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0일(화).
"화요맥"의 정기산행일. 오늘은 팔공지맥 다섯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수기령-582m봉-747m봉림산분기봉-702m봉-아미산분기봉-690m봉-살구재』까지 마루금을 걷고 구절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2Km에 날머리는 2Km 정도이다.
맑은 가을 날씨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고 한낮에 산행을 할 때에는 덥게 느껴지지만 바람결은 역시 서늘하다. 오늘은 대체로 600m에서 700m정도의 비교적 평탄한 능선을 걷는다. 높이에 비해 펑퍼짐한 너른 능선이 많아 고산 분위기가 역연하고, 낙엽이 두텁게 쌓인 등산로에서길 찾기가 쉽지않다.
왕복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봉림산이 있어 봉 따먹기를 즐기는 대원들은 그곳을 다녀와서 좋고, 봉림산 왕복을 생략한 후미그룹은 모처럼 유장하게 오지 산간의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다만 등산로 주변과 산 정상의 잡목들의 방해로 조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최고령의 김 선배, 윤 여사, 김 여사, 심산, 고래, 상일, 영구 등 고정 멤버들이 빠지고, 오늘 따라 새로운 얼굴들도 보이지 않는다. 22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11시 16분, 지난 번 어둡기 직전에 하산했던 수기령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우선 용무부터 보고 주위의 사진을 찍은 후, 11시 20분, 최후미로 쳐져 군위군 고로면을 알리는 표지석 뒤로 보이는 등산로를 오른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0) 산행시작-(11:39) T자, 좌-(11:40) 582m봉, 직진-(11:49) 봉-(11:57) 바위-(11;58) 봉, 좌-(12:03) 돌 남ㅎ은 날등-(12:08~12:13) 747m 봉림산 분기-(12:24) 내리막 끝/너른 안부-(12:35) T자, 우-(12:36) 큰바위, 오른쪽 우회-(12:44) 봉, 좌-(12:47) 묘 3기-(12:51) T자, 우-(13:03) 702m봉, 좌-(13:13) 갈림길, 직진-(13:16) 봉, 좌-(13;30) 안부-(13:44) 742m 아미산분기/돌탑-(13:50) 큰 바위 왼쪽 우회-(13:59~14:16) 방가산 정상/간식-(14:40)경주 전씨 묘-(14:43) 봉, 좌-(14:55) 봉-(15;02) 쌍묘-(15:03) 진주 강씨 묘-(15:14) 봉-(15:18) 603m봉, 좌-(15:30) 봉-(15:37) 690m봉/석축-(15;46) 봉-(15:55) 봉, 좌-(16;15) 큰 바위 왼쪽 우회/좌 급사면-(16:31) 살구재-(17:15) 구절리 마을』간식 17분, 마루금 4시간 54분, 날머리 44분, 총 5시간 5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잡목 사이로 이어지던 길이 흐지부지 없어져 버린다. 저 앞에 대원의 뒷모습이 보이지만, 그 대원도 앞 사람을 놓치고, 잡목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 나가는 모양이다. 잠시 멈춰 서서 지형을 살핀다. 오른쪽이 능선인 것 같아 보인다. 가능한 한 오른쪽으로 붙어 가파른 잡목 사면을 치고올라 이윽고 표지기가 걸려있는 뚜렷한 등산로로 들어선다. 게으름을 피우다 초장부터 헤맨 꼴이 됐다.
수기령의 군위군 고로면 경계 표지석
참나무 숲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1시 39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582m봉에 오른다. 초장에 헤매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한참 앞서 나간모양이다. 봉우리에서 직진하여 평탄한 길을 걷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오름길이 시작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밑둥치가 갈라져 수명을 다한나무가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수명을 다하고 자연으로 회귀하는 고목
처음부터 봉림산에는 다녀올 생각이 없었던 터라 최후미로 쳐져도 서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서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커다란 바위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후, 돌 많은 가파른 날등길을 힘겹게 오른다. 바람은 쌀쌀하지만 헤어밴드를 하지 않은 얼굴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12시 8분, 봉림산이 분기하는 747m봉에 오른다. 후미그룹이 쉬고 있고, 봉림산으로 향한 대원들이 벗어 놓은 배낭들이 어수선하다. 주위의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747m 능선 분기봉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비로소 조끼를 벗고, 잊고 챙기지 못한 헤어밴드 대신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다. 이어 봉림산을 다녀올 생각이 없는 류 회장, 김 사장 그리고 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몇몇 여자대원들과 함께 오른쪽으로 급히 떨어지는 내리막을 달려내린다.
747m봉을 내려서는 대원들
류 회장은 위염과 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면서도 빠지지 않고, 산행에 참여한다. 오늘도 안색이 꺼칠하다. 류 회장의 "화요맥"에 대한 기여가 참으로 대단하다. 고마운 일이다. 10여분을 달려내려, 펑퍼짐하고 너른 능선에 이른다. 높이와는 다르게 고산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리다 왼쪽으로 본 가야할 봉우리-단풍이 곱다.
너른 능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썩은 참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버섯이 눈길을 끈다. 펑퍼짐한 능선, 능선 가득히 쌓인 낙엽으로 등산로가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한다. 무성한 참나무 숲으로 가을의 밝은 햇볕이 쏟아지고, 바람결이 소슬하다. 앞사람과 멀찍이 떨어져서 자신이 밟는 낙엽의 소리를 들으며 유장하게 걷는다.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도 없다.
버섯
12시 47분, 펑퍼짐한 봉우리를 내려서며 오래된 묘 3기를 만난다. 2기는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데 다른 1기는 어쩐 일인지 왼쪽으로 홀로 떨어져 있고 봉분도 조금 낮다. 12시 51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방가산을 본다. 다시 넓은 능선을 지나고, 널널한 날등길을 올라, 1시 3분, 702m봉에 이르러 왼쪽으로 내려선다.
울창한 숲속의 묘
702m봉
소나무, 철쭉, 잡목이 뒤섞인 거친 날등길을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1시 13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683m봉으로 바로 오른다. 3분 후, 능선 정상에 서고, 이어 왼쪽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리며 오른쪽으로 아미산을 가깝게 본다. 1시 30분, 펑퍼짐한 안부에 내려서서 부드러운 산판길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1시 44분, 돌탑이 있는 742m봉에 오른다. 북쪽으로 아미산이 분기되는 능선 분기봉이다.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이어져 방가산으로 향한다.
부드러운 산판길
742m 능선 분기봉의 돌탑
돌탑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아미산과 서쪽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 1시 59분, 거친 잡목으로 둘러싸인 방가산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화북 23, 1998재설>과 준,희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잡목에 가려 조망은 즐길 수가 없다. 잡목을 헤치고 두어 발자국 내려서니 쇠락한 번남 박씨의 묘가 보인다. 배낭을 벗고, 술병을 꺼내 술 한 잔을 올린 후, 무덤가에 앉아 정상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긴다. 봉림산을 다녀온 선두그룹이 바람같이 지나간다.
아미산
서쪽 방향의 조망
방가산 삼각점
방가산 정상 표지판
정상에 있는 쇠락한 박씨 묘
2시 16분, 류 회장, 김 사장과 함께 산행을 속개한다. 날등길을 지나 가파른 능선이 넓게 펼쳐지고, 등산로가 희미하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내려서다보니, 등산로가 이어졌다 끊겼다 한다. 방가산은 맥꾼들 외에는 거의 찾는 사람들이 없는 모양이다. 2시 30분, 급경사 내리막이 끝나고 능선이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이어 경주 전공의 묘를 지나, 2시 43분, 590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590m봉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나뭇가지 사이로 방가산을 본다. 이어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내리막길에서 쌍묘를 만나, 묘역에 서서 가야할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잇달아 진주 강씨 묘를 지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넘으며, 오른쪽 나뭇가지사이로 아미산을 본다.
아미산
3시 37분, 석축으로 둘러싸인 690m봉에 오른다. 준.희님의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690m봉을 내려선 후 봉우리 2개를 넘어서니, 다시 평탄하고 너른 능선이 펼쳐져 산책하는 기분으로 유장하게 걷는다. 둥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더니,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가파른 너른 사면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석축으로 둘러싸인 690m봉
690m봉의 표지판
큰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큰 바위를 우회하고 너무 왼쪽으로 급격히 꺾어 내린 모양이다. 가능한 한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가시덩굴 잡목이 무성한 급사면을 내려선다. 10여분 가까이 잡목 숲을 헤매다 비로소 등산로를 찾아,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며, 왼쪽으로 먼 산을 본다. 이어 4시 31분, 커다란 고목이 시선을 끄는 너른 안부인 살구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구절리로 향한다. 정면으로 기룡산, 그 왼쪽으로 보현산을 반갑게 만난다.
큰 바위를 우회하여 왼쪽 잡목 사면으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먼 산을 보고
살구재
멀리 보이는 기룡산
5시 20분 경, 버스가 기다리는 구절리 마을에 도착한다.
(2007.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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