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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경내에서 본 권금성 방향의 조망
2015년 1월 11일(일)
대피소의 아침은 이르다. 아침을 지어 먹고 해 뜨기 전후에 출발해야 하는 등산객들이, 새벽 5시경이면 일어나 부석대는 바람에, 아침밥 지어먹을 일이 없어 바쁘지 않은 사람도 덩달아 잠을 깨게 된다.
화장실을 가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캄캄한 하늘에 눈발이 흩날린다. 정상에서의 일출 보기는 그른 터라 방으로 돌아와 아침마다 하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 다시 침상에 누워,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낸 후, 매점에서 생수와 캔 커피를 사들고 내려와 남은 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자 옆 침상의 젊은이가, “아침을 거르시고 산행을 하시려고요? 취사장에 아침준비가 다 됐을 터이니, 내려가 함께 식사를 하시죠.”라며 권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할 생각이니, 비선대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괜찮다고 사양을 한다. 이어 배낭을 챙겨 메고, 대피소 관리인에게 덕분에 편히 쉬고 간다고,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온다. 오늘 해 뜨는 시각이 7시 43분이라더니, 이미 사위가 밝고, 눈은 그쳐있다.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7시 45분, 소청을 향해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눈 덮인 대청, 정상으로 오는 사람들이 점점이 보인다.
하룻밤 신세를 진 중청대피소와 작별을 하고
새벽녘에 내린 눈이 제법 소복하게 쌓여 있고,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무들이 을씨년스럽게 추워 보인다. 다행이 바람이 자서, 아침 산책하는 기분으로 하얀 백설의 세계를 혼자서 천천히 걷는다.
고산의 악천후를 당당히 이겨내고 있는 고목
갈림길의 이정표
백설의 세계
중청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던 등산로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눈 아래 소청이 우뚝하다, 7시 57분, 설악산국립공원 경관 안내판을 지나고, 능선 안부로 내려선다. 이어 소청으로 오르는 길에 마주 오는 등산객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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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 가는 길
경관 안내판
소청 오르다 반갑게 만난 등산객
8시 8분, 이정표가 있는 소청에 이른다. 날씨가 개이며 하늘에 아침노을이 곱다. 등산객 몇 사람이 주위의 설경을 즐기고 있다. 직진하면 희운각대피소, 왼쪽은 소청대피소를 지나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왼쪽 전망대로 내려서서 설악의 멋진 설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소청 정상
전망대
용아장성 방향
서북능선 방향
공룡능선
8시 12분, 소청에서 희운각대피소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이젠을 했지만 눈 쌓인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별무효용이다, 스틱으로 겨우 균형을 잡으며 조심조심 내려선다. 눈앞에 화채봉과 칠선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멋지다.
희운각대피소 쪽으로 하산
화채봉 능선
내가 처음 설악산을 찾은 것은 1959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다. 산악회를 따라 속초에 도착하여, 트럭을 빌어 타고 신흥사로 향하다, 험한 길에서 트럭이 고장 나는 바람에, 밤길을 걸어 신흥사에 도착하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들은 천불동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 죽음의 계곡을 거쳐, 화채봉 능선으로 올라, 능선에서 밤을 맞고, 대청 정상이 오른쪽 코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능선에서 비박을 한 후, 이튿날 아침 정상에 올랐다. 하산은 소청-봉정암-가야동계곡-오세암-마등령을 지나 신흥사로 내려와, 산속에서만 꼬박 일주일을 지낸 산행이었다. 화채봉 능선을 바라보며 56년 전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린다.
설경 1
설경 2
심하게 가팔라 위험한 곳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하산을 돕는다. 점차 고도가 낮아지며, 백두대간이 지나는 공룡능선이 눈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다. 실로 장관이다. 아이젠을 신고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서려니, 어제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은 허벅지가 땅긴다. 쥐라도 나면 눈 속에서 고생이 심하겠기에, 무리하지 않고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내린다.
165 공룡능선 1
공룡능선 2
계단 길 하산
나뭇가지 사이로 시야가 트이며 대청봉이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고도가 점차 낮아지며, 공룡능선의 1275m봉, 범봉, 천화대 등의 봉우리 하나하나가 우쭐우쭐 제 모습을 뽐낸다.
오른쪽의 대청
공룡능선의 위용
1275m봉
천화대
저 아래 대피소가 보인다. 9시 19분 희운각대피소에 내려선다. 중청대피소를 떠나, 1.9Km의 구간을 1시간 30분 만에 내려선 것이다. 눈길에 어제 걸은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이겠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화장실에 들렀다 하산을 계속하여, 전망대에서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희운각대피소
칠성봉
신선봉
9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무너미고개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면 공룡능선으로 이어지고, 천불동계곡은 오른쪽 내리막이다. 가파르고 지루한 긴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선다. 10시 4분, ‘양폭 0.9Km/비선대 4.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넌다,
무너미고개 갈림길 이정표
계곡에 걸린 다리
계곡이 깊어지며,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왼쪽 암벽에 설치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긴 계단을 내려선다. 폭포는 얼어붙어 빙폭(氷瀑)을 이루고 있다, 계단을 걸으며 보는 주위 풍광이 압권이다.
잔설이 쌓인 암봉
암봉 허리에 계단 길 1
계단 길 2
빙폭
골짜기 안쪽의 기암
10시 33분, 양폭대피소를 지난다. 양폭대피소 이정표는 이곳이 ‘고도 750m, 희운각 1.8Km/비선대 3.3Km’ 지점이라고 알려준다. 양폭대피소를 지나 지나온 골짜기를 돌아본다. 동쪽, 서쪽, 그리고 북쪽의 삼면으로 빽빽하게 용립한 암봉들이 장관이다.
양폭대피소
암봉들의 열병
암봉과 암반
암봉 위로 향하는 바위들
계곡이 더욱 깊어지며 암벽들이 더욱 가깝게 닥아 온다.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눈발이 날리고, 계곡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날씨가 또 다시 변해 잠시 푸른 하늘이 보이고, 11시 22분, 비선대 2.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암벽 1
암벽 2
암벽 3
깊은 계곡
빙폭
다시 날씨가 흐려진다. 이번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눈발이 굵어지니 마음이 급해지고 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눈 내리는 천불동 계곡을 담으려고 손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어두웠던 하늘은 밝아지는데도 눈발은 여전하다. 암봉들의 윤곽이 달라 보인다.
잠시 맑은 하늘이 보이더니
날씨는 더욱 흐려지고
눈발 속의 귀면암
하얀 계곡
밝은 하늘과 눈 나리는 골짜기
기암
12시가 넘자 날씨가 개이더니, 저 앞에 비선대의 봉우리들이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 다 내려온 셈이다. 12시 28분, 등산객들이 모여 있는 입산통제소에 이른다. 입산통제 팻말이 보인다. 날씨 변화가 심하더니, 기상특보가 내린 모양이다.
비선대 암봉들
입산통제소
다리를 건너며 골짜기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비선대 식당으로 내려서서, 소주 서너 잔과 산채비빔밥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이어 설악동에 이르러 신흥사를 잠시 둘러 본 후, 시내버스를 타고 속초 고속버스정류장으로 나온다.
비선대 위 다리를 건너며 본 계곡 풍광
비선대 암봉
하산하다 뒤돌아 본 설악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비 1
안내문
극락보전
범종각 쪽에서 본 참선당과 뒤로 보이는 권금성, 노적봉
일주문
설악동에서 본 설악산
3시가 조금 못 되어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동서울 행 표는 이미 모두 매진이고, 10분마다 출발하는 강남 행도 제일 빠른 것이 4시 10분 발 버스다. 이제 서울과 설악산이 무척 가까워졌다. 설악산이 그리울 때면, 대피소에 예약을 한 후, 언제고 혼자서도 찾아 올 수 있게 되어 반갑다.
(201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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