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 가는 사량도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산이 바라다 보인다하여, 지이망산[智異望山], 지리망산으로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 지리산(智異山)이 되었다. 국립공원 지리산과 구별하기 위하여 통상 사량도 지리산이라 부른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섬 산행으로 암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398m), 불모산(399m)을 거쳐 옥녀봉(291m)에 이르는 종주코스에는 20여 미터 정도의 2개의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사다리 등 기초유격코스 같은 코스들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지리산에서 옥녀봉까지 종주하는데 5-6시간정도가 소요된다.

뒤돌아 본 가마봉, 달바위, 지리산

옥녀봉

 

통영항에서 서남쪽 19.4km, 삼천포항에서 동남쪽 19.5km에 위치한 사량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 사량면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윗섬과 아랫섬, 그리고 수우도의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 문수암에서 바라보기에 윗섬과 아fot섬의 모양이 뱀이 짝짓기를 하는 것 같다해 사량도라는 설이 있고, 윗섬과 아fot섬 사이에 흐르는 동강나루에서 뱀이 꼬리를 물고 다리처럼 지나다녔다고 해 사량도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일까?

사량도에는 유독 뱀이 많다고 한다.

그림 같은 돈지항과 수우도

 

산림청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긴 장마도 끝나고,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처서(處暑)가 다가오자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완연하다. 이제 여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산악회들의 주말 안내산행지를 훑어본다. 역시 지리산과 설악산이 대종을 이루는데 그 다음으로 많이 눈에 뜨이는 곳이 사량도 지리산의 무박산행이다. 산정산악회에 산행신청을 한다. 금요일 오후, 산정에서 연락이 온다. 인원이 적어 산행을 취소했으나, 다른 산악회에 부탁을 해 놨으니, 잘 다녀오라는 이야기다. 고맙다.

사량도 지도

2009년 8월 21일(금) 저녁 10시 18분경에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국제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산행시간은 5~6시간 정도이지만, 삼천포항에서 아침 6시 10분에 출항하는 사량도 돈지행 여객선을 타야하기 때문에 무박 이동이 불가피하다. 오늘 참여인원은 27명, 산악회의 대장 4분을 포함하여 총 31명이 함께 움직인다.

 

버스는 두 차례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3시 8분, 삼천포항 주차장에 도착한다. 뱃시간까지는 3시간을 기다려야한다. 4시 30분, 아침식사 시간까지 소등한 버스 안에서 새벽잠을 즐기라고 한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잠깐 잠깐씩 졸기만 했으니 잠이 올만도 한데 두 눈은 갈수록 말똥말똥해진다. 좁은 공간에 답답하게 갇혀있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3시 30분 경, 가만히 버스에서 나와 불빛이 보이는 오른쪽 도로를 따라 걷는다. 불빛이 환한 포장마차에 손님 두서넛이 앉아 오뎅을 안주로 새벽부터 소주를 마시고 있다. 바다 쪽에서 비릿한 바람이 불어온다.

 

삼천포 수산물협동조합 건물에서, 다시 되돌아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주차장의 버스는 여전히 소등을 한 상태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창선, 삼천포대교의 불빛이 보인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발길을 돌려,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앉자,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커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새벽에 본 창선, 삼천포대교

 

이윽고 멀리 보이는 버스에 불이 밝혀진다. 4시 30분, 수협건물 건너 회 센터에서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무박산행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지뢰 묻기’인데, 오늘은 다행히 수협건물안의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시간도 충분하여, 느긋하게 아침행사를 치른다. 사위가 밝아지며 신비로운 색감의 아름다운 포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공판장은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경매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삼천포 수산물 협동조합 건물

여명 속의 포구-색감이 독특하다

경매

 

불을 환하게 밝힌 어시장을 지나 우리를 태워다 줄 일신호가 기다리고 있는 선착장에 이른다. 6시가 되어 배에 오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선착장으로 모여들더니, “주공산악회”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늘 서울에서 사량도를 찾은 버스는, 안내산악회 1대, 직장산악회 1대, 모두 2대뿐인 모양이다. 먼 곳까지 시계가 확 트인 맑은 날씨에, 붐비지 않는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

일신호

 

이윽고 이들이 배에 오르자 일신호는 길게 경적을 울리며 출항한다. 배가 출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햇님이 모습을 나타내고, 삼천포대교와 그 뒤로 우뚝 솟은 와룡산이 아침노을 속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밤새워 달려온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창선, 삼천포대교와 그 뒤로 와룡산

 

일신호는 거침없이 새벽의 한려수도를 헤쳐 나간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긴 항적 뒤로 삼천포항과 화력발전소가 아련히 보이고, 뱃머리 너머로는 사량도 윗섬이, 그 오른쪽으로 수우도가 모습을 나타낸다. 윗섬은 섬전체가 한 덩어리의 산이다. 걸어야 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항적 뒤로 삼천포가 아련하다.

뱃머리 너머로 보이는 윗섬과 수우도

 

섬이 가까워진다. 일신호는 해안절벽을 감돌아 돈지항으로 들어선다. 암봉을 등지고, 물가, 좁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돈지마을이 그림 같다. 이윽고 배가 부두에 정박하고 배에서 내린 대원들은 돈지마을로 향한다. 7시 7분, 돈지마을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섬 접근

돈지항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오른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가야할 암릉이 다가온다. 7시 15분, 표지기를 따라 시멘트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잡목 숲 사이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7시 27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19 안내판이 있는 안부에 내려선 후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거친 암릉이 앞을 막아선다.

시멘트도로에서 본 암릉

암릉길

 

나무 한 그루 없는 암릉이다. 시야가 트인 암릉 중턱에서 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지나온 돈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량도의 막내, 수우도가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수우도 뒤로는 남해도가 띠처럼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삼천포가 아련하다.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수우도와 남해

7시 51분, 고도 약 280m 정도의 암봉에 선다. 정면으로 365m봉을 오르는 대원들이 작게 보인다. 이어 안부에 내려섰다, 36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오른다. 간간이 시야가 트인다. 북서쪽으로 뻗은 날카로운 능선이 눈길을 끌고, 그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해상은 한 폭의 그림이다. 돈지항이 보다 더 넓게 내려다보인다.

365m봉을 오르는 대원들

북서쪽으로 흐르는 날카로운 능선

그림 같은 다도해

 

8시 4분, 이정표가 있는 내지 갈림길을 지나고, 좁은 암릉길을 걸으며, 북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와룡산과 북쪽으로 아직도 새벽안개가 감도는 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8시 13분, 365m봉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가야할 지리산과 달바위를 바라본다. 이어 암릉을 따라 365m봉을 내려선다.

내지 갈림길 이정표

북서쪽으로 멀리 삼천포와 와룡산

안개가 걷히지 않은 북쪽 방향의 다도해

지나온 능선 1

지나온 능선 2

뒤돌아 본 365m봉

 

8시 25분, 위험구간이니 우회하라는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이정표가 있는 본 능선으로 진입한다. 이곳에서도 왼쪽에 우회로가 보이지만, 여자 후미대장은 위험한 암릉은 아니니, 암릉을 타라고 대원들을 유도한다. 나이가 지긋한 여자대장이다. 마지막 하산 시까지 대원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성실하게 후미대장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가 좋다. 암릉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우회한 암릉의 직벽이 보인다.

위험구간 표지

우회로와 암릉길에서 암릉으로 유도하는 후미대장

뒤돌아 본 위험구간의 직벽

 

8시 32분, 정상석이 있는 지리산에 오른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비로소 사량도 아랫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암릉을 타고 지리산을 내려선다. 좌우로 보이는 바다풍광이 다양하고, 암릉의 기암들이 눈길을 끈다.

지리산 정상석

한눈에 들어오는 지나온 능선

가야할 달바위와 가마봉

사량도 아랫섬

내지항

기암

북동 방향의 바다.

 

9시 2분, 이정표가 있는 간등고개 갈림길을 지나자, 오랜만에 육산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329m 암봉을 넘고,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은 내지, 오른쪽은 성지암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사거리안부에서 약 25분 정도 암릉을 오르내리면 사량도의 최고봉인 달바위(400m)에 이른다. 불모산(佛母山)이라고도 불리는 거대한 암봉이다. 정상 바위에 고인물에 풍란이 자라고 있다.

329m봉

사거리안부 이정표

달바위 가는 길

달바위 정상

풍란

달바위에서 본 가야할 능선, 동강, 그리고 아랫섬

 

달바위를 내려선다. 가파른 암릉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10시 6분, 이정표, 사량섬 관광안내도와 간이매점이 있는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은 대항, 오른쪽은 옥동 내림길이다. 이정표는 옥녀봉까지 1,62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시원한 막걸리를 사 마시며 더위와 갈증을 함께 달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왔다는 외국인 남녀가 눈길을 끈다. 막걸리 마셔보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덥다며 손을 내 젓는다.

달바위 내림길

뒤돌아 본 달바위

간이매점이 있는 사거리안부

 

약 10분간 달콤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여전히 암릉길이 이어진다.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대항마을과 진촌마을이 평화롭다. 위험구간, 우회로 갈림길에서 암릉길로 들어선다. 두 줄기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가마봉 정상(303m)이다. 옥녀봉이 비로소 멋진 모습을 보인다. 가파른 철계단을 통해 가마봉을 내려선다.

왼쪽의 대항마을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진촌마을

가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정상석

옥녀봉

가파른 철사다리

 

10시 50분, 이정표가 있는 암릉길과 우회로 갈림길에서 암릉길로 들어선다. 약 10분동안 위험구간의 암릉을 걸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동강 너머 아랫섬의 덕동마을을 굽어본다. 정면으로 유격훈련을 하듯 로프를 잡고, 옥녀봉 암봉을 오르는 대원들이 보인다. 겁이 많거나, 팔 힘에 자신이 없는 대원들은 우회로를 택한다.

동강, 아랫섬 덕동마을

옥녀봉 직벽을 오르는 대원들

 

로프에 매달려 2~3분 동안 직벽을 올라, 11시 9분, 옥녀봉에 선다. 정상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보일 뿐 별다른 표지가 없다. 옥녀봉에서 가야할 마지막 암봉을 굽어보고, 달바위, 가마봉등 지나온 암릉을 카메라에 담은 후, 이번에는 흔들거리는 줄사다리를 타고 조심조심 직벽을 내려선다.

옥녀봉 정상

옥녀봉에서 본 마지막 암봉

줄사다리를 내려서는 대원들

 

마지막 암봉 정상은 왼쪽 절벽에 설치한 마룻길을 이용하여 우회하고, 가파른 암릉을 두 가닥 로프에 의지해 내려선다. 11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대항해수욕장 방향으로 내려서고, 12시 4분, 해수욕장의 샤워장으로 들어선다. 샤워를 마치고 해변 가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이윽고 여객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암봉을 우회하는 마룻길

마지막 암봉을 내려서는 대원

대항해수욕장, 사워장(뒷건물)

 

여객선은 12시 30분에 출항한다. 배가 포구를 빠져 나온다. 지나온 암봉들이 도열하여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바다의 밭이라는 양식장이 하얗게 펼쳐있다. 하얀 항적 뒤로 사량도가 점점 멀어진다. 1시 30분, 여객선은 삼천포 항에 입항한다.

바다에서 본 지나온 암봉들

양식장

어시장에서 횟감을 사들고, 회 센터로 들어선다. 점심 겸 뒤풀이 자리가 2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3시 30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8. 2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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