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가씨는 모두가 김태희다.
뭄바이에서 이틀을 체류하자, 새로운 것에 민감한 20대 아가씨들의 옷차림이 화려한 색상의 상의, 헐렁한 알리바바 바지에 숄을 걸치고 샌들을 신는 등, 완전히 인도 아가씨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 뿐인가? 손과 팔에 문신까지 그려가며 이국적인 정취를 마음껏 즐긴다.
아가씨들 옷차림이 변하고
택시에 분승하여 히라 호텔을 출발한 일행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말이 터미널이지 길가에 있는 매표소 앞 도로 변일 뿐이다. 길잡이 김용환 씨는 9시에 아우랑가바드 행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지만, 9시는 어디까지나 예정시간이고, 실제 출발시간은 버스가 와 봐야 안다고 한다.
버스터미널 도착, 김용환 씨의 설명을 듣는다.
매표소
도로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에게 즉석요리를 만들어 파는 행상 뒤에 배낭들을 모아 놓고, 삼삼오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잇달아 버스들이 들어오고 승객들이 몰려 먼지가 심하지만, 9시가 지나도 우리가 탈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길잡이 김용환 씨는 어디엔 가에 연신 전화를 해 댄다.
터미널 풍경 1 - 옷차림이 이슬람들이다.
터미널 풍경 2 - 안경 벗고, 흰 모자 쓰면 김연수 씨도 이슬람
터미널 풍경 3 -버스는 들어오는데 우리가 탈 버스는 아니다.
10시가 넘어 버스가 들어오고, 김용환 씨가 일행에게 서둘러 버스에 오르라고 독촉을 한다. 침대차가 아닌 일반버스다. 이 버스를 타고 1시간 쯤 달려, 어디에서인가 침대차로 바꾸어 탄다. 큰 배낭은 차 뒤 짐칸에 싣고, 작은 배낭만 들고 버스에 오른다. 3층 구조에 가운데에 복도가 있고, 한 칸에 두 사람이 눕도록 되어 있는 침대차다. 복도 쪽으로 드리워진 천 조각이 넝마 같아, 보기가 흉하다. 노 사장과 함께 맨 아래층 칸으로 들어가 눕는다. 두 사람이 눕기에 빠듯한 공간이다.
침대버스 내부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버스가 덜컹거리며 달린다. 창문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와 몹시 춥다. 침낭은 짐칸에 넣은 큰 배낭에 있으니, 무용지물이다. 작은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버텨보지만, 그래도 춥다. 침낭을 꺼내 들고 타라고 알려주지 않은 길잡이의 무신경이 원망스럽다. 추위 속에서 밤을 꼴딱 새운다. 새벽이 되자 추위는 더욱 심해지고, 오줌까지 마려워, 심히 불안하다. 다행이 새벽 6시경, 버스는 휴게소에 정차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나는 휴게소다. 우리나라의 재래식 뒷간 같은 우중충한 화장실에 들어가기 싫어, 노상방뇨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휴게소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사위가 밝아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추위를 잊기 위해 차창 밖의 풍경에 집중한다. 버스가 작은 마을을 지난다. 7시도 안된 시각인데 학교 가는 학생들이 보이고, 선거벽보 같이 사진이 잔뜩 들어 있는 녹색판도 보인다. 버스는 너른 들판을 가르고 달린다.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끝도 없이 너른 들판이다.
해가 뜨고
선거용 벽보판인가?
너른 들
거의 10시가 다 되어 버스가 아우랑가바드로 진입한다. 뭄바이를 출발해서 거의 12시간 만이고, 더블베드에 이어, 인도에서 두 번째로 충격을 받은 야간 침대버스를 경험한 끝에 도착한 것이다.. 이날 밤 추위로 김연수 사장이 감기가 들어, 초장부터 고전을 한다. BRICs 중의 하나로 브라질,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문제 중의 하나가 도로, 철도, 항만, 항공 등의 인프라 투자다. 고속전철, 고속도로 등 인프라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많이 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본축척이 되어있지 않은 인도는 해외자본을 끌어들여서라도, 조속히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우랑가바드 진입
일행은 오토 릭샤에 분승하여 호텔 라비 키란(Ravi Kiran)에 도착한다. 신부님이 베란다에서 자는 것을 본 터라, 다행이 이후 우리들에게 배정된 방은 마지막까지 트윈 룸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뭄바이는 다른 중소도시에 비해 호텔비가 3~4배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트윈 룸을 확보하지 못한 모양이다.)
호텔도착
샤워를 하고, 역시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 후, 아우랑가바드 관광에 나선다. 아우랑가바드는 인구 약 110만의 중소도시로 아잔타, 엘로라의 석굴사원으로 가기 위한 관문역할을 하는 곳이다. 짝퉁 따지마할로 알려진 비비 까 마끄바라(Bibi Ka Maqbara)와 물레방아가 있는 빤짜끼(Panchakki) 등의 이슬람 유적이 볼거리다. 가이드북이 알려준 대로, 호텔에서 출발하여 두 곳을 둘러 본 후, 다시 호텔로 데려다 준다는 조건으로 오토 릭샤 1대당 200루피씩, 6사람이 두 대에 분승하기로 흥정을 한다. 1시경, 비비 까 마끄바라에 도착한다.
비비 까 마끄바라에 도착
닮은꼴의 “아그라의 따지마할”에 비해, "데칸의 따지(Taj of Deccan)"라고 불리 우는 이 무덤은 무굴제국의 황제인 아우랑제브의 첫 번째 부인, 리비아 울 두라니(Ribia ud Durrani)의 무덤으로, 그녀의 큰 아들인 아잠 샤(Azam Shah) 왕자가 1650~57에 건설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전쟁과 따지마할 건설로 심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무덤의 모든 부분이 순백의 대리석으로 건설된 따지마할과는 달리, 규모도 작고, 중앙 돔만 대리석을 사용하여, ‘가나한 이의 따지마할’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한다. 안내문에는 총 공사비가 지금 돈으로 6,682,037루피 정도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적혀 있다. 입장료 100루피.
입구
비비 까 마끄바라
내부의 묘
모스크 -377명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후정과 별관
황량한 데칸고원에 458*275m의 넓이로 조성된 묘역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인근 이슬람들의 좋은 휴식처가 된다. 많은 어린이들과 참배객들을 만난다.
정원 1
정원 2
정원수와 아이들
일가족
비비 까 마끄바라를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빤짜끼(Panchakki)로 향한다. 빤짜끼는 이곳에서부터 6Km 떨어진 산기슭의 수원에서 물을 끌어들여 저장한 일종의 저수조다. 한 때는 이물을 이용하여 물레방아를 돌리고, 밀을 빻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단지 초라한 저수조일 뿐이다. 우리들이 방문했을 때가 마침 예배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많은 이슬람신자들이 모스크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빤짜끼가 있는 거리
입구
저수조와 분수
빤짜끼 안내문
기념품 상점
예배 1
예배 2
떨어져서 본 빤짜끼
빤짜끼에서 나와 건너편에 있는 과격파 회교 성자, 바바 사 무지빠르(Baba Shah Muzffar)의 무덤이 있는 모스크를 찾아가보지만 관리인은 우리들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사진 찍는 것도 거부한다. 지금은 소수의 이슬람들이 다수의 힌두교도들의 지배를 받고 있어서인지, 우리들이 만난 이슬람들은, 개방적이 힌두교도들과는 달리, 무척 배타적이고 도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바바 사 무지빠르의 무덤이 있는 모스크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파이타니 실크 직조장(Paithani Silk Weaving Center)에 들러 선물용으로 숄 두 장을 산다. 김연수 사장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신부님과 먼저 호텔로 들어가고, 나머지 네 사람은 오토 릭샤 왈라에게 100루피를 더 주기로 하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오터 릭샤 왈라은 우리들을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데려다 준다.
파이타니 실크 직조장
영화관
가장 많이 상연하는 영화를 고른다. '세븐 허즈번드‘라는 영화다. 영화 시작도 3시 15분으로 알맞다. 오토 릭샤를 4시 15분까지 오라고 하고 영화관으로 들어선다. 평일인데도 젊은 관객들이 제법 많다. 몇 편의 상품광고 후, 인도의 국가가 울려 퍼지고, 관객들이 모두 기립한다. 인도 국가는 처음 들어본다. 무척 장중하다.
세븐 허즈번드
영화가 시작된다. 테이블 위에 권총이 놓여있다. 손이 뻗어져 나와 권총을 잡는다. 러시안 루울렛에서 처럼 탄창이 돌더니, 여주인공이 권총을 머리에 댄다. 총성이 울리고, 붉은 피가 흰 벽에 사방으로 튄다. 7번 결혼하고, 7번차례나 남편과 사별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장면이다. 상류층에서는 영어를 쓰기 때문에 영어와 인도 말이 뒤섞여 나와, 자막이 없어도 비교적 내용 파악이 용이하다.
경쾌한 음악, 빠른 사건의 전개,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더욱 재미있는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다. 우스운 장면에서는 함께 웃고, 화가 나는 장면에서는 너도 나도 고함을 지른다. 2번째 남편의 장례식 장면까지 보고 영화관을 나온다. 조금 기다리니, 릭샤가 모습을 나타낸다. 릭샤가 복잡한 시가지를 달리고, 어렵게 도착한 아우랑가바드에서의 첫날이 서서히 저문다.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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