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을 타고 암벽에 올라서 본 북한강
삼악좌봉 삼악산 등반은 의암 땜을 지나 상원사-용화봉-청운봉-등선봉을 거쳐 강천으로 내려서거나, 역 코스를 취해야, 비로소 세 개의 봉우리를 모두 오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고고시대에 형성됐다는 등선계곡과 등선폭포(登仙瀑布)를 빠뜨리는 단점이 있고, 험하고 거친 암릉 코스인 용화봉과 등선봉을 동시에 거쳐야하는 부담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용화봉은 그런대로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진 편이지만, 등선봉은 아직은 안전시설이 미비하여 산행에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등선폭포 "성봉(星峰)"이라고도 부르는 등선봉은 암벽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멋진 등산코스에 옛 성터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비록 삼악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용화봉, 청운봉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산행을 하기에도 훌륭한 곳이라 하겠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삼악좌봉에서 본 등선봉 2009년 9월 30일(수) 작년 10월에 의암 땜을 지나 『삼악산 매표소-상원사-용화봉-청운봉-흥국사-등선폭포』코스를 택해 용화봉, 청운봉을 올랐던 터라 오늘은 등선봉을 오르기로 한다. 매제와 사촌동생이 동행한다. 오늘코스는 『강촌육교-삼악좌봉-등선봉-639m봉-흥국사-등선폭포-46번 도로』로 도상거리 약 6Km에 중식 및 휴식시간 1시간 30분포함, 총 5시간 21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삼악산 지도 청량리역에서 8시 40분 발 강촌 행 기차를 탄다.(요금, 경노 3,100원) 평일이라 기차 안이 붐비지 않아 좋다. 1호차. 10여명의 나이 드신 등산객들과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전부다. 아주머니 부대가 없어 차안이 조용하다. 기차를 타면 버스를 탈 때보다 더 여행기분이 난다. 창밖을 내다보다 풍광이 단조로우면 책을 읽는다. 어느덧 기차는 청평을 지난다. 구름이 걷히는 뾰루봉이 제법 웅장하다.
구름이 걷히는 뾰루봉 10시 20분 경, 기차는 강촌역에 도착한다. 나이 드신 등산객들도 함께 내리신다. 그 중 한분이 어느 산엘 가느냐고 말을 걸어온다. 등선봉을 오른다고 하자. 자신은 올해 73세인데, 등선봉은 몇 년 전에 올라가 봤고, 오늘은 동료들과 감악산을 가는 길이라고 한다. 아마도 지금 등선봉을 가자면 모두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 거라며 조심해 다녀오라고 한다. 좋은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분들 같다. 밝고 건강한 모습이 보기가 좋다. 강촌교를 건너며 올라야 할 412m봉과 역 뒤의 암봉을 바라보고, 아직 잠이 덜 깬 북한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올라야할 412m봉
강촌역 뒤편의 암봉
북한강 10시 30분, 강촌 육교를 건너 버스정류장에 이른다. 버스정류장 옆, 산자락에 입산통제 안내판이 서 있다. 뚜렷한 등산로가 잡목 사이로 초장부터 가파르게 이어진다. 수로를 지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선행자 두 사람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일견해 부자지간 같아 보인다. 부자가 함께 산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인사를 하자, 아버지 같은 분이 웃으며 부자지간이 아니라 형제지간이라며 15살 아래 막내와 같이 산행을 나왔다고 한다. 매제가 자신도 큰형님과 15살 차이라고 응답하자, 한순간 어색했던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진다. 두 형제는 오늘 삼악좌봉, 등선봉, 청운봉, 용화봉, 네 개의 봉우리를 넘어 의암 땜 쪽으로 하산할 거라며 앞장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들머리에 세워진 입산통제 안내판
앞서 비탈길을 오르는 부자 같은 형제 잡목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모래가 많은 척박한 땅이 미끄럽다. 코를 땅에 박고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오른다. 11시, 돌탑 군을 지난다. 고도 약 350m 지점이다. 형제가 쉬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유장하게 걷는 품세가 상당한 등산경력이 있음을 말해준다. 6분 후, 등산로 오른쪽의 전망바위에 서서 북한강을 굽어보고, 20도 방향의 나뭇가지사이로 삼악좌봉을 바라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삼익좌봉 다시 돌 많은 가파른 길을 올라, 11시 14분, 412m봉에 도착한다. 산행을 시작하여 44분이 지난 시각이다. 412m봉을 왼쪽으로 내려선다. 곧이어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고, 좌우 양쪽으로 등산로 표시가 되어있다. 오른쪽은 위험팻말이 있는 바윗길, 왼쪽은 우회로다. 형제는 거침없이 오른쪽 바위로 오른다. 선답자들의 후기를 보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없으나 내려가는 길은 10m 가까운 직벽이라고 한다. 직벽이 어느 정도인가 확인해 보려고,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 놓고, 오른쪽 바위로 오른다.
412m봉
갈림길/위험지구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니, 자일 등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직벽을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겠는데, 형제는 어느 사이에 절벽을 내려선 후, 건너편 능선을 오르고 있다. 배낭을 벗어 놓은 곳으로 되돌아와 왼쪽 우회로를 통과하여 직벽 아래에 이른다. 아래서 보니 두어군데 내려설만한 곳이 보인다. 하지만 우회로도 멀리 도는 것이 아니니 이런 곳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겠다.
위에서 내려다 본 직벽
아래서 본 직벽 1
직벽 2 암릉길이 이어진다. 노송이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시야가 트이며 서쪽으로 감돌아 흐르는 북한강이 내려다보인다. 곳곳에 큰 바위들이 암릉 위에 버티고 있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암릉을 한동안 우회한다. 11시 51분, 갈림길이 있는 고도 약 530m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날등길을 걷는다. 강촌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가까이 보이는 암벽의 단풍은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서쪽으로 감돌아 흐르는 북한강
봉, 약 530m, 오른쪽은 탈출로
강촌
지나온 날등길 암릉을 다시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정면에 우뚝 선 삼익좌봉을 카메라에 담고 능선안부에 내려선 후, 암봉을 오르며 북으로 북배산, 북서쪽으로 멀리 화악산을 바라본다. 12시 19분, 삼악좌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걸려있을 뿐 별다른 표지도 없다. 고사목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벼랑 끝에서 남서쪽으로 강촌과 강선봉(484m)을 바라보고, 북동쪽으로 등선봉을 가까이 본다.
북배산 방향의 조망
삼악좌봉
고사목
강선봉 12시 31분, 안부에 내려서서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로프가 걸려 있는 칼날 바위능선에 선다. 스틱을 한 손에 거머쥐고, 왼손으로 로프를 잡은 후, 바위사면을 딛고 건넌다. 오른쪽 배낭 포켓에 넣어두었던 물통이 무엇에 걸렸는지 빠져나가더니 절벽 아래로 사라진다. 12시 45분,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올라, 강촌과 북한강을 시원하게 내려다보고, 지나온 삼익좌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고
뒤돌아 본 삼익좌봉 커다란 바위를 좌우로 우회하며 암릉을 오른다. 바윗길이라 족적이 희미여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주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고 보고,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들을 참고로 하여, 가능한 한 왼쪽으로 붙어 오르는 것이 요령이다. 아직 산행경험이 많지 않은 동생이 선두에서 진행하다 두어 차례나 엉뚱한 곳으로 빠지려고 한다. 1시 정각, 표지석이 있는 강선봉에 오른다. ‘나사반 강원도 모임’에서 걸어둔 오래된 정상목이 눈길을 끈다. 들머리로부터 이곳까지의 도상거리는 고작1,9Km..., 2K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2시간 30분이나 걸렸으니, 가히 그 험한 산세를 짐작할 수 있겠다. 정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시원하다.
정상석
정상목
남쪽조망 정상에서 내려서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힘든 구간을 다 지났다 생각에 느긋하게 정상주를 마시며 1시간 가까이 식사를 즐긴다. 식사 후 산행을 속개하며 바로 가야할 619m봉과, 청운봉, 용화봉을 한눈에 바라보고, 비탈길을 내려서며 정북방향으로 북한강 상류 쪽을 조망한다.
청운봉, 용화봉, 619m봉
북쪽조망 성벽 길을 걷는다. 정상주를 마시고 식사를 한 후라, 성벽 길 오르막이 힘겹다. 340도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며 응봉과 화악산이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2시 20분, 691m봉 직전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은 하산 길, 왼쪽이 691m봉을 지나 청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1분 후, 691m봉에 오르니, 형제가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형이 내게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매제와 동생을 불러 세웠다며 공치사를 한다. 자신들도 무심히 오른쪽으로 한참을 내려갔다 되돌아 왔다고 한다.
성벽길
화악산, 응봉
691m봉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자리 잡은 삼악산은 소양강,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푸른 강변을 끼고 남쪽의 검봉, 봉화산과 마주하여 솟은 산이다. 주봉이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셋이라 해서 삼악산이라 하는데 악산답게 제법 험하고 거칠다.
형제들과 작별하고 691m봉을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2시 30분 ,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좌우 양쪽으로 우회로가 보인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바위를 지나 본 능선으로 들어서자, 가파르기는 하나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저 아래에서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린다. 길이 좋아지니, 동생이 실력발휘를 하여 내 달린 모양이다.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시 47분, 삼악산 ‘119신고안내/제5지점’에 내려서서, 흥국사로 향한다.
길을 막아선 바위, 좌우로 우회로가 보인다.
제5지점
흥국사 입구,
2시 50분, 흥국사로 들어선다. 내려와서 기다릴 줄 알았던 일행이 보이질 않는다. 혹시 하산 길을 놓치고, 멍청하게 청운봉으로 향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우선 물부터 마시고, 통화를 시도해보지만 여의치가 않아 애를 먹는데. 능선 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절로 내려서라고 소리를 지른 후, 눈앞의 619m봉을 카메라에 담고, 평상에 앉아 일행을 기다린다. 약 20여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일행이 모습을 보인다. 등선폭포로 향한다.
흥국사
절 경내에서 본 691m봉
3시 19분, 삼악산성 안내판을 지나고 돌 많은 골짜기를 내려선다. 구름다리도 지나고 이정표도 지난다. 선녀탕, 신선폭포, 등선폭포를 지나고 협곡을 벗어나, 3시 53분, 삼악식당에 내려서서, 맥주와 감자전을 주문한다. 이곳에서 음식을 팔아주면, 고맙게도 주인아저씨가 봉고차로 강촌역까지 태워다 준다.
구름다리
계곡길
선녀탕
비선폭포
협곡
삼악식당
4시 30분 경, 주인아저씨의 배려로 강촌역에 도착하여, 5시 17분 발 기차표를 사고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평일이라 기차에는 빈 좌석이 많고, 조용해서 좋다. 기차가 다리를 건넌다. 차창 밖의 북한강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북한강
기차는 7시가 조금 못되어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200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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