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의 사계- 적어도 네 번은 와야 한다네요.


2008년 6월21일(토).

뫼솔 산악회의 안내로 낙동정맥 21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운문령(630m/4.7Km)-가지산(1240m/2.7Km)-석남터널(750m/3.1Km)-능동산(983m/1.1Km)-배내고개(700m)』로 도상거리는 약 11.6Km,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장마철이라 산행지역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다, 비교적 짧은 구간인데도 느닷없이 출발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는 통보를 받고 언짢은 기분에 '에라, 빠져버릴까?' 하는 유혹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 마무리도 중요하지....' 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새벽 5시 40분, 대문을 나선다

 

잔뜩 흐리기는 했어도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지 않더니,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괴산 휴게소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이어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것을 보면 우중산행은 피할 수 없겠다.


결국 산행을 시작해서 2시간 정도는 꼬박 비를 맞는다. 하지만 그 이후, 비는 오락가락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걸을 때는 산새 소리가 들린다. 능동산을 잠시 들렸다 하산을 한다. 비는 완전히 멎고, 사위가 밝아지며 비구름이 능선을 타고 서서히 오르고 있다.


생각보다 비는 덜 맞았지만, 가지산 암릉구간에서 즐길 수 있는 빼어난 조망은 짙게 드리운 비구름이 몽땅 삼켜버렸다. 오늘은 모처럼 짙은 운무 속을 거닌 것에 만족하고, 가지산의 아름다움을 보기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 몇 차례 다시 찾아와야 하겠다. 도립공원이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갈림길이 많아 무심히 걷다보면 알바를 할 위험이 큰 곳이기도 하다.


28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빗속을 남하한다. 버스는 지난번과는 달리 건천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20번 국도를 달리다, 산내에서 921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지난번처럼 언양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다, 24번 국도로 진입하는 것이 빠른 길인데, 왜 시간이 걸리는 지방도로를 타는지 이해가 안 된다.


921번 지방도를 타고 내리던 버스가, 와항에서 잠시 정차를 하고 대원 두 사람을 내려준다. 아마도 땜방 산행을 하는 대원들인 모양이다. 둔한 머리에 비로소 감이 잡힌다. 언양까지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건천에서 20번 국도로 내린 까닭을, 그리고 출발 시간이 30분 앞 당겨진 사연을....버스는 11시32분, 운무가 자욱한 비 내리는 운문령에 도착한다. 지난번 보다 13분이 빠른 시각이다.

운문령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2) 운문령/ 산행시작-(11:34) 임도-(11:37) 왼쪽 산길-(11:38) 헬기장-(11:44) 임도/왼쪽 산길-(11:47) 산불초소-(11:48) 헬기장-(11:49) 석남사 삼거리-(11:58) 이정표/석남사 갈림-(12:03) 임도/이정표/상운산 갈림-(12:09) 능선 왼쪽우회-(12:27) 귀바위 정상-(12:33) 전망바위-(12:36) 상운산 정상-(12:38) 이정표/쌀바위 갈림-(12:43) 갈림길, 우-(12:46) 임도/헬기장/이정표-(12:59~13:17) 매점/중식-(13:19) 쌀바위-(13:31) 헬기장-(13:54~13:58) 가지산 정상-(14:08) 갈림길, 우-(14:09) 이정표/제일농원 갈림-(14:18) 1168.8m봉-(14:19) 갈림길, 좌-(14;34) 나무계단길 시작-(14:42) 안부-(14:48) 매점-(14:56) 이정표<석남터널 1.3K>-(15:01) 석남고개-(15:08) 갈림길, 좌-(15:42) 노송-(15:43) 813.2m봉-(16:09) 능동산 삼거리-(16:12~16:13) 능동산 정상-(16:16) 능동산 삼거리-(16:17) 헬기장-(16:23) 초지 안부-(16:35) 배내고개』중식 18분 포함, 총 5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도로를 건너, 입구에 가지산 산행안내도가 있는 임도로 들어선다.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임도를 약 3분간 오르다, 왼쪽 산길로 접어들고, 이어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난다.

임도

헬기장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 숲으로 들어서서 오랜만에 운무 속에 잠겨있는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자신의 발자국 소리, 방수복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산길이다. 출발 시 빗속에서 다급해지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산불초소를 지나고, 두 번째 헬기장을 거쳐, 이정표와 안내판 등이 있는 석남사 삼거리에 이른다.

운무에 싸인 아름다운 숲

석남사 삼거리

이정표


정면의 세 갈래길에서 가운데 능선으로 오른다. 뚜렷한 길이 완만하게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운문령과 가지산의 고도차는 600m가 넘는데도,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급 오름은 없고,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것을 보면 가지산이 과연 큰 산은 큰 산인 모양이다. 11시 58분, 또 하나의 석남사 갈림길을 지나고,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 오른쪽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날등길을 타고 오른다. 고도계의 고도는 벌써 900m를 넘어서고, 암릉길이 나타나며 경사가 가팔라진다. 암릉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온통 뿌연 운무뿐이다.

임도 오른쪽 상운산 가는 길

비에 젖은 암름길 경사가 급하다.


11시 19분, 운무에 싸인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날등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운무 속에 우뚝 솟은 암봉이 보인다. 귀바위다. 12시 27분, 귀바위 꼭대기에 오르지만 보이는 것은 오직 운무뿐이다. 안타깝다. 귀바위에서 내려서서 날등길을 걷는다. 오른쪽에 다시 전망바위가 보인다.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바보처럼 전망바위에 선다.

귀바위

귀바위 정상


12시 36분, 정상석이 있는 상운산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좋은 곳일 터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상석 사진만을 찍고 산을 내려선다.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면 운문산이고, 마루금은 왼쪽이다. 빗물로 번들거리는 왼쪽 돌길을 내려선다. 좌우로 갈림길이 많고, 표지기가 드믄 내리막이다. 방향을 잘 보고 길을 선택하여야 한다. 12시 46분, 헬기장인 임도 삼거리에 내려선다. 전망대와 이정표가 보인다.

 

상운산 정상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삼거리

이정표


능선길과 임도 중에서 임도를 택해 쌀바위로 향한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린 모양이다. 군데군데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겼다. 왼쪽에 석남사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을 지나, 12시 29분, 새천년 가지산 해맞이 기념비가 있는 너른 공터에 이른다. 이정표, 전망대, 그리고 매점이 있다. 이정표는 가지산 정상까지 1,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매점으로 들어선다. 매점 안은 난롯불을 피워 따듯해서 좋다. 난롯가에 앉아, 라면을 주문하여, 젖은 몸을 말리며 식사를 한다.

물웅덩이가 생긴 임도

매점과 전망대

새천년 가지산 해맞이 기념비


1시 17분,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줄곧 내리던 비가 오락가락 소강상태를 보인다. 왼쪽으로 거대한 암봉이 안개 속에 윤곽이 희미하다. 쌀바위다. 2분 쯤 오르니, 쌀바위로 오르는 길이 왼쪽에 보이지만, 지금은 가 봐야 별 볼일이 없을 터라, 생략을 하고, 가지산을 향해 돌 많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윤곽만 보이는 쌀바위


암릉길이 왼쪽 능선 사면으로 이어진다. 왼쪽 능선은 암릉 구간으로 위험한 모양이다. 이어 날등길이 이어지고 경사가 급한 곳에는 로프가 걸려 있거나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립공원의 잘 정비된 등산로다.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등산객들이 꽤 눈에 뜨인다. 안개 속에 마주 내려오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니, "안녕하세요?"라는 대답과 함께, "비가 와서 우리들만 산에 온줄 알았는데 뜻밖에 이처럼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라며 활짝 웃는다.

로프가 걸린 암릉길


1시 31분, 붉은 벽돌이 깔린 헬기장을 지나고, 빗물로 번들거리는 암릉을 올라, 1시 54분, 가지산 정상에 이른다. 바람이 부는데도 운무가 흩어지지 않은 바위정상에는 두 개의 정상석과 삼각점<언양 11, 1998복구>, 그리고 돌탑이 보인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으로 사방의 산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인데 지금은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유감이다.

빗물로 번들거리는 암릉길

가지산 정상

정상석 1

정상석 2


1시 58분, 왼쪽 암릉길로 내려선다. 돌길 내리막 경사가 급해진다. 2시 9분, 이정표가 있는 제일농원 갈림길 안부를 지나, 2시18분 1168.8m봉에 오른다, 역시 암봉으로 조망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험한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거친 암릉길에는 로프가 걸리고, 왼쪽이 절벽인 곳에는 목책이 쳐져있다.

제일농원 갈림길

목책길


2시 34분, 석남고개로 이어지는 긴 나무계단길이 시작되는 곳에 이른다. 고도 약 1020m 정도 되는 지점이다. 이정표, 구급함, 그리고 가지산 사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계단길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선다. 암릉에서 한번 끊겼던 나무계단길이 다시 이어지더니 2시 42분, 고도 약 940m 정도의 안부로 내려선다. 8분 동안에 나무계단을 통해 약 80m의 고도를 죽인 셈이다. 이정표, 가지산 등산안내도, 가지산 철쭉보호 안내문 등이 보인다.

나무계단길 시작

나무계단길 계속

가지산 산행 안내도

가지산 철쭉보호 안내


2시 48분, 문이 닫힌 매점을 통과하고, 석남터널(울산)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커다란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석남고개에 내려서서 능동산으로 향한다. 잡목 숲과 철쭉단지 사이로 산책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어 산책로가 완만하게 오르더니, 커다란 노송 한 그루를 지나, 3시 34분, 두 개의 삼각점이 있는 813.2m봉에 오른다.

석남고개

노송

813.2m봉의 삼각점

4시 9분,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마루금을 조금 벗어나 있는 능동산으로 향하고, 3분 후,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오른다. 4시 16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하산을 시작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초지 안부를 거치자 등산로가 임도처럼 넓어진다. 이제 비는 완전히 멎었고, 바람에 안개가 흩어져, 숲속이 세수를 하고 난 얼굴처럼 정갈하다. 4시 35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배내고개 넓은 공터에 내려선다.

능동산 정상

비가 그치고, 안개가 걷힌 하산길

배내고개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한 시간쯤 후에 와항재에서 출발한 대원이 도착하고, 이어 안개 속에서 혼자 길을 잃었던 대원이 무사히 하산하여, 대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스에 오른다.


5시 40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10시 20분, 양재에 도착한다.

 


(2008. 6. 2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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