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본 남쪽 조망 - 향로봉, 남대봉, 사명봉이 보인다.
2008년 10원 17일(금).
가고파 산우회를 따라 영춘지맥 7번째 구간인 치악산 비로봉 코스를 땜방 산행한다. 전치재에서 비로봉까지가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 산악회에서는 단속을 피해 무박산행을 강행한다. 오늘코스는『전치재(440m)-매화산(1084m)-수레너미재-천지봉(1087m)-배너미재-비로봉(1288m)-곧은치(860m)-1020m봉』까지 마루금을 걷고, 국형사로 하산한다.
밤눈이 어둡고, 체력도 약해 무박산행을 꺼려왔지만 휴식년제구간의 땜방 산행이라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꺼리는 일을 하다 보니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내려, 어두운 밤중에 롯데월드 앞 경유지를 찾느라 한동안 헤매다 보니, 약속시간 보다 약 10분 정도 늦어, 초장부터 민폐를 끼친다.
25인승 봉고차가 마지막 경유지를 통과하고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오늘 참여대원수는 모두 10명뿐이다. 가고파에서 함께 9정맥을 모두 마친 골수분자들이다. 모두들 선두를 다투는 준족들이라, 산행 전부터 하산 시간에 신경이 쓰인다.
"오지 말 걸 그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엇다. 차는 2시경, 전치재 직전, 도로변 공터에서 정차하고, 우리들은 잠시 눈을 붙이기로한다. 의자에 앉아 비몽사몽간을 헤매는데, 이 회장이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감시요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8시경에 비로봉에 도착하려면 슬슬 출발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에서 깬 대원들이 부산스럽게 산행준비를 한다. 이어 봉고차는 3시 27분, 우리들을 전치재에 내려준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27) 전치재 산행시작-(03:57) 원두막-(03:58~04;09) 알바-(04:26) 급경사 시작-(04:36) 철쭉지대-(04:48) 헬기장-(05:24~05:25) 매화산-(06:13) 헬기장-(06:15) 수레너미고개-(06:56) 966.8m봉-(07:26~07:36) 천지봉/간식-(07:38) 안부-(07:46~07:47) 전망바위-(07:54) 안부-(08:18) 1110m봉-(08:24) T자, 좌-(08:47) 1131m봉/능선분기, 우-(09:09) 1105m봉/능선분기, 우-(09:17) 산사태지역-(09:24) 배너미고개-(09:36) T자, 좌-(09:52) T자, 좌-(10:33~11:04) 비로봉/아침식사-(11:11) 산불감시초소-(11:17) 헬기장-(11:26) 치악산 경관 해설-(11:23) 입석사 갈림길-(12:32) 971.2m봉-(12;40) 헬기장-(12:50) 곧은치-(12;51) 헬기장-(13:15~13:20) 간식-(13:25) 1020m봉/국형사 갈림길』알바 11분, 식사 및 간식 46분을 포함한 마루금 산행시간은 총 9시간 58분이다, 하지만 국형사 갈림길을 찾느라고 향로봉과 곧은치 사이를 오르내리고, 도로를 버리고 능선길로 하산하느라, 약 1시간 30분이 더 걸렸으니 실제 산행시간은 약 11시간 30분 정도에 이른다.
* * * * *
차에서 내리니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해발고도 440m인 전치재에는 안개가 짙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데, 한밤의 인적에 놀란 인근 마을의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전재 정상임을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카메라에 담고, 대원들 뒤를 따라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짙은 안개에 안경에 물기까지 어리니, 발밑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빗방울마저 후둑후둑 떨어지는데, 앞서간 대원들의 불빛도 사라져버린다. "잘 못 왔구나." 하는 생각이 후딱 머리를 스친다.
전재 정상 교통표지판
농무
다행히 비는 곧 그치고, 길을 찾느라고 지체를 했는지 앞선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목장을 지난다, 쇠똥냄새가 나고, 목장 안의 시멘트도로가 하얗게 떠 있다. 3시 57분, 원두막을 지나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고도계를 보니, 610m다. 약 170m 정도의 고도를 죽였지만, 심한 오르막이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목장 경계 철사 줄과 울창한 숲
원두막
내리막길이 골짜기로 떨어지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물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앞섰던 대원들이 되내려오면서 알바이니, 원두막까지 되돌아가라고 소리친다. 다시 목장 철사 줄이 보이는 곳으로 되돌아와 자세히 주위를 살펴본다. 철사 줄 옆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처음에 선두가 이 길을 보지 못하고 오른쪽 뚜렷한 길로 빠진 덕에 약 11분 정도 알바를 한 것이다. 철사 줄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체력이 약하다보니, 나는 오르막길에서는 천천히 걷는다. 어느덧 앞선 대원들의 불빛이 시야에서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고도 약 730m지점의 목장 울타리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왼쪽 목장 안에 안경알 같이 허연 것이 공중에 떠 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커다란 황소의 몸집이 희미하게 보인다. 자다가 뜻밖의 방해꾼들을 만나 소가 잠이 깬 모양이다. 황소의 두 눈도 어둠 속에서는 빛을 발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4시 31분, 고도 약 750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며 목장을 뒤로 하고 철쭉능선으로 들어선다.
철쭉능선
4시 48분, 헬기장을 지난다.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드디어 매화산정상인가 하면, 또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처럼 서 너 차례나 속은 후에야 겨우 무덤이 있는 정상(1,084m)에 도착한다. 삼각점과 삼각점 안내판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2시간 만에 매화산에 오른 것이다. 이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매화산 삼각점
정상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어둠 속이라 조심스럽다. 커다란 바위들이 좌우에 우뚝한 것을 보면, 아마도 우회길인 모양이다. 6시 13분,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2분 후, 수레너미고개에 내려선다. 고도계를 보니, 750m다. 약 50분 동안, 긴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300m 이상의 고도를 까먹은 것이다.
수레너미고개
이제 사위가 밝아져 헤드랜턴을 끈다. 수레너미고개에서 천지봉(1087m)까지는 다시 300m가 넘는 고도차를 보이는 급 오름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함께 뒤 쳐졌던 대원 한 사람은 회복이 됐는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리지고 아름다운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이 회장이 저 앞에서 천천히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
경사가 급해지며 날등길이 이어지고, 철쭉단지를 지나, 6시 56분, 삼각점이 있는 966,8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제법 높게 솟은 해가 보인다. 7시 2분, 고도 약 100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천지봉을 바라보고 날등길을 걷다, 바위 위에 우뚝 선 고사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966.8m봉 삼각점
나뭇가지 사이로 본 해
고사목
7시 9분, 안부에 이른다.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숲이 불타는 것 같다.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7시 26분,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천지봉(1086.5m)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3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이다.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이쯤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비로봉에서 기다릴 감시요원을 의식한 이 회장은 속이 좋지 않다며 서둘러 정상을 내려선다.
안부
천지봉 정상
삼각점
약 10분 동안 정상에 혼자 남아, 정상주 두어 모금을 마시고, 과일과 빵으로 간단히 간식을 한 후,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이어 어둑한 안부를 지나 아름다운 숲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7시 45분, 전망바위에 서서 건너편의 비로봉과 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삼봉과 투구봉 능선을 보고, 지나온 천지봉을 돌아본다.
아름다운 숲길
전망바위에서 본 비로봉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산죽이 깔린 안부를 지나고, 이후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린다. 8시 18분, 고도 약 111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지나온 천지봉과, 가야할 봉우리와 그 뒤로 우뚝 솟은 비로봉을 본다. 8시 21분, 능선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보고, 커다란 고목이 서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 날등길을 걷는다.
산죽길 안부
뒤돌아 본 천지봉
가야할 봉우리와 그 뒤로 보이는 비로봉
능선 오른쪽에 거대한 암봉이 우뚝 솟아 있다, 날등길에 고목들이 뒤엉켜 있는 호젓한 길을 지나고, 바위지대에 이르러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들을 왼쪽, 오른쪽 우회하며 오르내린다. 8시 47분, 1131m 분기봉에 오른다. 작은 공터가 있는 봉우리에 직진 길과 오른쪽 내리막길이 뚜렷하다. 반갑게도 마루금인 오른쪽 내리막에 천지봉 님의 표지기가 보인다. 뚜렷한 직진 길은 강림으로 떨어지는 능선이다.
고목들이 뒤엉킨 날등길
바위지대, 오른쪽 우회
1131m 능선 분기봉
이제는 비로봉이 10시 방향으로 보인다. 비로봉에 이르기 위해 1,000m가 넘는 웅장한 능선이 남으로 남으로 달리다. 비로소 서남쪽으로 방향을 확 뜬 것이다.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다시 넘고, 9시 9분, 1105m 능선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거대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 후, 커다란 돌들이 굴러 내리고, 고목이 밑동에서부터 꺾여 진 것이, 마치 산사태를 만난 것 같은 지역을 통과한다.
능선분기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
산사태 지역인가?
등산로가 날등길로 이어지더니, 9시 19분,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으로 떨어지고, 5분 후, 좌우길이 뚜렷이 보이는 넓은 안부에 내려선다. 배너미고개다. 오른쪽은 세림폭포, 왼쪽은 가마골로 이어지는 길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다시 봉우리 위에 선다. 비로봉이 눈앞에 깎아지른 것처럼 버티고 서있는데 능선은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이어 마루금은 잇따른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며 비로봉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배너미고개
비로봉 오름길 초입에 썩은 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고 있어, 두 개의 거대한 뿌리 사이로 허리를 굽혀 통과하고,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 후, 10시 20분 경,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른다. 바로 코앞이 정상인 지점에 이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대원들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방금 전에 떠났다고 한다. 정상에 감시요원이 있으면, 전화를 해 주기로 했으니,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자고 한다.
비로봉 오름길의 썩은 나무
조금 있으니, 과연 전화가 온다. 하지만, 대화도 하기 전에 전화가 끊겼다고 한다. 궁금해서 이쪽에서 전화를 해 보지만, 불통이다. 이 회장은 전화가 걸려온 것을 보면, 감시원이 있다는 소리이니, 등산로를 버리고, 왼쪽 사면을 타고, 우회하다 정상에 오르자고 한다. 길도 없는 사면을 가로 지른다. 고산지대라 잡목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20~30m를 진행한 후, 정상으로 향하고, 10시 33분,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정상에 올라 보니, 벌써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감시원들이 매복해 있을 분위기가 아니다. 공연히 지레 겁을 먹고 초장부터 어려운 산행을 한 것이다. 돌탑 아래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이 회장과 정상주를 마신 후, 비로소 아침상을 펼쳐 놓고, 함께 허기를 달랜다. 저 아래 헬기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대원들이 보인다.
중앙 돌탑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동쪽으로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북쪽으로는 삼봉,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다운데, 남서방향으로는 향로봉, 남대봉, 사명봉의 흐름이 웅장하다. 서쪽 돌탑으로 이동한다. 치악산 경관 해설판이 보이고, 가야할 능선이 뚜렷하다.
100도 방향의 지나온 능선
상봉, 토끼봉 능선
향로봉, 남대봉, 그 뒤로 사명봉
치악산 경관 해설판,
11시 4분, 하산을 시작한다. 국형사까지는 3시간이면 충분하니, 2시면 산행을 종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결 여유가 생긴다. 계단길을 내려서서 이정표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안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구룡사 방향이다. 11시 17분, 헬기장에 이르러 비로봉을 뒤돌아본다.
구룡사 갈림길 안부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비로봉
널찍한 치악산 메인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11시 27분, 치악산 경관 해설판을 지난다. 원주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스 때문인지 조망이 흐리다. 11시 34분,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도가 있는 입석사 갈림길을 지나, 산죽 길을 걷고, 아름다운 단풍 숲을 지난다.
입석사 갈림길 이정표
단풍길
12시 32분, 삼각점이 있는 971.2m봉에 올라 비로봉을 뒤돌아보고, 8분 후, 너른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과 향로봉을 바라본다. 원주 시가지는 역시 가스에 가려 뿌옇게만 보인다. 12시 50분, 곧은치를 지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2시까지는 하산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마음이 가볍다.
971.2m봉 삼각점
뒤 돌아 본 비로봉
헬기장에서 본 지나온 능선
곧은치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약 10분 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후, 1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1020m 봉을 지난다. 지난번 국형사로 내려설 때 이정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오르막길을 내쳐 오르다 보니, 1시 31분, 향로봉에 이른다.
국형사 갈림봉
당황하여 올라 왔던 길을 되 집어 달려 내린다. 5분 후, 다시 1020m 분기봉을 지나 곧은치로 내려선다. 국형사 갈림길 이정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곧은치 가까이 내려서서야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국형사 갈림길을 물으니, 다시 올라가서, 102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알려준다. 귀신에 홀린 느낌이다. 허겁지겁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데 이 회장이 마주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1020m봉에서 뒤따라오기를 기다리다, 나타나지를 않자, 곧은치를 두 서너 차례 오르내리며 찾아나 섰다고 한다.
이 회장을 만나고
이 회장은 치악산을 40회 이상 다녔다고 한다. 샛길로 국형사 길림길로 향한다. 2시 4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보았던 이정표를 1020m봉 주위에서 찾았으니, 헤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 회장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길을 잃고, 무리하게 걸은 탓인지 왼쪽 다리에 쥐가 나, 움직이기가 어렵다. 서두러 배낭에서 아스피린을 꺼내 2알을 씹어삼키고 나무에 기대선다.
국형사 갈림길 이정표
2~3분 지나니 쥐가 풀린다. 국형사 갈림길을 찾느라고 당황해서 오르내리는 동안 오버 페이스를 한 모양이다. 맥이 빠지고 힘이 하나도 없다. 2시 32분, 전망바위에서 보문사를 내려다본다. 도로를 따라 걷는 것 보다 능선길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시간은 훨씬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이정표가 있는 국형사 갈림길에서 보문사를 지나 도로를 따라내려, 국형사에 이르는데, 약 40분 정도가 걸렸으니, 지금 쯤이면 다 내려왔을 시간인데, 능선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기분이다. 3시가 다 되어 봉고차가 기다리는 국형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보문사
차에 오르니, 월남전 참여를 위해 특수 훈련을 받았다는 건장한 대원이 "갑시다." 라고 크게 소리친다. 기다리느라고 많이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차는 바로 출발하여 지난번에 들렀던 원주 복 추어탕 집으로 향한다. 추어탕 집 화장실을 빌어 간단히 세수를 하고 젖은 상의를 갈아입는다.
식당에 모인 일행은 기사양반과 이 회장을 포함하여 모두 12명이다. 막걸리, 맥주, 소주를 두루 섞어 술 11병을 주문하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식대를 정리한다. 시작할 때는 좋다고 시작했다가, 치를 떨고 하산한다는 치악산을, 하기 싫은 무박으로 도전했다, 그야 말로 치를 떨며 하산을 한 것이다.
(200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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