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하다 처음 만난 꽃무릇-상사화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꽃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의 경계에 속해있는 선운산(336m)은 본래 도솔산이라 불렀으나 백제 때 창건한 선운사로 인해 선운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336m의 선운산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선운사 대웅보전

 

선운산 도립공원은 경수산(444.3m) 개이빨산(345.1m), 구황봉(297.8m), 청룡산(310m), 비학산(307.4m)등 3 - 4백m급의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산악공원이다. 그리 높지도 않고 규모도 작지만 기암 괴봉들이 수려하고, 계곡미가 빼어나 "호남의 내금강" 이라고 불린다.

천마봉에서 본 견치봉, 선운산, 경수산

 

작지만 하루 산행만 으로는 부족한 선운산의 탐승은 주봉이 어느 것인가 하는 문제로 견해가 제각각이어서 초행자는 다소 헷갈리기 마련이다. 산의 주봉은 가장 높아야 하니 당연히 경수산이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치나 지세로 보아 산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대찰 선운사가 깃든 도솔산(336m)이 주봉이라는 이도 있다.

선운산에서 본 경수산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경수산으로 올라 도솔산으로 종주산행을 이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낙조대, 진흥굴, 장사송, 도솔암, 내원궁 등의 명소를 거느리고 있는 천마봉까지 이어가야 당일산행을 통한 선운산 탐승은 100점 만점에 가까워진다. 천마봉 정상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선 뒤 도솔계곡 변의 진흥굴, 선운사 등 명소를 보며 하산하는 순서의 산행이 선운산 당일산행으로는 가장 권할 만하다.

사자바위, 천마봉 그리고 도솔계곡

 

산길에 더 욕심을 내서 도솔산을 답사하려면 낙조대에서 청룡산, 비학산, 구황봉으로 한 바퀴 빙 도는 일주산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일주 산행은 겨울에는 어렵고, 해가 비교적 길고 산행하기에도 좋은 봄가을이 무난하다.

비학산

 

하지만 이렇게 당일 일주산행을 할 경우에는 도솔계곡 주변의 명소들을 먼발치에서 보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빙 도는 산행을 할 작정이면 아예 선운산에서만 1박2일 할 생각을 하고 도솔계곡 탐승을 마저 해보아야 선운산을 제대로 본 것이라 할 것이다.

 

선운산에는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다. 흔히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꽃무릇’이다. ‘꽃무릇’은 꽃의 생김새보다는 화려한 색감이 더 매혹인 꽃이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어 흔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짝사랑을 의미하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길에 온통 붉은 상사화가 꽃 천지를 이룬다. 9월이 지나면 볼 수 없는 꽃으로 개화기간이 매우 짧아서 때를 놓치면 다음해를 기약해야 한다. 선운산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고목과 꽃무릇

 

2009년 9월 19일(토).

피닉스 산악회가 ‘꽃무릇 축제’에 때맞추어 선운산을 안내한다. 국제산악회와 연합을 하다 보니 42인승 버스가 만석인데, 뜻하지 않게 국제산악회 강 선배님의 건강한 모습을 만난다. 반갑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해리-배맴바위-낙조대-천마봉-용문굴-견치봉-선운산-마이재-선운사』로 산악회가 배정한 산행시간은 4시간이다.

산행코스

 

피닉스 산악회의 안내는 처음 받아본다.이경란 회장님의 산행지 주변과 산행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탁월하고, 선두대장과 후미대장이 수시로 무선연락을 하며 대원들을 리드한다. 특히 여자 후미대장이 철저하게 후미를 챙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좋은 산악회다.

 

가을 나들이 차량, 성묘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버스는 안성에서 평택, 음성고속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제 속도를 내며 시원스럽게 달린다. 서산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고창IC에서 내려 해리로 향하더니, 11시 34분, 들머리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눈앞에 배맨바위가 우뚝하고, 가야할 시멘트도로가 하얗게 보인다.

대천을 지나며

들머리에 도착하여 바라 본 배맨바위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차단기를 좌우로 우회하여 시멘트도로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도로변에 무더기로 핀 코스모스가 일행을 반긴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오른다. 그늘도 없는 땡볕 길이다. 이런 길을 15분 쯤 걸으면 무덤가에 이르고, 비로소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코스모스

땡볕 속 가파른 시멘트도로 오르막

 

거친 잡목 사이로 희미한 산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배맨바위를 가까이 본다. 앞에 정체현상이 생긴다. 암릉을 오른 쪽으로 트래버스 하는 길에서 생긴 정체다. 가파른 암벽길이 이어진다. 두둘두둘 거친 바위가 미끄럽지 않고, 손잡을 곳,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 트래버스

 

12시 4분, 산행 시작 후 30분 만에, 주능선에 오른다. 왼쪽은 낙조대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배맨바위로 가는 길이다. 배맨바위로 향한다.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배맨바위 아래에 이르러, 바위를 오른다. 작은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정면의 주봉을 바라보니,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 포기하고 내려서서 낙조대를 향해 앞선 대원들의 뒤를 쫓는다.

배맨바위 아래 이정표

궁산리 조망

배맨바위 주봉 오르는 길

 

12시 13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 배맨바위를 뒤돌아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능선길에서 조망이 트이며 140도 방향의 비학산과 남쪽의 청룡산, 배맨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배맨바위

비학산

배맨바위와 청룡산

 

낙조대 100m를 알리는 표지목이 있는 곳에서 건너편 낙조대, 그 뒤로 견치봉, 그리고 멀리 경수산을 바라본다. 장관이다.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천마봉의 아찔한 단애를 카메라에 담고, 낙조대에서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암능을 바라본다.

낙조대 100m를 알리는 표지목

건너편으로 보이는 낙조대, 견치봉, 그리고 멀리 경수산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서고

아찔한 천마봉 단애

 

12시 37분, 낙조대에 도착하여, 기암에 올라 지나온 능선과 철계단을, 그리고 동쪽으로 천마봉을 바라본다. 암봉에서 내려서서,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아이스케이크 하나 사 물고 천마봉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비학산, 청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본 낙조대 기암들

낙조대 기암에 올라 본 지나온 능선과 철계단

천마봉

낙조대 이정표

 

12시 46분, 천마봉 넓은 암반 위에 선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그만이다. 남쪽으로 청룡산, 배맨바위,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는 비학산 능선이 고운데, 그 앞으로 사자바위가 우뚝하다. 북동쪽으로 도솔암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천황봉, 형제봉, 멀리 소요산(444m)이 우뚝하다.

천마봉 암반

청룡산, 배맨바위, 그리고 지나온 능선

사자바위

도솔암

 

12시 49분, 마지막으로 낙조대 기암과 견치산, 선운산, 경수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낙조대로 향한다. 도중 도솔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원들 대부분이 견치산, 선운산을 포기하고, 도솔암으로 내려서서 도솔계곡의 멋진 풍광과 유적을 즐겼다고 한다. 12시 52분, 다시 낙조대 이정표를 지나고, 견치봉으로 향하다. 대장금에서 최 상궁이 자살했다는 낙조대의 암벽을 지난다.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 기암

낙조대 회귀

최 상궁 자살 장소

 

완만한 나무계단길을 내려선다. 최 상궁이 몸을 던졌다는 암봉을 다시 뒤 돌아 보고, 1시, 용문굴 갈림길에서, 오른쪽 용문굴로 내려선다. 거대한 동굴이다. 대장금 촬영지라는 알림판이 보인다. 1시 7분, 삼거리로 되돌아와 소리재로 향하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최 상궁이 뛰어 내렸다는 바위

용문굴

대장금 촬영지 표지판

회귀한 삼거리, 후미그룹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삼거리 이정표

 

1시 14분, 사방이 트인 암봉에서 조망을 즐긴다. 천마봉, 사자바위, 도솔계곡, 그리고 청룡산, 배맨바위에서 이곳까지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조망이다. 110도 방향의 선바위로 짐작되는 기암을 당겨 찍고, 암봉을 내려서서, 그늘진 바위에 앉아 간식을 즐기는데,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배맨바위에서, 낙조대, 천마봉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지는 능선

110도 방향의 선바위, 병풍바위

 

약 15분 동안 간식을 즐기고, 앞 선 대원들을 뒤 쫓는다. 1시 31분, 소리재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분 후, 소리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견치산까지 거리가 700m라고 알려준다.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후미대장이다. 선두와 수시로 무선연락을 취하며 후미대원들을 빠짐없이 챙긴다. 완만한 오름 길이 이어진다. 1시 38분, 대나무 숲을 지나고, 이어 전망바위에 서서, 도천리와 도촌저수지를 굽어본다.

소리재

도천리와 도천저수지

 

1시 48분, 견치산 입구를 지나, 1시 50분,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견치산 정상에 오른다. 개이빨산, 또는 점잖게는 국사봉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북쪽으로 암봉과 그 뒤로 곰소만이 내려다보인다. 견치산을 내려서서 1시 53분, 도솔산 갈림길에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도솔산까지의 거리는 1,6Km이다.

견치산 입구

삼각점

돌탑

북쪽으로 보이는 암봉과 곰소만

수리봉 갈림길 이정표

 

하산지정 시간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남았다. 하지만 하산하여 선운사를 둘러보고 어디선가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감안하면 서둘러야겠다. 완만한 내리막길, 평탄한 길을 빠르게 진행한다. 2시 8분 수리봉 7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사거리안부 이정표

 

오르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2시 28분, 돌탑이 있는 너덜지대를 지나고, 2분 후, 수리봉 100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며, 연화리마을과 검소만이 내려다보인다. 2시 34분, 이정표 하나가 달랑 서 있는 수리봉 정상(도솔산)에 오른다. 700m를 오르는데 26분이 소요됐다. 그만 큼 빡센 구간이다.

창당암 갈림길 이정표

연화리와 검소만

도솔산 정상

 

오른쪽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멘 대원 한분이 올라온다. 조망이 트인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조금 내려서면 전망바위가 있다고 알려준다. 2시 47분, 벼랑 끝, 위태로운 전망바위에 서서, 선운사와 도솔제를 굽어보고, 경수산을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 2시 39분, 마이재를 향해 달려 내린다.

도솔산에서 본 선운사

도솔제

 

2시 49분, 마이재에 내려서서, 오른쪽 석성암 쪽으로 내려선다.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돌 많은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윽고 어둑한 돌길이 끝나고 부드러운 산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숲속에 꽃무릇 하나가 혼자서 피어있다. 강렬한 색채가 푸른 숲속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석상암을 잠시 둘러보고, 3시 4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왼쪽 밭둑에 핀 꽃무릇이 화사하다.

마이재

석상암

석상암 입구 임도

 

3시 11분, 선운사 경내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고목들이 들어선 숲은 꽃무릇들이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다. 선운사 돌담을 따라 걷는다. 박물관을 지나고 만세루 너른 마당에 들어서니 오늘부터 시작하는 ‘꽃무릇 축제’의 일환인 산사음악회 준비가 한창이다. 관음전, 대웅보전, 동백 숲, 영산전, 명부전 등을 주마간산 식으로 서둘러 둘러본 후, 목백일홍이 고운 셈 터에서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인다.

선운사 돌담

만세루 앞 광장

명부전

샘터

 

가설무대를 지나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땀을 씻어 낸 후, 옷을 갈아입고, 석상암, 선운사 갈림길로 되돌아오니, 3시 30분이다. 후미대장이 후미그룹과 함께 모습을 보인다. 일주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 내리며, 좌우로 화사하게 핀 꽃무릇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3시 34분, 일주문을 지나고, 3시 40분경, 뒤풀이 장소인 동백호텔에 도착한다.

음악회 가설무대

선운사, 석상암 갈림길 이정표


 

꽃무릇 1

일주문

꽃무릇 2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들어선다. 뒤풀이 자리가 흥청댄다. 앞서 하산한 대원들의 “위하여, 위하여” 소리가 홀 안에 가득하다. 회장님이 손 수 빈자리로 안내를 해준다. 4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는다. 식탁에 소주병은 보이지만, 맥주는 없다. 지난 월요일 어금니 두 개를 빼고 임프란트 시술을 받아, 약을 먹고 있는 중이라 맥주 주문을 망설이는데, 앞에 앉은 양반이 맥주 두병을 주문한다.

뒤풀이 장소

 

커다란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중년대원이다.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신다. 중년대원은 장어 맛이나 보자며 고창의 명물인 풍천장어 2인분과 맥주 두 병을 추가로 주문한다. 장어 1인분이 16,000원이라고 하니, 40,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초면에 신세지는 것도 뭣해, 장어 값에 보태라고, 20,000원을 꺼내 주자, 이 양반 다음 번 산행 때 맥주를 사라며, 완강하게 거절한다. 속절없이 초면에 신세를 지고 포식을 한다.

 

흥겨운 뒤풀이가 끝나고,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9. 2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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