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1413일이 지났다고 한다. 4년 가까운 기간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호텔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지난 2012년 10월 제출된 이후 1130일째 방치돼 있다.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작년 10월 이후 1년 1개월 동안 상임위에 계류돼 있고,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1년 7개월 넘게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출한 것이다. 무슨 정치적 내용의 법률도 아니고 그야말로 민생 법안이다. 국회에서 여야 간 정치적 다툼이 일어나야 할 까닭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장 3년 넘게 법안 처리는커녕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분석에 따르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69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고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1만7000개,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의료법 개정안은 9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 기업들도 반기고 있다.

내용에 이견이 있으면 얼마든지 토론을 거쳐 보완 수정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이 법안들을 가로막고 있는 야당의 태도를 보면 진지한 토론을 할 뜻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 민영화'로 연결돼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 공공성과 관련된 분야'를 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수정안을 세 차례나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현 건강보험 체제 하에선 의료 영리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논리 비약과 꼬투리 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료 민영화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해외 환자 유치가 의료 민영화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법안 문항을 조정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3년 넘게 국회 서랍 속에 처박아 두고만 있다.

노동개혁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9·15 노사정 대타협' 직후인 9월 17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아직 심의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여야 간 이견만 표출되는 상황이다. 만약 노동개혁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내년에는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생기고 청년 실업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한·중 FTA도 올해 내에 발효되지 못하면 수출 피해가 하루 4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여야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정치적 사안에선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문제도 아닌 민생 법안을 놓고 이렇게 무조건 가로막고 4년 가까이 방치하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인가. 야당이 지금이라도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이 법안들이 통과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나아져 여당이 덕을 볼까 걱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소스 : 11월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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