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지만 메인 가트는 일출을 보기 위해 나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6시 우리 일행은 보트에 올라 강심으로 들어선다. 강에서 보는 가트 주변의 모습이 장관이다. 돈 많은 사람들의 사후를 대비한 저택, 호텔, 사원 등 거대한 건물들이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같이 버티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사위가 밝아진다. 아침인데도 소원을 담은 디아(촛불)가 강 위에 점점이 떠 있다.
새벽의 강변 풍경 1
새벽의 강변 풍경 2
새벽의 강변 풍경 3
일출시간이 가까워지며 여명으로 짙게 드리운 구름이 붉어진다. 구름상태를 보니, 오늘 일출구경은 어렵겠다. 하지만 새벽녘의 갠지스 강 풍경은 성스럽고 신비스럽다. 바람이 일고 새들이 난다. 소나기가 올 것 같은 분위기다. 사공이 급히 배를 저어 강가에 대고, 우리들이 사원으로 대피하자 소나기가 쏟아진다. 사공이 짜이를 운반해 온다. 흔히 갠지스 강 물로 끓인 짜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아마도 호사가들이 만든 이야기 일 것이다.
여명 1
여명 2
소나기가 지나가자, 호텔로 돌아와, 호텔식당에서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로 식사를 한다. 바라나시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되어 이제까지와는 달리 음식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식사 후 잠시 쉰 후, 김 화백, 노 사장과 함께 힌두대학(Benares Hindu University)을 방문한다. 신부님은 조금 더 쉰 후 독립군이 되겠다고 하고, 정 사장과 김 사장은 아가씨들과 어울려 일찌감치 호텔을 나섰다고 한다.
힌두대학은 1917년 인도의 민족주의자 판디트 말라비야(Pandit Malaviya)가 인도 미술, 음악, 문화, 철학 그리고 산스크리트 중심의 교육 기관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350만 평에 달하는 대학구내에는 바라트 칼라 바반(Bharat Kala Bhavan) 박물관과 뉴 비슈와나트 사원이 있다.
설립자 판디트 말라비야 동상
9시 경, 호텔 앞에서 싸이클 릭샤 요금을 흥정한다. 지도로 볼 때 멀지 않은 곳이라고 여겨져, 세 사람이 80루피에 가기로 흥정을 한다. 건장한 체격의 릭샤 왈라지만 세 사람을 태우고 가기가 힘든 모양이다. 언덕길은 내려서 끌고 간다. 민망하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거의 30분이나 걸려, 대학구내에 있는 바라트 칼라 바반 박물관 앞에 도착한다. 80루피에 흥정을 했지만, 100루피를 주며, 수고했다고 손을 흔들어 주니,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힌두대학까지 타고 간 싸이클 릭샤
박물관 입구에 이르러 보니, 개장시간이 10시 30분이다.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기에, 뉴 비슈와나트 사원을 먼저 방문하기로 하고, 너른 대학구내 도로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강의실, 오른쪽으로 교수실을 알리는 안내판들이 보인다. 20여분 정도 걸어, 뉴 비슈와나트 사원에 도착한다.
넓고 아름다운 대학구내
사원 입구
뉴 비슈와나트 사원은 힌두대학의 설립자 말라비야가 구상하고, 부유한 빌라(Birla) 패밀리가 건립했다고 한다. 말라비야는 계급이나 편견, 그리고 종교를 뛰어 넘어, 힌두교를 재편하고자 원한다. 따리서 이 사원은 다른 많은 사원들과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열려 있고, 입장료도 없다.
사원 1
사원 2
사원 3
사원 안에는 쉬바신의 링감이 있고 벽에는 힌두경전이 새겨져있다. 이 사원은 아우랑제브가 파괴한 비슈와나트 사원을 재현했다고 한다.
사원 입구 왼쪽 조각상
사원 입구 오른쪽조각상
벽에 새겨진 경전
사원내부
부라마, 쉬바, 인드라의 3면상
조각상 1
조각상 2
정원
뉴 비슈와나트 사원을 둘러보고,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온다. 바라트 카라 바반 박물관은 1920년에 설립된 흔치 않은 대학박물관으로 방대한 량의 그림, 세밀화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의 조각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배낭을 락카에 보관하고 입장료(100루피)와 사진 촬영권(50루피)을 사서 입장한다. 실내가 어둡다. 장내 요원에게 불을 켜 달라고 하자, 자기는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럼 책임자를 불러 달랬더니, 비로소 전시장 안에 불이 밝혀진다.
입장하면서 만난 조각상
한발, 한 손으로 고바다나 산( Mount Govardhana)를 들고 있는 크리슈나(Krishna)
세밀화 1
세밀화 2
세밀화 3
불이 우리들을 따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우리가 전시물을 보는 곳은 불이 켜지고, 지나가면 꺼진다. 신경이 쓰여 집중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전력이 귀하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아래층을 대강 둘러보고 2층으로 오른다. 조각실이다. 채광으로 1층보다는 낫지만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대강 둘러보고, 텍스타일 실을 거쳐 1층으로 내려온다.
2층의 코끼리 조각
3층의 텍스타일
뒷모습 조각
신상
안내문을 보고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적지 아니 실망한다. 시설이나 전시상태를 보면 기준미달의 박물관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들을 많을 소장하고 있으면 뭐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다. 락샤를 타고 꼴까따로 되돌라 온다. 락샤가 힌두대학 정문을 지날 무렵, 가회동 아주머니가 대학으로 들어는 모습이 보인다. 꼴까따에서 호텔이 멀다고 하더니, 이 근방인 모양이다.
대학문을 나서고
꼴까따 바자르로 돌아와 케샤리 루치카 반잔(Keshari Ruchikar Byanjan)이라는 긴 이름의 레스토랑에서 딸리(Thali)를 주문한다. 140루피. 식당의 인테리어도 수준 급이고, 손님도 인도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다. 딸리의 양도 많고, 음식 맛도 좋다. 북인도의 정통 딸리라고 한다. 옆 자리의 서양 여자들은 1인분을 주문하여 둘이 함께 먹고 있다. 그 정도로 양이 많다.
밤에 본 반잔 레스토랑
딸리
식사를 마치고, 꼴까따 시장통을 둘러 둘러본다. 더럽고 복잡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거리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상점 안으로 뛰어 들어비를 피한다. 그 복잡하던 거리가 순식간에 텅 비고, 싸이클 릭샤 한 대가 길가에서 비를 맞고 있다.
꼴까따 바자르 1
꼴까따 바자르 2
꼴까따 바자르 3
꼴까따 바자르 4
빗속의 싸이클 릭샤
소나기가 지난 후 잠시 더 시장 통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코후데잉 제재의 기침약이 효과가 좋아 기침도 뜸해 졌지만, 무리를 해서 감기라도 도지면 곤란하다. 마침 신부님도 돌아와 쉬고 있다. 저녁 무렵, 환전도 할 겸, 저녁식사를 하러 다시 여행자 거리로 몰려 나간다. 환전을 하고 (1불=44.6 루피) 식당 모나리자에 들러 돈까스를 주문한다. 60루피. 하지만 나온 것을 보니, 스테이크 소스를 얹은 치킨까스다. 김치까지 서브를 한다.
모나리자 레스토랑
좁은 식당 안에 외국인들이 가득하다. 이태리 사람, 젊은 일본여자들, 영국인 부부, 마약이라도 했는지 눈동자가 풀린 히피풍의 청년이 비실비실 웃고 있고, 68세의 모나리자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웃으며 분위기를 살린다. 벽에는 배우 김혜자 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 양배추를 고춧가루에 버무려 익힌 김치지만, 맛이 그럴듯하다. 럼주를 반주로 하니, 치킨까스 맛도 일품이다.
모나리자 할아버지
모나리자 식당의 김혜자 씨
식사를 마치고, 채소시장을 지나다, 40루피를 주고(우리 돈 약 1,000원) 빠빠야를 산다. 빠빠야를 판 상인은 친절하게도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먹으면 좋을 거라고 귀띔을 해준다. 여전히 붐비는 꼴까따 바자르를 지나 호텔로 돌아와 빠빠야 맛을 본다. 잘 익은 빠빠야 맛이 그만이다.
저녁의 꼴까따
2011년 2월 26일(토)
인도여행 12일, 그리고 바나라시에서 삼일 째를 맞는 날이다. 오늘은 오후 5시 20분 발 기차로 아그라(Agra)로 이동하기 위해, 호텔에서 3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아그라는 따지마할로 유명한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후에 호텔에서 결혼식이 있다며, 그 준비를 위해, 9시 30분에 체크 아웃을 해 달라고 한다. 대신 아침은 호텔 측에서 맥주를 곁들여, 8시에 룸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인도에서는 부자들이 결혼식을 할 때, 호텔을 통째로 빌려, 하객을 맞이하기 때문에 비용이 우리 돈으로 1~2억 정도 들고, 그 비용은 모두 신부 측 부담이라고 한다.
결혼식에 쓸 꽃장식 준비
덕분에 인도에서 룸서비스를 다 받아본다. 짐을 호텔에 맡기고 바라나시 중심가 구경에 나선다. 당초에는 석가모니가 최초로 설법을 했다는 사르나시를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정 사장과 김 사장이 어제 들렀던 상점가가 무척 좋았다며 부득불 안내를 하겠다는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사이클 릭샤 2대에 분 승하여 6명이 함께 출발하여, 10시가 채 못 되어 AP 씨네 몰에 도착한다. 하지만, 씨네 몰의 개장시간이 10시 30분이고, 상점에 따라서는 더 늦게 문을 여는 곳도 있다고 한다.
모던한 AP 쇼핑 몰
쇼핑 몰이 문을 열 때까지 햄버거 집에 들러 햄버거나 먹자는 정 사장의 제안에 따라 햄버거 집으로 들어선다. 햄버거 가격이 콜라와 프랜치 플라이를 포함하여 대강 100루피, 4,500원 정도이니, 우리나라보다는 싼 편이지만, 인도의 소득수준에 비하면 무척 비싼 가격이다. 예를 들어 싸이클 릭샤 왈라의 하루 벌이가 약 200루피라고 한다. 하루 종일 고생해서 햄버거 두 개 값을 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 우리들의 햄버거 값은 정 사장이 쏜다.
이윽고 쇼핑 몰이 개장되고, 점포들을 둘러본다.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다 보인다.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좀 싼 편이다. 대강 대강 둘러보고, 씨이클 릭샤로 호텔로 되돌아와 일행들과 헤어져 혼자서 비슈와나트 사원을 보러 나선다.
쉬바 신이 이 사원에서 살았다고 믿을 정도로 힌두교도들에게는 중요한 사원이다. 하지만 무갈제국의 아우랑제브(Aurangzeb)는 비슈와나트 사원을 헐어 버리고, 그 자리에 모스크를 짓는다. 그 후 힌두교도들의 염원으로 비슈와나트 사원이 모스크 옆에 재건되고, 1776년 아할야 바이(Ahalya Bai)가 각각의 탑끝을 800kg 에 달하는 금박으로 장식함으로써, 금사원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미로와 같은 골목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두 곳의 출입구를 찾아가 보지만, 힌두교도 외에는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입구에는 총을 멘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길게 늘어선 입장객들의 줄에 질려, 엄중한 몸수색 끝에, 비 힌두교도들에게 허용한다는 사원 뜰까지의 입장을 포기하고, 가트로 되돌아 나와 갠지스강변을 어슬렁거리다. 호텔로 돌아온다.
다시 돌아보는 갠지스강
쉬바신이 그려진 기둥
3시 30분, 호텔에서 오토 릭샤에 분승한 일행들은 4시경 바라나시 역에 도착하여, 5시 20분, 정시에 도착한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내일 아침 8시경에 아그라에 도착할 예정이다.
바라나시 역
바라나시 역 대합실
역 대합실에 걸린 대형 상품광고, 모델만 잘랐다.
(2011. 4. 14.)
* 우리 팀에서는 박 선덕 양이 유일하게 사르나시를 다녀왔다. 사르나시를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를 보고 고맙게도 귀국 후 사르나시에 가서 찍은 사진 모두를 보내 주었다. 대표적인 사진 몇 매를 실어 여러분들과 함께 즐기고자 한다. 박 선덕 양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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