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날이자, 5번째 토요일인 3월 31일, H산악회에서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하여, 첫 산행으로 태화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서둘러 회비를 송금한다. 영춘지맥의 첫 구간은 뺌방을 해야 하는 구간인데다, 5번째 토요일은 정맥산행이 없어 비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산악회에서 이 영춘지맥을 당일코스로 가이드 한다는 안내를 보고, 따라나설 생각을 했으나, 첫 산행일인 2006년 2월 14일(화)에는 전국적으로,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한다. 눈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험한 산길을 7시간 정도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목요일(3월 29일) 현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H산악회에서 토요일에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한다는 정보를 준 장본인이다. 토요일 영월지역의 일기예보를 알아보니, 10~30밀리의 비에, 천둥번개, 그리고 돌풍이 예상되며, 때때로 우박이 내리겠다는 예보라, 자신은 산행을 포기하겠다는 전화다.
금요일 저녁, 산악회에 전화를 하여, 계획대로 산행 하는지 여부를 확인해본다. 우천불문 강행한다는 대답이다. 300억인가, 400억인가 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기상청에 숙련되고 경험 있는 요원들이 부족하여, 최근의 일기예보가 잇달아 뒷북만 치고, 결국 기상청장이 대 국민 사과까지 하더니, 이번 일기예보는 제대로 맞는 모양이다.
집안에서 기르는 10살쯤 되는 늙은 강아지, "짱아"가 손등을 핥는 바람에 잠이 깬다. 천둥 번개에 겁을 먹고, 자는 사람을 깨운 것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으니, 한 시간도 채 못잔 셈이다. 옆에 눕히고, 다독거려줘도 안정을 못 찾고, 헉헉대고 불안해한다. 할 수 없이, 거실로 나와 고전음악 방송을 틀어주자, 음악소리에 비로소 "짱아"가 안정을 찾는 모양이다. 방석 위에서 코를 박고 웅크리고 잔다. 나도 소파에 누워 음악을 듣다 잠이 든다.
다시 손등을 핥는 서슬에 잠이 깬다. 새벽 3시 경이다. 요란한 천둥소리가 가까이 들리자, "짱아"가 다시 불안해 진 모양이다. 겨우 안정을 시켜주고, 다시 잠에 빠져들지만, 5시 경, 이 녀석이 또 다시 깨운다. 5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니, 이제 더 자기는 글렀다. 조망이 좋다고 하는 태화산은 비오는 날만으로는 모자란 모양이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오늘 같은 날에나 내게 접근을 허용하는 걸 보면 무척 도도한 산인 모양이다.
이렇게 힘들게 시도한 땜방 산행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한 땜방을 하지 못하여, 재 시도를 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선두대장이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오늘은 산악회 대표인 등반대장이 선두에 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전 코스답사는 고사하고, 공부도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다. 태화산에서의 어려운 하산 길에 알바를 하더니, 급기야 하산 지점인 봉불사 입구를 약 2Km를 남기고, 일행을 엉뚱하게 마루금 왼쪽 조전1리 마을 안으로 유도하여, 약 2Km 정도의 마루금을 잘라먹어 버린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잘라먹은 2Km를 어떻게 메꿀까? 고약하다.
우중 임에도 26명의 대원들이 참여한다. 출정일 치고는 적은 편이고, 한 세 구간 쯤 지나고 나서야 윤곽이 들어나는 고정멤버들 수보다는 많은 편이다. 산행을 시작에서 태화산에 오를 때까지는 줄 곳 비가 내렸지만 빗발이 점차 가늘어지더니, 3시가 가까워지자 비가 멎는다. 날씨는 싸늘한 편이지만, 천둥, 번개, 심한 바람이나 돌풍도 없고, 우박도 쏟아지지 않아, 비에 젖어 등산로가 미끄러운 점, 비구름으로,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산세를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알바를 한 점 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날씨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없었던 산행이다.
26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빗속을 달려, 제천, 영월을 거쳐, 88번 도로로 들어서고, 이윽고 각동교를 건너, 595번 지방도로를 왼쪽으로 내려서더니, 10시 20분, 각동리 버스 정류장 건너편 도로 변에 대원들을 내려준다. 비가 오는데도 산악회는 영춘지맥 종주 출정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시도 하지만,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변이라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해 포기 하고,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2) 각동리 도착 산행시작-(10:24) 마을 시멘트 도로 진입-(10:27) 도로 사거리, 직진 -(10:28) 왼쪽 숲으로-(10:35) 너른 초지-(10:40) 밭을 지나 숲으로-(10:46) 능선진입-(10:59) 이장한 무덤 터-(11:04) 묘1기-(11:25) 묘1기-(11:28) 620.8m봉-(11:33) 안부 삼거리, 직진-(11:52) 711m봉-(12:18) 911m봉-(12:28) '등산로' 안내판-(12:32) 헬기장-(12:33~12:44) 중식-(13:05) 이정표<등산로1, 태화산> 있는 갈림길-(13:18) 큰골 갈림길, 직진-(13:32) 태화산 정상-(13:34) 이정표<태화산 정상 2.5Km>-(13:44) 1031m봉 우측 우회-(13:50) '태화산등산로' 표지판-(13:52) 능선-(14)02) 삼거리, 직진-(14:11) 안부사거리, 직진-(14:15~14:25) 후미대장기다리며 휴식-(14:39) 임도-(14:50) 이정표<흥교 0.84Km>-(15:20) 흥교마을-(15:43) 송전탑-(15:54) 606.8m봉-(16;10) 안부갈림길, 직진-(16:29) T자 갈림, 좌-(16:45) 두 번째 바위지대-(16:54~16:56) 국지산 정상-(17:12) 헬기장-(17:15) 삼거리/탈출-(17:53) 23번 국도-(18:05) 봉불사 입구』
* * * * *
각동리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어느 길을 통해, 마루금 능선에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를 정확히 말하기는 무척 어렵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형도에 마루금을 정확히 그린 후, 나침반을 그 방향으로 고정시켜 놓고 밭이 됐건, 시멘트 도로가 됐건 관계없이 무작정,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밭이나 시멘트 도로에서는 마루금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악회의 안내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인근 주민에게 태화산가는 길을 물어 마루금에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버스에서 내려, 남한강 사진을 한 장 찍고, 대원들을 따라, 각동교 쪽으로 이동한다. 2분 후 왼쪽 시멘트 도로를 올라, 마을로 들어선다. 입구 오른쪽에 '농업인 건강관리센터'라는 작은 녹색 간판이 걸린 벽돌집이 보인다.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지적한 '황토 슈퍼'나 '정원이 아름다운 집'은 구경도 못한다. 선답자들이 지난 길과는 다른 길로 마을에 들어선 모양이다. 그럴 것이, 큰 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길이 어디 한길뿐이겠는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찍은 남한강 사진
하차한 지점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
왼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마을로 진입한다.
10시 27분,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고 시멘트 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직진한다. 1분 후,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임도로 들어서서, 조림지를 거쳐, 오른쪽으로 납골당을 지난다. 이어 임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밭가를 따라 진행한다. 이윽고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왼쪽 잡목 숲으로 이어더니, 10시 35분, 사방이 트인 너른 초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면에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조림지로
잡목 숲을 벋어나 왼쪽으로 보이는 풍광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능선
너른 초지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서, 묘 두어 개를 지나고 나니 숲이 끝나며, 전면에 다시 밭이 펼쳐진다. 10시 40분, 발이 푹푹 빠지는 밭을 가로 질러, 눈앞의 숲으로 들어선다. 갈림길에 직진하라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화살표를 따라 진행하여 시멘트 도로를 걷다가, 임도를 거쳐, 10시 46분, 표지기를 보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비로소 확실한 마루금 능선에 진입한 것이다. 이제까지 다소 장황하게 능선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지만, 우리들이 지나온 길이 반드시 마루금이라고 주장할 자신은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밭을지나 숲으로 향하고
숲을 지나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는다
표지기가 걸린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는 대원들
10시 47분, 무덤을 지나고,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조용한 숲길이다. 모자 위,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10시 59분, 이장한 흔적이 보이는 무덤 터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도 350m 정
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엉성하게 배낭을 멘 대원의 뒷모습- 4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1시 4분,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1기를 지나고 나서부터, 경사가 급해지고 바위가 나타난다. 비에 젖은 가파른 등산로가 무척 미끄럽다. 11시 25분, 돌과 나무그루터기 사이로 안개에 쌓인 무덤이 보이고, 등산로는 앞에 보는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다, 급격히 왼쪽으로 꺾여, 정상으로 이어진다. 11시 28분, 진달래가 곱게 핀 620.8m봉에 오른다. 삼각점<예미 441, 2004 재설>이 보인다. 비구름에 가려 조망은 제로다.
안개 속의 무덤
620.8m봉
봉우리를 직진하여 내려선다. 11시 33분, 안부 삼거리에서 다시 직진하여 산수유가 곱게 핀 바위지대를 지나고, 11시 52분, 711m봉에 오른다. 빗속에 죽천부부의 표지기가 무겁게 걸려있다. 반갑다.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사면 길을 지나, 12시 18분, 911m봉에 오른다. 12시 28분, '등산로'란 글자와 화살표만 그려진 표지판을 지나고, 12시 32분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911m봉의 죽천부부 표지기
헬기장
헬기장을 지나, 등산로 변, 커다란 나무 아래에 배낭을 벗어 놓고, 선채로 집 사람이 마련 해준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제 빗방울이 많이 가늘어 졌지만 아직 비가 그친 건 아니다. 움직임을 멈추니 젖은 몸이 춥게 느껴진다. 어한주로 칵테일을 두어 잔 마시고,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12시 44분, 좁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다시 천천히 걷는다.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등산로는 바위지대에 이르러,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봉우리 두개를 넘는다. 1시 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좁은 능선길을 오르면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1시 8분 암봉을 지나고, 봉우리 두어 개를 넘어, 1시 18분, 큰골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이후 바위지대를 우회한 후, 밧줄이 늘어진 암벽을 타고 올라, 태화산 정상을 향한다.
이정표
밧줄 걸린 암벽 지나 능선으로
1시 32분, 태화산 정상(1027m)에 오른다. 단양군과 영월군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 사이에 삼각점이 보인다. 대원 몇 사람이 버너를 피워 놓고, 점심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조망을 즐길 수 없어, 지체하지 않고 하산한다.
태화산 정상
삼각점
1시 34분, 이정표<태화산성 2.5Km, 큰골 2.8Km, 달곳 3.0Km>를 지나고, 봉우리를 넘어 다시 이정표<정상까지 10분>가 있는 갈림길에서 1031m봉으로 오르는 직진 길을 버리고, 1시 44분, 우측 우회로로 진입한다. 비교적 긴 우회로다, 1시 50분, '태화산 등산로'라는 표지판을 지나, 1시 52분, 다시 능선으로 올라선다. 전면에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너른 사면이 펼쳐진다.
이정표
능선에 올라 바라본 전면의 사면
선답자들이 길이 없는 너른 사면이기 때문에 나침반에 방향을 맞추어 놓고, 그 방향을 따라 진행했다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솔잎이 노랗게 떨어진 송림사이로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길을 안내한다. 2시 2분,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마을이 가까운 모양이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자욱해 주위 지형을 확인할 수 없으나,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지고,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보인다. 2시 11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왼쪽 계곡 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 있고, 서쪽인 직진 방향에도 표지기가 보인다.
표지기가 길을 인도한다.
직진하여 진행한다. 길이 점차 희미해지고, 한동안 리본이 보이질 않는다. 앞서 가던 대원이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되돌아온다. 나침반을 꺼내 보니, 길 없는 능선이지만 방향은 정확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없으니 어쩌랴? 잠시 머물러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기로한다.
여자대원 한 사람이 사과를 꺼내 나누어 준다. 7~8분 쯤 지난 후, 후미는 나타나지 않고, 한참 앞서 갔으리라고 생각한 대원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안부 사거리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섰더니, 개울이 나타나기에, 사거리로 되돌아와 직진해 내려오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능선이 틀림없겠는 결론을 내리고, 2시 25분 경, 네 사람은 다시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널려있어 길이 보이지 않지만 능선을 벗어나지 않고 조심조심 내려서니, 저 아래 임도가 보인다. 2시 39분, 임도에 내려선다.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임도라고 하지만, 폭이 넓은 길은 노면이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고, 검은 자갈이 깔려 있어, 당장이라도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해도 좋을 정도다.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도로를 오른쪽으로 따라올라, 흥교로 향한다. 2시 50분, 반갑게도 도로변에 이정표가 서있다. <사지원리, 흥교 0.84Km, 태화산 2.8Km, 상리 7.7Km>
이정표가 가리키는 태화산 방향으로 부드러운 능선이 흘러내리고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표지기가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일반 등산로인 모양이다. 어찌됐건, 이제 현재의 위치는 확실해 졌다. 안심하고, 840m 떨어져 있는 홍교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3시 9분, 도로 차단기를 넘고, 왼쪽에 보이는 도로공사 안내비를 카메라에 담는다. 조금 더 내려서니, 양쪽으로 시멘트 도로가 분기된다. 오른쪽 길을 택해 마을로 향한다.
안개가 자욱한 임도- 벤치도 보인다.
이정표
도로공사 안내비
3시 20분 경, 마을에 들어서니,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후미일행은 사거리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서서 앞서 갔다고 한다. 후미대장과 함께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리다, 아스팔트 도로에 올라서고, 이어 임도를 거쳐, 3시 39분, 능선으로 들어선다.
영흥분교자리
왼쪽 임도로
3시 43분, 송전탑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3시 54분, 606.8m봉에 이른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세 개를 지나, 4시 10분, 안부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봉우리를 다시 하나 넘어, 능선 갈림길에 이르니, 오른쪽에 표지기가 보인다. 좁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제 비는 완전히 멎고, 비구름이 산록을 타고 오르며, 산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606.8m봉
왼쪽으로 보이는 국지산
4시 29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등산로는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는 날등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절벽이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니, 철탑을 철거한 흔적이 뚜렷하다. 가벼운 오르내림이 반복한 후, 첫 번째 바위지대를 지나고, 4시 45분 길게 밧줄이 이어져 있는 두 번째 바위지대를 오르며, 비구름이 걷힌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다.
두 번째 바위지대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4시 54분, 세 번째 바위지대를 지나 산마루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국지산 정상(625.6m)이다. <영월 809, 2004 재설> 오른쪽으로 계족산이라고 짐작되는 산이 높게 보이고, '등산로' 표지판의 화살표가 그쪽 방향을 가리치고 있다. 지맥 마루금은 반대편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능선이다. 밧줄이 걸려 있다.
세 번째 바위지대를 오르는 대원들
국지산 정상
국지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본 조망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다시 봉우리 두 개를 넘고, 가파른 길을 달려내려, 5시 12분, 헬기장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니 국지산이 선명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5시 15분, 삼거리에 이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날머리인 봉불사 입구로 가려면 직진을해야하는데, 등반대장이 삼거리에서 지키고 서서, 대원들을 왼쪽 마을로 탈출시키고 있지 않은가?
뒤돌아 본 국지산
탈출명령
혼자라도 직진하여 마루금을 계속 탈 것도 생각해보지만, 계속 진행하여, 봉불사 입구에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한 시간 이상은 더 걸릴 터인데, 이미 하산 시간이라고 정한 5시가 지난 시점이라 용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할 수없이 일행들과 함께 조전 1리 마을로 탈출을 하여, 시멘트 길을 따라 5시 53분, 23번 국도에 내려선다.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보이지 않고,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추위에 떨며,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 등반대장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버스를 기다리라는 연락만 있었다고 한다.
가야할 곳은 오른쪽 능선인데 마을로 내려선다.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
지도를 보면, 봉불사 입구는 도로를 따라 북서방향으로 한동안 올라가야 할 듯싶다. 몸에 땀이 식으면서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감기라도 걸릴까 겁이 나 도로를 오르내리며 몸을 움직인다. 6시가 다되어 봉불사 입구 쪽에서 버스가 내려오더니, 우리들을 태우고, 다시 봉불사 입구로 향한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등반대장은 길가에서 배식준비(配食準備)를 하고 있다.
봉불사 입간판 건너편의 옳바른 하산 지점
그렇지 않아도, 삼태산 구간은 쉽지 않은데, 다음 번 구간 산행에 참여할 대원들이 걱정스럽다.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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