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계곡
2014년 11월 10일(월)
한라산 등반을 위해 6시에 식사를 하고, 7시에 성판악으로 출발을 한다. 하지만 출발시간 7시가 됐는데도 3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미래트레킹 대표가 안 나온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확인하고 방으로 전화를 하니,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는지, 졸린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15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차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출발을 하자고 성화다. 하지만 미래트레킹 대표입장에서는 고객을 버리고 출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다시 전화를 해서 5분 내에 안 나오면 출발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할 터이니, 5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7시 19분, 젊은 부부가 얼굴을 감싸고 차에 오른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정한 시간을 지키지 못한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려주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기강이 무너진 지금의 우리나라 꼴을 보는 것 같아, 아침부터 혈압이 오른다.
한라산 등반은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한라산 종주 팀은 8시경 성판악을 출발하여 정상에 오른 후 오후 5시까지 관음사 탐방로 입구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종주를 하지 않고 사라오름까지 가는 팀은 1시까지 성판악으로 되돌아와 버스로 몇 군데 관광지를 둘러본 후 4시경에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서 종주 팀을 기다린다. 종주 팀과 사라오름 팀의 비율은 대강 75;25 정도다.
버스는 7시 50분 경 성판악에 도착한다. 점심 도시락과 물 한 병을 받아 챙기고 성판악 탐방로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은 후, 8시 정각 신작로처럼 넓은 등산로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 탐방안내소 도착
자르기 한라산 국립공원 돌표지와 고도 750m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과 세계 7대 자연경관 패
성판악 탐방안내소
입구의 안내판
산행시작
올해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10월 17일 경이라더니, 20일이 넘게 지난 오늘은, 단풍철이 지나,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들만 앙상하다. 하지만 간혹 아직도 단풍을 달고 버티는 나무들도 눈에 뜨이고, 상록수들은 여전히 독야청청 푸르름을 자랑한다.
낙엽 진 앙상한 나뭇가지
고산 분위기가 물씬 나는 숲
조난구조 전화번호가 담긴 성판악 4-1 번 말뚝을 지난다. 이런 말뚝이 300m 간격으로 정상까지 설치되어 있어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상에서 만난 말뚝 번호는 4-36이다. 그렇다면 성판악에서 정상까지 거리가 10.8Km 라는 이야기인데, 이정표 상의 거리 9.6Km와는 1.2Km차이가 난다.
4-1번 말뚝
정상 말뚝
5시까지 하산을 하라고 하니, 한라산 종주에 주어진 시간이 9시간이다. 시간이 충분하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유유히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하듯 걷는다. 아주머니 부대들에게 잇달아 추월을 당해도, 아랑곳없이 내걸음을 걷는다. 드물게 좋은 날씨다. 바람도 없다. 8시 39분, 고도 900m를 알리는 돌 표지를 지난다.
아주머니 부대에게 추월 당하고
해발 900m 지점
정각 9시, 속밭대피소 1.0Km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난다. 이어 전나무 숲을 통과하고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 9시 14분, 속밭대피소에 도착하여 장갑과 바람막이를 벗어 챙기고,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바로 출발한다. 성판악에서 속밭대피소까지는 4.1Km에,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천천히 걸었어도 기준시간 안에 도착한 셈이다.
한라산 탐방로 안내
전나무 숲길
벌거벗은 나무들
등산객들로 붐비는 속밭대피소
흡사 국립서울대학교 마크처럼 생긴 고사목 그루터기를 지난다. 서울대학교 마크를 달아보지 못한 한이 남아, 죽어서도 그 모양을 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딱한 느낌마저 든다. 죽으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 지는 것인데...9시 24분 해발 1,100m 지점을 지난다.
국립서울대학교
해발 1,100m 지점
9시 38분, 다리를 건너며, 오른쪽으로 가까이 지나가는 모노레일을 카메라에 담는다. ‘모노레일 다리’가 앙증맞다. 눈에 익은 커다란 전나무를 지나친다. 지난겨울 당일치기 한라산 등반을 하며 만났던 나무다. 꼭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나무 아래에서 폭설을 피해 잠시 앉았던 기억이 새롭다.
다리를 건너고,
모노레일
모노레일 다리
반갑게 다시 만난 전나무
지난겨울 만났던 크리스마스트리
9시 54분, 사라오름 갈림길을 지난다. 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지자, 더욱 더 유장하게 레스트 스텝(Rest Step)으로 걷는다. 뒤에서 금속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진달래 대피소로 올리는 짐을 잔뜩 실은 짐차가 모습을 보인다.
사라오름 갈림길
모노레일 짐차
10시 20분, 고도 1,400m 지점을 지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능선에 이르니, 보라! 잠시 한라산 정상부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돌 많은 등산로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자, 한라산 정상부는 나무 뒤로 주저 않아 모습을 감춘다.
해발 1,400m
가파른 돌계단길
한라산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10시 39분, 진달래 대피소에 이른다. 산책하듯 유장하게 걸었어도, 오네 하스트, 오네 라스트(Ohne Hast, Ohne Rast –서둘지 말고, 쉬지 말고) 주법으로 걸어, 안내문의 예정 소요시간 보다 20분 정도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햇살 아래에서 라면으로 간식을 줄기고 있지만, 나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10시 40분, 통제소를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진달래 대피소
등산통제 안내문
통제소
긴 데크 길이 이어진다. 가파르더라도 계단길이 돌길보다 걷기가 편해서 좋다. 누렇게 변한 조릿대,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화산암, 그리고 관목들 사이에 붉은 열매를 촘촘히 달고 있는 이름 모르는 나무, 새털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완연한 고산 풍광이다.
고산풍광
해발 1,500m 지점을 지나자, 가파른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10시 58분, 현재의 위치가 진달래 대피소에서 500m 떨어진 곳이고, 대피소에서 이곳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20분이라고 알려주는 안내판을 만난다. 평지에서는 500m를 걷는데, 약 10분이 소요되는데, 이곳은 그 2배인 20분씩이나 걸리니, 어느 정도 가파른 길인가 짐작할 수 있겠다.
고도 1,500m
가파른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대원들
이어 구조말뚝 4-30을 지나고, 11시 06분, 고도 1,600m를 알리는 돌 표지 앞에 선다. 해발 1,500m 지점을 10시 44분에 통과했으니, 고도 100m 죽이는데 22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4-30 구조말뚝
고도가 1,700m를 넘자, 고사목들이 즐비하다. 11시 33분, 진달래대피소에서 1.3Km 떨어진 지점이라고 알리는 안내판을 지난다. 이제 정상까지는 1Km가 남았을 뿐이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2분 쯤 더 오르자 부드러운 한라산 정상이 모습을 보이고, 등산로는 정상까지 계단 길로 이어진다.
고사목 1
고사목 2
안내판
정상이 보인다
계단 길 1
계단 길 2
꾸벅꾸벅 계단을 오르다, 잠시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왼쪽으로 뭉게구름이 가깝고 가파른 사면에는 키 작은 관목들이 가득한데, 오른쪽으로는 정상 분화구를 둘러 싼 바위들이 가깝고, 나지막하게 엎드린 관목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고사목 군락지가 눈길을 끈다. 층계참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면, 발아래 둥실 떠있는 구름, 육지와 바다, 그리고 하늘이 한 공간에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 사면
오른쪽 풍광
뒤돌아본 풍광
계단 길이 더욱 가팔라지고, 12시 17분, 해발 1,900m 지점을 지나고 나서, 마지막 가파른 계단을 올라, 12시 23분, 정상석이 있는 한라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먼저 올라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쾌청하게 맑은 날씨 덕에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수평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발 1,900m 지점
정상에 모인 사람들
마지막 오름
이정표
정상석
백록담 안내문
백록담
정상의 인파
인파 속에 휩싸여 한동안 정상에 머물며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12시 30분,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서, 관음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풍경 1
정상풍경 2
정상풍경 3
정상풍경 4
정상풍경 5
하산길 1
하산길 2
12시 38분, 전망대에 서서 한라산 북벽과 장구목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성판악 쪽에서 보는 부드러운 모습과는 달리 힘차고 당당하다.
백록담 북벽 1
북벽 2
장구목
12시 40분 경,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쓰러져 누워있는 고사목 등걸에 앉아, 약 20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산행을 속개한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을 따라 내리며 왼쪽으로 보이는 한라산 북벽을 카메라에 담고, 1시 22분 경, 헬리포트가 있는 쉼터로 내려선다.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한 곳
계단을 내려서며 본 북벽
장구목과 헬기장
저 아래 보이는 헬리포트와 쉼터
쉼터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다시 계단을 내려선다. 1시 24분, 백록담에서 1.3Km 떨어진 곳이라고 알려주는 안내판을 지나, 길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 1시 40분 용진각 대피소 자리에 이른다.
쉼터에서 본 북벽 1
북벽 2
안내판
길고 가파른 내리막 길
장구목 단애
추억속의 용진각 대피소
옛 대피소 터
대피소 터에서 본 북벽
한라산 북벽,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인 옛 대피소 자리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곳에서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났던 당시의 광경을 떠 올리니 몸서리가 쳐진다. 대피소 자리를 떠나, 용진각 현수교를 건넌다. 앞에 외국인이 혼자서 씩씩하게 걷는다. 이어 다리를 건넌 후 샘터에서 익숙한 솜씨로 물을 보충하는 것을 보면 한라산을 잘 아는 친구 같아 보인다.
현수교
용진각 현수교
다리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보수 중인 산허리 길을 걷다, 시야 트인 곳에 서서, 장쾌한 한라산의 북쪽사면을 망연히 바라보고, 왕관릉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라산 북벽
왕관릉
왕관바위
1시 59분, 백록담에서 2.7Km, 고도 1,500m에 있는 삼각봉대피소로 내려선다. 잠시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은 후 하산을 계속하여, 사고발생 탐방로, 원점비, 해발 1,000m 돌표지를 차례로 지나, 3시 17분, 해발 975m 지점의 탐라계곡 대피소에 이른다.
삼각봉 대피소
안내도
삼각봉
관음사 방향의 조망
뒤돌아 본 삼각봉
사고발생 탐방로
원점비
탐라계곡 대피소
탐라계곡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어 반갑다. 긴 계단을 내려 다리를 건너고 다시 긴 오르막 계단을 오르며 보는 단풍이 곱다. 이제는 다 내려온 셈이다.
탐라계곡 단풍
다리를 건너고
물 없는 계곡
데크 길
3시 34분, 숯 가마터를 지나고, 이어 석빙고 구린굴이 있는 계곡에 이른다. 이끼 낀 바위, 그 위에 떨어진 홍엽, 하늘 비친 물 그리고 검게 뚫린 굴 등이 연출하는 그림이 환상이다.
계곡 1
계곡 2
계곡 3
구린굴
안내판
567 건천
4시 26분, 관음사 탐방로 주차장으로 내려와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한 후, 주위를 둘러보며 일행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관음사 탐방로 안내판
한라산 안내판
관음사 휴게소
5시가 가까워지자 대원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한라산 단풍축제라고 해서 따라 왔는데 단풍은 없고 단조로운 풍광에, 힘만 들었다는 사람. 다리에 쥐가 나서 애를 먹었다는 사람, 끝없이 이어지는 돌길에서 죽을 고생을 했다는 사람... 모두들 한라산 종주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라산 종주는 도봉산, 청계산과 같이 즐기려고 찾는 산과는 달리, 힘이 들고 고생이 되더라도 한라산을 넘어 보겠다는 목적이 있는 산행이다. 산을 즐기려는 마음으로 한라산 종주에 참여 했다면 처음부터 잘 못된 선택이다. 물론 잘못한 선택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겠지만, “즐기는 산행”과 “목적 산행”의 다른 점을 확실히 설명하지 않는 산악회나 여행사의 책임 또한 크다.
5시 30분이 지나자, 마지막 팀이 초죽음이 되어 버스에 도착한다. 늦었어도 전원 무사히 하산해서 다행이다. 50~60대의 장년들도 꽤 있었는데, 무리해서 도중에 심장발작이라도 일으켰으면 어쩔 뻔 했나?
하산을 마친 우리들은 제주 쇼핑 몰에 잠시 들렀다, 사수해녀해산물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201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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