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7일(화).
J 산악회를 따라 『흘림골-등선대-등선폭포-주전골-용소폭포-오색약수』에 이르는 약 7.2Km의 트래킹 코스를 다녀왔다. J 산악회에서만 1호차, 2호차를 동원하는 성황(盛況)이다. 흘림골, 주전골 단풍은 우리나라 제일이고 등선대에서 보는 설악 주능선과 7형제봉, 그리고 점봉산과 만물상 등 조망이 일품인데 단풍철을 맞았으니 평일인데도 인파가 넘친다.
7형제봉과 그 뒤 서북능선의 안산과 귀떼기청봉
만물상
여심(女深)폭포에서 흘린 물이 흘러드는 계곡이라고 해서 흘림골이라 했다던가? 다소 외설스런 이름의 이 흘림골은 주목 도벌사건으로 20년간 출입이 통제되다, 2005년 9월에 겨우 개방이 되었지만, 2006년 7월, 한계령 주변에 시간당 122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내려 흘림골이 심하게 훼손된다.
흘림골 수해의 상흔 옆을 지나고
오색 주민들은 오색약수 분출량이 거의 정지된 상태에서 금강산으로 관심들이 쏠리며 관광객 숫자가 크게 줄어들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흘림골-등선대 코스를 개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고 한다. 결국 이 요구가 관철되어 아직도 수해의 상흔이 뚜렷한 흘림골을 따라 나무계단길이 완성된다.
나무 계단길
이제 단풍철을 맞아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등선대 오르는 길은 인파로 막히고, 바닥이 들어난 맨땅에서는 흙먼지가 심하게 인다. 그 뿐인가? 심한 가을가뭄으로 여심폭포, 등선폭포에서는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으니, 당분간은 흘림골이 좀 더 휴식을 취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낙엽이 쌓인 주전폭포
버스가 인제, 원통을 지나 설악산 경내로 들어서자,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록(山麓) 위로 힘차게 하늘로 치솟은 기암들이 벌써 설악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버스가 한계령을 넘어선다. 2007년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내린 폭우로 한계령길이 14Km나 유실되고, 그 뒤 잇따른 수해로 17개월 만에 비로소 복원된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내린다.
설악 암봉
개념도
버스는 11시 정각, 흘림골 입구에 도착한다. 새롭게 마련된 재해공원(災害公園)에는 '한계령 수해복구를 마치며' 라는 돌 안내판을 세워, 극심했던 수해상황과 어려웠던 복구 작업내용을 알리고 있다. 흘림골 입구는 관광버스, 승용차를 타고 온 등산객들로 붐빈다. 이윽고 산행준비를 마치고 옛 매표소, 지금은 '공원 지킴터'라고 이름을 바꾼 통나무 집 옆, 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흘림골 재해공원
몰려든 버스와 차량
등산로 입구
수해의 상처가 그대로 남은 계곡을 끼고 나무 계단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위로 등산객들이 가득하다. 계곡 건너로 우람한 암봉이 시선을 끈다. 암봉 꼭대기의 바위형상을 놓고, 등산객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11시 28분, 등선대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수마가 지나간 자리
수재의 상흔
수재의 상흔 너머로 아름다운 암봉
바위의 형상은?
이정표
계곡은 왼쪽으로 굽고, 등산로는 단풍 속으로 이어진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뒤쪽으로 7형제봉의 암봉들이, 그 뒤로 귀떼기청봉 등 설악의 서북능선이 펼쳐진다.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진 조망이다.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깔딱고개를 오르나보다. 11시 54분, 이정표가 있는 등선대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에 여심폭포 0.3Km라고 적혀 있다. 설악 주능선과 7형제봉에 정신을 빼앗기다보니, 여심폭포를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아쉽다.
단풍 속으로
7형제봉들
뒤로 설악 주능선
7형제봉과 그 뒤로 귀떼기청봉
이정표
갈림길의 인파
우뚝 솟은 등선대를 오른다. 교행(交行)이 불가능한 좁은 길이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올라가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내려온다. 바위가 아닌 맨땅에서는 흙먼지가 풀풀 인다. 가파른 암벽에 계단길을, 그리고 봉우리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든 솜씨가 대단하다. 전망대에 '설악산 국립공원 안내판'이 조망을 돕는다. 서북능선, 끝청,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계령, 7형제봉이 발아래 있다. 방향을 돌려 남쪽으로는 점봉산이 중후하고,만물상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과연 설악산이다.
안산, 귀떼기청봉,
한계령, 7형제봉
끝청, 대청
등선대 꼭대기 암봉
망대암산과 점봉산
가까이 본 만물상
오색방향의 조망
등선대 옆 기암
12시 21분, 갈림길로 내려와서 건너편 바위에 앉아, 등선대를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심폭포를 모르고 지나친 것이 마음에 걸린다. 3시까지 하산하라고 했으니 남은 시간은 널널한데, 여심폭포까지 다시 다녀온다 해도 왕복 600m 이니, 20분 정도면 충분하겠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8분 만에 여심폭포에 이르고, 다시 깔딱고개를 올라, 12시 58분, 등선대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물 없는 여심폭포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역시 곳곳에 계단길이 이어진다. 만물상을 가까이 보며 내려서는 기분이 그만이다. 한눈에 보아도 불륜이 분명한 남녀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힘들게 내려선다. 여자는 평상복에 굽 높은 신을 신고있다. 여자 등산객들의 속삭이는 비난 소리가 드높다. 물 없는 계곡에는 여기저기에 모여 앉아 점심을 즐기는 인파로 가득하다. 오랜 가뭄으로 등선폭포에는 물 대신 낙엽이 쌓여있다.
기암 1
기암 2
기암 3
마른 계곡의 인파
낙엽 쌓인 등선폭포
1시 31분, 약수터 입구 4,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계곡에서 보는 단풍과 기암이 절경이다. 과연 한국 제일(第一)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1시 35분, 역시 낙엽이 쌓인 주전폭포를 지나며 주전골로 들어선다. 1시 47분, 전망대가 있는 제 2 깔딱고개에 올라 정면의 암봉을 바라보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너른 암반에 옥 같은 물이 흐르는 12폭포에 이른다.
단풍과 기암
단풍계곡
암봉, 계곡 그리고 단풍
제 2 깔딱고개 전망대에서 본 암봉
12 폭포 이정표
12 폭포
구름다리를 건너고 다시 물 없는 폭포를 지난다. 골짜기를 내려올수록 가까이 보이는 단풍이 더욱 더 곱다. 2시 18분, 용소폭포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용소폭포로 향한다. 암반 위로 흘러내리는 물이 옥 같이 맑고, 용소폭포로 이어지는 길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사뭇 호젓하다. "옛날에 이 소에 이무기 두 마리가 살았는데, 암놈 이무기는 용으로 승천하기에 실패하여 폭포와 바위가 됐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서있는 용소폭포를 구경한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물 없는 폭포
단풍 1
단풍 2
이정표
용소폭 1
용소폭 2
2시 24분,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등산안내도를 훑어보고, 이어 금강문을 통과한다. 계곡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선 암봉들이 압권인데, 선녀탕 맑은 물가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2시 46분, 성국사에 들러, 경내를 둘러보고, 계곡으로 내려가, 맑은 물에 세수를 하며 땀을 들인다. 이어 2시 59분, 주전골 입구에 이르러 산행을 마친다.
금강문
성국사 금불상
3층석탑
주전골 입구
화장실에 들러,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고, 바로 옆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향한다. 주차장은 대형버스와 등산객들로 시장바닥이다. 산악회에서 버스 옆 좁은 공간에 뒤풀이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선채로 간단히 식사를 한다.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4시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8.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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