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가리골 이단폭포


2009년 5월 20일(수).

J산악회에서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소재한 천등산(천등산, 707m)을 안내한다기에 며칠 전에 신청을 해 놓고, 경유지인 잠실역 1번 출구, 버스정류장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산악회버스를 기다린다. 수많은 노선버스들이 들락거리고, 학생들, 직장인들로 보이는 승객들이 모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10여명 정도의 등산객들이 기다리는 산악회버스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예정된 시간인 7시 30분이 지나도 버스가 나타나질 않는다. '아마 조금 늦어지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기다린다. 하지만 40분이 되자 비로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꺼내보니, 문자 메시지가 뜨는데, 아뿔싸! 성원미달로 산행을 취소한다는 연락이다. 시간을 보니, 엊저녁에 들어온 메시지이다.


30-1번 버스가 검단산을 간다는 노선도를 보았기에, 검단산, 용마산 코스를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지도가 없어, 망설이는데, 산악회버스가 한 대 들어오고, 기다리던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뒤 쫓아 버스로 다가서보니, 방태산 가는 서울 올림픽산악회 버스다. 총무 아가씨에게 코스를 묻자, 적가리골, 지당골을 거쳐 주억봉에 오르고 구룡덕봉을 지나 휴양림으로 하산한다며 자리가 있으니 타라고 한다.


이처럼 찬란한 신록의 계절에 적가리골, 지당골을 오를 수 있다니 두 말 않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올라 보니, 2/3 정도가 여자 분들이다. 산나물산행인 모양이다. 서울 올림픽산악회는 한 달 에 두 번 정기산행을 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여자대원들의 요청에 의해 5월의 방태산을 찾는다고 한다.


방태산은 2005년 4월에, 남쪽 약수골에서 올라 배달은석에 이르고, 주걱봉, 구룡덕봉을 지나 어두원골로 내려서서, 방태산 주능선은 얼추 걸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북쪽의 유명한 적가리골, 지당골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도 아직 기회가 없었는데 이처럼 뜻밖에 기회가 생기니 무척 반갑다.


방태산이 있는 인제군 기린면, 상남면은 예로부터 3둔(살둔, 월둔, 달둔)과 4가리(연가리,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로 널리 알려진 오지 중의 오지인데,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동쪽으로 흐르는 월둔에서 명지거리, 조경분교, 아침가리를 거쳐, 방동약수까지의 약 20Km 구간은, 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멋진 오지 트레킹 코스도 유명한 곳이다.

방태산 개념도(펌)


버스가 홍천휴게소에서 잠시 머문 후, 31번 국도로 들어서서 현리로 향하자, 내린천의 맑은 물이 눈길을 끈다. 버스는 덕다리에서 418번 국지도로 접어들고 방동교를 지나며, 418번 국지도를 버리고,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좁은 도로가 이어지고, 곳곳에 보이는 아름다운 펜션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악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적가리골, 지당골을 거쳐 정상인 주걱봉(1444m)에 올랐다가, 구룡덕봉(1388.4m)을 지나 능선길을 걷고, 적가리골로 내려온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여, 구룡덕봉을 생략하고, 바로 삼거리에서 올랐던 곳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아울러 산행시간은 후미기준 5시간이면 충분 할 터이니, 4시까지는 모두 시간 엄수하여 버스에 도착하라고 당부한다.


11시 4분, 버스는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여성 부대장을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11시 12분,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계곡에서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저폭포가 하얗게 부서져 내리고, 왼쪽으로 아담한 통나무집, 산림문화휴양관을 지난다. 갑자기 이제와는 딴판인 별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산행시작

저폭포

산림문화 휴양관


이윽고 시멘트도로가 비포장도로로 바뀌며 휴양림의 운치를 더 해준다. 대원들은 선두대장을 따라 벌써 저 만큼 앞서 나간다. 최후미로 처져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을 둘러보며 천천히 뒤를 따른다. 11시 22분, 이단폭포 앞에 이른다. 이 폭포 저 폭포라고도 불리는 폭포다. 뭐가 그리 바쁜지 폭포구경을 하러 내려선 대원은 하나도 없다. 혼자서 폭포로 내려선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다.

이단폭포 입구

가까이 찍은 윗폭포


폭포 위 다리를 건너며,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카메라에 담고, 부지런히 일행을 뒤 쫓는다. 저 앞에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잘 관리된 휴양림이란 느낌이 든다. 곳곳에 정자가 세워지고, 야영장, 취사장, 샤워장, 숲 체험코스 등의 알림판이 눈에 뜨인다. 한 여름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며칠씩 산림문화휴양관에서 묵으며 청정오지 속에서 더위를 잊는다는 명소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휴양림 도로


산행을 시작해서 20분 만에 너른 공터에 이른다. 승용차가 올라 올 수 있는 휴양림 비포장도로는 이곳에서 끝나고 계곡길이 시작된다. 휴양림 안내도가 보인다. 안내도를 요약하면, 『입구/현위치(0.4Km)-갈림길(좌 2.7Km) 매봉령(1.5Km)-구룡덕봉(1.4Km)-삼거리(0.4Km)-주걱봉(0.4Km)-삼거리(4.1Km)-갈림길(0.4Km)-입구』로 거리는 약 11.8Km에, 6시간~7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코스다.

방태산 탐방로


11시 40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적가리골로 향한다. 돌 많은 산책길이 신록의 숲 속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왼쪽 계곡에서 들리는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고, 길섶에 핀 흰색,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눈길을 끈다. 11시 44분, 작은 계곡에 걸린 첫 번째 나무다리를 건너니,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이 지점이 탐방로 입구에서 1Km 떨어진 곳이고, 주걱봉까지는 3.2Km 라고 알려준다.

갈림길 이정표

나무다리


계곡 속의 오솔길이 한적하게 이어진다. 간간이 이름 모를 새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등산로는 다시 나무다리를 건너고, 물이 흐르는 돌길,, 암반을 지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간간이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주걱봉으로 오르는 메인 등산로는 길이 넓고 뚜렷하며, 사람들이 많이 다녀, 오르막에서 등산로 훼손이 심해 길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물 흐르는 암반길

갈림길, 메인등산로의 훼손이 심하고, 구조대 표지목이 보인다.


12시 16분,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정도가 지난 시각이다. 계곡을 버리고,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능선길이 시작된다. '등산로 1' 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고도계가 910을 가리킨다. 이제부터 주걱봉 정상까지 약 530m의 고도차를 극복해야한다.

계곡 버리고 능선 길로


가파른 능선길이 한 없이 이어진다. 쉬는 사람, 나물을 캐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쉼 없이 천천히 오른다. 천등산 암릉길을 의식하고, 스틱을 1개만 가져왔더니, 길고 된 비알에서 힘이 더 드는 느낌이다. 12시 37분, 비로소 고도가 1,000m를 넘어선다. 10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하는데 약 20분이 소요된다.

수림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은 계속되고


12시 48분, 가파른 오르막을 한고비 올라, 고도 1125m 정도의 지점에 이르니 비로소 된비알이 끝나고 등산로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하며 너덜길이 이어진다. 12시 57분, 삼거리 1,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긴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등걸 사이로, 저 아래 굼실거리는 산줄기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너덜

이정표

20도 방향의 조망


하늘을 가린 신록의 수림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배를 불쑥 내민 참나무 한 그루가 등산로를 막고 버티고 있다. 태고의 신비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숲 속을 아무생각 없이 꾸벅꾸벅 오른다.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다. 1시 16분, 이정표, 등산안내도 등이 있는 삼거리에 오른다. 오른 쪽은 주걱봉, 왼쪽은 구룡덕봉 방향이다.

신록의 수림에서 배불뚝이가 길을 막고

삼거리

'등산로 2' 표지판과 이정표

등산 안내도

삼거리에서 본 주걱봉


오른쪽 주걱봉으로 향한다. 낮 익은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에 노란 야생화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1시 29분, 삼각점, 삼각점 안내판, 돌탑 등이 있는 넓은 주걱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선두그룹이 하산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큰골로 내려가자는 의견과 구룡덕봉을 지나 능선을 타자는 의견으로 크게 갈린다. 선두대장은 일단 삼거리까지 되돌아가서 점심을 먹으며 의논을 하자고 종용한다.

야생화

삼각점

돌탑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고 조금 내려선 공터에서 뒤이어 올라온 대원들과 점심식사를 한다. 두릅, 곰취, 상치에 쌈장, 열무김치 등 대원들이 차려놓은 식탁이 호화판이다. 빵과 우유 그리고 사과 몇 쪽이 전부인 내 점심이 너무 초라하다. 정상주 한 잔씩을 나누어 마시고, 염치없이 호화판 식탁에 끼어든다.

정상에서 본 구룡덕봉

깃대봉 방향

큰골과 지당골을 가르는 능선

적가리골


40분 가까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2시 7분, 삼거리로 내려선다. 하산길 능선에는 아직도 키 작은 철쭉들이 점점이 모습을 보인다. 2시 20분, 대원들이 모여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1/3 정도가 정상에 오르고, 나머지 2/3의 대원들은 산나물을 캐는 모양이다. 4시까지 하산하려면, 구룡덕봉, 매봉령을 거치는 코스는 무리다. 다시 모여 기념사진만을 찍고, 올랐던 길을 되 집어 하산을 시작한다. 아쉽다. 1시간 정도 시간을 더 할애하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전 코스를 돌아 볼 수 있을 터인 데....

하산길 능선의 철쭉

삼거리에 모인 대원들


가파른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계곡의 산책길로 들어선다. 방태산 휴양림 표지기가 눈에 들어오고, 이번에는 하얀 들꽃에 눈길을 빼앗긴다. 3시 33분, 적가리골 계곡에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근다. 아름다운 계곡이다.

방태산 휴양림 표지기

하얀 들꽃

세수를 하고 발을 담갔던 계곡


4시 3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4시 25분 경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자 버스는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버스가 매표소 앞에서 멈춘다. 4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했다는 조 대장이 차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다. 승용차 트렁크에서 캔 맥주 서너 박스가 버스로 옮겨지고, 승용차가 앞장을 서서 버스를 인도한다. 4시 46분, 버스는 군인들의 휴양관에 도착하고, 푸짐하게 준비된 술과 음식으로 즐거운 뒤풀이 파티가 시작된다.

군 휴양관

은성한 뒤풀이 파티

60이 가까운 조 대장이란 분은 부인이 무릎관절로 함께 참여하지 못 한 것이 못내 섭섭하여, 8부 능선쯤에서 산행을 포기한다. 새벽밥을 지어주고, 도시락을 싸준 부인을 생각해서 생전 처음 산나물을 뜯는다는 다감한 양반이다. 마침 옛 근무지 가까이로 산행을 하게 되자, 함께 근무했던 부하,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 처럼 멋진 뒤풀이 자리가 마련 된 것이다. 이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뒤풀이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


즐거운 뒤풀이는 6시가 넘게 까지 이어지고, 이윽고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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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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