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6
야생화 12
대암산(1316m)은 양구군 동면 팔랑리와 해안면 만대리, 인제군의 서화면 서흥리의 경계를 이루는 명산이다. 대암산 정상부에는 약 9,000여평이 넘는 풀밭 같은 넓은 초원에 큰 용늪과 작은 용늪의 고층습지가 있고, 그 주위가 마치 화채(punch) 그릇(bowl)같아 펀치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해안분지(亥安盆地)가 유명하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대암산 암봉(펌)
용늪이라는 명칭은 ‘승천하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졌으며, 남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산 정상에 형성된 고층 습원이다. 용늪은 주변에서 물이 들어오는 곳이 없다. 따라서 빠져 나가는 곳도 없다. 한 여름에도 용늪의 낮 기온은 섭씨 16도를 넘지 않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안개가 들고 나기 때문에 항상 습하고, 늪의 바닥은 거대한 암석층이어서, 안개에 쌓인 습지의 수분이 쉽게 발산되지도 않고 땅속으로 스며들지도 않아 용늪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용늪의 이탄층에서 추출한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습지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약 4200년 전이라고 한다.
용늪(펌)
그래서 용늪은 4000여 년 전 부터 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에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루어진 짙은 갈색의 층 즉, 이탄층이 평균 1m 깊이로 쌓여서 형성된 고층습원으로 순수 습원식물 등만이 서식하는 독특한 자연생태계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1997년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의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용늪 2(펌)
해안(亥安) 분지는 1,1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분지로, 분지 바닥은 해발 450m내외라고 하는데, 한국전쟁 당시 외국의 종군 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그곳 지형이 마치 펀치볼(punch bowl)처럼 생겼다 하여 펀치볼이라고 부른 이후, 펀치볼이라는 이름이 해안분지라는 명칭보다 더 널리 알려졌다.
펀치볼(펌)
펀치볼 전투(또는 도솔산 전투)는 1951년 6월 4일부터 6월 20일 까지 펀치볼을 차지하기 위한 한미해병대와 북괴군 간의 전투로, 적군 3,300여명, 아군 618명의 전상자를 낸 처절한 전투였다고 한다. 결국 이 전투는 6월 19일, 적의 최후 근거지인 도솔산고지를 국군 해병대 제 3대대 장병들의 야간공격으로 완전히 점령하고 승리한다. 피의 공방전을 벌인 이 전투는 한국전쟁 중 해병대 전통의 금자탑을 이루는 5대 작전 중의 한 전투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해병"이라는 휘호를 하사받은 전투이다.
대암산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 가기가 쉽지 않은 산이다. 다만 양구군 동면의 1129m봉까지 입산이 허용되어, 임시로 그곳을 대암산 정상이라고 하지만 출입이 통제된 1304m의 대암산과 용늪과는 거리가 멀다.(이상 관련자료 발췌, 사진은 풍운아 님 산행기에서 펌)
2009년 8월 30일(일).
월산악회에서 대암산을 안내한다기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신청을 한다. 서초구청 앞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버스를 기다린다. 7시 20분, 예정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버스에 오른다. 경유지를 모두 지나고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최명규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한다. 비가 와서 신청을 하고도 안 나온 사람들이 많아 2호차는 좌석 절반이 비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중에 2호차까지 동원할 정도라면, 대암산에 대한 관심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월산악회에서는 흔히 취하는 서쪽의 팔랑리나 원당리 쪽 들머리를 택하지 않고 동쪽의 서흥리 쪽에서 시작하여, 서흥리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기산행을 시도한다. 『서흥리 뒷골유원지 입구-군사도로-계곡-주능선 사면-큰용골-대암산-동쪽능선-계곡-뒷골유원지 입구』로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현지주민을 앞장세워 안내를 받는다.
대암산 지도 그리기
버스는 강일IC에서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처음 달려보는 길이다. 시원하게 뚫린 길, 터널이 많다고 느껴진다. 버스는 8시 36분, 홍천IC에서 44번 국도로 내려서고, 8시 54분 화양강랜드 휴게소에 도착하여 30분간 정차한다. 비는 그쳤지만 잔뜩 흐린 날씨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인제대교를 건너고, 9시 53분, 원통교차로에서, 왼쪽 453번 국지도로 접어들어, 서흥리를 향해 북쪽으로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골짜기의 논은 이미 황금색을 띠기 시작한다.
10시가 조금 못된 시각, 버스는 왼쪽에 보이는 대암산 입구 돌 표지를 따라 왼쪽 좁은 시멘트 길로 들어선다. 뒷골유원지로 이어지는 길인 모양이다. 조금 더 진행하자 시멘트도로는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조심조심 올라 10시 19분, 계곡 옆 너른 공터에 대원들은 내려준다. 버스에서 내리니 길가에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반긴다. 누군가가 물봉숭아라고 야생화 이름을 알려준다.
버스에서 내리자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반긴다.
10시 22분,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돌 많은 비포장도로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 오르니, 오른쪽에 경고판이 보인다. 이 지역은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으로 무단출입 시 처벌하고, 미확인 지뢰, 각종 불발탄이 산재하여 매우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이런 삼엄한 경고문과는 달리 각종 야생화들이 길가에 곱게 피어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별장 같은 건물에 철책이 삼엄하고, 조금 더 오르면, 대암산 농장/맹견주의 라는 입간판을 지난다. 야생화가 고운 신작로 같이 넓은 길을 유장하게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도로 주변의 분위기가 백두대간의 최북단인 향로봉으로 오르는 군사도로와 매우 흡사하다.
경고판
야생화 1
야생화 2
야생화 3
야생화 4
너른 군사도로를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10시 41분, 첫 번째 갈림길에서 선두그룹이 왼쪽 길로 진행한다. 뒤 따라온 붉은 재킷에 장화를 신은 현지주민이 호루라기를 불며 선두그룹을 되돌려 세운다. 10시 55분, 대암산 용늪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두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넓은 비포장도로는 계곡과 멀어지며 산허리를 휘감으며 이어진다. 왼쪽 산 사면에 백양나무인지 줄기가 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조금도 더 올라 오른쪽으로 잣나무 조림지역을 만난다. 지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옥 같이 맑아, 사진으로 찍고 보니, 물이 없는 돌바닥을 찍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선경 속에서 노니는 느낌이다.
대암산 용늪 출입금지 안내판
왼쪽 산사면의 백양나무군락지
잣나무 조림지
옥같이 맑은 지계곡 물
선경 속을 걷는 대원들
풀이 무성하게 자란 도로가 끊기고, 모르는 사이에 산길로 변하며,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11시 45분, 계곡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는 넓은 계곡을 건넌다. 징검다리가 엉성하여 여자대원들이 건너기를 망설인다. 현지 안내원이 커다란 돌을 날라 즉석에서 징검다리를 보수한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 30분 가까이 지난 시각이다. 대원들이 모두 건너자 이곳에서 함께 모여 간식을 들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야생화 5
작은 폭포
남자들이 앞서 건너고
여성대원들은 현지 안내원의 도움을 받는다.
돌 많은 계곡 길을 따라 오르며 산행을 속개한다. 길이 계곡을 버리고 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갑자기 산속에 움집이 여러 동 모습을 나타내고, 함지박을 씌운 벌통도 보인다. 안내인은 이곳이 자신의 산중 아파트라고 한다. 이곳에서 기거도하며 참마를 키운다고 한다. 길은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정면에 능선이 멀지 않다. 12시 9분, 갈림길에서 안내인은 왼쪽 길로 들어서라고 한다. 아마도 직진 길은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사면을 통해 능선을 우회하는 길인 모양이다. 고도계가 980m라고 알려준다.
산속의 움집
벌통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산꾼들이라면 틀림없이 능선을 탈 터인데, 산 사면을 따라 능선을 우회하는 것을 보면 현지인들이 다니는 길인 모양이다. 사면 길의 경사가 급해지며 점차 고도를 높인다. 한 굽이 오름을 오르자 길은 야생화들이 지천인 천상의 화원 속으로 다시 평탄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화원을 벗어나, 안개 낀 초원을 건너고, 돌로 정교하게 쌓은 수로를 따라 걷는다.
야생화 7
야생화 8
꽃길 1
꽃길 2
꽃길 3
수로
12시 56분, 넓적한 돌을 깐 너른 도로로 들어선다. 오른쪽을 군부대로 가는 길, 왼쪽이 큰 용골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왼쪽 전망대로 향한다.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 춥다. 길 가에 또 다른 야생화들이 보인다. 1시 2분, 전망대에 서지만, 안개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유감이다.
수로를 따라 도로에 진입하고
왼쪽 전망대를 향해 안개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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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용늪
전망대에서 내려선다. 바람에 모자가 날린다. 몹시 춥다. 배낭에서 윈드 재킷과 반장갑을 꺼내 착용한다. 1시 7분, 용늪 관리소에 이른다. 문이 잠겨있고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다. 큰 용늪안내판, 용늪 생태경관보존지역 및 습지보호지역 지정안내판, 용늪 출입금지안내판, 그리고 미확인 지뢰 등이 위험하니 반드시 지정된 통로만 사용하라는 경고판이 보인다.
용늪 관리소
큰 용늪 안내판
경고판
벤치가 놓여 있는 이곳에서 모두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바람이 불고, 습하고 추워 식사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어한주로 술 두어 잔을 마시고 산악회가 나누어준 백설기를 조금 뜯어 먹는다. 1시 28분, 대암산 정상을 오를 사람들은 용늪 목책과 노란 줄 사이의 넓은 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고, 정상 오르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잠시 더 쉬었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키로 한다.
대암산정상 가는 길
길가의 열매
몹시 춥다. 반장갑을 낀 손끝이 시리고,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가 힘들다. 저체온증에 걸린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좁아지는 등산로와 미확인 지뢰 표지
헬기장
1시 58분, 바위지대로 들어서서 네 발로 기어 바위를 오른다. 2시 5분, 암봉인 정상에 오르지만 아무 표지도 없고, 사방에 보이는 것은 두터운 안개 장막뿐이다. 아쉽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2시 15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미끄러운 능선길에 간간이 표지기들이 눈에 뜨인다. 산꾼들이 다니는 등산로다. 키를 넘는 관목 사이로 거친 등산로가 이어진다.
바위지대
안개 속으로 가까이 보이는 정상
정상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 직진은 용늪 관리소로 이어지는 왔던 길
2시 46분, 야생화가 소복하게 피어 있는 암릉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150도 방향의 나뭇가지 사이로 모처럼 산줄기가 보인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2시 47분, 갈림길에서 왼쪽 계곡 쪽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덮고 있는 넝쿨 잡목이 정글과 흡사하다. 이윽고 고도 920m 정도의 계곡에 내려선다.
야생화가 소복하게 핀 암릉
바위지대
갈림길, 좌
계곡의 잡목넝쿨
계곡을 따라 내린다. 돌 많은 계곡이라 선행자의 족적을 찾기가 어려운데, 계곡이 이리저리 굽다보니,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이윽고 올라왔던 낮 익은 산길로 들어서고, 3시 30분, 징검다리가 놓인 넓은 계곡에 이르러, 배낭을 벗어 놓고 세수를 하며 땀을 들인다. 이윽고 정겨운 군사도로로 들어선다. 다시 야생화들이 반긴다.
계곡길
다시 군사도로
야생화 11
4시 28분, 깊은 골짜기 사이로 저 멀리 산봉우리가 우뚝하다. 설악산 방향이다. 2분 후 버스에 도착하여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고 뒤풀이 자리로 끼어든다. 막걸리가 남아돌고, 제육볶음, 오이냉국, 멸치볶음 등 음식이 푸짐하다.
깊은 계곡 사이로 멀리 설악산이 빼꼼히 보이고
푸짐한 뒤풀이 자리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5시 10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에 보는 초가을의 하늘이 다양하다.
하늘 1
하늘 2
하늘 3
하늘 4
(2009. 9. 1.)
하늘님 대암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음주 대암산 가려는데 정상은 가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정상을 다녀오신 건지요. 사진이나 글에서 또 다녀오신 지도표시에 보면 다녀오신걸로 되었어서요.군부대나 경찰 또느 주민의 도움이 필요한지 궁금해서 그러니 제게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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