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인천-우루무치 간을 주 2회 정기적으로 운항하게 되자, 관광회사들은 실크로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여 관광객들 유치경쟁을 벌인다. 덕분에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던 실크로드 답사가 한결 쉬워졌다. 한진관광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10만 마일로, 7박 9일간의 실크로드 여행비용(품격여행 999,000원)을 대체해 준다는 소리를 듣고, 동생네가 함께 가보자고 유혹을 한다.


실크로드.

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배우면서 들은 이름, 실크로드! 동양과 서양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 불교문화와 이슬람문화가 충돌하고 타협하던 곳, 수많은 인종들과의 만남, 그리고 일확천금의 돈 벌이가 가능한 곳, 하지만 열사(熱砂)의 사막에서 신기루에 이끌린 죽음, 눈 쌓인 고산에서의 추락사와 동사, 흉포한 비적(匪賊)들과 벌여야하는 사투(死鬪) 등으로 앞서 이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남긴 유골들을 이정표 삼아 걸어야하는 모험의 길.

 

실크로드 지도- 실크로드는 하나의 길이 아니다. BC 100년경 지구상에 있던, 중국, 인도, 아라비아, 그리스-로마의 4대 문화권을 연결하는 다양한 교역로가 모두 실크로드다.(펌)


젊었을 때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랜드로버를 빌어 타고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서안(西安)에서부터 로마(Rome)까지의 모험의 길을 달려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니 이번 여행이 우루무치, 투루판, 하밀, 돈황 등, 겨우 맛보기 정도의 실크로드 답사이기는 하지만, 실로 뿌리치기가 힘든 유혹이다. 망설이던 끝에 이미 일정이 잡힌 정선지맥 두 구간과 금남정맥 한 구간의 산행을 포기하고, 5월 15일부터 5월 23까지, 7박 9일간의 여정을 따라 나선다.


2007년 5월 15일 (화)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4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지만,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출국장 모임의 장소에, 10분이 늦은, 5시 10분에 도착한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관광객이 8명, 실속여행자(899,000원)가 17명이라고 들었는데, 모두들 벌써 체크인을 하러 갔는지, 썰렁한 모임의 장소에는 동생부부만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계약서에 사인을 해주고, 인터넷 비행기표와 중국비자를 건네받는다. 관광회사 직원은 중국비자를 잘 챙기라고 특별히 당부를 한다. 우루무치 행 KE 883편의 출발시간이 7시 20분이니, 서두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동생 부부와 함께 네 명만 달랑 남다보니, 공연히 마음이 바빠져서 서둘러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향한다.


에어버스 330-300 기종의 좌석은 2/3 정도가 찬 듯싶다. 7시 20분, 정시에 출항한 비행기는 예정시간 보다 2분 빠른 11시 48분에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한다. 우루무치가 서울보다 1시간이 늦으니, 비행시간은 5시간 28분이 걸린 셈이다.


서역 삼만리(西域 三萬里).

우리나라에서 삼만 리 떨어진 서역 땅에 내려선 것이다. 그 옛날 혜초스님이 불경을 구하기 위해 지나 간 곳, 신라의 왕자가 다른 나라 왕자들과 함께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지나간 곳, 그 당시 그들은 2~3년을 걸어 이곳에 왔을 것이다. 생각에 이에 미치자 삼국을 통일한 신라인들의 진취적인 기상이 새롭게 느껴진다.


입국 수속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자 사본을 회수할 뿐, 여행사에서 작성해준 입국카드도 받지를 않는다. 가방을 찾아 나오는데도 가방 검사는 고사하고, 짐표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다. 국제공항 치고는 비좁고, 초라한 입국장에 '한진관광 마일리지'라고 쓴 피켓을 든 젊은 현지가이드가 보인다.

우루무치 국제공항의 도착 항공기 알림판

 

작고 초라한 입국장- 종이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현지 가이드다


현지 가이드 뒤로 6사람이 모였지만, 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포커스여행사, 보물섬 여행사 등 타 여행사 관광객들은 가이드를 따라 줄줄이 나가는데,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실속 여행자들을 따라 갔으면 골치 아프게 됐다며 가이드가 걱정을 한다. 이윽고 중국 이민국 직원이 비자를 들고 사람을 찾는다. 입국할 때 비자 사본을 회수하고, 출국할 때 비자 원본을 회수해야 하는 데, 실수로 원본까지 회수했던 이민국 직원이 비자 원본을 되돌려주려고, 주인을 찾는 것이다. 성함을 확인한 할머니 한 분이 비자를 받아 챙기고, 원본을 찾으러 이미그레이션 카운터까지 되돌아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오니, 비로소 일행 여덟 명이 모두 모인다. 가이드의 안내로 우리들은 공항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승합차에 오른다.

33년생 할아버지와 38년생 할머니 부부 - 여행 내내 우리들의 좋은 귀감이 되어 주셨다.

이춘지씨 부부

동생부부

 

우리의 전용 승합차와 기사 양반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 3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현지 가이드는 이 승합차가 앞으로 우리들이 이용할 전용차라고 알려주자 차 안에서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곳 신강성은 북경과 20년 정도 차이나(CHINA)는 곳이니, 어쩔 수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비로소 잠잠해진다. 1시 10분 경(서울시간 2시10분), 승합차는 켐핀스킨(Kempinskin) 호텔에 도착한다. 멋진 5 스타급 호텔이다. 고급객방(高級客房-Superior Room)의 방값이 1,280 위안(우리 돈 약 16만원)이다. 가이드는 6시 30분에 모닝콜을 하겠다고 한다. 첫날부터 강행군을 할 모양이다.

현지 가이드

 

돈황 가이드

 

켐핀스키 호텔


(2007. 5, 24.)


우림 at 05/28/2007 01:11 pm comment

안녕하세요?들러주시고, 답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팬이 되어주신다니 더 더욱 반갑군요.정기적으로 다니는 산행기록을 먼저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정리해야겠다는 부담감은 있지만,어쩔 수 없이 실크로드 여행기록 정리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 싶네요.먼저 정리해 놓으시면 컨닝도 할 수 있을 터인데....부군께도 안부 전해주십시요.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