빌어 타고 오는 승용차가 우리들을 보고 멈추어 선 것이다. 승용차에 편승하여 고개를 내려서고, 5시 53분, 공암리 마을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에서 차를 돌려보낸다.

공암리 고개


포장도로를 따라 버스가 기다리는 마을로 내려선다. 도로포장을 한지 얼마돼지 않았는지, '공사 중' 차단막이 도로를 막고 있어 버스가 위쪽 마을까지는 올라오지 못하는 모양이다. 6시 20분경, 버스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강 위원장이 끓여준 떡국으로 요기를 한다. 식사 후 뒷정리를 마치고, 버스는 6시 56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류 회장이 다시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보며 빠른 길을 일러준다. 서울이 가까워지자, 강 위원장은 오늘 아침에 지각했던 일을 다시 사과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 한다. 버스는 10시 36분, 강동역에 도착한다.

 


(2007. 1. 18.)






at 05/10/2010 07:09 am comment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소중히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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