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각산


슬치에서 초당골까지의 도상거리 약 28.5Km을 아래와 같이 이틀에 나누어 "나 홀로 산행"을 떠난다. 초당골은 2008년 1월, 무주공산 산악회를 따라 중간에서 호남정맥을 시작한 곳이니, 1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그 앞 구간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보충산행이 되겠다.


첫째 날 : 슬치-갈마봉-옥녀봉-경각산-불재, 약 15Km

둘째 날 : 불재-치마산-검산-영암안부-오봉산-초당골. 약 13.5Km


불재 참숯불가마에서 1박 한다. 소요비용은 숙박비 30,000원, 식대 26,000원, 버스비 33,000원, 합계 89,000원이다.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2009년 3월 10일(화).

오늘 산행은 7시간 정도이니, 11시 경에 산행을 시작해도 일몰 전에 숙박예정지인 불재에 도착할 수 있겠다. 센트럴 시티에서 7시발 전주행 버스를 탄다. (요금 17,000원) 전주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45분이다. 산악회버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넓고 쾌적한 우등버스에 앉아 봄기운이 감도는 차창 밖을 내다보다 깜박 잠속으로 빠져든다.


버스는 9시 40분,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에 있는 식당 '국일관'으로 들어선다. 지난번 주화산에서 슬치까지의 산행을 마치고 터미널에 도착하여 들렀던 식당이다. 그때 8,000원짜리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로워 다시 찾아든 것이다.


5시 30분에 새벽밥을 먹었으니 식사를 할 때도 됐다. 이번에는 콩나물국밥을 주문한다. 깔끔한 밑반찬과 함께 나온 전주식 콩나물국밥 맛이 제 맛이다. 몇 년 전 집사람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서 먹었던 콩나물국밥보다 값은 싸고(5,000원) 맛은 더 나은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금암사거리로 향한다. 5분도 채 못 걸어 사거리에 이르고, 왼쪽에 보이는 대한생명 앞, 버스 정류장에서 관촌 행 752번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구름이 조금 낀 맑은 날씨에 바람이 불어 싸늘하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752번 버스가 도착한다. 슬치에 가는 지를 확인하고 요금을 물으니 우선 1,000원만 넣으라고 한다.


전주 시내를 벗어나자 버스 가운데 문은 사용하지 않고, 내리는 사람은 추가요금을 요금 통에 넣고 앞문으로 내린다. 앞자리가 비자, 자리를 옮겨, 기사양반에게 슬치까지 얼마냐고 묻는다. 1,100원을 더 넣으라고 한다. 2,000원을 넣으려하자, 100원짜리 동전이 없으면 1,000원만 넣으라고 한다. 슬치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사람 좋은 기사 양반이 어느 산엘 가느냐고 묻는다. 호남정맥종주 중이라고 하니, 다시 한 번 쳐다보며 놀라워하는 눈치다.


10시 58분, 버스가 정차하고, 기사양반이 슬치라고 알려준다. 방송에서 알려주는 정류장 이름과는 다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건너편에 슬치휴게소와 지난번에 내려왔던 정든장 모텔이 보인다. 슬치마을 입구에서 잠시 망설인다. 오른쪽은 745번 지방도로 이고, 슬치마을은 직진이다. 마루금은 정면에 보이는 통신탑 방향이라는데, 745번 지방도로를 따르기보다는 마을로 들어서는 것이 더 가까워 보인다.

정든장 모텔


마을입구 정자에서 가벼운 윈드재킷으로 갈아입고 11시 2분, 정면에 보이는 슬치마을회관으로 향하고, 마을회관 앞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른다. 축사를 지나고, 11시 7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슬치마을회관

통신탑을 향해 시멘트도로를 오르고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8) 슬치-(11:02) 산행시작-(11:03) 슬치마을회관, 우-(11:07) 갈림길, 우-(11:09) 갈림길, 좌-(11:14) 갈림길, 좌-(11:15) 파란 물탱크-(11:16) 갈림길, 우-(11:17) 가족묘-(11:23) 무명봉, 좌-(11:25) 400m봉, 좌-(11:29) 갈림길, 우-(11:33) 경주김공 묘-(11:35) 실재치/동물이동 통로(11:37) 오른쪽 임도와 만남, 임도 따라 직진-(12:09) 임도 끝, 산길진입-(12:19) 469m봉/묘1기-(12:29) 장치/경고판-(12:38) 산불감시초소-(12:51) 철책길 시작-(12:58) 갈미봉/헬기장-(12:59) 경고판-(13:09) 철책 버리고, 왼쪽능선-(13:15) 무명봉, 우-(13:30) 무명봉, 직진-(13:39) 쑥재, 직진-(13:48) T자, 우-(13:51) 무명봉-(13:56) 묘가 있는 봉, 좌-(14:02) 텃골안부, 직진-(14:22) 무명봉, 좌-(14:28) 바위지대-(14;29) 옥녀봉 갈림길-(14:35) 옥녀봉-(14:41) 옥녀봉 갈림길-(14:49~15:11) 중식-(15:23) 한오봉, 좌-(15:32) 측백나무 숲-(15:38) 543m봉, 우-(15:41) 측백나무 숲-(15:44) 암봉, 왼쪽 우회-(15:46) 무명봉, 좌-(15:52) 전망바위-(16:07) 효간치, 직진-(16:23) 암릉, 왼쪽 우회-(16:30) 암릉지대/급오름-(16:35) 봉, 약 580/조망-(16:57) 봉, 약 655-(17:00~17:06) 경각산-(17:08) 산불감시초소-(17:15) 능선, 오른쪽 우회-(17:26) 무명봉-(17:29) 전망바위-(17:44) 불재』중식 22분 포함, 총 7시간 1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완만하게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따라 오르며 지나온 길을 카메라에 담고, 11시 9분,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면 시멘트길이 끝나고 넓은 임도로 이어진다. 이어 밭길을 지나고 다시 임도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11시 15분, 파란 물탱크를 지나고, 1분 후,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박이뫼산, 정든장 모텔, 축사 등이 보인다.


11시 17분, 여러 기의 묘가 있는 가족묘를 지나고, 가파른 잡목 능선을 거쳐, 무명봉에 올라서니 능선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11시 25분, 40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고, 삼밭을 지나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등산로는 잠시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지다 다시 봉우리를 향한다. 11시 29분, 갈림길에 이른다. 묘하게도 표지기들이 봉우리가 아닌 오른쪽 내리막에 걸려 있다.

삼밭


잠시 망설이다 표지기를 따른다. 등산로는 경주김공이 두 배우자와 함께 평화롭게 누워있는 묘역에 이른다. 묘역에서 중촌마을과 745번 지방도로를 내려다보고, 11시 35분, 실치재를 동물이동통로를 이용해 건넌다. 철망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절개지가 절벽이다.

경주 김공의 묘

중촌마을과 745번 지방도로

실재치/동물이동통로


11시 37분,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 직진한다. 오른쪽 임도에도 표지가가 보인다. 아마도 745번 지방도로를 따르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인 모양이다. 최근에 조성한 듯싶은 임도가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데,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산들은 온통 벌목을 한 민둥산이다. 이런 임도가 마루금을 훼손하며, 40분이 넘게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고

임도

벌거숭이 산


왼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뚜렷하고 산골마을이 아련하게 보인다. 이제까지는 길에 신경을 쓰느라 몰랐었는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단조로운 임도를 혼자서 터덜터덜 걷다보니, 문득 외로운 느낌이 든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할 때에도 혼자 걷는 때가 많지만, 가까이에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적적한 줄 모르겠더니, 10시간 가까운 산행 중에 만나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걷다보면, 가끔씩 제 발자국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가야할 마루금

 

개간임도


12시 9분, 비로소 임도가 끝나고 산길로 들어선다. 12시 19분, 469m봉에 올라서니 잘 손질된 묘1기가 반긴다. 묘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비탈길을 지나 한동안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고, 이어 나지막한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12시 29분, 경고판이 있는 장치에 내려선다.

469m봉

장치

경고판


잡목과 넝쿨이 뒤엉킨 험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2시 38분, 앞에 푸른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 고도 약 480m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지나면서 안을 들여다보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내리막길을 달려 내리며 나뭇가지 사이로 갈미봉을 바라본다. 저 아래 철책이 보인다. 철책을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철책을 따라 오른다.

잡목 넝쿨 오르막

철책 따라 등산로가 이어지고


마루금 능선을 따라철책이 쳐지고, 철책 안으로 도로를 만들고 있다. 군부대 탄약창의 사고방지를 위한 조치인 모양이다. 12시 58분, 갈미봉 정상(539.9m)에 오른다. 너른 헬기장에 삼각점<길담 306 1984 재설>이 보인다. 갈미봉을 내려서서 제6 탄약창장이 계시한 경고문을 보고 다시 철책을 따라 내려선다.

갈미봉 정상

경고문과 철책


철책길은 바람에 불려 쌓인 낙엽이 수북하여 발목까지 빠진다. 보이지 않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끗할 위험이 있어 신경이 쓰인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이 한가롭다. 1시 9분, 마루금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비로소 철책과 멀어진다. 이어 무명봉 두 개를 넘고, 1시 39분, 사거리 안부인 쑥재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왼쪽으로 상막마을과 월성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철책과 작별

쑥재


다시 400m대 무명봉 두 개를 넘는다. 1시 56분, 푸른 침엽수로 둘러싸인 묘1기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옥녀봉을 바라본다. 2시 2분, 텃골과 공기마을을 잇는 사거리안부에 내려선 후,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묘가 있는 봉우리

텃골 안부


2시 22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바위지대를 지난다. 모처럼 북서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다운 능선이 모습을 나타낸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가야할 한오봉(597m)이다. 2시 29분, 옥녀봉 갈림길에 이른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옥녀봉은 직진이다. 직진하여 옥녀봉으로 향한다. 바람이 거세다.

북서쪽으로 보이는 능선

땅에 떨어진 비닐표지판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 이번에는 땅에 떨어진 이정표를 본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나뭇가지로 정성스레 눌러 놓았다. 다만 글씨가 핏빛이라 느낌이 선뜻하다. 정면으로 옥녀봉을 올려다보고,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남쪽의 첩첩한 산세가 시원하다. 2시 36분, 깨어진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옥녀봉 정상(578.7m)에 오른다.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핏빛 이정표

가까이 본 옥녀봉

남쪽 방향의 첩첩산

깨어진 삼각점

정상표지판


옥녀봉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바로 하산한다. 2시 41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으로 들어서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왼쪽나뭇가지 사이로 경각산이 보인다. 골짜기를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겠는데, 물을 건너지 않는 마루금은 능선을 따라 크게 역 C를 그리며 우회한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 중턱쯤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를 등지고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마주보는 경각산


"나 홀로 산행"에서 가장 적적하고 외롭게 느껴지는 때가 식사시간이다. 우선 반주 두어 잔으로 적적함을 씻어 버리고, 빵과 우유, 그리고 과일로 식사를 한다. 식사라기보다 간식에 가까운 행동식이다. 밥을 가져오면 국과 반찬이 따라야 하니 짐이 되고 번거롭다. 약 22분 동안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3시 23분, 한오봉에 올라 70도 방향으로 공기마을을 굽어본다.

한오봉 정상

70도 방향의 공기마을


능선분기봉인 한오봉에서 왼쪽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3시 32분, 아름다운 측백나무 숲을 지나고, 3시 38분, 543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측백나무 숲을 통과한다. 이어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너른 공터를 지나, 고도 570m 정도의 봉우리를 넘는다.

측백나무 숲

봉, 좌


3시 52분, 전망바위에 올라, 서쪽으로 구이저수지와 모악산(794m), 남서쪽으로 경각산, 그리고 동남쪽으로 옥녀봉을 바라보고, 4시 7분, 사거리 안부인 효간치에 내려서서 직진한다. 왼쪽은 조월, 오른쪽은 효간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옥녀봉

효간치


날등 길이 이어지고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4시 30분, 급경사 바위지대를 지나 능선에 오르니, 옥녀봉이 왼쪽 건너편에 가깝고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4시 35분, 전망 좋은 58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르고. 4시 41분, 능선 안부에 내려서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경각산 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암릉 왼쪽 우회

급 오름 바위지대를 지나고

 

한오봉(우)과 암봉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거친 길이다. 4시 57분, 고도 약 655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비로소 경각산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안부로 내려섰다 정상을 향해 오른다. 큰 산의 정상 부근능선은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 대간을 하면서 많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경각산도 예외는 아니다. 험한 암봉이 언제 있었느냐 싶게 부드럽다. 왼쪽으로 보이는 한오봉과 옥녀봉이 한 사진으로 잡힌다.

마지막 봉

 

한오봉(좌)와 옥녀봉


5시 정각, 경각산 정상(659m), 헬기장에 오른다. 무인 산불감시탑이 있고, 삼각점은 하산지점의 왼쪽 돌 위에 있어 일부러 찾기 전에는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이겠다. 140도 방향으로 내려다보이는 월성리 마을이 평화롭다.

정상의 헬기장

 

무인 산불감시탑 시설

 

삼각점

월성리 마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5시 7분, 하산을 시작한다. 바로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고, 이어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능선을 우회한다, 5시23분, 멋쟁이 소나무 한 그루를 지나고, 3분 후, 무명봉에 오른다.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그리고 불재가 보인다.

능선 오른쪽 우회


5시 29분, 전망바위에서서, 모악산, 불재, 그리고 220도 방향의 정맥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5시 44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불재에 내려선다. 도로를 건너 전통찻집과 도예점을 들여다본다. 문은 열려 있지만 영업은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전망바위

불재

 

방향의 정맥 마루금

불재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 참숯 불가마 집으로 들어선다. 입구의 개집에 매어놓은 개가 사납게 짖어댄다. 사무실로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자,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일행이 몇이냐고 되묻는다. 혼자라니까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불가마는 10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고, 숙박이 가능한 방은 4인 기준 50,000원 이라고 한다.

도예원과 참숯 불가마


혼자인데 50,000원을 내라고 할 수도 없고, 근처에 숙박할 곳도 없는데 야박하게 거절할 수도 없으니 입장이 난처한 모양이다. 모텔비 정도로 재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늙은이가 딱해 보였던 지, 사장에게 전화를 한 후, 승낙을 한다. 샤워를 하고, 삼겹살 1인분에 밥 한 공기, 맥주 한 병을 주문한다. (12,000원) 느긋하게 식사를 한 후, 참숯 불가마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다.


 

(2009. 3.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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