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동편제 판소리도 듣고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정맥 마지막 남은 구간을 산행한다. 주화산에서 시작하여 망덕산을 넘어 외망 하구에서 끝나는 도상거리 약 432Km의 호남정맥은 9정맥 중 최장이고, 서울에서의 이동거리도 멀어, 그 만큼 완주에 어려움이 따르는 정맥이다. 동호인 모임인 무주공산 산악회를 따라 2008년 1월 남진대열에 참여하지만, 성원부족으로 산행이 중단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송암 산악회의 북진행렬에 끼어들어 남북연결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래도 공백이 생긴 구간은 '나 홀로 산행'으로 메워, 이번 구간산행으로 종주 마무리를 하게 된다.
4월 14일(화) : 순천 이동, 1박. 산행 없음.
4월 15일(수) : 접치-빈계재, 도상거리 약 15Km
4월 16일(목) : 빈계재-주릿재, 도상거리 약 9Km
소요비용은 버스비 46,300원, 택시비 19,000원, 숙박비 14,000원, 식대 및 음료수 33,300원, 계 112,600원이다.
산행지역의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은 없었으나, 15일 하산 후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구경하는데 비가 내리더니, 16일에는 산행 중에 빗방울이 간간이 흩날리고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원거리 조망은 제로다. 이런 날씨에 마루금을 지그재그로 우회하는 임도를 6Km나 걸어, 귀신이 나올 것 같이 음산하다는 존제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겁도 나고 자신이 없어 포기한다. 따라서 주릿재에서 존재산을 거쳐 천치재까지의 도상거리 약 5Km구간을 공백으로 남겨두게 되어 아쉽다.
2009년 4월 15일(수).
유심천 찜질방 수면실에서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용무를 본 후, 24시간 김밥집으로 이동하여, 오늘 아침은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4,500원). 두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가 간이 맛아, 수북이 담아준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아래층 편의점으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6시 2분, 생각보다 빨리 접치를 통과하는 111번 버스가 도착한다. 종점이 송광사가 돼서 그런지 이른 아침인데도 버스 안에는 승객들이 가득하다. 기사양반에게 접치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한 후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시내를 벗어나자 버스는 거의 논스톱으로 달려. 6시 31분, 낮 익은 접치에 도착한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라 사위는 아직도 어둑한데 호남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만이 요란하다. 두월육교를 건넌다. 왼쪽으로 절개지에 걸린 철사다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표지기들이 요란한 일반 등산로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망설이다. 일반 등산로 쪽으로 이동하여, 입구의 조계산 산행도를 들여다보며 진행방향을 가늠하고, 6시 36분, 산행을 시작한다.
두월육교에서 내려다 본 호남고속도로
일반등산로 입구
조계산 산행도.
6시 40분, 삼거리에 이른다. 절개지 철사다리를 오르고, 쌍묘를 지나는 맥꾼들의 전용통로와 만나는 곳이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 높게 자리 잡은 쌍묘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지난번 힘들게 올랐던 오성산은 새벽안개에 가려, 아랫부분의 윤곽만 겨우 보일 뿐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조계산으로 향한다.
쌍묘
되돌아 온 삼거리
정맥마루금은 신작로처럼 뚜렷한 일반등산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이어져 영산봉 삼거리에 오르고, 그 곳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또 다른 삼거리에 서 북상하여, 장군봉으로 오른다. 접치에서 약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장군봉에서 빼어난 조망을 즐기고, 남쪽으로 하산하여, 매바위, 작은 굴목재를 거쳐 큰 굴목재까지도 뚜렷한 일반등산로가 이어진다. 장군봉에서부터 약 1시간이 소요는 곳이다. 이후 장안치에 이르러 비로소 조계산 군립공원을 벗어나게 되니, 오늘 산행은 조계산 산행이라 할 수 있겠다.
"조계산(曹溪山, 884.3m)은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 부른 명산으로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폭포와 약수 등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불교 사적지가 많은 곳으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세가 부드럽고 아늑하여 험하지 않고, 전국 3대사찰 중의 하나인 송광사와 고찰인 선암사가 주능선을 중심으로 동서에 자리 잡고 있다. 선암사 둘레에는 월출봉, 장군봉, 깃대봉, 일월석 등이 줄지어 솟아있고, 선암사 계곡을 흐르는 동부계곡은 이사천으로, 남부계곡은 보성강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절을 찾는 참배객들과 가족단위의 소풍객들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6:31) 접치-(06:36) 등산로 입구-(06:40~06:47) 삼거리-(07:01) 두 번째 송전탑-(07:10) 비림안내문-(07:40) 공터-(08:08) 연산봉 삼거리-(08:17) 안부 삼거리-(08:29~08:43) 장군봉-(08:50~08:55) 배바위-(09:11) 작은 굴묵재-(09:28) 큰 굴묵재-(09:32) 깃대봉 오른쪽 우회-(09:36) 산죽 밭-(09:37) 낙엽안부-(09:43) 임도-(09:51) 얼레지 밭-(09:55) 산불감시초소-(10:01) 700.8m봉-(10:09) 장안치-910:25) 송전탑봉-(10:34) 헬기장-(10:50) 620m봉-(10:57) 이동통신기지-(11:09~11:10) 고동산-(11:12~11:34) 중식-(12:01) 고동치-(12:03) 갈림길, 좌-(12:07) 임도 버리고 왼쪽 능선-(12:16) 600m봉-(12:30) 안부-(12:37) 511.2m봉-(12:40) 편백나무 숲 안부-(13:16) 벌목지대-(13:21) 철책-(13:44) 빈계재』중식 22분포함, 총 7시간 1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넓은 등산로를 천천히 따라 오른다. 이른 아침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숲속의 공기가 더 할 수 없이 상큼하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으며, 조계산을 통째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7시 1분,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신작로 같이 넓은 오르막길을 올라 7시 20분, 비림 안내문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비림은 송광사 일주문 옆에 있는 비석들의 숲이라고 하는데, 이 비석들에는 불도 성취를 위해 정진한 고승들의 치열한 삶의 자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너른 등산로, 돋아나기 시작하는 새싹으로 산속의 분위가가 상큼하다
비림 안내문
7시 40분, 빈 안내판이 있는 고도 약 670m정도의 공터에 이른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샛길에 표지기가 보이지만, 신경 쓸 것 없다. 무조건 큰길만 따라가면 된다. 무성한 산죽 밭을 오르고, 돌길을 지나, 능선에 이르니 왼쪽으로 장군봉보이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8시 8분, 연산봉 삼거리에 도달한다. 오른쪽 연산봉 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다.
산죽길 우회로
장군봉
연산봉 갈림길
왼쪽 평탄한 길을 따라 장군봉으로 향한다. 시야가 트이며 60도 방향의 운무 위로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떠 있다. 8시 17분,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파란 하늘과 운무를 배경으로 연산봉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300도 방향에 운무 사이로 고개를 내민 산봉우리들이 장관이다.
60도 방향의 조망
3거리 안부
연산봉
300도 방향의 조망
8시 29분, 정상석, 삼각점<순창 11 1991 재설>, 돌탑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장군봉(884.3m)에 선다. 서쪽의 연산봉을 제외하면 사방이 온통 구름바다다. 장관이다. 이른 아침이라 장군봉도 독차지다. 마치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정상주 두어 모금을 마시며 모처럼의 행운을 자축한다.
장군봉
이정표
돌탑
운무 1
운무 2
8시 43분, 아쉬움을 남긴 채, 작은 굴목재로 내려선다. 가파른 돌길을 지나, 8시 50분, 안내판이 있는 배 바위에 이르러, 로프에 매달려 배 바위 위에 오른다. 지금은 운무에 가려 장군봉과 연산봉만을 보지만 맑은 날에는 조망이 빼어나겠다.
배 바위
배 바위 전설
배 바위 오름길
배 바위에서 본 장군봉
연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연산봉
잘 뚫린 일반등산로를 걷는다. 9시 11분, 벤치, 이정표, 조계산 도립공원 안내판이 있는 작은 굴목재를 지나고, 9시 26분에는 큰 굴목재를 통과한다. 큰 굴목재에서 너른 일반등산로가 끝이 나고, 이제부터는 정다운 정맥산길이 이어진다.
작은 굴목재
큰 굴목재
정맥산길
9시 33분, 깃대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낙엽이 곱게 쌓인 사면 길을 걷고, 산죽 밭을 지나, 너른 안부를 거치고, 9시 43분, 임도를 건넌다. 이어 잡목과 철쭉의 심한 저항을 받으며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로 향한다. 9시 47분, 전망바위에 서서 장박골재의 보리밥집을 굽어보고, 이어 너른 얼레지 꽃밭을 지난다. 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9시 55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낙엽 쌓인 사면길
장박골재의 보리밥집
얼레지꽃밭
잠시 능선 안부로 내려섰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 오르막을 오르면, 삼각점<순창 406 1986 재설>이 있는 700.8m봉이다. 준.희 님의 표지판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지나, 10시 9분, 너른 안부인 장안치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뚜렷한 산길이 보인다. 지도상으로는 장안치가 조계산 군립공원의 경계가 된다. 비로소 조계산을 벗어나는 것이다.
낙엽송 숲
정상표지판
아름다운 송림
장안치
송전탑이 있는 697m봉을 향해 오른다.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 연산봉 좌우로 흐르는 부드러운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멀리 오성산을 보고, 10시 25분, 송전탑 봉에 올라 고동산의 통신탑을 본다. 송전탑 봉을 내려서서, 소나무 숲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헬기장 같이 넓은 공터를 지난다. 이어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간벌 중인 낙엽송 숲을 지나 능선을 우회한 후, 10시 50분, 620m봉에 서자, 정면으로 고동산이 바라보인다.
연산봉의 부드러운 능선
멀리 보이는 오성산
송전탑봉
간벌 중인 낙엽송 숲의 소나무향기
10시 57분, 이동통신기지가 있는 시멘트도로에 내려서서 고동산을 바라보고 억새가 우거진 임도를 따라 고동산을 오른다. 11시 9분,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있는 고동산에 이르러, 조계산을 돌아보고 금전산을 바라본 후, 억새 길을 따라 하산하다 11시 12분,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가까이 본 고동산
고동산 정상
조계산
금전산
가야할 능선
11시 34분,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속개한다. 억새밭을 지나며 330도 방향으로 장안리를 굽어보고, 12시 1분, 고동치에 내려선다. 이어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고, 소나무가 받혀주는 일산을 받으며 산책로를 걷는다, 12시 7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철쭉능선을 올라, 12시 16분, 600m봉에서 금전산과 너른 낙안읍을 바라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장안리
고동치
12시 30분, 거미줄이 얼굴에 휘감기는 안부를 지나, 12시 37분, 삼각점<순천 405 1986 재설>이 있는 511.2m봉에 오른다. 준.희 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편백나무 숲 안부에 내려서고, 억센 철쭉능선을 헤집고 어렵게 봉우리에 올라서니, 백이산과 낙악읍성이 가깝다.
511.2m봉
백이산
낙안읍성
1시 16분, 벌목지대 안부를 지나, 농장철책을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잠시 왼쪽 능선으로 들어섰다 다시 철책을 따라 이어진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1시 44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빈계재에 내려선다. 이른 시각이지만, 오늘산행은 이곳에서 마감하고 남은 시간은 낙안읍성의 민속마을을 구경을 하기로 한다.
벌목지대 안부
농장 철책을 따라 걷고
편백나무 숲을 지나
빈계재에 내려선다.
낙양읍성은 빈계재에서 약 1.3Km 떨어져 있다. 63번 순천시내버스가 다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걷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린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찦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멈춰서더니, 창문이 열리며,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낙양읍성으로 간다고 하니 타라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아저씨다. 하지만 지리산 종주를 몇 차례 무리하게 했더니 무릎 연골이 닳아져, 약을 먹고 있다며, 등산만큼 건강에 좋은 것도 없지만 무릎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친절한 아저씨가 낙안읍성 서문 앞에 내려주며 장도를 빌어준다. 고마운 아저씨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물으니 경노우대라며 무료라고 한다. 성안으로 들어선다. 비포장도로 양쪽에 초가집들이 늘어서고 공터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인데, 구경나온 유치원생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서문 입구, 뒤로 보이는 산이 금전산
"삼한시대 마한 땅, 백제 때 파지성, 고려 때 낙안군 고을 터며, 조선시대 성과 동헌(東軒), 객사(客舍), 임경업 군수비, 장터, 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성과 마을이 함께 국내 최초로 사적 제302호에 지정되었다.
돌담길
국창 송만갑 선생 댁
조선 태조6년(1397)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섰고 300년 후 인조4년 (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33세 때 낙안군수로 부임하여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임경업 군수비
동문을 비롯하여 서, 남문을 통해 성안에 들어서면 사극 촬영장이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용인 ,제주민속마을 같이 전시용이나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이 아닌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성벽
동문
순천시가지에서 서쪽 22㎞거리의 읍성민속마을은 6만8천여 평으로 초가는 초라한 느낌마저 들지만 조상들의 체취가 물씬 풍겨 친근한 정감이 넘친다. 남부지방 독특한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지붕, 섬돌위의 장독과 이웃과 이웃을 잇는 돌담은 모나지도 높지도 않고 담장이와 호박넝쿨이 어우러져 술래잡기 하며 뛰놀던 어린 시절 마음의 고향을 연상케 하며 마당 한편의 절구통마저도 예스럽다." (이상 순천시 홈페이지에서)
순천행 버스정류장 옆 식당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약 40분 정도 민속마을을 둘러보고, 동문으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순천시내버스를 기다린다. 3시 40분 경, 63번 버스가 도착하고, 5시가 다 되어 순천대 앞에서 내려, 이제는 단골숙소가 된 유심천 찜질방으로 향한다.
(200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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