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높아 상륙은 못하고 주위를 순회하면서 본 독도

 

 

지금부터 약 14년 전인, 20015, 친구와 둘이서 성인봉을 오르려고 처음으로 울릉도를 찾았다. 저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저동 산자락의 가장 오래된 집 가운데 하나라는 고 영감 댁 일자집에 민박을 하면서, 고 영감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성인봉 등반을 마친 후, 울릉도 순환도로를 따라 울릉도를 걸어서 일주하고, 태하령을 넘은 적이 있다.

 

이때 느꼈던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집사람에게도 보여주겠다고, 처제와 동서를 꼬드겨, 같은 해 10월 다시 울릉도를 찾았다. 숙박은 역시 고 영감 댁에서 민박을 하고, 차를 이용하여 울릉도의 명소를 두루 돌아보았지만, 배 멀미와, 기상악화로 예정보다 하루 더 섬에 묶여 있다 보니, 집사람이나 처제에게 울릉도가 어떠했냐고 물으면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올해 들어 눈 쌓인 성인봉을 오르고 독도에도 가보려고 묵호나, 강릉에서 뱃길이 열리는 2월말에 울릉도로 가는 산악회를 찾아보니, 한 곳에서 23일 일정으로 227일 출발한다고 한다.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출발 일을 기다렸지만, 출발 3일 전에 성원미달로 계획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는다.

 

2015327()

좋은 사람들이 안내하는 23일 일정의 울릉도, 독도 탐방에 참여하여 327015, 양재 서초구청 앞에서 산악회버스에 오른다. 32인승 우등버스다. 만석이지만, 일찌감치 예약한 덕에 12번 좌석을 차지하고 혼자 편하게 앉아 이동한다.

 

버스는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강릉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후 6시경까지 버스 안에 머물며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8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에 탐승하라는 지시다, 하지만 산악회에서 아침식사 할 식당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 참여자들이 이른 새벽에 밥 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버스 문이 열리자, 대원들은 우르르 몰려나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아침 식사하는 곳을 찾아 흩어진다.

 

여객선 터미널 부근이라 식당은 많지만, 새벽부터 장사를 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불을 밝힌 식당을 찾아 가보아도 단체손님 예약으로 자리가 없다는 대답이다. 이런 집들을 몇 차례 거쳐, 겨우 남는 자리에 끼어들어 황태 해장국(7,000)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이렇게라도 식사를 한 우리들은 다행한 편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고 한다.

 

좋은사람들이 전문산악회가 아니라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모양이다. 다른 산악회의 일정을 보면, 비슷한 시간에 서울 출발하여,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고, 아침식사를 한 후, 묵호나 강릉으로 이동하여 승선하는 스케줄이다.

강릉 선착장 부근에서 본 일출

 

강릉 선착장

 

타고 갈 배 시스터 3정원 587

 

아침식사 후 선착장 주변을 둘러 본 후, 7시가 조금 넘어, 배낭을 찾아 메고 여객선 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은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닌데도 배표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단체(10% )로 표를 사도 경로(20% )의 경우는 추가 할인이 있어 표를 살 때 신분증을 요구함으로 경로 해당자들은 매표구에서 대기할 필요가 있다.

  인파로 붐비는 터미널

 

요금표와 운항 시간표

 

720분부터 승선 시작이다. 검표원이 승선권의 이름과 신분증의 이름을 확인한다. 우리들에게 배정된 좌석은 우등실이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겠지만 비상구를 모두 봉쇄하여, 선실에 갇혀서, 3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큰 고역이다.

  승선

 

우등실

 

비상 시외 출입금지

 

선미의 물보라와 무지개

 

11시가 넘자 여객선이 울릉도에 접근한다. 창밖으로 도동과 해안산책로가 보이고, 1115분 경, 배는 저동항에 접안한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1230분에 출항하는 독도 행 여객선에 승선해야 함으로, 자유롭게 점심식사를 한 후, 1210분 까지 다시 이곳에 모이기로 한다.

도동항

 

해안산책로와 저동

 

저동항

 

하선

 

관광 안내도

 

울릉도 먹거리로 꽁치물회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선착장 가까이에 있는 독도수산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꽁치물회를 주문하자, 요즘 꽁치가 잡히지 않아 꽁치물회는 없고, 잡어물회는 가능하다는 대답이라, 어쩔 수 없이 잡어물회로 대체한다.

독도수산

 

나온 음식을 보니 회덥밥과 유사한데, 국수사리와 밥이 따로 나오고, 얼음이 버걱거리는 양념장으로 간을 하도록 되어있다. 가격은 15,000. 서울의 화식 집에서 회덥밥이 8,000원인 것에 비하면 가격이 쎈 편이다.

  잡어물회

 

메뉴판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220, 독도 행 여객선에 오른다. 울릉도에 올 때 탓 던 배, 시스터 3호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87.4Km, 항해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라고 한다. 이윽고 배가 출항한다. 맑은 날씨에 파도도 높지 않아 독도탐방을 무난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출항 후 약 18, 맑은 날씨에 파도도 높지 않다.

 

출항 후 1시간이 넘어, 배가 독도에 가까워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거세지는가 싶더니, “파도가 심해 접안이 어려울 때는 독도에 상륙할 수가 없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순간 배안에서는 실망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독도가 가까워 지나보다. 창밖으로 순항하는 경비정이 보인다.

 독도를 지키는 경비정

 

배가 독도에 접근하여 접안을 시도한다. 창문에 물방울이 가득 튕기고 독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는가 하면, 접안하는 배를 맞으러, 부동자세로 도열한 경비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몇 차례 접안을 시도해보지만 끝내 성공치 못하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접안이 어려워 상륙을 포기하고, 대신 독도 주위를 순회합니다. 승객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라며,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배가 서서히 후진하고, 부두에서 손을 흔들며 환송하는 장병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독도접근, 접안시도

 

장병들의 아쉬운 환송

 

배가 섬에서 떨어진다. 이어 비상구가 일제히 열리면서, 선원들의 안내로 승객들은 갑판으로 나오고, 배는 서서히 섬 주위를 순회하면서, 승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독도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무수한 갈매기 떼들이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쫒아 곡예 비상을 한다.

동도()와 서도 그리고 촛대바위와 삼형제굴바위 1

 

동도와 서도, 그리고 바위들 2

 

동도, 서도 1

 

동도, 서도 2

 

서도, 동도 1

 

서도, 동도 2

 

서도 1

 

서도 2

 

탕건바위

 

동도 1

 

동도 2

 

한반도 바위

 

동도, 헬기장, 등대

 

동도, 독립문바위

 

파도 때문에 배가 접안을 못해서, 독도에는 발도 딛지 못했지만, 그래도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돌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섬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울릉도에서 독도에 가 보겠다는 사람들 중에 절반은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배도 타보지 못하는가 하면, 운이 좋아 배를 탄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또 절반은 우리들처럼 파도가 심해 배가 섬에 접안을 못하는 바람에, 배만 타고 갔다 왔다할 뿐이라고 한다.

저동항에 계시된 울릉도 관광지도

 

배는 420분 경 저동항에 도착한다. 이제부터는 자유시간이다. 해변산책로를 걷거나, 다른 관광명소를 둘러본 후, 저녁식사를 하고, 730분까지 다시 이곳에 집결하여 숙소로 이동한다고 한다. 나는 해변산책로를 걸어 보려고 옛날 기억을 더듬어, 활어직판장을 지나, 촛대암 쪽으로 향한다. 이어 잠시 방파제 길을 걷다, 저동 해안산책로 입구로 들어선다.

저동항 귀항

 

활어직판장에서 환호하는 아줌마들

 

촛대봉

 

방파제 위에서 본 등대와 북저바위, 그리고 멀리 죽도

 

방파제길을 걸어 해변산책로로 향한다.

 

456, 해안산책로 입구의 안내판과 알림 내용을 카메라에 담고 산책길로 들어선다. 옛날에 왔을 때는 도동에서 저동 쪽으로 이어진 해변산책로는 도중에 끊게, 다시 원점회귀를 했어야했는데, 이제는 저동까지 훌륭하게 연결이 돼 있는 모양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해변산책로는 도동 여객선터미널에서, 저동 촛대암까지 2.68Km라고 하니, 왕복에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겠다.

저동 해안산책로 안내판

 

알림

 

등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해변산책로

 

도동(행남)등대

 

옛날 도동항의 좌우로 뚫어 놓은 해변산책로를 걸을 때는 산책로 변에 해삼, 멍게, 오징어 등을 파는 행상 아주머니들이 있어서, 다리도 쉬일 겸, 바다구경을 하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 길에는 신혼부부들도 많이 지나가고, 불륜들도 곧잘 나오는데, 한번 너울성파도가 치면, 신혼이고, 불륜이고를 가리지 않고 몽땅 휩쓸어간다.”고 하던 입담 좋은 아주머니들의 익살이 구수했었는데, 지금은 산책로가 너무나 깔끔하게 정비되어 옛날의 그런 맛은 찾을 길이 없다. 해안절벽에 다리를 놓고, 굴을 뚫어 연결하고, 적당한 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절벽에 다리를 놓고

 

굴을 뜷어

 

푸르고 푸른 바닷물이 밀려들고

 

옥빛 바닷물

 

쪽빛 바닷물

 

그뿐인가? 해안산책로가 지질공원을 겸하고 있어 지질공부도 할 수가 있다.. 지질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산 교육장에 되겠다.

지질공원

 

타포니

 

해식동굴

 

폭포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길이 막힌다. 낙석위험 때문에 위험방지 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철책 문이 굳게 닫혀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되돌아선다.

출입통제

 

되돌아 나오는 길

 

고작 30여분 정도 해안산책로를 둘러보고 선창가로 나와, 건어물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저녁식사 할 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주머니는 식당들이 밀집해있는 좁은 골목길의 정애식당을 찾아가보라며, 명함을 주면서, 자기가 소개해서 왔다면 잘해줄 것이라고 한다.

 선창가로 나오고

 

정애식당

 

앉을 자리가 10여석 정도의 작은 식당이다. 예약을 해야 하는 식당인데, 혼자라며, 소개한 아주머니의 명함을 내 보이자, 한쪽 귀퉁이에 자리 하나를 마련해준다. 메뉴판을 보니 울릉도의 음식물 가격은 모두 통일이 된 모양이다. 큰 호텔의 식당이나, 작은 골목의 비좁은 식당이나 가격이 모두 같다. 처음 들어보는 따개비 칼국수(9,000)를 주문하며, 따개비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전복사촌이라며, 바닷속 돌에 붙어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맛을 보려고 호박막걸리(5,000)도 함께 주문한다.

 

여러 가지 밑반찬이 정갈하고, 간이 맞는다. 울릉도의 명물이라는 따개비 칼국수도 맛이 그럴듯하다. 호박막걸리는 단맛이 강한 편이지만 맛은 부드럽다. 낮선 음식들이지만 내 입맛에도 맞아, 맛있게 포식을 하고 식당 문을 나선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집합시간 730분 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이 남아돈다.

 

옛날에 묵었던 고 영감 댁도 찾아보고, 높은 곳에서 항구를 바라보려고, 좁은 계단 길을 올라, 산기슭의 일자집들을 둘러보지만, 워낙 많은 시간이 흐른 뒤라 고 영감 댁은 찾지를 못하고, 산기슭에서 한동안 항구를 굽어본 후, 활어시장을 지나 약속 장소에서 대원들과 함께 차를 기다린다.

산 기슭으로 이어지는 좁은 비탈길

 

촛대바위

 

포구 1

 

포구 2

 

활어시장

 

이윽고 호텔버스가 도착하여 호텔로 이동한다. 숙소는 도동이나 저동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떨어진 서면 동구미 마을에 있는 거북호텔이다.

거북호텔

 

남자들 4사람이 3층에 배정된 방을 함께 이용한다. 혼자 온 사람이 나를 포함하여 2사람, 부부가 함께 왔지만 떨어져, 4인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둘이다. 4사람 자리를 깔고 나니, 빈공간이 전혀 없는 좁은 온돌방인데, 가장 불편한 것은 4사람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화장실이다. 샤워를 할 수도 없고, 아침에 용무를 보기도 불편하다. 다행인 것은 숙소가 있는 통구미 마을이 거북바위가 있는 관광명소이다 보니, 근처에 멋진 화장실이 있어서 아침용무는 그곳에서 해결한다.

 

 

(2015. 04. 02.)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