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밤새 고비사막을 달린다. 기차가 레일의 연결부위를 지날 때마다나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잡념을 없애, 나는 쉽게 잠이 들었지만, 예민한 집사람은 정차하는 역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불평이다.


유원(柳園)에 도착하면 버스로 바로 돈황으로 이동하니까, 화장실도 들러야 하고, 돈황 기후에 맞도록 옷도 갈아입어야 한다. 그래서 5시 30분에 일찌감치 기상한다. 차량 하나에 화장실이 둘, 세면실이 하나 있어, 일찍 일어나니 붐비지 않아 좋다. 이어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바꾸어 입는다. 우루무치는 서울과 기온이 비슷하지만, 돈황은 한낮의 최고기온이 섭씨 35도~36도까지 치솟고, 햇빛이 강하기 때문이다.


6시가 지나자 사막에 여명이 밝아 온다. 복도에 나와 앉아 해뜨기를 기다린다. 30분 쯤 지나니 해가 뜬다. 하지만 사막의 일출은 생각만큼 장쾌하지 않다. 기차는 6시 40분, 유원역에 도착한다. 역에 돈황의 현지 가이드가 나와 있다. 22세, 깜찍하게 생긴 아가씨다. 역시 흑룡강성 출신으로 조선족 3세라고 한다. 돈황은 이곳에서 약 130Km 떨어져 있어, 차로 약 2시간 정도 이동해야하니, 유원에서 아침 식사를 하자며 일행을 역 근방의 식당으로 안내한다.

사막의 일출

유원도착


전형적인 중국 식당이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다. 메뉴도 전형적인 중국의 아침식사 메뉴다. 쟈스민 차, 분유를 탄 것 같은 더운 우유, 멀건 흰쌀 죽, 삶은 계란, 누런 호빵 등이다. 그리고 만두가 추가됐는데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라 선뜻 손이 가지질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찾는 이가 있지만, 커피가 있을 리 없다. 커피는 4성급 호텔에도 없고, 5성급 호텔쯤 가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커피믹스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은 어디서건 얻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승합차에 올라 돈황으로 향한다. 돈황으로 가는 길은 사막을 관통하는 일직선 도로다. 멀리 야트막한 검은 구릉(丘)이 마치 산맥처럼 이어지고, 가까이 보는 사막도 검은 색을 띤 곳이 많다. 이른 아침인데도 허허벌판의 사막에서 외롭게 통신선을 보수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이고, 허물어진 토성 같은 것도 멀리 보인다. 한나라시대에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길이 약 3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한나라 장성(長城)'의 잔해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사막을 관통하는 일직선 도로

검은 사막

통신선을 보수하는 사람

흉노족을 막으려고 쌓았던 한나라 장성의 잔해


돈황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백양나무 가로수가 보이고, 밭들이 눈에 뜨인다. 돈황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변의 가로수가 울창하다. 승합차는 9시 50분 경, 호텔인 돈황산장에 도착한다. 일행은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쉰 후, 10시 30분, 명사산으로 향하기로 한다. 돈황산장는 4성급 호텔이지만 고풍스런 분위기가 풍기는 멋진 곳이다.

돈황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가로수와 밭이 보인다.

돈황진입

돈황산장

프런트 데스크

로비

일기 예보판


명사산(鳴沙山)은 돈황 시내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다.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큰 도시 가까이 이처럼 사막이 있다니? 착각하기 쉽지만,  큰 도시 가까이에 사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막가운데  큰도시가있는것이다

명사산 가는 길


이윽고 승합차는 명사산 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니 열기가 후끈하고, 투명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오전이라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아 다행이다. 그늘에서 마작을 즐기며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기념품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가이드를 따라 관공지로 들어선다.

길가 그늘에서 벌이는 마작판

기념품 상점

 정문

명사산, 월아천 풍경 명승구

정문현판

명사산


이곳에서 낙타를 타고 명사산을 오른다. 모래 썰매도 타보고, 월아천(月牙泉)을 둘러본다. 관광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은 낙타를 타고 월아천 주위를 둘러보는 정도이고, 명사산 제일 높은 봉우리까지 다녀오려면, 1인당 15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우리 일행 8명은 여기까지 왔으니 제일 높은 봉우리까지 다녀오자고 쉽게 의견이 모아진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커다란 주황색 덧신을 신고, 배부 받은 번호표와 같은 번호의 낙타를 탄다.

배부 받은 번호표와 같은 번호의 낙타에 오르고,


낙타를 타고 내릴 때는 안내원의 도움을 받는다. 일단 타고 나니, 말을 탔을 때 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낙타 위에 높다랗게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산으로 오르는 기분이 그만이다. 이윽고 가장 높은 봉우리 아래에 이르러 낙타에서 내리고, 나무계단을 설치한 가파른 사면을 걸어,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신기루처럼 멀리 보이는 돈황 시가 아름답다.

낙타를 타고 명사산을 오른다.

낙타 위에서 본 명사산

정상 오르는 길

정상으로 이어지는 모래 능선을 걷고

정상에서 신기루 같은 돈황을 본다.


정상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내린다. 썰매에 기름칠을 하면 빨리 달린다고 하지만, 경사가 급해 보여 그냥 타니. 미끄럼이 시원치 않다. 양손으로 모래를 밀며 꼬챙이질을 해본다. 밀리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손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 모래 썰매를 타려면, 썰매에 기름칠을 해달라거나, 장갑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쌓아놓은 모래썰매 위에 앉은 집 사람과 동생


다시 낙타를 타고 월아천으로 향한다. 월아천은 명사산 안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호수다. 길이 약 2백m, 폭30m의 이 아름다운 호수는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마른 적이 없고, 모래에 파묻힌 적도 없다고 한다. 자연의 신비가 오묘하다. 명사산의 아름다운 능선을 만들고, 월아천이 모래에 묻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풍향(風向) 때문이라고 한다. 명사산의 바람은 항상 아래서 위로 분다고 한다.

월아천


약 1시간 30분 정도, 명사산 관광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돈황 시내로 귀환한다. 명사산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섭섭하다. 식당에서 가이드, 동매 양이 돈황의 명주라는 황주(黃酒)를 건네준다. 사막에서 나는 인삼 같은 식물로 담근 술인데 남자에게 좋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17도, 맛은 소흥주(紹興酒)와 흡사하다. 술 이름을 메모를 하지 않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다른 분들은 술을 안 하니, 매제(妹弟)와 내가 반주용으로 즐기기에 딱 좋은 술이다.

돈황의 상징인 반탄비파 무녀상


점심식사를 하고, 양관(陽關)으로 향한다. 양관은 돈황에서 남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관문으로, 한 나라 때는 실크로드 남로상의 요지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바람과 모래에 시달려 지금은 사구(砂丘)위에 옛 흔적만이 보일 뿐이지만, 지금도 큰바람이 지나간 뒤에는 병기, 도기, 화폐 등이 발견된 다고 한다.

양관으로 향하다또 다른 관문인 옥문관 안내판을 본다.

멀리 보이는 양관


양관에 이르러 새로 쌓은 성문을 지나, 박물관을 구경하고, 관문에서 통행 허가를 받은 후 오픈 카에 올라 옛날 양관 터로 이동한다. 옛 양관 터에서 아득히 멀리 바라보이는 타크라마칸 사막이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훌륭한 관광지다.

양관 성루

양관 박물관

장한 출사서역 상

통관증을 발급하는 아가씨

양관고지(陽關故址)


 옛 양관의 유적

 회랑

망대

아득하게 보이는 타크라마칸 사막


양관을 둘러보고 돈황으로 돌아오는 길에 돈황고성을 들르기로 한다. 다시 사막을 관통하는 직선도로를 달린다. 도로에서 운전연습을 하는 군 트럭의 행렬을 만난다. 이 도로에는 중앙분리대가 없어 추월을 하려면 반대편 차선을 이용해야한다.

운전교습 중인 군 트럭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막 가운데 웅장하게 서 있는 돈황고성에 도착한다. 돈황고성은 중일 합작영화 인 '돈황'을 촬영하기 위해, 1987년 일본이 투자하여 지은 세트장인데, 그 이후에도 이곳에서 약 20여 편의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성문을 들어서니, 대로가 나오고, 길 양쪽으로는 민가와 주점들이 즐비하다. 돈황과 고창,·낙양 등 중국의 5대 고도(古都)를 모델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땡볕 속에서 산책하듯 둘러보고 나온다.

돈황고성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간다. 오늘 저녁은 특별 식으로 낙타 발바닥 요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낙타가 귀할 때는 왕궁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요리였지만, 낙타가 흔한 지금은 서민들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맛은 우리의 도가니탕과 비슷한데, 돈황의 황주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명사산에서 낙타를 탈 때 줄곧 따라 다니며 우리들의 모습을 촬영하던 젊은이가 식당에서 TV를 통해 그 내용을 재생해 보여준다. 돈황의 유명한 유적들 사진과 함께 CD ROM에 담아 준다고 한다. 가격은 15불. 나중에 집에 돌아와 재생해 보니 화질이 많이 떨어진다.


별식으로 포식을 한 일행은 발 맛사지를 받고, 호텔로 돌아온다. 한낮에 그리 덥던 날씨가 저녁에는 알맞게 시원하다.

 


(2007. 6. 2.)






savina at 06/07/2007 03:09 pm comment

오늘 비로서 다 보고 갑니다.어제는 누가 심술을 부렸는지 그렇게 안 뜨더니..ㅎㅎ

 

 

savina at 06/07/2007 03:03 pm comment

우림님.불꺼진 창' 너무 감사합니다.옛날 배웠던 노래라 더욱 기뻐요. ^^*

 

 

우림 at 06/07/2007 12:04 pm comment

안녕하세요?실크로드 따라 오셨군요.돈, 신앙, 그리고 모험심, 열사의 사막이나, 만년설 덮인 고산들도 이들의 발걸음을 못 막네요.절묘하게 배치된 오아시스들이 큰 도움이 됐겠지요.이제는 철도가 깔리고, 고속도로가 달리는 길.편하게 따라가 보면서 발전하는 중국의 힘에 압도 당했지요.

 

 

savina at 06/06/2007 04:30 pm comment

우림님 명사산과 돈황 ㄱ그리고 그 유명한 월아천까지 잘 보았습니다.사진이 잘 안 뜨는 것이 있네요.고침을 해 보다가...너무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

 

우림 at 06/06/2007 03:14 pm comment

안녕하세요?어제는 정선지맥 다섯번째 구간을 산행했지요,고양산, 상정바위산 등 1,000m가 넘는 산들이요.오지의 정선 땅, 트루판 보다 훨씬 좋답니다.앞으로 물건 살 때는 꼭 봄아줌마와 먼저 상의할께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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