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읍을 지나며 본 경호강- 겨울가뭄 때문인지 수량이 적다.

2007년 1월 23일(화).

"화요맥"과 함께 진양기맥 10번째 구간을 산행 한다. 오늘 코스는 『공암리고개-금곡산-33번국도-한산재』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2.2Km이다. 백역리 쪽에서 고개에 접근하고, 한산재에서 대곡리로 하산한다.


버스가 경유지를 지나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버스에 고정멤버가 아닌 낮선 얼굴들이 보인다. 일견해도 고수의 풍모가 역연한 산노을 멤버 4인방, 그리고 KJSUN 님 등이 새로 참여하신 분들이다. KJSUN 님은 산악회의 안내를 받기보다는, 홀로 오지를 찾거나, 둥호인 몇몇 분들과 더불어 승용차를 이용하여 전국의 산을 답사하고, 후답자들을 위해 상세한 산행기를 남기시는 분이다. 영춘지맥과 계방지맥 종주 시, 이 양반의 산행기를 참조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해왔었는데, 이처럼 화요맥에서 첫 대면을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공암리고개(백역재)에의 접근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현지의 도로사정을 미리 조사한 주발대장은 지난번 하산했던 공암리 마을 대신, 그 반대쪽인 백역리 쪽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버스는 33번 국도를 타고 합천 쪽으로 향하다가, 지방도로로 바꾸어 타더니, 이어서 시멘트 도로를 따라 공암리고개로 향한다.


11시 50분, 급커브에서 길이 막힌 버스가 정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시멘트 도로를 걸어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답지 않게 따듯한 날씨에,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차창 밖으로 보았던 짙은 안개는 걷혔지만,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겨울하늘 아래의 풍광은 온통 회색빛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50) 산행시작-(12:10) 공암리고개-(12:32) 350m봉-(12:45) 373m봉-(13:07) 금곡산 -(13:41~13:51) 322봉/무덤가 간식-(14:19) 250m봉-(14:32) 33번 국도-(14:55) 220m봉-(15:37) 335m봉-(15:56) 368.2m봉-(16:32) 무덤이 있는 봉-(16:56) 한산재-(17:04) 한실마을』들머리 20분, 마루금 4시간 36분, 간식 10분, 날머리 8분, 총 5시간 1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인적이 없는 회색빛 시멘트 도로를 따라 고개 마루턱을 향한다. 약 20분 후, 공암리 고개에 오른 대원들은 오른쪽 절개지를 타고 올라 마루금으로 진입한다. 시멘트 도로를 걸어 오른 시간을 감안하여, 들머리를 약 1.2Km 정도로 추정하면, 지난 번 공암리 쪽으로 하산했던 날머리에 비해, 약 절반 정도의 거리가 단축된 셈이다.

고개 마루턱에서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다 뒤돌아 공암리 고개를 내려다본다. 하얀 시멘트도로가 공암리로 떨어지고, 멀리 악견산과 의룡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능선에 올라 12시 20분, 묘 1기를 지나고, 12시 32분, 35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뚜렷하고, 요소요소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절개지 오르다 뒤돌아 본 320도 방향의 조망


12시 40분 "T자"형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돌고, 12시 54분, 373m봉에 오른 후, 간벌하고 버린 잔가지들이 널려진 내리막을 지나 안부에 이른다. 이어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시 7분, 삼각점이 있는 금곡산(384.5m) 정상에 선다. 나뭇가지에 준,희 님의 하얀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정상에서 맑은 날에는 덕유산까지 조망된다고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흐려, 북서 방향의 악견산 정도가 보일 뿐이다.

373m봉을 내려서고

정상표지판


금곡산을 내려선다. 의외로 능선길이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방향을 알려주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오늘 구간은 400m에도 못 미치는낮은 산세에, 좌우로 마을들이 가깝고, 갈림길들이 많아, 내심 알바를 걱정했으나, 아직까지는 길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남쪽 지방의 높지 않은 산에는 눈 흔적도 없고, 겨울 가뭄에 바싹 마른 낙엽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뚜렷한 능선길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몇 개 넘고, 1시 41분, 322m봉을 지나, 류 회장, 심산대장과 함께 펑퍼짐한 너른 무덤가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이번 구간에는 유난히 무덤들이 많다. 산자(生者)와 망자(亡者)가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하는 아름다운 공간, 이 공간을 오늘 우리가 걷고 있는 것이다.

무덤가에서의 휴식

탈관한 무덤자리


휴식을 마치고, 묘역 끝, 왼쪽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벌목 지대를 지나며 길이 희미해진다. 40도 방향으로 나침반을 고정시키고, 애매한 곳에서는 그대로 북동방향으로 돌진한다. 작은 봉우리 서너 개를 넘고, 벌목지대를 지나는데, 오른쪽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2시 19분, 250m봉을 넘으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동남쪽으로 이어진다.

벌목지대의 표지기


2시 26분,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어지러운 안부에 이르자, 오른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직진하여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깎아지른 절개지 와 그 아래로 비교적 차량 통행이 빈번한 33번 국도가 내려다보인다. 아등재다.

33번 국도- 마주 보이는 절개지를 타고 오른 발자취가 뚜렷하다.


2시 32분, 공사장을 지나고, 도로를 건넌다. 가파른 절개지에 작은 골짜기가 보이고, 그 골짜기 좌우로 능선이 흘러내린다. 잠시 망설이다, 발자국이 많이 보이는 오른쪽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표지기가 보인다. 하산 후, 이 부분에서 "어느 곳이 정확한 마루금이냐?" 를 놓고 대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진다. 과연 맥꾼들이라 마루금에 몹시 민감하다.

 

왼쪽 능선의 고도가 다소 높은 것을 보면, 그 쪽이 고개 마루턱에 가까워, 왼쪽이 주능선이고, 오른쪽은 지능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오른쪽 절개지를 타고 올라도, 주능선과 바로 이어짐으로, 고개가 끊긴 상황에서, 많은 산꾼들은 본능적으로 주능선과 가까운 오른쪽 절개지를 타고 오른 모양이다. 그렇다고 마루금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가파른 절개지를 오르다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능선과 도로로 내려섰던 절개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2시 44분, 무덤 2기를 지나고, 밤나무 단지로 이어진 뚜렷한 길을 걸어, 너른 공지로 나온다. 이곳은 한여름에는 통과가 쉽지 않았을 듯싶다. 키를 넘는 넝쿨이 잡목을 타고 오른 채 말라있다.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직진하여, 2시 55분, 무덤이 있는 고도 22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절개지 오르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무성했던 넝쿨길을 지나는 대원들


봉우리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고,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철쭉군락지를 헤집고 다시 봉우리에 오른다. 준.희 님의 붉은 표지기가 걸려있다. 봉우리를 왼쪽으로 내려서서 벌목지대를 통과하고, 무덤을 지난다. 3시 37분, 335m봉에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한다.

준,희 님의 표지기


3시 56분,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368.2m봉을 지나, 다시 벌목지대를 통과하니, 너른 묘역이 나타난다. 여러 기의 묘가 모셔져 있고, 망부석도 보인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만지산(606.5m)이 보인다.

망부석이 있는 너른 묘역

묘역에서 본 만지산


동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4시 26분, 표지기의 안내를 받아, 직진하는 능선길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4시 32분,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선다. 140도 방향으로 시야가 트인다.

무덤 있는 봉에서 본 140도 방향의 조망


봉우리를 내려서서, 벌목지대를 지나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잡목 숲,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걸어, 4시 56분, 한산재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하산하라고 지시하는 산악회의 종이 표지판이 땅바닥에 놓여 있다. 산판길 같이 너른 길을 따라 내려선다, 주위 풍광이 아름답다. 5시경,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시멘트 도로에 이른다. 짙은 구름에 가린 태양이 불그스름하게 윤곽만 보인다.

벌목지대

한산재

대곡리 하산길

한실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와 동천 (冬天)

 

낮은 토담, 검은 슬레트 지붕,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 새마을 운동도 비켜 갔는지, 전형적인 옛 시골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정겨운 마을로 들어서서, 5시 4분경,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2007. 1.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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