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판타 석굴의 조각

 

2월 17일(수).

새벽 3시경, 김성규씨와 룸메이트가 되어 배정된 방으로 들어서니, 놀랍게도 더블 베드룸이 아닌가?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자라는 소리다. 놀라기는 김성규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방 옆에 있는 작은 베란다를 보더니, 오히려 잘 됐다며 자기는 베란다에 나가 자겠다고 침낭을 편다. 코를 심하게 골아서 밖에서 자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는 이야기이다.

호텔 히라가 있는 시장 통 골목,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다.


호텔을 찾는데 표시물이 되어 준 가리가움 교회

 

프론트로 내려가 트윈 룸으로 바꾸어 달래보지만, 트윈 룸은 없다는 대답이다. 뭄바이는 명실상부한 ‘인도의 경제 수도’다. 인도의 상업, 금융의 중심지이고, 아라비아해 연안의 인도 제1의 항구다. 이런 뭄바이지만 빈부의 차가 심해, 트윈 룸도 없는 허술한 이런 호텔과 따지마할 같은 초일류호텔이 공존하는 모양이다.

따지마할 호텔 1

따지마할 호텔 2

 

샤워를 하고 잠시 쉰다. 이어 오전 8시경, 환전을 못해 길잡이에게서 1,000 루피를 꾼 후, 따지마할 호텔로 아침식사를 하러 나선다. 일행은 히말라야 팀 3인과 김성규씨의 4인이다. 택시를 타니, 10분도 못 되어,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와 따지마할 호텔이 있는 바닷가에 데려다 준다. (택시비 70 루피) 인디안 게이트를 카메라에 담고 경비가 삼엄한 호텔입구로 다가가자, 검정색 정장의 사나이가 제지를 하며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경계가 삼엄한 호텔입구

 

아침 먹으러 식당 간다고 하자, 아래 위를 훑어보고 통과를 시킨다. 이어 철책문을 지나 보안검색을 받고, 배낭검사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현관으로 들어선다. 이런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려하니 경비원이 사납게 손사래를 치며 막는다. 이처럼 삼엄한 경계는, 2008년 11월 26일, 서양인들이 즐겨 찾는 고급 호텔, 병원, 영화관, 기차역 등 10여 곳이 동시다발로 대규모 테러 공격을 받아, 외국인 6명 등 173여 명이 사망하고, 330여 명이 부상을 당한, 이른바 ‘뭄바이 테러’의 후유증이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호텔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끈다.

고풍스런 프런트 데스크

특이한 벽장식

 

뷔페식당을 찾아 들어서니, 아리따운 아가씨가 자리로 안내해 준다. 음식은 일반적인 조찬뷔페에 인도 고유음식이 추가된 정도다. 세금과 봉사료가 포함된 식대 4,005루피는 카드로 지불한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1인당 25,000원 정도다. 따지마할 호텔은 인도 제일의 민족자본인 타타구룹이 주인이다. 이 호텔의 설립자인 잠세뜨니 나세르완지 타타가 영국인 친구와 함께 뭄바이 최고의 호텔 아폴로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가, 인도인이란 이유로 문전축객을 당한다. 분개한 타타는 호텔 아폴로를 능가하는 인도 제일의 호텔을 건설하기로 결심하고, 따지마할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따지마할 호텔

 

호텔을 나와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와 바닷가를 둘러본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인도의 관문으로 높이가 48m라고 한다. 인도 황제를 겸직한 조지 5세의 1911년도 인도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1924년에 완공한 일종의 개선문이다. 하지만 1948년, 인도독립에 즈음하여 마지막 영국군 부대가 총독과 함께 이문을 통해 퇴각 한다. 광장에는 짜뜨라빠띠 사바지와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나 그 중 사바지의 동상은 목하 보수 중이다.

게이트 오브 인디아

아라비아 해

스와미 비베카난다 동상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파가 늘어 광장이 붐빈다. 엘리펀드 섬으로 가기위해 표를 사고(130루피/인) 잠시 기다렸다 승선한다. 반대편에서 인디안 게이트를 가까이 본다. 맨 꼭대기에, “ELECTED TO COMMEMORATE THE LANDING IN INDIA OF THEIR IMPERIAL MAJESTIES kING GEORGE V AND QUEEN MARY"라고 음각한 글자가 뚜렷하다.

유람선

승선 줄서기

게이트 상단부의 음각글자

 

배가 출항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따지마할 호텔과 인디안 게이트가 장관이다. 평일인데도 승객의 대부분은 인도인들이고 외국인들이 간혹 눈에 뜨인다. 젊은 외국인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들은 한국인인데 히딩크를 아느냐고 묻자, 젊은 여자가 뛸 듯이 반기며, 물론 잘 안다고 대답한다. 한동안 축구이야기, 한국과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가 요란하게 이어지고, 호기심에 찬 주위의 인도인들이 웃으며 바라본다.

바다에서 본 따지마할 호텔과 게이트

 

육지가 점점 멀어지고 배가 바다 한 가운데를 달린다. 인도 아가씨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도 하고, 뱃머리로 나아가, 타이타닉의 유명한 러브신을 흉내 내기도한다. 인도인들, 특히 아리안 족들은 천성이 개방적이고 솔직한 모양이다. 거대한 화물선들이 점점이 떠있고, 커다란 유조선과 육지로 이어지는 송유시설이 보인다. 과연 뭄바이가 인도 제일의 항구라는 것이 실감이 된다.

밝은 표정의 인도 아가씨들

타이타닉 러브신 연출

정유선과 송유시설

 

출항한지 1시간 20분 쯤 지나 배는 동쪽으로 11Km 떨어져 있는 엘리펀드 섬 선착장에 접근한다. 배에서 내리자, 미니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 차비는 왕복 5루피다. 기차를 타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겁기만 하다. 마을 입구에서 기차에서 내린다. 엘리판타 동굴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반긴다. 기념품 판매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가파른 계단 길을 한동안 올라 이윽고 매표소에 이른다.

다가오는 선착장

미니 기차

세계문화유산 안내문

매표소

 

입장료가 일인당 250루피다. 4사람이니 1,000루피가 필요한데 돈이 모자란다. 매표소 직원에게 달러도 받느냐고 물으니, 제일 끝에 있는 상점에서 돈을 바꾸라고 알려준다. 듣던 대로 섬에는 원숭이들이 많다.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보이는 SITE 박물관을 잠시 둘러본 후, 바로 석굴로 향한다.

원숭이 1

원숭이 2

굴 입구

 

엘리펀드 섬에 있는 엘리판타 케이브(ELEPHANTA CAVES)는 450년~750년에 걸쳐 암벽을 잘라 만든 힌두교 석굴이다. 1854년 이 섬에 상륙한 포르투갈 군인들이 섬에 있는 거대한 코끼리 상을 발견한 이후 앨리펀드 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석굴 안에는 섬세한 조각들로 가득하지만, 문제의 코끼리상은 유실이 되어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쉬바 신전

브라마, 비슈누, 쉬바의 3면상

가까이 본 3면상

신전 안

신전지기의 조상

춤의 신

쉬바와 그의 아내 빠르비띠

 

제1석굴을 나와, 아름다운 산책로를 따라 제2에서 제5석굴까지를 둘러보지만 거의 빈 석굴일 뿐이다. 잠시 그늘에 앉아 원숭이들의 재롱을 구경한 후, 선착장으로 향한다. 계단 길 주변의 기념품 판매점 진열대가 화려하다. 4시가 다 되어 인디안 게이트 앞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산책로

제3석굴

기념품 판매점 진열대

선착장 가는 길

귀항

 

이제 서둘러 해야 할 일은 환전과 버너 용 가스를 사는 일이다. 꼴라바로 들어와 물어물어 겨우 환전을 하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델리 다바(Delhi Darbar) 레스토랑에서 탄두라 치킨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서울에서 가지고온 소주를 반주로 먹으니 맛이 그럴 듯하다. 술과 담배를 즐기는 김성규 씨가 소주가 한잔이 들어가자 자신이 신부라고 정체를 밝힌다. 신부님이라면 뭔가 근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와일드하고 소탈한 김성규 씨가 신부라니 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성규 씨에 대한 태도가 깍듯해 지는 느낌이다.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웨일즈왕자 박물관(Prince of Wales Museum)으로 향한다.

인파로 붐비는 꼴라바 거리

델리 다바 레스또랑

탄두라 치킨

 

4시가 조금 넘어 박물관에 도착한다. 입장료 350루피, 사진 촬영권 200루피 합계 550루피다. 1층의 인도조각과 2층의 네팔, 티베트 예술관에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진열되어 눈길을 끈다. 1시간여에 걸쳐 주마간산 격으로 이들을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와 길가에서 파는 사탕수수 주스로 목을 축인 후 버너용 가스를 사러 꼴라바 시장으로 달린다.

웨일즈왕자 박물관 도착

입구 중앙홀

1층 조각실의 쉬바상

사다쉬바상

관능적인 Uma Masheshvara

공예품

아카바 항제의 방패

세밀화

 

시장 안을 온통 뒤져도 버너용 가스는 없다. 한 전기용품상 주인 말로는 뭄바이를 통틀어도 버너용 가스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한다. 할 수 없이 그 전기상에서 700루피를 주고 전기곤로를 사들로 호텔로 돌아와 라면과 햇반을 끓여 저녁식사를한다.

사탕수수 주스로 목을 축이고

꼴라바 시장을 온통 뒤진다.

 

신부님은 베란다에서 나는 더블 베드에서 잠을 잔다. 신부님은 몸이 불편하겠고, 나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길잡이는 불편한 것을 즐기라고 하지만, 즐길 불편함이 있고, 즐길 수 없는 불편함이 있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201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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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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